* 소설의 원제는 어스시지만 편의상 게드전기로 통일함
오늘 금요 로드쇼에서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작품 [게드전기]가 방영됩니다. 공개 당시 [스토리가 단조롭고 오로지 심심하다] [성우가 별로다] [작화의 거침이 눈에 거슬린다] [캐릭터에 매력이 없다] [배경미술이 부실하다] 등 오로지 매도된 본작이었지만 극장에서 본 느낌으로는 거기까지 심한 영화는 아니었다라는 느낌으로 나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게드전기에 대한 진정한 관심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이 처음 만든 영화라는 부분이며 내용은 둘째 문제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실은 영화 본편보다 즈스튜디오 지브리 집안사정이 훨씬 재밌다라는게 화두로 당시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크게 뜨거웠던 것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고로가 대판 싸웠다,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디라는 이야기는 미야자키 고로의 심층 심리였다 등 도시전설은 과연 사실인가? 오늘은 영화 게드전기의 그런 알려지지 않은 제작 과정에 대해 이것저것 써보겠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루팡 3세 카리오스트로의 성을 제작한 후 차기작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오리지널 스토리의 이미지 보드를 대량으로 그렸으며 그 중에는 모노노케 히메나 이웃집 토토로의 원안도 있긴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실현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81년경부터는 미일합작 블록버스터 리틀 니모의 기획이 시동되었지만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협의에 싫증이 났던 미야자키씨는 다른 기획에 손을 댑니다. 하나는 전국마상이라는 제목으로 SF 요소가 가미된 새로운 감각의 시대극. 하나는 미국 만화가 리차드 코벤이 썼던 판타지 [로울프] 의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하지만 둘의 기획도 검토결과 실행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전국마성은 현재 만화판으로 집필 중)
"아무리 기획을 내도 통하지 않는다"는 실의의 시대. 미야자키 감독의 눈에 띈 소설이 어슐러 K. 르귄 원작의 [게드전기] 였습니다. 이 판타지 소설을 일독한 미야자키 감독은 그 치밀한 세계관에 심취하여 기필코 이것을 영화화하고 싶다며 일본어판 발행소인 이와나미 서점에 영화 판권 라이센스를 타진했습니다. 그러나 원작자의 대답은 NO!. 그 후에도 미야자키씨는 몇번이고 편지를 쓰고 영화화를 부탁했습니다만, 결국 권한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포기하고 게드전기의 요소를 들키지 않게끔 도입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즉 스즈키 프로듀서와 미야자키 하야오는 원래는 게드전기를 영화화하고 싶었습니다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대신 나우시카를 만든 거죠.
그런데 그로부터 20년후, 게드전기 시리즈의 일본어 번역인 시미즈 마사코씨로부터 스즈키씨에게 게드전기를 영화화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찾아옵니다. 아무래도 원작자인 어슐러 K. 르귄이 최근 이웃집 토토로를 보고 좋은 애니메이션이다! 미야자키씨는 구로사와나 펠리니 같은 천재다! 만약 영상화한다고 하면, 이 사람 외에는 없을 것이다! 매우 감격한 것입니다. 서둘러 스즈키 씨가 그것을 미야자키 감독에게 전달하니 "20년 전이라면 기꺼이 뛰어들었는데..." 라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다만 시기적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만들고 있는 도중에 차기작을 생각할 여유도 없었고, 게다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후 미야자키 작품에서 나오는 이야기의 요소나 아이디어등은 [게드전기]에서 인스파이어 된 것이 많습니다. 이제 와서 [게드전기]를 만들 동기도 없고, 한다 쳐도 단순히 원작을 영화화하는게 좋은 것도 아니라고.
그래서 먼저 영화화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해 연구팀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멤버는 스즈키 토시오와 P라는 젊은 애니메이터, 프로듀서 이시이 토모히코, 그리고 미야자키 고로였습니다. 스즈키씨는 당초 [게드전기] 의 스탭 중 한명으로 미야자키 고로를 기용했지만 결국 협의를 거듭해 갈 때에, 이것은 고로군을 감독으로 하는 것이 좋을 지도...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미야자키씨. 이 영화는 고로군을 중심으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라고 고백한 것 입니다. 그 얘기를 들은 미야자키 감독은
"무슨 뜻인가요. 그걸 고로가 감독한단 말인가요? 스즈키씨는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고로가 고문으로 참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고로가 중심이 되어 하다니 그런 건 있을 수 없습니다!"
미야자키 고로가 그린 스케치
라고 대격노. 완전히 고로의 감독기용에 반대였습니다. 그래서 스즈키씨는 미야자키 하야오를 설득하기 위해 화면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고로를 불러, "그림을 그려 달라" 라고 요구했습니다. 곧 용과 소년의 이미지 보드를 그리기 시작한 미야자키 고로. 그것은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에는 없던 수직구도였습니다. 완성된 그림을 보이자 미야자키 하야오는 잠시 침묵. 미야자키 하야오는 가로 구도로 이런 그림을 그린 적은 있더라도 세로 위치로 그린 적이 없었습니다. 외형은 흡사해도 앵글이 달랐습니다. 확실히 이미지 보드를 보고 미야자키씨는 불평했습니다. 그렇지만 결코 OK 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그 후 미야자키씨가 스즈키 씨있는 곳에 와서
"굳이 고로로 하는 건가요?" 라고 묻고, "예"라고 대답하자 미야자키 집에서 가족회의를 열었다고 합니다. 그 회의에서 고로군은 미야자키 하야오로부터
"너 같은 인간은 재능도 없고, 의지도 없고,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아무것도 없다! 너 따위가 게드전기라니 절대 안된다!"
라고 가정은 단번에 험악한 분위기.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전혀 말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로 결국 미야자키 고로가 감독을 하게 되었습니다만 누군가 원작자 르귄에게 사정을 설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스즈키씨는 고로군을 데리고 도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미야자키씨는 분노했습니다.
"고로가 감독을 한다고 결정된게 아닌가요! 그렇다면 감독은 스튜디오에서 1장이라도 많은 그림을 그려야 할 것입니다! 원작자를 만나러 간다니 농담인가요! 원작자와 협상하는 것은 프로듀서의 일입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걸 들은 스즈키씨.
"미안합니다. 고로군은 미국에 가지 않습니다. 대신 미야씨가 함께 가주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말해 패닉에 빠진 미야자키 감독은
"왜 내가!"
라고 놀랐지만
"좋잖아요. 원작 팬이니까요." 라는 스즈키의 말에 결국 함께 미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못해 스즈키씨와 동행해 르귄과 회견하게 된 미야자키 감독이지만 만나자 갑자기 이 작품을 영상화하면 전 세계에서 자신을 두고 다른 이는 없다고 단언하며 말했습니다. 이어서
"당신이 제 영화를 봐줬습니다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부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이르기까지, 전 여러 작품을 만들었지만 모두 [게드전기]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라고 원 소스로 인용한 것을 완전히 노출했습니다.
그리고 미야자키씨는 "고마운 얘기입니다만, 이게 20년전이라 바로 자신이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전 너무 나이를 먹었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시기에 자신의 아들과 스태프가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라면 이 책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좋은 영화를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 스크립트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이 있으므로 부디 영상화를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매우 감동적으로 말했습니다. 그걸 옆에서 들은 스즈키씨는
"미야자키, 사실은 고로군을 걱정하고 있었어..." 라고 조금 울 것 같습니다만 "미야자키 고로가 그린 포스터가 여깄습니다." 라고 이미지 보드를 꺼내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뭐야 이 드래곤! 녀석은 안됩니다! 게드전기를 전혀 알지 못하니까요! 드래곤과 소년이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는 구도를 선택했다는 건, 이 녀석은 게드전기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겁니다!" 라고 무서운 기세로 수다를 마구 떠는 미야자키 감독. 그 옆에 망연자실한 스즈키씨.
급기야 "그에 비해 제가 그려온 게드전기 그림은...!" 이라고 자기 가방에서 지금까지 그려 모아 둔 게드전기 일러스트를 산더미 만큼 내면서
"어떻습니까? 제것이 원작에 충실하지 않습니까?" 라고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꼴이 되었습니다. 그걸 본 원작자 르 귄씨는
"당신 도대체 뭐하러 온 건가요?"
라고 질려버렸다고 합니다. 나중에 이때의 심경을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오랫동안 그 사람과 사귀어 왔지만 진심으로 때리고 싶었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덧붙여 게드전기는 7월 29일 공개되었습니다. 똑같은 날 또 하나의 지브리 배급작품 [왕과 새]도 공개되었습니다. 왕과 새는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영화로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의 원점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작품입니다. 담당자는 반딧불의 묘의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는 수년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팀을 이루어 온 동지이자 최대의 라이벌입니다. 게다가 다카하타 감독은 과거 몇번이나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을 비판하는 발언을 반복해온 요주의 인물(?)이기도 합니다. 당일은 도내에서 이벤트가 열렸습니다만, 아니나 다를까.
"뭐, 카리오스트로 성은 절반 이상 이 영화의 표절 같은 걸거에요." 라고 폭탄발언을 연발했다고 합니다.
1.17
타가메 겐고로
예술가라는게 좋든 나쁜 의미든 평범한 사람은 아니군요. 기획단계에서 제 욕심에 차지못한 아들에게 심한 말을 하는 것까지는 어떻게 이해가 가더라도 원작자 앞에까지 가서 저런 식이면 어쩌자는 건지...-.- 원작자가 저런 막장을 보고도 용케 허락을 했네요. 저같으면 바로 계약 취소해버릴텐데...
역시 스즈키가 범인이였구만...
스즈키 이 양반이 범인이었네
진짜 어느정도 병맛인가 했더니 마우스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의 병맛이더군. 미야자키 부자가 쌍으로 현무킥 시전하고 갔다 ㅆㅂ...;;
타가메 겐고로
누구도 이해못함. 고로만의 세계.
범인은 스즈키 토시오 였나.
진짜 어느정도 병맛인가 했더니 마우스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의 병맛이더군. 미야자키 부자가 쌍으로 현무킥 시전하고 갔다 ㅆㅂ...;;
예술가라는게 좋든 나쁜 의미든 평범한 사람은 아니군요. 기획단계에서 제 욕심에 차지못한 아들에게 심한 말을 하는 것까지는 어떻게 이해가 가더라도 원작자 앞에까지 가서 저런 식이면 어쩌자는 건지...-.- 원작자가 저런 막장을 보고도 용케 허락을 했네요. 저같으면 바로 계약 취소해버릴텐데...
아무리 원작자 라고 해도 영화제작에 실질적인 권한이 없으면 계약 파기 는 어려울겁니다. 어쨋든 기획에서부터 투자된 자본은 있고 포기하면 다 날아가는거니까요.
원작자가 개빡쳤다고 하던데..ㅋㅋㅋ 어스시의 마법사 그 명작을 저 모양으로 만들줄이야..
재미있다.... 르권도 진작에 젊은 천재 하야오에게 맞겼었으면 어떤 대단한 작품이 나왔을지... 좀 많이 아쉽다. 지금은 게드전기를 다시 스스로 애니화 한다해도 이미 노망난 늙은이로써 졸작이 나왔을 태지만.
그건 게드전기의 탈을쓴 다른작품이엇다고
탈도 안씀.
스즈키야 그렇다쳐도 미야자키 하아오는 뭐하자는 건지?
역시 스즈키가 범인이였구만...
스즈키 이 양반이 범인이었네
어째. 이걸 보고나니 고로의 문제라기보다 게드전기에 관한 자기견해와 욕심이 너무 고착하된 하야오의 지나친 참견질이 작품을 이도저도 아니게 만들어버렸다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습니다. 스즈키가 고로를 기용한게 문제라기보다 젊은 피를 인정하지 않고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한 하야오의 실책으로 비춰짐... 근데 인터뷰땐 몰랐는데 하야오 저양만 성깔있네...
게드전기라는 흑역사는 처음부터 삐걱였던 거네요. 결론은 미야자키가 하기 싫어했던걸 억지로 몰아붙여서 이리 된거네요 -_-;;
대충 그럴거라 예상 했지만 상세한 글로 보니 이해할 것같습니다. 역시나 하야오 옹은 자기 중심적에 고집이 지나치군요. 젊을적에는 다른 사람들과 적절히 협동해서 명작을 만들어냈지만 이제와서는 뭐.... 모노노케 히메부터 거침 없이 나간다 했더니 너무 막 나간 결과 가 현상태. 이제 지브리는 어떻게 될까요?
솔찍히 이해한다. 고로는 좀 아닌듯..
고로의 자질은 둘째치고 하야오옹의 저 태도는... 지브리가 왜 후계자를 키우지 못했는지 알만하군요
난 이걸 극장에서 봤지... 정말 화가 났음 스토리도 개판이고 그림도 지브리 답지 않게 별로
제작 비화가 아니라 작품의 존재 자체가 비화가 될 판
원작자도 혹평한 똥망작ㅋㅋ
오랫동안 그 사람과 사귀어 왔지만 진심으로 때리고 싶었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 일화를 읽어보니 미야자키 감독 참..... 결정을 확실하게 짓고 자신이 햇었으면.... 우유부단의 극치구만..
절대로 그 작품은 어스시가 아니었음.., 그냥 게드전기하는 다른 작품일 뿐. 원작이 없었으면 그냥저냥 평작정도는 했을텐데 세계 3대 판타지 중 하나를 그딴식으로 만들었다는거에 분노가 치민 영화였음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분이 만든 초명작인 어스시 이야기가 이 모양 이 꼴이 되다니. 통탄스럽다.
스즈키씨는 왜 하야오를 꼬셔서 데려갔는지 모르겠고, 하야오는 왜 따라가서 기행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네요. 하야오 감독은 어찌보면 예술가 기질이 나온건지도 모르겠는데 원작자 입장에서는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네요.
고로~ 고로~ 이이노까시라~
이해가 안되는데.. 미야자키가 지브리의 실질적 왕초가 아니란 말인가? 스즈키가 얼마나 강하게 나갔으면 미야자키가 거기서 밀려나나? 르 귄 여사님 앞에서 감독을 고로가 아니라, 하야오로 하라고 못박아주길 원해서 저랬겠지...
내 인생 최고의 판타지 중 하나를 작살냈죠.. 뭐 사실 저도 3부는 굉장히 싫어하는 파트긴 하지만 이걸 더 망칠 수 있음에 놀랐음. 전 2편을 가장 좋아합니다. 무덤 굿.
그냥 차라리 하야오가 하는 편이 나았을듯 함. 왜 열정으로 가득차서 독자 설정화까지 그려놓은 노장을 제치고 소설 하나 제대로 안 읽어본 아들놈을 중요프로젝트 감독에 앉혔는지는 정체불명
그 유명을 달리한 지브리의 차기감독감으로 점찍었다는 감독이 살아 있었다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