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루리웹 애니메이션 유저 칼럼 시리즈입니다. 일정기간 동안 루리웹 애니갤러리 상단 공지로 노출될 예정입니다.
필진으로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은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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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꺼라위키에서 장산범 문서를 본 적이 있는데 고작 인터넷 괴담에서 비롯되었을 이 미확인 생물[.....]
이 어떤 매력이 있길레 영화화 되기까지 하는 생명력을 자랑하는가에 대한 한줄 정리가 쓰여 있더군요.
그건,
"자연의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 현대에서 되살아나 면면히 이어지는 증거이기 때문."
...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전문가 분석과는 1광년은 떨어진 위키 문서지만 이것 만큼은 납득이 가더군요.
작품의 타이틀 "메이드 인 어비스"의 메이드는 여러 동음이의어나 몬데그린으로도 해석이 되도록
원작자가 일부러 정확한 스펠링 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덕분에 여러 해석이 가능해지죠.
이야기게에 어떤분의 의견처럼 저승길 명도冥道 = "메이도 みょうどう"라는 뜻도 꽤나 어울리고요.
그 중 리코나 레그에 대해서는 "어비스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대입 가능합니다.
근원을 탐구하기 위한 여정은 현실의 인간들도 골몰하는 테마입니다.
인간의 근원은 곧 자연 그 자체죠.
나나치와 미티의 대화에 나온 어비스 신앙과 연결하면 나락의 끝은 저승, 즉 명계가 되며
이곳은 영혼의 근원에 해당하는 개념까지 가지게 됩니다.
"여기 인간들은 말이지 그다지 신을 믿지 않는단 말이지.
대신에 무엇을 믿는가, 그것은 이곳 어비스 그 자체였더란 말이야.
나락의 밑바닥은 미지이기에 두려움을 사기에 더욱 신으로서 합당한 존재인 것이지."- 오젠
판도라 상자처럼 절망과 희망의 비밀을 지닌 유물과 거기서 되살아난 리코, 그걸 옮긴 오젠,
그리고 아직 그 정체는 불확실하나 나락의 끝에서 온 것으로 여겨지는 레그의 삼자 구도는
기묘합니다.
산파의 역할을 한 오젠이 리코를 지상으로 올려보냈건만 레그가 다시 리코를 나락으로 데려가는 중이며
그 사이에는 미지의 근원과 닿아있을 나락의 유물이 존재합니다.
작중의 세계관은 설명만 잠깐 나오긴 하지만 과학이 제법 발달했으며, 지구상의 자연은 어비스를 제외하고
죄다 해명하고 정복한 것으로 이야기 됩니다.
어비스는 말 그대로 최후의 미지인 셈이며 마지막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현실에서는 모험가에 해당할 탐굴가들이 그토록 영웅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이 최후의 두려움을 해명하는
유일한 직업이기 때문일테죠.
이 작품은 이젠 판타지에서도 예전에 사라져 버린 미지의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다시금 부활시켰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주 이야기 되는 그 "동경"이란 결국 판도라 박스를 열고야 만 가없는 인간의 호기심을 의미할 겁니다.
-실존하는 블루홀 탐험 관련 사진.
현실의 여러 위험한 탐험도 단순히 돈이나 명예만을 바라본다면 불가능했을 것 처럼.
2화에 유물 발굴이 국가 분쟁과 이어져 있다고 언급되어 묻힌 감이 있지만 어비스의 끝에 대한
동경은 "시간을 멈추는 종"같은 섭리를 벗어난 힘의 원리에 대한 탐구심과도 연결됩니다.
원리를 해명해 이용한다는 계산도 작용하겠지만 그 전에 왜,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이
없었겠느냐는 말이죠.
이런 말도 안돼는 것을 가능케 하는 어비스와 그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가?
인간은 이것을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좀 다른 이야기지만 미,소 냉전 중에 이뤄진 우주 진출도 그 동기가 단순히 군비경쟁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쓰고 보니 어비스 탐구는 이쪽 세계에선 일종의 우주 탐험과 비슷한 일인지도 모르겠군요;;;
인간의 대기권 탈출과 귀환을 위해 많은 동물들이 희생되기도 했고, 우주는 죽음의 공간이자
생명은 물론 지구의 근원이기도 하니....
심해탐사도 마찬가지겠지만 귀찮아서 안올림
이렇게 보면 "미지의 신비 - 두려움 -호기심"은 "부활의 상자 - 오젠 - 리코와 레그"의
삼각 구도와도 연결되네요.
주인공들은 생환불가의 저승길임을 잘 알고 있어도 두려움을 넘어 미지로 향하게 됩니다.
라이자와 달리 절계행을 하지 않은 오젠에게는 어비스가 여전히 신비의 영역이지만
리코와 레그에게는 엄마와 고향으로 가는 근원으로의 귀환길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근원 하면 영혼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어비스 신앙 이란 게 뭐야?
"어비스에서 목숨을 잃으면 영혼이 별의 밑바닥으로 돌아가서 생명을 바란 이의 곁으로
형태를 바꿔서 여행을 떠난다.... 그런 미신이지."
아주 단편적인 스포만 접해서 뭐라 할 순 없지만 저 미신이 사실 그저 미신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꺼라 위키에선 크툴루가 연상된다 써있는 건 덤
"죽는 건 슬프지만 그들은 생물의 피와 살이 돼서 다시금 우리의 힘이 되는 거야."
종교라는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생겨났다고 합니다.
고대 신앙과 연결된 많은 신화에서 저승 여행이 주요 소재인 것은 비록 상상의 산물일지언정
저승에 대한 나름의 해명을 함으로서 미지의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한 시도라 볼 수 있죠.
그 중 지금까지도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이 불교의 "윤회"인데 이런 개념은 의외로 다른 고대 종교에도
어느정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윤회와 환생이 지금도 관심을 받는 것은 그 개념이 생태 순환과 많이 흡사하기 때문인 것도 있을 것입니다.
메이드 인 어비스에서는 이런 생명의 순환을 직설적 화법이 아닌 "요리"라는 간접 화법을 통해 드러냅니다.
이 영혼과 생명의 순환과는 대척점에 위치하는 것이 바로 "불노불사"라는 테마입니다.
서로 대립하는 이 두 개념은 "영혼 불멸"과 "죽음", "생명"이라는 교집합 요소도 있고
어떻게든 같이 다뤄질 수 밖엔 없는 소재죠.
이 메이드 인 어비스 만큼 죽음이 결여된 불노불사를 끔찍하게 묘사한 작품도 드물겁니다.
죽음이 있기에 생명이 소중하며 이것이 자연의 법칙임을 이토록 직관적으로 풀어내다니....
본도르드가 행한 죽음에의 역행은 절망만을, 나나치가 행한 죽음에의 회복과 순응은 오히려
희망을 낳았다는 이 역설적인 흐름은 재미있게도 그 요리에도 나타납니다.
그야 단순히 나나치가 요리 개념을 몰랐고 그걸 이제 리코한테 배운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리코의 독을 미티의 피로 해독하고 둘이 서로 꿈 속에서 만난 것을 생각하면
미티의 죽음과 리코의 회복, 그리고 완전히 달라진 요리의 형태가 마치 영화의 몽타주 기법처럼
연결되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존엄성은 죽음이 뒷받침 되기 때문이며 그 죽음이 있기에 생명이 순환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어느 소설 제목처럼 차가운 방정식이지만 나락 스튜처럼 절망적이었던 나나치의 영혼이
리코의 요리처럼 밝아졌으니 그 자연의 순리 속에는 분명 희망도 있는 것일 테죠.
멈춰섰던 아이들은 그 절망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품으며 동경을 실현하기 위해,
미지 속 진실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나아갑니다.
오지와 심해를 목숨 걸고 탐험하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는 죽음이나 자연 법칙에 역행하려는 것과는 분명 다릅니다.
인간이 자신들의 역사는 물론 공룡 화석까지 연구하는 것은 잃어버린 자신의 기억을 되찾으려는
욕망과도 흡사한 호기심과 탐구심 때문입니다.
자연의 미지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근원에 대한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고대의 자연 신앙에 준하는 어비스 신앙은 그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경심이라는 한 단어로
동시에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고대 신앙과 다른 점은 어비스에의 탐굴과 더 나아가 절계행이 결코 신성모독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작중 리코의 만능 조미료 토코시에코우.... 영원향은 그 억척스런 생명력 때문에 "불굴의 꽃"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축제는 물론 장례식에도 사용되며 지상에서 어비스 심층까지 피어있는 이 꽃의 상징이야말로
어비스 신앙이 정말로 기리는 숭상의 대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나 절망에 굴하지 않는 인간의 불굴의 정신입니다.
대자연의 미지는 바로 이것을 이끌어내는 최고의 대상이자 무대이며 "메이드 인 어비스"는
잊혀졌던 이 미지에의 동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끝.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정말 매력 넘치는 작품이었죠. 어둠 속에 묻힌 진실이라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픽션의 영역 속에서 풍기는 지독히 현실적인 향취가 마음 한 켠을 짓누르는 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언제 남을지 모를 희망을 찾기 위해 많은 절망을 겪었고, 또 겪게될 만큼.. 다음 이야기가 정말 기대됩니다.
정말 매력 넘치는 작품이었죠. 어둠 속에 묻힌 진실이라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픽션의 영역 속에서 풍기는 지독히 현실적인 향취가 마음 한 켠을 짓누르는 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언제 남을지 모를 희망을 찾기 위해 많은 절망을 겪었고, 또 겪게될 만큼.. 다음 이야기가 정말 기대됩니다.
덕분에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추석 잘 쉬시길.
좋은 글이군요... 애갤유저칼럼에 올리셨으면 좋았을텐데!! ㅎㅎ
제가 즉흥적으로 글을 써서.... 지금이라도 이 글 신청 가능할까요?
조치했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