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리스 리코일이 끝났습니다. 유명 게임 디렉터인 코지마 히데오가 매주 감상평을 올리는 등,
예상 이상의 인기와 화제를 끌었고 그 분위기를 비교적 잘 유지하면서 끝난 것 같네요.
저도 오랜만에 매주 즐겁게 본 완전 오리지널 애니였던 것 같고 제 나름의 감상을 써보려 합니다.
제작진이 인터뷰에서 두 주연의 관계 변화를 주목해달라고 했는데, 이런 부분을 짚고 생각해보면 나름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이 애니의 장르는 크게 건 액션, SF, 백합 장르 등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중에 제가 주목 했던 것은 백합장르인데요.
얼마전에 백합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이것저것 들었는데 그 중 이 애니와 연관되어 관심이 갔던 부분이 '백합물은 기본적으로 여성향 장르이며,
그런 기반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동성 로맨스 장르임에도 남자역과 여자역이 나누어져 있다 '고 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두 커플의 관계를 리드하는 남성역과 거기에 따라가 주는 여성역이 있다고 하죠.
동화속 왕자과 공주같은 고전적인 젠더 관념입니다.
굳이 백합장르 뿐만이나 같은 여성향 기원인 BL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이쪽 팬덤은 이른바 A X B이냐 B X A로 토론하는 모습이 대표적일 정도로 미디어나 창작물에서 자주 보이는 모습이죠.
그런데 제작진은 의도적으로 치사토에게는 여성적인 젠더요소를, 타키나에게는 남성적인 젠더 요소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게 분명해지는 것이 반쯤 개그에피로 구성된 4화의 팬티사건입니다.
치사토가 타키나의 팬티를 우연히 목격하고 남성용 트렁크팬티를 입고 있다는 것에 경악해
여성용 속옷을 사러간다는 약속(=데이트)을 잡는 에피였죠.
사실 타키나의 성격을 따져보면 통념적인 남성의 부분이 많았습니다.
감정표현이 서툴고,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성향, 이에 기반한 사고방식 때문에 마찬가지로 4화에서 보여준 사복센스 또한 패션에 관심이 매우 떨어지는 모습으로 상대적으로 여성이라기 보다 남성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또한 집단과 부여 받은 역할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생명을 가차없이 앗아가는 냉혹함 또한 통념적으로 남성성에 가까운 모습이죠.
작중 좀 더 뒤에 나오는 동거 에피소드에서 타키나가 처음 짠 가사 분담표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한쪽이 더 일을 해야할 경우
일단 상관은 치사토보다 자신이 하는 스케쥴을 짠 디테일을 보면 상하관계가 명확한 인간관계가 더 익숙한 모습입니다.
이는 야생동물집단에서 수컷들에게 종종 보이죠 .
반면 치사토는 오히려 여성적인 면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해당 에피소드에 타키나와 마찬가지로
처음 선보여진 치사토의 사복은 세련됨은 타키나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고
전면에선 스패츠를 입는 등 비교적 중성적 비쥬얼인 반면 뒤에서 보면 누가 봐도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실루엣입니다.
게다가 이번 에피소드에서 처음으로 치사토는 타키나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어쨌든 이 에피소드를 통해 자신의 여성성을 자각한 타키나는 자기애에 조금은 눈 뜬 늬앙스를 보여주고
치사토는 타키나의 남성성을 막상 접해보고 나니 나쁘지 않았다는 늬앙스의 개그씬을 남기면서
둘의 관계가 사적으로 깊어지는 모습으로 끝났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작중 주인공들이 미카를 미행할 때의 변장에서
치사토는 평범하게(?) 성인여성으로 변장한 것에 비해
타키나가 남장을 한 것도 단순히 팬서비스만 고려한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이렇게 애니의 전반부는 미숙한 타키나에게는 남성성을 부여하지만 반드시 장점이라고 할 수 없고
작중 전반 부에선 장점이라고 할 수 없는 요소들을 강조 시켰고
반대로 치사토에게는 여성성을 부여하지만 고전장르에서 주로 보여주는 소극적인 여성성이 아닌 주도적으로
문제아로 취급되는 타키나를 감싸주면서 성장시켜주는 적극적인 여성성이 강조 됩니다.
1화의 아이캐치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타키나는 남성성이 두드러지는 무기인 총으로 치사토를 경계하고 있고
치사토는 반면 여성성이 두드러지는 사물인 꽃을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실 첫번째는 크게 문제가 안되지만 두번째와 특히 세번째는 큰문제가 되는 부분이었고
치사토 덕분에 자신의 남성성을 컨트롤 하기 시작한 타키나가 이런 부족한 부분들을 서포트 함으로써
단순히 둘의 관계 뿐만 아니라 '찻집 리코리코'라는 사회집단은 완성에 가까워 집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치사토가 직면한 상황은 점점 가혹해 지고 끝내는 시한부 판정에 얼마 남지 않은 생명으로
사실상 대규모 테러진압까지 해야 하는 중책이 맡겨지게 됩니다.
물론 치사토에겐 단신으로 테러를 진압할 전투력 자체는 비교적 건재한 편이었지만 이번 상대는 치사토라는 전투력을
계산에 두고 계획을 짰기 때문에 치사토는 패배 직전까지 몰리게 되었고 이 때 자신의 남성성을 능숙하게 컨트롤 하기 시작한
타키나가 나타나면서 상황이 하나 둘 씩 풀리게 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합니다.
결과적으로 치사토는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유사 부모관계인 미카의 사랑 일선을 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이고 씁쓸한 배경이 있지만
이야기적인 이미지는 저승의 강을 건너기 직전인 치사토를 타키나가 데려온 것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에선 하얀 옷은 죽은 영혼이 입는 옷으로 죽은 사람의 상징이 되기도 하는데 치사토가 발견 되었을 때 하얀 옷을 입힌 것은 의도적이었다고 봅니다. 치사토가 자신을 찍은 사오리에게 "이 사람 나중엔 외계인까지 찍을 것 같아"라고 반응 했다던가 타키나에게 왜 내가 살아있다고 생각하냐면서 "나는 유령일지도 모른다구?"라고 하는 말은 이런 표현을 좀 더 유도하고 있는 늬앙스 입니다.
도쿄가 아닌 오키나와에서 가 있던 것도 현세에서 저승으로 가려고 하기에 타키나가 따라가 영혼을 데려온다고 볼 수 있지 않냐라고 저는 해석할 수 있죠.
사실 위에 설명한 무대설정 이미지는 말 그대로 이미지라서 두사람의 관계 묘사를 서포트 하는 것이지 큰 의미까지 부여할 것은 아니라 봅니다.
중요한 것은 오키나와에서 두 명이 나눈 마지막 대화죠.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대화 무대가 물가로 바뀌면서 저승의 강이라는 이미지에 더 가까워 졌는데,
여기서 타키나는 돌아가자고 직접적으로 말하고, 치사토는 이미 인생을 한번 포기했기 때문에
앞으로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을 토로합니다.
이는 치사토 내면의 연약함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마지마를 제외하면 압도적인 전투력을 보여줬던 치사토가 타키나와의 일 대 일에서 비겨버렸다는 점에서 내면 뿐만 아니라
신체 또한 약해짐으로서 삶의 이유를 회복시키지 못한 정황을 보여줍니다.
이런 치사토에게 타키나는 말합니다. "그럼 포기했던 것부터 다시 해보자"라고요.
이 말은 들은 타키나는 다시 한 번 삶에 의욕이 생기기 시작하고 하와이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며,
실질적인 작품의 핵심줄기는 끝나게 됩니다.
여기 나온대로 정말 치밀하게 잘 짜여진 관계인데.. 이끌던 쪽이 점점 약해지면서 이끌리던 쪽이 점점 이끌어주는 역할을 이어받는 매력적인 관계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의 역할전환은 최근들어서 새로 등장한 것도 아니고 의외로 90~00년대에도 심심찮게 보이던 관계였죠. 다만 근래까진 외형과 내면의 갭모에가 중심이었던 것에 반해 '초인적 강함'과 '죽어가는 심장'이라는 물리적인 대조를 이용했고, 이는 1쿨이라는 분량, 길다고는 할 수 없는 둘의 관계를 단시간에 좁혀주는 장치가 됐습니다. 애절함이란게 반드시 긴 사귐에서만 오는게 아니라는걸 보여줬고 둘의 역할 전환을 쉽게 납득할 수 있게 했죠. 그래서 단편적인 백합관에 물들어버린 시청자들에게 '가짜 백합'이라고 까인건 참 안타까운 일..
오징어게임 처음 나왔을 때 서바이벌 게임 장르 ? 쪽 코어팬들은 혹평했던 흐름이랑 비슷해서 아무래도 코어팬층이랑 라이트팬층이랑 원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어긋나 있지 않나 싶네요. 이 애니도 백합 장르 요소를 상당부분 채용하고 있지만 좀 더 받아들이기 쉽게 라이트하게 마무리한 부분이 있어서 백합장르 코어팬들이 만족 못해도 있을 법한 반응 아닐까 싶네요.
과연 키본좌를 넘어설 후 있는지…. 최종전에는 같이 주스도 마셨다더라. 간접 키스로~~~
마지마성우가 안타까웠음. 카우보이비밥의 스파이크 성우였으면 느와르풍을 잘 살렸을텐데 아쉬움....비싸겠지만
사카나~
여기 나온대로 정말 치밀하게 잘 짜여진 관계인데.. 이끌던 쪽이 점점 약해지면서 이끌리던 쪽이 점점 이끌어주는 역할을 이어받는 매력적인 관계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의 역할전환은 최근들어서 새로 등장한 것도 아니고 의외로 90~00년대에도 심심찮게 보이던 관계였죠. 다만 근래까진 외형과 내면의 갭모에가 중심이었던 것에 반해 '초인적 강함'과 '죽어가는 심장'이라는 물리적인 대조를 이용했고, 이는 1쿨이라는 분량, 길다고는 할 수 없는 둘의 관계를 단시간에 좁혀주는 장치가 됐습니다. 애절함이란게 반드시 긴 사귐에서만 오는게 아니라는걸 보여줬고 둘의 역할 전환을 쉽게 납득할 수 있게 했죠. 그래서 단편적인 백합관에 물들어버린 시청자들에게 '가짜 백합'이라고 까인건 참 안타까운 일..
오징어게임 처음 나왔을 때 서바이벌 게임 장르 ? 쪽 코어팬들은 혹평했던 흐름이랑 비슷해서 아무래도 코어팬층이랑 라이트팬층이랑 원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어긋나 있지 않나 싶네요. 이 애니도 백합 장르 요소를 상당부분 채용하고 있지만 좀 더 받아들이기 쉽게 라이트하게 마무리한 부분이 있어서 백합장르 코어팬들이 만족 못해도 있을 법한 반응 아닐까 싶네요.
저는 오징어게임 때랑은 정반대의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 ㅎ 오겜은 이미 카이지 같은 유명 작품에서 다뤘던 소재들을 너무 그대로 가져왔던 부분이 코어층에게 비판받았었지만, 리코리코는 역으로 오래된 백합클리셰를 비틀어서 새로운 형태로 제시했더니 라이트 층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느낌이네요. 주로 남자가 이야기에 끼어드는 점, 직접적인 애정표현이 없는 점, 메인테마가 사랑이 아니라는 점 등에서 혹평받고 있다보니.. 최근의 라이트 백합물은 특별한 의미도 없이 과감한 스킨쉽을 한다든지, 이성 자체를 세계관에서 배제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강한 자극과 쉬운 몰입을 추구하고 있으니 충분히 있을 법한 반응이라고는 생각해요.
백합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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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6434479682
금태양 : NTR 난입 아니거든? 둘 다 ㅁㅁ을거거든?
스토리 원안 - 아사우라 엔딩곡 가사 이 두가지로 백합이라 단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