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빼빼로데이
단 둘이 숲 속의 온천에 몸을 담근 하이자쿠라와 카라스바.
하이자쿠라: 뽀글뽀글...
카라스바: 왜 그래? 하이자쿠라.
하이자쿠라: 제, 제 의체는 카라스바 씨에 비하면 빈약하다고 할까, 몸매의 기복이 모자라서 보이는 게 부끄럽다고 할까...
카라스바: 뭘 그런 걸 갖고 그래.
하이자쿠라: 그래도... 카라스바 씨에 비하면 1의 저주를 받은 몸이라서요. 뿌글뿌글...
카라스바: 1의 저주?
하이자쿠라: 예.
"이렇게요."
"후배에게 가슴 조인다는 소리 듣기 싫어 비키니 수영복의
팬티만 빌려주다가 슬랜더라는 돌려 말한 소리나 들어야 되고"
"친구랑 목욕하러 가다가 가슴 차이를 의식해야 되고"
"하나 뿐인 여동생에게마저 가슴에서 지고 들어가고"
"쿠키 반죽 부풀어오르는 걸 보고 회한에 차오르기 일쑤고"
"미술에서 평면 소리를 듣고 좌절하는 그런 부류 말이에요"
카라스바: 뭐야~ 순진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런 쪽의 잡지식도 있었네?
하이자쿠라: 예... 어쩌다 들은 얘기라서요.
카라스바: 그렇지만 하이자쿠라, 그런 건 전혀 신경 쓸 필요없어.
하이자쿠라: 예?
카라스바: 왜냐하면 말이지, 그런 부류는...
"팔다리 길어지고 몸도 어느 정도 커서 10대 중후반인데도
발전의 기미가 없는 인간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리거든!!"
카라스바: 하지만 하이자쿠라의 의체는 그 정도 연령대도 아니고, 인간 연령대에 맞춰 보면 평균이잖아?
하이자쿠라: 그, 그런가요?
카라스바: 그래.
카라스바: 그런 적정 연령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겟카조차 이상할 것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체형이야.
카라스바: 그러니까, 몸매의 기복이 적다느니 뭐니 하며 움츠러들 것 없이 가슴을 펴고 다니면 돼.
하이자쿠라: 하지만... 그래도 저랑 겟카 짱과 같은 연령대이면서 풍만한 부류도 있지 않나요? 그... 로리 거... 어쩌고 하는 거요.
카라스바: 확실히 그런 부류도 좀 드물지만 확실히 존재하기는 해.
하지만 말이지, 하이자쿠라...
"그 쪽은 어울리는 옷 찾기도 힘들고 살쪄 보이고 어깨는
결리고 속옷도 답답하다는 게 위의 당사자의 증언이야."
(사실입니다)
카라스바: 이른 나이부터 그런 고충을 겪는 건 평범과는 거리가 먼 일 아니겠어? 그러니까 하이자쿠라도 겟카도
지극히 보통일 뿐이니까 성장하고도 발전 가능성이 안 보이는 그런 부류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안 써도 돼.
"누가 놀려도 무시하면 그만이고"
"이렇게 주변 의식하면서 큿 거릴 필요도 전혀 없는 거야. 알겠니?"
하이자쿠라: ...말씀하시고 싶은 게 뭔지 잘 알겠어요. 카라스바 씨.
하이자쿠라: 하지만 말이죠... 카라스바 씨...
카라스바: 응?
"어깨 결리니 답답하느니 뭐니 해도 오토마타인 저희랑은 전혀 상관없는 얘기 아닌가요?"
카라스바: ...그, 글쎄? 그래도 작은 확률로나마 존재할 불편함이 없다는 건 확실하지 않을까.
하이자쿠라: 그런 논리라면 차라리 몸매의 기복 같은 거 전혀 없는 게 좋다는 소리랑 다를 게 없잖아요.
카라스바: ...그, 그건...
"게다가, 적정 연령대에서 평균이라고는 해도 오토마타인 저희는 인위적으로
의체를 바꾸지 않으면 성장도 변화도 없으니 결국 이 굴곡 그대로라는 의미에서
인간 소녀들이 꿈꾸는 미래의 작은 가능성도 없다는 것 아닌가요?"
카라스바: ...나, 나이 먹고 처지거나 할 문제가 없으니까 좋지 않을까.
하이자쿠라: 그런 의미에선 결국 몸매도 나이대도 신체도 적당한 카라스바 씨같은 부류가 승자네요.
"...적정 연령대에서 정상이란 것에 의미를 두자. 하하..."
결국 이 이상의 긍정성을 부여하지 못하는 카라스바였다.
"...뭔가, 우울합니다."
같은 시각, 흑묘정에서 대기 중이다가 본능적인 우울함을 느낀 겟카였다.
그리고 위의 대화를 본 1에게 축복받은 소녀들의 반응은 대략 세 가지였다.
"으으..."
1. 좌절
"확 쥐도 새도 모르게 묻어버릴까..."
2. 혼자서 칼을 갈기
"그래 너 잘났다 이 빌어먹을 인형 년아아아아!!!!!"
3. 대놓고 분노 폭발
허나 그대들을 아름답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으니 인간이든
인형이든 좌절하지 말지어다, 축복받은 소녀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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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이렇게 찾아온 빼빼로데이입니다. 얼마 전 할로윈에 벌어진 외국에서나 볼 줄
알았던 참극 때문에 아직도 어두운 기분이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올해 본 애니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감상적 측면에서 가장 울렸던 작품 중 하나인 프리마 돌을 소재로 패러디 올립니다.
그나저나 이 패러디 시리즈의 소재인 위의 재즈 님 작품이 올라왔을 때
아직 1이 7개가 되지 않았지만 뒤에 1이 두 개 추가된 11년이 흘러
올해는 2가 3개인 2022년이 됐네요. 그 때 지금의 이 순간이 될지 그 누가 알았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