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건담 만화책을 보유중인 만화 책방 - 북카페 라고 해야 겠죠. 책보면서 간단한 음식정도는 시켜 먹을 수 있는 곳이니... - 에 있길래
저는 플레이 해보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도 정식 수입된 플스 겜 중에 건담전기 라는게 있었던 모양입니다. 기동전사 건담의 스토리를 베이스로 주인공은 1년전쟁 중의 소부대 지휘관이 되어 ms를 조종하고 , 부하들을 통솔해서 전투를 치러나가는 게임이었다고 합니다만...... 이게 나름대로 인기를 얻어 코믹화되었고 , 그후 잡지연재 등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 외전들의 모음집이 바로 이책이 된듯 합니다.
이책의 장점은 아무래도 건담과 우주세기 라는 세계관에 매력을 느끼는 팬들에게 더욱 몰입하게 해주는 점이죠. 만화책으로 보는 몰입감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과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자신이 머리속에서 상상하던 막연한 모습들이 화려하고 역동적인 그림체로 보여지는 건 꽤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우주세기 쪽에 크게 흥미가 없는 사람에게 이 만화만으로 어필하긴 좀 어렵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건담과 Z건담 등 초기 우주세기의 인류 문명권 상황에 대해 어느정도의 배경지식은 가지고 있어야 하고 , 더불어 여기 나오는 모빌 슈트 들은 애니에선 등장하지 않은 마이너 버전들 - 주로 msv 라고 하지요. - 이 주로 등장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만 접한 사람에겐 꽤 이질적일 수 도 있을 듯 합니다. 더불어 전개 면에서 옴니버스 구성을 취하면서 주인공들은 건담 전기의 주인공들을 빌려와서 그들이 전후 주로 0081 ~ 0084년 무렵 어떤일을 하고 있었나... 라는 식의 후일담에 주력하고 있는데 , 게임을 안해 본 사람으로서 이친구들에게 감정이입하기도 힘들고 너무 다양한 캐릭터들이 쉴새없이 튀어나와 자기 할말 해대는 걸 보면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만화의 원작 격인 건담전기는 국내에 소개 될 때 한글화와 더빙으로 호평받은 작품이더군요.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보니 동생이 분가할 때 두고나간 플2 게임중에 건담전기 라는게 있고 , 거기에 소개된 주요 인물들 상당수가 겹칩니다. ^^ 이건 저보단 동생녀석을 위한 작품이었다는게 확인된 셈이죠. 게임 매뉴얼의 스샷을 보니 지금 하기엔 그래픽이 좀 많이 딸려 보이네요.
다시 만화 감상으로 돌아오면 게임에서 즐긴 여운을 만화에까지 확장시킨 팬서비스 적인 물건으로 게임 플레이어 이외의 사람들에겐 좀 어필하기 힘든 작품입니다. 게다가 게임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쭈욱 스토리를 전개하는게 아니라 , 여기 저기 에피소드들을 잘라서 툭툭 던져 넣는 방식을 썼기 때문에 이야기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면도 있구요.
좀더 깊이 들어가자면 건담 컨텐츠 전체에 대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불만 - 전후 처리의 미진함 같은 것도 있습니다. 일단 우주세기 설정상 지온은 대의 명분이야 어찌 되었든 무수한 인류를 죽음에 이르게한 전쟁범죄를 저지른 인물들인데 , 그점은 대충 대충 넘기고 연방이 폭정을 해서 억압받는 스페이스 노이드를 독립시킨다는 둥의 엉성한 합리화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런 짓을 벌인 군대에 소속된 자들이 죄책감을 느끼는 부분의 묘사도 없고 , 그때 - 독가스나 콜로니 낙하로 자기 가족이나 친구를 잃어 버려 폐인이 되거나 복수귀가 되었다는 인물도 안나옵니다. 상식적으로 그만한 참사가 벌어졌다면 과거사 청산과 전범처리재판등이 핵심이 되어야 하는게 당연한데 말이죠.
1년전쟁은 가상의 SF세계에서 벌어진 전쟁이긴 하나 현실역사의 여러가지 전쟁들의 모습을 많이 참고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중 대표적인게 2차대전이죠. 그렇다면 2차대전 이후의 전쟁범죄청산이나 이스라엘의 끈질긴 나치 전범 추적 같은 것도 어느정도 비슷하게 묘사했다면 좀더 리얼하게 감정이입할수 있었을거 같습니다.
비주얼적으로 보면 건담- 이라기엔 이작품 내에서 건담 등장 비중은 꽤 적습니다. 오히려 짐계열 , 건캐논 계열 , 자쿠 계열, 겔구구 등이 많이 나오죠.
등 1년전쟁시기 에서 그리프스 전쟁 사이의 기간동안 활동한 msv 기체들이 많이 나오는데 , 묘사가 괜찮긴 합니다만 , 개인적으로 최근에 만화로 보고 있는 마브러브 얼터너티브 코믹스나 TE 코믹스 쪽이 더 디자인이나 세밀한 묘사 면에서 끌리는 편이라 ^^;
여러가지로 감상을 두서없이 적어 보았습니다만 아무래도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힘들군요. 기대가 컸는데 그에 미치지 못했던 작품이라 더 아쉬운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