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크래프트 전집]을 출간해서 호러 팬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황금가지가 이번에 2016년에 국내에서도 개봉됐던 영화 [제 5침공]의 원작자인 릭 얀시의 몬스터 호러물 [몬스트러몰로지스트] 4부작을 선 보였습니다.
책의 제목이자 발음하기가 조금 까다로운 [몬스트러몰로지스트]의 뜻은 ‘괴물학자’로,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미지의 생명체를 연구하며, 상황에 따라 그들을 사냥하기도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괴물학자와 제자]는 주인공인 윌 헨리와 괴물학자 바너 워스롭 박사가 갑작스럽게 미국에 나타난 책 제목 만큼이나 발음하기 힘든 식인 괴물 ‘안트로포파기’ 와의 사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원래 이런 괴물이 등장하는 소설은 흥미를 위해 괴물을 스토리 중간 즈음에 등장시키는 게 대부분인데, 이 작품에서는 최근 괴수영화들의 영향을 받았는지 페이지를 몇 장 펼치자마자 곧바로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몬스터가 등장하는 호러물 답게 고어(Gore)스러운 상황들이 자주 나옵니다. 초반 시체 해부를 시작으로 정신병원 침대 위에서 산 채로 썩어가는 사람, 그리고 괴물들에게 습격당해 잡혀 먹힌 가족들의 묘사 등을 너무 자세하게 묘사하는 바람에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책을 읽다가 중간에 덮어버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등장하는 안트로포파기도 무섭고 끔찍하지만 이 괴물보다 더 끔찍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주인공인 바너 워스롭 박사입니다. 이런 류의 작품에 등장하는 박사나 과학자의 성격이 괴팍하다는 것은 흔한 클리셰지만, 이렇게 지독한 인간은 처음 봤습니다. 그가 윌 헨리에게 한 짓들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물 없이 밤고구마를 먹는 듯한 답답함과 같은 목 메임을 느끼게 합니다. 한 마디로 괴팍하다 못해 이기주의자의 절정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도 작품 후반부에 등장하는 컨스 박사에 비하면 양반이더군요.
컨스 박사는 괴물학자라기 보다는 몬스터 헌터에 더 가까운 인물로, 처음에 등장할 때는 멀쩡해 보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가 소시오패스라는 확실한 증거는 안트로포파기를 잡기 위해 가져온 미끼(!)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그가 준비한 미끼가 무엇인지는 책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몬스트러몰로지스트]는 [러브 크래프트 전집] 이후, 두 번째로 흥미진진하게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이 소설에게 가장 만족했던 점은 읽는 내내 ‘왜?’라는 의문을 들지 않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안트로포파기는 어떻게 미국에 오게 되었는가?’와 같은 몇몇 의문점들을 스토리 진행과 함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풀어줍니다. 덕분에 책이 순식간에 읽히더군요.
황금가지에서는 이 작품을 ‘러브 크래프트와 스티븐 킹의 절묘한 조합’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작가의 작품보다는 더욱 직설적이고 과감한 묘사가 인상작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러브 크래프트 작품들의 공포가 독자에게 시나브로 다가오는 것이라면, [몬스트러몰로지스트]에서의 공포는 인간을 사냥하려는 안트로포파기 처럼 맹렬한 속도로 독자에게 달려듭니다.
글이 많이 길었는데… 이제 결론을 말하자면 괴물과 잔혹한 호러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 합니다. 특히 [러브 크래프트 전집] 이후 쌈박한 호러 소설에 목말라 하시는 분이시라면 더더욱 만족하실 겁니다. 게다가 호러 소설을 읽기에 딱 좋은 계절인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 [몬스트러몰로지스트]는 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등골이 오싹한 서늘함을 안겨다 줄 겁니다.
Ps. 워너 브라더스에서 이 소설을 영화화한다고 하는데, 과연 수위를 얼마나 조절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