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147 명패를 달고 정장을 입은 장발의 남자는 올 것이 왔구나, 한숨을 쉬었다. 면접이란 놈은 몇 번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차라리 혼자 절망의 동쪽 숲에서 탐마왕의 군단과 싸웠던 때가 더 속이 편하다. 그땐 최소한 도망치고 싶단 생각은 안 들었었으니까.
아니, 도망쳐선 안 된다. 남자는 품 안에서 사진 하나를 꺼내서 바라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한 여자와 소녀가 함께 찍은 사진. 이들을 위해서라면 남자는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다.
남자는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세 명의 면접관이 앉아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고르곤의 눈보다도 더욱 두려웠지만, 남자는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서 공손하게 자리에 앉았다.
"147번, 이전까지는 어떤 일을 하셨었죠?"
"전 이 회사에 지원하기 전엔, 그... 영웅... 이었습니다."
"...영웅? 그..?"
"예. 두 달 전에도 인간계를 공격한 마룡군을 격퇴시키고... 근무 시간에 멋대로 이탈했다는 이유로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당했습니다..."
그는 영웅이다. 인간계를 노리던 북의 마왕 혼의 군단을 격퇴했으며 남의 마왕 하우스트를 무력으로 꺾고 불가침 조약을 맺게 만들었고 태고 이래 최악의 힘을 가진 제룡 사이칼을 사흘에 걸친 사투 끝에 죽인.
그러나 그 전에 그는,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해서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는 한 사람의 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