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으연 판타지 소설
여고생 천지
*이야기의 시작*
우주엔 99999개의 별이 존재하고 그 곳엔 두 개의 지배자가 존재하니.
그 하나는 밝은 빛이 있는 58127개의 별을 지배하는 광성이다.
광성의 주인은 지구의 인간들이 흔히들 말하는 하느님. 또는 옥황상제라. 하는 스카이 킹이 다스리고 있었다.
광성은 태양빛을 이용해서 58127개의 별에다 가축이나. 농작물. 또는 지구처럼 인간들을 사육하고 있었다.
4자리 숫자의 아이큐를 지닌 광성의 신들은 별을 만들어 농작물을 길러 먹기도 하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바로 깨끗한 영혼이다.
지구처럼 인간들을 사육해서 착하고 맑게 커서 죽어 깨끗한 영혼이 되면 그 영혼을 먹는다.
허나 못된 짓을 해서 더러운 영혼이 되면. 그들은 그 영혼을 가차 없이 우주의 또 다른 지배자에게 보낸다.
바로 우주의 두 개의 지배자 중 하나. 41872개의 암흑의 별을 지배하는 암성이다.
암성의 주인은 지구인들이 흔히 염라대왕. 하는 블랙 퀸이 다스리고 있었다.
못된 짓을 해서 더러운 영혼이 되면 비싼 대가를 치르고 그 영혼이 깨끗해질 때까지. 암성에서 모진 벌을 받고 뉘우쳐서 그 영혼이 다시 깨끗해지면 광성의 신들의 식탁으로 보내진다.
그렇게 회개하여 깨끗이 씻어진 영혼들을 광성의 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 하겠다.
광성에서 깨끗하지 못한 영혼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보내지는 곳을 지옥이라 한다.
지옥은 암성의 지배하에 있는 커다란 블랙홀 속의 별이었다.
뽁..........!
검은 연기를 자욱하게 뿜어대며 검은 열차가 달리고 있었다.
열차는 지금 하얀 뭉게구름 위를 달리고 있었다.
9개 객차를 달고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객차 가득 혼령들이 실려 있었는데. 모두 밖으로 도망치려고 아우성 치고 있었다.
객차 문마다 험상궂은 저승사자들이 총을 들고 지키고 있었다.
세상에서 못된 짓을 많이 한 악인들이 죽으면 가는 곳 지옥.
이 열차는 지금 지옥으로 가는 열차였다.
지옥행 완행열차. 4444호.
뽁...........!
하얀 뭉게구름이 끝나고 시커먼 구름이 소용돌이치는 블랙홀이 나타났다.
블랙홀 입구에 커다란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검은 간판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붉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지옥입구.
끼익..........!
지옥행 완행열차가 갑자기 지옥 입구에서 급정거를 했다.
지옥행 완행열차를 세운 사람은 하얀 가운을 입은 젊은 청년 두 명이었다.
청년 한 명이 객차 문을 지키는 저승사자 손에 누런 황금 덩어리를 건넸다.
저승사자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객차 문을 열어줬다.
청년 둘이 객차 안으로 들어갔다.
“자! 모두 여길 보아라! 너희들 중에 불치병으로 죽은 자는 손들어라!”
청년 한 명이 객차 안에 있는 혼령들을 보고 소리쳤다.
혼령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청년들을 바라보았다.
“뭘 하느냐? 어서 손들지 않고? 치료를 해주려고 하는 것이다. 어서 손들어라!”
“치료.........?”
혼령들이 치료란 말에 하나 둘씩 손을 들기 시작했다.
“모두 앞으로 나와라!”
청년 한 명이 손짓을 하며 말했다.
혼령들이 하나 둘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청년이 옆에 있는 다른 청년에게 눈짓을 했다.
가만히 서 있던 청년이 투명한 밧줄을 이용해 앞으로 나온 혼령들을 굴비 엮듯이 줄줄이 엮었다.
“가자!”
혼령들 20여 명을 밧줄로 엮은 청년들은 객차 밖으로 혼령들을 데리고 나갔다.
뽁.........!
지옥행 완행열차는 다시 객차 문을 닫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객차 문을 지키던 저승사자와 청년들은 눈짓을 하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지옥행 완행열차는 순식간에 검은 블랙홀 속으로 사라졌다.
“자! 다들 따라와라!”
청년들은 혼령들을 데리고 방금 지옥행 완행열차가 달려온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얀 구름을 지나 파란색 안개가 자욱한 동네에 도착을 한 청년들은 혼령들을 데리고 청색 큰 기와집 안으로 들어갔다.
우르르..........
혼령들을 데리고 청년이 기와집에 들어가자 갑자기 수많은 군인들이 기와집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잡았다. 여기가 혼령들을 빼돌려 생체 실험을 하는 닥터 문의 아지트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가슴에 감찰사란 명패를 달고 있는 수염이 하얀 노인이 청색 기와집을 포위한 군인들에게 명을 내리고 있었다.
“네!”
군인들이 일제히 대답을 하고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탕. 탕.
총소리가 들리고.
하얀 가운을 입고 혼령을 데리고 기와집 안으로 들어갔던 청년들이 도망을 치다가 총을 맞고 쓰러졌다.
군인들이 우르르 기와집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엑. 엑.
청색 기와집 안으로 들어간 군인들은 갑자기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걸레처럼 조각이 나서 널려진 혼령들...........
방금 데리고 온 혼령들도 그 장면 앞에서 공포에 떨고 있었다.
“이런! 천하에 죽일 놈! 킹의 허락도 없이 이런 짓을 하다니. 아무리 의학 연구에 미쳐도 그렇지.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구나.”
감찰사란 명패를 달고 있는 수염이 하얀 노인이 치를 떨며 말했다.
“닥터 문은 어디에 있느냐? 이미 도망을 친 것이냐? 제기랄!”
총에 맞아 죽은 청년들을 발로 차며 신경질 적으로 노인이 말했다.
그런데...........
저 멀리 하얀 구름 위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젊은 남자가 흥얼거리고 걸어오다가 이 장면을 보고 얼른 구름 속에 엎드렸다.
“이런! 스카이 킹의 특별감찰반에 걸렸다! 제기랄! 이 닥터 문이 이젠 여길 떠날 때가 되었다. 혼령들을 상대로 의학 연구를 하긴 너무 지겨웠는데........... 지구로 가야겠다. 인간들을 직접 상대해봐야 의학 연구에 도움도 되고........... 우선 내 목숨도 지켜야 하니까. 도망을 쳐야지.”
스카이 닥터 문은 하얗게 웃더니 슬쩍 몸을 돌렸다.
쓩...........
닥터 문은 하얀 빛으로 변해 저 멀리 지구로 빠르게 도주했다.
쾅........
대문이 박살나며 군인들이 우르르 달려 들어왔다.
“무슨 일이에요?”
닥터 문의 귀염둥이 딸 여지가 놀라 뒷걸음질 치며 군인들에게 물었다
“너희 아빠는 어디 있느냐?”
감찰사란 명패를 가슴에 달고 있는 하얀 수염의 노인이 여지에게 물었다.
“저도..........잘......... 모르겠어요.”
여지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집 안을 샅샅이 뒤져라!”
노인은 군인들에게 명을 내렸다.
군인들은 우르르 방안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특별 감찰사님!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여지가 노인에게 물었다.
“네 아빠가 지옥행 열차에서 혼령들을 빼돌려 생체실험을 하다가 걸렸다. 정말 어디로 갔는지 모른단 말이냐?”
“네? 그게 정말이에요?”
“그래! 네 아빠가 어디로 도망을 쳤는지 정말 모르겠느냐?”
“아마.........! 지구로 도망 가셨을 거 에요.”
여지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지구로?”
“네!”
“어째서냐? 어째서 네 아빠가 지구로 도망을 쳤다고 생각하느냐?”
“늘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상대로 의학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씀 하셨거든요.”
“뭐라고? 사람들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하겠다. 이런! 큰일이다. 여봐라! 모두 철수한다.”
노인은 급히 군인들을 이끌고 떠나갔다.
“아빠..........! 결국 이 여지를 버리고 혼자 가셨단 말이죠? 아빠 없으면 어떻게 혼자 살아요. 저도 아빠를 따라 갈래요.”
여지는 결심을 한 듯 즉시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잠시 아쉬운 듯 하늘나라를 바라보던 여지는 하얀 빛으로 변해 지구로 향했다.
“뭐라고? 닥터 문 이놈이? 지구로 도망을 쳤다고? 지구인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하겠다고?”
왕관을 쓴 중년남자. 하늘나라 왕. 스카이 킹은 분노했다.
“즉시 특별감찰사를 지구로 내려 보내 닥터 문을 잡아오너라!”
“네! 명받습니다!”
하얀 수염의 노인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특별감찰사로 요를 내려 보내라!”
“네? 요를요?”
“그래! 즉시 실행하라!”
“아니........? 어째서 요를 지구로 보내시려고요?
스카이 킹의 명에 고개를 갸웃 하며 노인이 물었다.
노인의 물음에 스카이 킹은 그냥 미소만 짓고 있었다.
잠시 스카이 킹을 바라보던 노인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며 사라졌다. 노인이 사라지고 곧 붉은 빛이 지구로 향해 날아갔다.
“뭐라? 하늘나라에 그 미치광이 의사 녀석이 감히 혼령들을 빼돌려 생체실험을 했다고?”
어둡고 습한 컴컴한 동굴. 넓고 웅장한 건축물이 그 동굴 가득 자리 잡고 있었다.
용광로처럼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건축물 중앙에 붉은 수정으로 된 커다란 의자가 놓여있고 그 위에 검고 긴 수염을 땅바닥까지 늘어뜨린 노인이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다.
“네! 네! 혼령을 인솔하던 사자들이 뇌물을 받고 혼령을 빼돌렸다고 합니다.”
긴 수염의 노인 앞 10여 미터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 중년 남자가 보고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사자들은?”
“네! 즉결 처형했습니다.”
“놈은 스카이 킹의 특별 감찰반에 걸리자 지구로 도망쳤고? 그의 딸도 지구로 갔다고?”
“네! 그래서 스카이 킹께선 요라 부르는 자를 지구로 내려 보냈다 합니다.”
“뭣이라? 요?”
수염이 긴 노인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중년인에게 물었다.
“왜 요란 자에 대해서 아십니까?”
“스카이 킹이 무슨 생각에서 요를 지구로........? 아! 그런 뜻이구나! 요는 하늘나라에서도 가장 강한 천사지. 하하......... 암! 강하고말고.”
“네? 무슨?”
“너무 강하고 또 사악하지.”
“사악하다니요? 무슨 천사가?”
“왜? 하늘나라에 살면 다 착하고 좋기만 한 줄 알아? 요란 그........ 자는 하늘나라 골칫덩어리야. 스카이 킹도 어쩔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무서운.........”
“우리도 사자를 하나 지구로 보낼 가요?”
“왜? 혼령들을 생체실험하고 도망친 그 미친 의사를 잡아들이게?”
“당연히 그래야 되지 않겠어요? 하늘나라에서 먼저 잡아가기 전에 우리가 잡아다가 지옥에 가둬야 하지 않겠어요?”
“퀸께서 아시면 혼령들을 제대로 관리 못한 그대나 나 역시 무사하진 못해. 알겠는가?”
“그러니 얼른 사자를 보내서........”
“사자를 100을 보낸들 요를 이길까. 싸워서도 안 되지만. 이길 수도 없네. 우주를 나눠서 지배하는 우리들의 철칙임을 모르진 않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퀸께서 아시는 것이야 시간문제인데.”
“그래? 그래서 내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 108곡에 수련중인 그대의 딸 이름이 뭐라 했던가?”
“네? 제 딸은 왜? 이름은 금이라 합니다만.”
중년인의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대의 딸 금이를 지구로 내려 보내려하네.”
“네? 아....... 우리 금이는 아직 철이 없어서 능력도 없고........”
“아비가 딸에 대해서 잘 모르는군. 그대 딸은 무난히 그 일을 해낼 것이네. 내가 최고의 무기를 하나 주면 말이야.”
“혹시 지금을?”
“하하........ 그래! 그거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니 즉시 데려오게.”
“네? 분부 받들겠습니다.”
중년인은 공손히 대답하며 물러갔다.
“허.......! 어릴 때부터 남다르게 호기심이 많던 녀석이 드디어 사고를 쳤군. 쯧쯧.......”
긴 수염의 노인은 자조 섞인 말투로 혀끝을 찼다.
“금이라 했던가? 녀석이 잘 처리해야 할 텐데. 108곡에서 수련중이라 했으니 잘 처리할 테지. 허허........ 지구로 도망쳤다고?
긴 수염의 노인은 천천히 걸어서 어느 커다란 문을 열고 그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후
“캬캬캬....... 저승사자 나 금이가 드디어 지구로 왔다.”
소녀의 앙칼진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어둠을 뚫고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동시에.
검은 먹구름이 하늘을 온통 어둠속으로 만들고 있을 때. 밝은 빛 한 줄기가 마치 별똥별처럼 지구 그 어둠속에서 반짝 빛났다.
서울의 중심
높은 빌딩숲을 이루고 있는 종로.
찬란한 네온사인을 뒤로하고 어둡고 칙칙한 빌딩 뒷골목.
올해 49세 성 민준 조그만 중소기업의 만년대리 소리를 듣는 답답한 성격의 직장인이지만.
가정에서는 언제나 착실한 남편이자 아들과 딸의 소중한 아빠였다.
민준의 아들은 고등학생이었다. 딸은 더 어려서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다. 퇴근길에 아들과 딸을 주려고 편의점에 들려 과자를 사서들고 콧노래를 부르며 어둡고 칙칙한 빌딩숲을 걸어가고 있었다.
“매일 걷는 길이지만 이 골목은 언제나 기분이 나쁘단 말이야.”
길을 걷던 민준은 문득 어젯밤 꿈을 떠올리며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바로 이 골목에서 자신의 죽는 꿈을 꾼 것이다.
“에이. 꿈은 반대라고 하잖아.”
민준은 기분 나쁜 생각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듯 서늘해지는 마음을 스스로 달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
갑자기 머리 위가 싸늘해지는 느낌을 받은 민준은 걷던 걸음을 멈추며 하늘을 처다 보았다.
“헉!”
하늘을 처다 보던 민준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발걸음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저 높은 빌딩에서 검은 물체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저........ 저건 사람인데.”
두 개 물체는 분명 사람이었다. 허나 신기하게도 그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모형인가........? 마치 사람 모양으로 만든 풍선같이 천천히 떨어지네. 분명 날아 내리는 것은 아니고 제멋대로 떨어지는 모양은 맞는데........ 누가 옥상에서 풍선을 떨어뜨린 모양이군!”
민준은 별것 아니다 싶어 공중에서 떨어지는 물건에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사르르.
몇 걸음 걷던 민준은 다시 걸음을 멈추며 흠칫 놀랐다.
두 소녀.
길고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자신에 앞에 서있는 두 소녀를 발견한 것이다. 민준은 두 소녀를 발견하고 즉시 고개를 하늘로 향했다. 방금 옥상에서 떨어지던 물체와 비슷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
민준은 다시 두 소녀를 바라보며 눈으로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그래요. 난 저승사자 금이라 해요.”
“난 천녀 여지라 해요.”
두 소녀를 바라보며 민준은 무척 놀랐다. 나이도 어린 두 소녀가 저승사자니 천녀니 하는 꼴이 미친 여자 같아서가 아니라 두 소녀 모습이 너무도 처참했기 때문이다.
두 소녀는 옷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고 온 몸에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왜? 몸이?”
민준은 다시 한 걸음 물러서며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긴 이야기는 못해요. 시간이 없어요.”
저승사자 금이라 하던 소녀가 그렇게 말을 하며 피가 줄줄 흐르는 손으로 민준의 한쪽 팔을 잡았다.
“잠시만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할게요.”
천녀 여지라 하는 소녀가 민준의 다른 한 쪽 팔을 잡으며 말했다.
“무....... 무슨?”
민준은 질문을 하려다 말고 자신의 몸이 하늘로 붕 뜨는 것을 느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이고. 어젯밤 꿈이 진짜구나. 이제 날 저승으로 데려가려나 보다.”
민준은 혼자 그렇게 생각하며 아내와 아들딸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붕 날던 자신의 몸이 어느 곳에 옮겨졌다는 사실을 느낀 것은 아주 순식간의 일이었다.
“여....... 여긴........!”
민준은 자신의 몸이 옮겨진 곳이 어느 건물 옥상이란 사실을 알았다.
자신을 데리고 온 두 소녀는 힘이 다 떨어진 듯 거칠게 숨을 내쉬며 자신의 앞에 앉아 있었다.
“부탁이 있어요.”
저승사자 금이라 했던 소녀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무슨........?”
민준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물었다.
“시간이 없으니 지금부터 간단하게 설명 드릴게요. 저승에서 온 저와 여기 하늘나라에서 온 여지는 한 사람을 쫓고 있었어요. 바로 여지의 아버지. 닥터 문이에요. 허나........ 스카이 킹의 감찰사로 내려온 요란 여자가 우릴 공격할 줄은 몰랐어요. 윽.”
저승사자 금이는 말을 하다말고 입으로 피를 토했다.
“요란 여자는 너무 강해요. 금이 언니와 저의 힘으론 당해낼 수가 없어요. 해서 부탁드려요. 우리 대신 아저씨께서 저의 아버지를 찾아 저와 금이 언니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나머지 이야기는 이걸 드시면 자연히 알게 돼요.”
천녀 여지란 소녀가 품속에서 하얀 알약을 꺼내 민준의 대답도 듣지 않고 민준의 입을 벌리고 민준에게 먹였다.
“이 무기는 지금이란 것입니다. 이 것도 아저씨께 드릴게요. 저승에서 가장 강한 무기입니다.”
저승사자 금이란 소녀는 밝은 빛이 나는 조그만 피리를 민준의 정수리에 꽂아 넣었다. 이상하게도 머리가 아프거나 상처가 나지 않고 민준의 머릿속으로 그 피리는 마치 흡수되듯 사라졌다.
“무슨.......?”
민준이 무슨 말인가 물으려고 하는데 두 소녀는 할 일을 했다는 듯 벌떡 일어섰다.
“벌써 요란 여자가 우릴 찾아냈어요. 꼭 부탁드려요. 저의 아버지 꼭 찾아주세요.”
천녀 여지가 그렇게 말을 하며 공손히 인사를 했다.
“어려운 부탁을 드려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아저씨께선 손해는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늘 아저씨 운명은 다하게 되는 날이거든요. 하지만 저희들 부탁 때문에 새로운 삶을 사시게 될 것입니다.”
저승사자 금이란 소녀는 민준이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여지란 소녀와 함께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나려 했다.
“호호호........ 어딜 가느냐?”
저 높은 하늘에서 간드러진 여인의 웃음소리와 함께 붉은 빛에 온 몸이 감싸 모습을 알 수 없는 여인이 민준의 앞에 내려와 섰다.
저승사자 금이란 소녀와 천녀 여지란 소녀는 비틀거리며 피를 토하고.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호호호......... 너희들은 이만 죽어줘야겠다.”
붉은 빛에 파묻힌 여인이 한 손을 번쩍 쳐들었다.
“어서 도망치시오 어서.”
민준은 자기도 모르게 있는 힘을 다해 그 붉은 빛에 파묻힌 여인의 다리를 두 손으로 잡았다. 본능적으로 저승사자 금이와 천녀 여지를 도우려는 것이다.
“이런 하찮은 인간이.......”
붉은 빛 속의 여인은 치켜들었던 손을 그대로 민준의 머리로 사정없이 내려쳤다.
퍽.
소리와 함께. 핏물이 튀며 민준의 머리는 수박처럼 깨져버렸다.
“이....... 이런 일이........!”
붉은 빛 속의 여인은 황당하다는 듯이 민준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죽은 민준의 두 손은 아직도 자신의 두 다리를 꼭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저승사자 금이와 천녀 여지는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으으........”
분노한 붉은 빛 속의 여인은 사정없이 민준의 두 손을 잡아 자신의 다리에서 뜯어냈다.
하지만 민준의 두 손은 마치 밧줄처럼 자신의 두 다리를 꽁꽁 감고 있었다.
민준이 죽은 그 빌딩 옥상에서 조금 떨어진 빌딩 위 옥상 난간에 한 소녀가 서 있었다.
복장을 보니 여고생이었다.
여고생이 이 밤에 높은 빌딩 옥상 난간에 서 있는 것은 분명 삶을 포기하려는 것이다.
“으으........ 아아........”
붉은 빛 속의 여인은 분노의 비명을 지르며 민준의 두 팔을 뚝뚝 잘라 집어 던졌다. 그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민준의 죽은 몸뚱이를 발로 차서 옥상 아래로 떨어뜨렸다.
민준의 몸이 옥상에 떨어지는 그 순간에.
조금 떨어진 옥상 난간에 서 있던 여고생도 스스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
휘잉........
붉은 빛 속의 여인은 민준의 몸을 옥상 아래도 떨어뜨리고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마치 연기가 꺼지듯 자취를 감췄다.
“아........! 내게 자식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결혼에 실패하고 남자가 싫어 다시는 남자를 사귀지 않았더니 늙어서 혼자라니....... 외롭구나. 이럴 때 자식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빌딩 어느 창가에서 백발이 된 할머니가 창문을 열어놓고 신세 한탄을 하며 하늘을 처다 보 고 있었다.
“재산이 아무리 많으면 뭐하나. 물려줄 자식도 없는데....... 어! 저....... 저건 뭐지?”
하늘을 처다 보던 할머니 눈에 빌딩 옥상에서 떨어지는 물체가 보였다.
옥상에서 투신한 여고생 몸은 거미줄처럼 늘어선 전기 줄에 한번 걸쳐지며 불꽃이 튀었다.
지지지직.
소리를 내며 여고생 몸이 강한 전류에 휩싸이더니 다시 튕겨져 할머니가 서 있는 창으로 날아왔다.
“어이쿠. 이게 무슨?”
얼떨결에 여고생 몸을 받아 들며 뒤로 넘어진 할머니는 여고생 몸을 우선 살폈다.
“이런! 하필이면 얼굴에.......”
여고생 몸은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고 이미 숨이 멈춘 듯 보였다.
“죽은 것인가........! 이럴 때 인공호흡을 하라고 했지.”
침착하게 여고생을 눕히고 인공호흡을 시작하는 할머니.
민준의 영혼은 이미 몸을 떠나 빌딩 사이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저....... 여고생 몸에라도 들어가야겠다.”
민준의 영혼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여고생 몸속으로 들어갔다.
“으........ 으.......”
여고생이 신음 소리를 내며 깨어나고 있었다.
“햐! 살렸다. 자식이 없다니까. 하느님이 날 불쌍히 여겨 보내주셨구나. 아가야! 이제부터 이 할머니가 널 거두마. 화상을 입은 얼굴도 아주 예쁘게 수술을 해주고.”
할머니는 화상을 입은 여고생 얼굴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1년이 지나간다.
제1편 m그룹의 후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