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에텔에서 부터 -
다소 익숙한 포근한 느낌을 통해 정신을 차리며 눈을 뜨게 되었다.
나무 그늘 사이에 비쳐지는 햇살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왔는데,이곳이 신이 말한 그 이세계 일까?
아니면 난 단순히 영문 모르는 곳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난 것일까?
“..........”
확실히 이곳은 내가 알던 곳은 아니다.
본 적 없는 식물과 나무 그리고 공기 또한 맑았다.
내가 살던 곳에도 이런 곳이 존재한다 치면?
호주의 자리 잡은 이름 모를 국립공원쯤이나 될까?
적어도 내가 태어난 나라에는 이런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 난 죽었으며 신과 거래를 통해 이 세계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이 점을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레발 칠 리액션은 없다.
일단 마법 아이템으로 둔갑한 스마트 폰을 꺼내,카메라를 작동해서 내 얼굴을 확인했다.
검정색의 숏컷 헤어스타일,갸름한 얼굴형, 무뚝뚝하고 불만 가득한 눈매,오똑한 코와 평범한 입술,키 177에 적당히 마른 체형,모든 것이 내가 살아생전 가지고 있던 조건 그대로였다.
서비스로 키나 한 3센티 늘려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다음으로 한 행동은 스마트 폰에 기록된 시간과 날짜를 확인하는 거였다.
년도와 시간은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에 위치를 보면 얼추 시간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이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현재 배터리 상태는 88%다,과연 얼마나 빠른 속도로 게이지가 줄어들까?
그전에 그 마나라는 것을 활용해야 할 텐데...
휴대폰 액정화면 속에 작은 변화가 속속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날씨,건강,일기,지도, 기본 아이콘이 미묘하게 달라 보여,그것을 차래로 클릭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날씨를 검색하니..
지역 이름은 물음표로 표시 되어 있었고 시간은 현재와 똑같이 표시 되었으며 날씨 상태는 맑음이라고 나와 있었다.
물론 시간별로 날씨 상태가 잘 나타나 있었는데.. 이건 내가 살던 곳에 날씨를 표시할 뿐이겠지?그래서 지역이 검색이 안된거고?
다음은 건강을 클릭해 확인해 보았다.
본래 내 건강 상태를 체크하며 기록하는 것인데.. 잘 쓰지 않았다.
근데 지금은 붉은 게이지와 파란 게이지 그리고 녹색 게이지 같은 것이 표시 되고 있었다.
이건 뭘 의미하는 거지?
일기 역시 이상하긴 마찬가지 였다.
일기를 메모하는 작성 기능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토 작성이나 쓰기가 없는 것이,어떤 용도와 쓰기를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지도를 클릭해 보았는데,이건 정말 신기했다.
현재 내가 있는 장소가 표시되고 있었다.
그외 지역은 검은 바탕으로 덮여 있었는데... 조금만 걸어보면 그것이 점점 밝게 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밝은 지역을 클릭하면[이 지역을 표시 하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나타났는데.. 일단 여기를 (시작점) 이라고 표시해 두었다.
그러자 이러한 문구가 나타났다.
[이 지역을 기억 하였습니다.이제 포탈을 통해 이동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하.. 포탈?
그럼 열린 지역은 포탈을 지정하고 이동 할 수 있다는 소린가?
이런 디테일한 옵션까지 넣었다니..
신님 만세로군...
하지만 문제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이대로 날이 어두워지고 밖에서 얼어 죽거나 야생동물 혹은 그 이상에 무언가와 마주치는 악몽을 경험하고 싶은 생각은 1도 없었다.
서둘러 사람 사는 곳을 찾아야만 한다.
근데.. 또 하나 걱정이.. 언어다...
이게 제일 중요한데... 왜 이제야 떠올랐을까나..
머리를 쓸어 올리며 자책한들 뭐하겠는가?
어째든 잘 포장된 도로가 보이니, 시간도 다소 넉넉하고 한쪽 방향으로 가보자..
잘하면 갈림길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도착 할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다.
운 좋으면 중간에 사람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가지고 서쪽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외국 여행이라면 태국 한번 가본 것 외에 다른 곳으로는 떠나 본 적이 없다.
처음 눈을 떴을 때 이곳을 호주에 자리 잡은 국립공원과 비교한 것은 대자연의 떼 묻지 않은 모습이 이곳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추측이 앞서서였다.
물론 이런 잘 다져진 도로를 걷고 있지만...
그때였다.
뒤쪽에서 기척이 들려왔고,놀란 마음에 다급하게 돌아보기 시작했다.
저 멀리 익숙해 보이는 뚜렷한 형상을 가진 말과 허름한 모양에 짐마차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반가움 반,두려움 반에 떨리는 기분으로 일단 히치하이킹을 걸었다.
내 복장은 무척이나 수상하고,어쩌면 생김세도 달라 극도에 경계 대상이 될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세워보자!!
“어?”
드디어 짐마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뾰족한 고양이 귀에 보들보들한 털,연 하늘색 눈동자를 가진 온 몸이 털로 뒤덮인 땅딸한 키.. 폭실한 팔과 말랑 말랑할 것 같은 손바닥,두틈한 꼬리가 매력적인 어딘가 무심해 보이는 존재가 내 앞에 마차를 세웠다.
우린 둘 다 잠시 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한 채 위아래를 훑어보았고, 복합한 장신구를 두른 행상인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호오.. 신기한 복장이군요.. 어디서 오셨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마..말이 통한다!
들려!저 녀석에 말이 들린다고!!!
이 또한 서비스 인가!!
신 만세!!
한국에서 왔습니다라고 말해 봐야 절대 모르겠지...
그렇다고 판타지 소설에 나올 법한 지역 이름 대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 일 것 아냐..
난 대충 예능에서 들어 본 적 있는 슈트가르트라는 지명을 떠올려 그대로 설명해 주었다.
“슈트가르트?들어 본 적 없는 곳인걸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마차에 태워 드리고 싶네요.. 당신 고향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럭키!
하긴 내가 비무장인데다 이렇게 훈남인데.. 경계할 리 없지!
나도 이 녀석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야겠다.
여기 사람 모두 이렇게 반인반수는 아닐 것이다.만약 반인반수에 세계라면 이 녀석이 이렇게 태연하게 날 바라 볼 리 없으니깐...
그저 내 복장만을 지적한 것을 보아.. 여긴 인간과 수인도 존재하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마차에 오를 때 짐칸에 가득 실린 오크통이 눈에 띄었는데,뚜껑이 밀봉이 되어,안에 내용물은 볼 수 없었다.또 한 마차 짐칸에 작은 빗자루 사이즈에 무거워 보이는 전투용 도끼가 보였다.
그나저나 선선한 여름 날씨에 무척이나 더워 보이는 이 털.. 특정 동물을 떠올리기 힘든 귀여움..고양이 귀라고 해야 하나..여우 귀라고 해야 하나?다소 크고 뾰족한 귀를 가진 이 털북숭이 인간은 코를 킁킁 거리며 내 머리부터 어깨까지 냄새를 맡고는 마차를 출발 시켰다.
괴이한 이 녀석에 행동을 경계하며 몸을 살짝 피했는데,그게 신경 쓰인 행상인은 나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혹시 미슈미드 왕국을 아시는지요?”
당연히 모른다.
아는 척 할 필요는 없지만 모른다고 하면 자신이 여행하는 지역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대략?”
이곳이 미슈미드 왕국 일리 없다.미슈미드를 여행하는 사람한태 미슈미드 왕국을 아냐고 물어 보는 것은 무척이나 부조리 하지만 그래도 신중할 필요는 있으니깐!
행상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들어 본 적은 있으신 모양이군요?꽤 먼데서 오셨나 봅니다..미슈미드 왕국은 아르얀 쉬폰 아세르 국왕이 다스리는 곳으로 수인들의 터전이자 타 종족들이 밀집 되어 있는, 여기서 서쪽에 자리 잡은 왕국입니다.저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감이 딱 왔죠.. 물론 의상 그리고 미묘하게 알고인과 닮은 외형을 보고 외지에서 오신 여행자로 보여서.. 실례가 되는 줄은 알지만 냄새를 맡아 본 것 입니다.아까의 무례는 부디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닙니다..”
생각보다 예의바른 녀석이었다.
덕분에 대화가 매끄럽게 풀릴 것 같은 기분을 받았다.
“제 이름은 퓨.맘튼 올리브 상인조합 소속에 행상인입니다.편하게 퓨라고 불러주세요”
자신의 소개를 마친 퓨는 지긋이 나를 바라보며 소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내 소개를 해야하는데.... 이미 이곳에 존재하지도 않는 슈트가르트를 거론했으니.. 이름이야 뭐...
“화랑 입니다..”
“화랑...이요?굉장히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계시군요... ”
행상인 퓨는 이국적인 내 이름을 듣고는 매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일단 의상이 신비했고 영양 상태가 좋은데다 외모가 너무 말끔했다.
거기다 여행자치고는 짐이 너무 없었다.보통 타지에서 건너온 외지인이라면 기본적으로 짐 가방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귀족으로 생각 할 수 밖에 없고 짐은 시종이나 가신에게 맡겨 둔 것으로 추리한 것 같았다.
더욱이 귀족들은 마차를 애용하는 편이지만 가끔 튼튼한 말을 구해 여행하다 변을 당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다시 말해 결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화랑님 일행은 어디 계신가요?”
귀찮군..
일단 둘러대야겠다..
“실은 여행 중에 괴한들이 나타나서 그만.. 뿔뿔이 흩어졌습니다만..”
퓨는 화들짝 놀라며 털을 세우기 시작했다.
행상인에게 있어 도적이나 괴한으로 위장한 용병은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용병도 고용하지 않는 행상인은 실로 좋은 먹잇감에 불과 했다.
“어디서 만났나요?어디 지역이죠?어느 마을에서 오시는 길이였나요?”
“지역까지 몰라도.. 여기서 무척이나 먼 곳이었습니다”..라고 둘러대니.. 그제야 한숨을 푹 내쉬는 퓨는 크게 안도하기 시작했다.
퓨는 일행과 헤어진 나를 위로하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정보를 주었는데.. 그것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현재 퓨가 향하고 있는 곳은 이 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막시무스 랏데 에우르고 공작이 다스리는 교역의 도시 에텔 이었다.
그곳엔 많은 상인과 외지인들이 모여드는 곳인데..내가 그곳으로 향하는 것을 보아,그곳으로 가는 걸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난 그 착각에 편승하여 말을 맞춰 나갈 뿐이었다.
“그럼 오실 때는 엘카이 항구도시를 통해 오신건가요?”
“맞습니다.. ”
“음.. 슈트가르트란 곳은 남쪽 대륙에 존재하나 보군요.. 진귀한 분을 만났네요.. 혹 그곳에 음식에 대해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음식이요?”
퓨는 뒷 자석에 오크통을 가리키며 자신은 매실과 복숭아 같은 과일을 취급하는 상인임을 밝혔다.그러므로 이국에 음식이나 과일.. 향신료에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한 값진 정보를 위해 기꺼이 에텔 도시로 함께 가기를 차처 한 것 같다.
독일 음식 문화에 대해 그다지 박식하지 않았던 터라 우리나라 음식에 대해 설명하기로 마음 먹었다.단지 김치부터 탕까지.. 할 이야기는 다양하지만 주고받을 정보와 시간이 한정되 있으므로 난 필요한 몇 가지를 우선적으로 물어 보았다.
일단 이 나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로 한 것이다.
“혹시 이곳을 다스리는 분은 어떤 분이며 국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퓨는 우유와 설탕으로 연유를 만드는 법을 막 들은 참이라 급 흥분한 상태였다.
그 외에도 설탕으로 과일을 가열하여 농축 시킨다는 발상은 신기 그자체로 물어 볼 것이 산더미 같았지만,정보 교환에 원칙상 이제는 받은 질문에 답할 차례라 침착하게 답변하기 시작했다.
“이곳 국왕 레이몬드 바랏사 쉐퍼는 저평가 받고 있는 왕이랍니다.선왕 에드워드가 귀족들로부터 절대 왕권을 거머쥔 데 반해 레이몬드 국왕은 끌려 다니고 있죠...현재 파벌은 5개로 나뉘어 있고.. 그중 가장 강력한 권력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레이몬드 왕의 동생 막시무스 랏테 에우르고 공작의 유니콘 나이트 파벌 입니다.. ”
저평가 받는 왕과 능력이 뛰어난 동생..
그럼 동생인 막시무스가 레이몬드의 자리를 위협하고 으르렁 거리는 뻔한 이야기려나?
“혹시 막시무스 공작과 레이몬드 국왕에 사이는 나쁜가요?”
“아닙니다.. 막시무스 공작은 레이몬드 국왕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능력 있는 동생이 형을 지지하는데,대신들에게 휘둘리고 있다?
“근데 귀족들에게 국왕이 끌려 다닌 다는 것은 이해가 어렵네요?”
“문제는 막시무스 공작령과 왕도 벨리타에 거리가 너무 멀어 교류가 힘든데다 왕도에서 전서구를 보낼 수 없는 거리라서,대게 육로를 통해 서신을 보내는데,잖은 문제가 생겨..재대로 전달되지 않는 모양입니다,이런 상황이니.. 왕도를 에워싸고 있는 귀족 연합이 국왕을 압박해.. 끌려 다니고 있는 실정이죠...”
“음... 막시무스 공작님이 총애하는 졸다구를 왕도로 보내면 되지 않나요?”
“졸다구가 뭔가요?”
“아..그러니깐.. 총애하는 부하나.. 그 신뢰하는 귀족?”
“아~ 그런 인물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막시무스 공작이 가진 발언권이나 결정을 대신하는 덴 무리가 있죠.. 그저 레이몬드 국왕을 위해 소신 있는 한마디가 전부랄까요?”
맞는 말이다.
어째든 국왕이 어떤 인물인지는 알았고... 그 다음은 왕국에 정세를 물어봐,현재 내가 있는 왕국 어디인지 알아보자!
“그럼 이곳은 이웃 왕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까?”
“일단 미슈미드 왕국과는 우호적인 관계입니다.. ”
“일단?”
퓨는 갑자기 깊은 한숨을 쉬더니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미슈미드 왕국과 엘베록 왕국은 사실 동맹 관계였습니다.. 미슈미드 왕국은 건축술과 무기 재련 기술을.. 엘베록 왕국은 뛰어난 농법과 전투 기술을 교류하는 관계였죠..헌데.. 에드워드 국왕이 갑작스럽게 별세를 하고.. 레이몬드 국왕이 등극하자마자 동맹이 해제 되었답니다..”
“이유는?”
“미슈미드에는 수인뿐 아니라 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거인들이 살고 있는 종족연방국입니다.. 주변 국가들은 미슈미드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마찰을 부추기고 있죠.. 레이몬드 국왕이 등극하자 곧바로 주변 나라에서 미슈미드와에 동맹 협정을 해지하라는 강력한 항의를 보냈고,많은 귀족파들이 그 의견에 편승하여 국왕을 압박한 끝에 동맹에서 우호로...관계가 하향된 것입니다.. 미슈미드 왕국에서도 이 같은 일방적인 통보에 가만히 있지 않고 사절단을 보냈지만 국왕을 설득하고 귀족들을 회유하는데 난항을 격고 있답니다”
다시 말해.. 미슈미드 왕국은 현재 고립 상태이며 이곳 엘베록 왕국에 정세는 안정적이다 라는 말이 되는군.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