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만난 케네스는...
내가 사랑했던
그 순수했던 소년은 없더군요.”
케네스 번은
어렸을 때부터
캐롤라인 번을 따라다니며
무수한 실전을 겪었다.
이를테면
범죄엘리트 조기교육을 받은
범죄우등생인 셈이다.
엄마만 인정하지 못했을 뿐
아들은
이미 어지간한 킬러는 명함도 못 내밀
살인기술자였다.
엄마가 바라는 착한 아들은
어디도 없다.
“ 사람들을 괴롭히고
다치게 만드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한 마리 짐승만 남았죠.”
울트라의 부작용이 아니라도
이런 미친놈이
자연적으로 태어나는 게
인간의 경이로움 아닐까?
캐롤라인만
인정하지 못할 뿐
케네스는
사이코패스가 맞다.
그것도
권력을 탐하는 중증정신질환자였다.
“ 그래서 죽였나?”
“ 단지 그것뿐이었다면
그를 해치지는 않았을 거예요.”
따지고 보면
패트릭 홀랜드는
케네스보다 더한 쓰레기다.
“ 참을 수 없는 뭔가가 더 있었군?”
“ 그래요.”
“ 그게 뭐지?”
“ 당신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텐데요?”
“ 캐롤을 위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라고.
네 목숨을 쥐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그녀니까.”
신이치가 손을 놓는 순간
캐롤라인은
며느리고 나발이고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죽일 것이다.
크리스티나는
진지한 눈동자로 캐롤라인을 바라봤다.
“ 케네스는 죽어가고 있었어요.”
“ 뭐?”
“ 백혈병에 기반을 둔
무슨 유전질환이라더군요.”
“ 어째서?
내게 말하지 않았지?
왜 날 찾아오지 않았니?”
캐롤라인의 질문은
크리스티나에게 묻는 게 아니다.
환상으로나마 눈앞에 아른거리는
아들에게 묻는 것이다.
“ 엄마라고 병을 낫게 할 순 없어요.
캐롤.”
케네스 번은
반미치광이가 됐다.
이렇게 젊은 내가 진정 죽어야 하나?
처음에는
얼굴 모를 부친을 원망했고
그 증오는
점차 캐롤라인에게 옮겨갔다.
“ 그런 그가 홀랜드 주위를 맴돌고
날 찾아온 건...”
크리스티나가 말끝을 흐리자
캐롤라인은 중얼거렸다.
“ 제대혈.”
Cord blood,
탯줄혈액은
유전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꿈의 신약이다.
다만
단 1회만 사용 가능했다.
캐롤라인은
크리스티나의 아련한 반응에 신음했다.
“ 줬구나?”
“ 그래도
아이아빠였으니까요.
어떻게든 살길 바랐어요.”
그랬다.
처음부터
그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사랑은 식었지만
어쨌든
한나의 친부였다.
딸이 커가는 모습을 볼 자격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혈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는
케네스의 유전질환을 치료하지 못했다.
“ 하지만, 실패했죠.”
반미치광이가 드디어 완전 미쳐버렸다.
“ 그는...”
크리스티나는 목이 메는지
아니면
심리적 고통과 저항 때문인지
말을 잇지 못했다.
“ 그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계획했어요.
마지막 남은 양심조차 저버렸죠.
자기 친딸을...”
“ 그만!”
캐롤라인은
더는 듣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비틀거리는 그녀를
피셔가 부축했다.
무슨 말이 나올지 상상이 되자
캐롤라인은
평생 느낀 공포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끔찍한 기분을 맛봤다.
기억 속의
그 아름다운 추억이 부서질 듯 위태롭다.
크리스티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부축을 받던
캐롤라인은
피셔를 밀치며
크리스티나에게 다가갔다.
로건은 움찔했지만
손을 들어 올린 신이치가 보이자
앞으로 나설 수 없었다.
죽이든 살리든
당사자끼리 해결할 문제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크리스티나에게 다가간
캐롤라인은
전매특허인 따귀를 날리는 대신
그녀를 끌어안았다.
서로의 귀에다 뭔가 웅얼거렸다.
그렇게 한참을 끌어안은 고부를 갈라놓은 건
신이치의 박수소리다.
짝짝짝-
“ 두 분,
신파는 이제 그만 찍으시고요.
그만 정리해봅시다.”
한 가정의 비극은
슬픈 일이지만
신이치는
이름만 아는 케네스 번이 객사하든 동사하든 복상사하든
어떤 감흥도 없었다.
그저
이 난장판을 정리하든가
발을 빼고 싶을 뿐.
“ 캐롤. 어쩔 거야?”
“ 물러서겠어.”
“ 복수는 접는 건가?”
“ 한나에겐 엄마가 필요하니까.”
“ 관대함이라...
이제 진짜 할머니가 돼버렸군.
진짜 철의 여인은 사라졌어.”
“ 늙었다고 비꼬는 거야?”
“ 워워.
말은 똑바로 하자고.
비꼬는 게 아니라
당신은 진짜 할망구거든?
그것도
빌어먹을 할망구.”
캐롤라인은
가운뎃손가락을 들었다.
못 본 척 무시한
신이치는
도널드 타운센드를 돌아봤다.
“ 뉴욕오리 씨.”
거듭된 놀림에 이골이 났는지
도널드는
더는 기분 나쁘다는 표정은 짓지 않았다.
국방부 시계만 쳐다보는
말년병장 같다고나 할까?
어서 빨리 지금
이 시간이 지났으면 좋겠다는 얼굴이다.
“ 백악관을 망신시키든
부통령을 끌어내리든
민주당을 개박살내든 난 관심 없어.”
세상을 복잡하게 살아가려고 기를 쓰는
음모성애자와 관계되고 싶지 않았다.
제일 깔끔한 방법은
뉴욕오리농장을
푸아그라전문점으로 만드는 거지만
귀찮음의 고리를 끊으려면
도널드 덕은 살아있어야 했다.
“ 나도 당신들을 보고 싶지 않고
여러분도 날 보고 싶지 않잖아?
그러니
빨리빨리 해결하자고.”
신이치는 복잡한 것이 싫었다.
“ Fix it. now.”
서둘러 떠나는 색색의 뒤통수를 보던 그는
한 가지 까먹었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크리스틴.”
의문이 하나 있었다.
“ 왜 사람 많은 브로드웨이에서 케네스를 죽였지?
조용히 처리할 수도 있었잖아?”
딸을 위해서 미쳐버린 케네스를 죽여야 했다면
굳이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이유는 없었다.
아들의 죽음을 다시 논하는 신이치를
캐롤라인이
불편한 시선으로 쳐다봤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궁금한 건 못 참는다.
“ 그건...”
크리스티나는
캐롤라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조직이 실행한 거예요.”
“ 결국 네가 방아쇠를 당긴 건 아니었군?
크리스틴.”
지금까지 이런 진정한 스팅은 작가님의 소드 아트 온라인 인피니티 워 이후 다시는 못볼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진짜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모리 코고로의 딸(?) 로부터 시작해서 미국 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서 그 모든 일들이 아이를 지키려고 하는 엄마의 두뇌싸움이었다니!!!!! 그리고 그 두뇌싸움에 미국의 부통령을 포함한 미국 최고위층이 말 그대로 꼭둑각시 목각인형마냥 꼴깝춤을 추고 그것도 모자라서 뉴욕까지 쑥대밭이 되어버리다니!!!!!!
제대혈까지 나올줄이야. 작가님의 배경지식이 궁금해 집니다.
그냥 군사학 부분과 거기에 관련된 기타 부분에 정보분석이 취미라서..... 그런 부분을 제 소설에 녹여서 쓰는 정도입니다. 최고의 극찬 감사드립니다.
취미가 신선합니다.
그런 종류의 취미는 집 안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취미니까 말입니다. 몸을 움직이는 취미보다는 머리를 움직이는 것을 더 즐기기도 하고.....
지략적 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