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GBA로 발매된 포켓몬스터 에메랄드 입니다.
3세대 포켓몬스터 루비 & 사파이어의 등장 포켓몬들을 전부 한 작품에서 잡을 수 있도록 짬뽕한 확장판 버젼이죠.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넘어가기 전의 과도기적 작품으로 포켓몬스터 크리스탈하고 같은 맥락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사진에 박혀있는 날짜 보이시나요? 2008년 2월 25일.
네, 제가 이 작품을 구매한건 대략 6년전입니다. 루리웹 9년차로서 한창 오덕질이 절정에 달했을 때 였지요.
그리고 2008년 2월 14일은 NDS용 포켓몬스터 '디아루가/펄기아' 한글판 발매일이었습니다.
즉 '포켓몬스터 금/은 대원 정발판' 이후로 대략 6년만에 포켓몬 시리즈가 정식 발매된지 딱 열흘만에
전 한글판도 신작도 아닌 이 게임을 사러 국전에 뛰어갔습니다.
왜 4세대 최신작 한글판 놔두고 옛 3세대 작품을 사러 국전에 갔느냐... 하면
바로 이 년 이 포켓몬 때문인데요.
사실 전 포켓몬 시리즈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디아루가/펄기아가 한글판으로 발매되자 펜티엄 PC에서 게임보이 흑백 포켓몬을 에뮬로 돌리던
숨겨진 포덕들이 일제히 쏟아져나와 대해적시대 대포켓몬시대를 열어가고 있던 때였지만
저하고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였죠.
그러던 어느날, 어떤분이 애니스샷 게시판에
'과연 지우는 짐승이랑 키스한 변태인가?'
...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놓으셨습니다.
포켓몬스터 극장판 5기에 등장하는 '라티아스'라는 포켓몬을 소개한 글인데 얘는 무려 사람으로 '변신'을 합니다.
물론 간교한 닌텐도의 상술로 인해 주인공 '미소녀'로만 변신합니다. 털보 아저씨로 변신해도 상관없을텐데 말이죠.
아 물론 저 정도 캐릭터가 무슨 미소녀냐고 주장하신다면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웬만한 아가씨들은 2D 3D를 막론하고
제 눈에는 다 예뻐보여요. 그냥 개인취향이에요.
여하튼 사진에 똑같은 모습의 소녀가 둘 보이시나요.
둘 중 하나는 전설의 포켓몬 '라티아스'가 변신한 모습입니다.
이 글이 올라온 것이 2008년 2월 18일, 포켓몬이 정발된지 닷새째 되던 날 입니다.
저는 이 글을 본 순간 갑자기 '삘'이 와서
저 '미소녀'로 변신하는 포켓몬을 잡아보겠다고 바로 이마트로 달려가서 디아루가 정발판을 집어왔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라티아스를 잡겠다는 일념으로 학교 레포트는 대충 해치우고 레벨을 올리고 또 올려
나흘만에 챔피언과 사천왕을 떡실신 시켰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깨달았는데 저 극장판이 2002년도 작품이라 저 '라티아스'도 GBA버젼에만 나온다는 겁니다.
Oh my god.
바로 국전에 뛰어갔더니 그 전까지만 해도 꽤 자주 보였던 GBA판 포켓몬들이 순식간에 쓸려 나가는 중이었습니다.
아마 다들 디아루가/펄기아 정발판에 연동시키려고 뒤늦게 사러 뛰어온 것이겠지요.
뭐 덕후들 생각은 다 똑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침 모 샾에 한개 남아있던 포켓몬 북미판 에메랄드 정품을 지르는데 성공합니다.
그게 바로 저 에메랄드입니다.
참고로 4세대 하다가 인터페이스가 더 떨어지는 3세대로 '도망치는 포켓몬'인 라티아스 잡으려니
매우 딥빡이 찾아왔지만 (아시다시피 NDS는 액정 2개, GBA는 한개입니다. 도망치는 포켓몬 잡을때
메뉴 편의성이 비교도 안될 정도로 차이남) 전 당시 덕질의 극한에 달한 덕후답게 오로지
요 녀석을 하루 빨리 잡아서
...요렇게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끈질기게 땅과 바다를 추적해 라티아스를 잡아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연구해봐도 게임상에서 미소녀로 변신시킬 방법은 없었...
그 이후로 제 관심은 라티아스한테서
가디안으로 옮겨갔습니다.
요녀석이 마음에 들어서 전 3세대부터 디아루가, 펄기아, 기라티나, 하골, 소실을
전부 이 포켓몬으로만 진행했습니다.
저같은 덕후들을 고려해서인지 간교한 닌텐도에서는
하트골드/소울실버에서는 무려 포켓몬하고 연애질도 가능하게 만들어놨습니다.
원래는 결혼도 가능했답니다.
개인 취향에 따라 거북왕이나 한카리아스를 고를 수도 있겠군요.
전 스스로가 이상한 덕후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 4시에 돌아온 키르리아가 등에 달라붙었다. 더 놀고 싶은 것일까?
- 키르리아가 갑자기 다리를 잡고 늘어졌다
- 키르리아는 기뻐서 데레상태가 되었다.
- 키르리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 와! 키르리아가 갑자기 껴안겨왔다.
...외국에도 이런 짓 하는 사람은 원래 많았고
라티아스나 가디안 시리즈는 등장했을때부터 인기 순위 TOP을 달리는 포켓몬들이었다고 하니
제 취향은 그냥 평범했을 뿐이군요.
뭐 덕후들 생각은 다 똑같습니다.
사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어롤, 가디안, 메로엣타, 라티아스 등등 인기 포켓몬들은
표면상으로는 어디까지나 그냥 가상의 생물인 '포켓몬'일 뿐이지만 어딘가 실제 인간 여성하고
비슷한 느낌이 나거나 연관성이 있도록 고의적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심지어 저 가디안은 키나 체중 등 신체 프로필도 실제 여자사람하고 같음)
저런 포켓몬들은 게임 외적인 2차 창작세계 쪽에서 성인층을 게임에 끌어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포켓몬의 세계에 저런 자연스러운건지 성인코드인지 모를 요소들을 적절히 배합해 초딩부터
어른까지 같은 게임을 사게 만드는 닌텐도의 능력은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서론입니다.
서론 참 오라지게 길군요.
그럼 본론은 뭐냐?
본론은... 얼마전에 썼던 '옛날 게임팩 배터리 교환하기'의 2탄이 바로 본론이지요.
하여간 저는 저 '포켓몬스터 에메랄드'에 이런저런 기억이 많습니다.
저기서 키운 가디안은 이후 계속 통신교환을 통해 다음 세대로 옮겨가며 수컷 엘레이드하고
새끼를 까서 후속 시리즈들을 계속 진행해왔으니까요.
그런데 간만에 전원을 넣어보니 이상한 경고 문구가 뜹니다.
배터리가 뒈졌습니다.
게임은 가능합니다만...
실제 시간을 베이스로 일어나는 이벤트들은 먹통이 될 것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제가 보름전에 올렸던 게시글을 보고 복습해보면
옛날 옛날, 일본의 기술자들은 게임팩에 들어가는 롬 값이 너무 비싸서
비용절감을 위해 머리를 싸맨 끝에
...게임 자체만 '롬'에 넣고 세이브 데이터는 전기가 끊어지면 내용도 날아가는 '램'에 쑤셔넣은 뒤
램에 배터리를 연결해 세이브 데이터가 유지되도록 꼼수를 썼습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이건 게임보이 컬러까지의 이야기이고
게임보이 어드밴스부터는 여러가지 방식이 혼재되어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됩니다.
일반적인 GBA 정품 팩의 모습입니다.
배터리가 없습니다. 램 대신 왼쪽에 EEP롬이 들어가 있어서 세이브 데이터를 저장 가능하니
배터리가 필요없죠.
요새는 흔하지 않지만 이렇게 세이브가 필요없는 게임의 경우
롬 한개만 박혀있습니다.
왼쪽은 젤다 정품, 오른쪽은 같은 게임의 '데모판 카트리지' 입니다.
둘 다 정품이지만 오른쪽은 데모니까 세이브가 필요 없어서 EEP 롬이 없지요.
그럼 배터리는 어디 쓰이느냐?
구글에서 퍼온 어떤 양덕의 사진입니다. 차이를 아시겠는지요?
네, 오른쪽이 짝퉁입니다.
왼쪽 정품은 램이지만 '세이브가 날아가지 않는 F램' 을 세이브데이터 저장용으로 씁니다.
짝퉁은 비용 절감을 위해 배터리로 세이브를 유지합니다.
플라스틱 카트리지 정면의 'GAMEBOY ADVANCE' 로고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둘 다 음각 로고 디자인이 같습니다.
국내에 돌던 짝퉁팩들은 저 음각 로고부터가 디자인이 완전히 틀려서 쉽게 알아볼 수 있었지만
대륙 현지 혹은 남미쪽에서 생산되어 북미로 넘어가는 짝퉁들은 훨씬 정교해서 대충 보면
저같은 덕후가 아닌 이상 일반인들은 구별하기 힘듭니다.
그럼 배터리 들어가는 GBA 팩들은 다 짝퉁이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이번엔 제껍니다. 한번 뜯어볼까요.
황금의 태양은 마스크 롬 + 플래시 메모리.
길 잃은 바이킹은 EEP롬 + 마스크 롬.
와리오랜드4는 S램 + 마스크 롬. S램이라서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물론 셋 다 정품입니다.
닌텐도가 아직도 패미컴/슈퍼 패미컴 시절처럼 서드파티에서 카트리지 위탁방식 생산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정품이라도 게임에 따라 카트리지 구성이 제각각입니다.
크게 보자면 세이브 데이터를 배터리가 필요한 칩을 쓰느냐 그렇지 않은 칩을 쓰느냐로 갈리고
같은 그룹 내에서도 EEP롬, 플래시 메모리, F램 등등 제각각이죠.
헌데 포켓몬은 그 중에서도 이질적입니다.
분명히 배터리가 날아갔다고 경고는 뜨는데 세이브는 날아가지 않습니다.
작업 후 사진이긴 합니다만...
보시다시피 왼쪽은 플래시 메모리, 오른쪽은 마스크 롬입니다.
배터리 없이도 세이브가 가능한 구조입니다. 하지만 배터리가 달려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포켓몬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이벤트가 발생하는 게임입니다.
벌레 주제에 불금에만 튀어나온다든가 피카츄가 토요일 밤의 열기에 취한다든가
뭐 그런 식이지요.
그리고 NDS 이전의 게임기는 시계 기능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배터리는 '시계' 용 배터리입니다.
게임기에 시계가 없으니 팩에 시계가 달려있는겁니다.
배터리가 날아가도 세이브는 유지되지만 시간을 기반으로 일어나는 이벤트만
죄다 먹통이 되는거죠. 아마 왼쪽 상단에 달린 작은 원통이 시계용 클럭 공급기겠지요.
국내에서 개당 3천원씩 하는 배터리들 해외주문하면 만 이천원에 이만큼 살 수 있습니다.
인두로 잘 녹여서 예전 배터리는 들어내고 새 배터리를 대 보고
단자 길이를 잘 맞춰줍니다.
단자 끝은 커터칼로 좀 흠집을 내어놓으면 더욱 납이 잘 붙습니다.
땜질하기 전에 송진을 약간 발라서 납이 더 잘 녹아들게 합니다.
게임보이보다 카트리지 사이즈가 작으니 주변 회로 안 건드리게 조심조심...
기왕 하는김에 배터리 잔량이 간당간당한 와리오 랜드3도...
리튬 배터리의 특성은 전압이 어느 정도 떨어져도 계속 펀치력이 유지되다가 어느 한도 아래로 떨어지면
급격히 죽어버린다는 겁니다.
따라서 배터리 전압이 2볼트 이하로 내려가고 있다면 거의 죽은 배터리로 봐야합니다.
얘는 포켓몬하고 달라서 당연히 배터리 뽑는 순간 데이터도 날아갑니다.
따라서 새 배터리 교체작업은 언제나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세이브 기능이 상실된 게임팩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건 아직 잔량이 좀 남아있긴 해도 처음부터 진행할 예정이라 게임 시작 전에 배터리를
새걸로 갈아줍니다. 갈고 나면 한 십오년 이상은 갈겁니다.
이 게임 제가 고등학교 2학년때인가 동네 이마트에서 5만8천원에 파는걸 보고 살까 말까 손가락만 빨다
말았는데 2008년에 일본 중고매장에서 점원이 가격표 잘못 붙여둔걸 5천원에 샀지요.
...그리고 2008년에 사서 6년만에 시작합니다.
게임은 많고 할 시간은 없고 얼쑤~
일단 작업이 끝났습니다.
작업완료.
세이브데이터는 여전히 잘 있으며 게임 기동 전에 뜨던
배터리 경고문이 사라졌습니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세이브 데이터... 키우던 포켓몬들 상위 버젼으로
다 빼놓고 빈털터리 데이터입니다. 놔둘 필요가 없는 데이터입니다. (-┏)
다시 처음부터 할거라면 배터리를 갈아서 시계기능을 살려줄 필요가 있겠지만
지금 블/화/블2/화2/X/Y 도 아직 클리어 못한 마당에 이걸 다시 하게 될런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려 전세계 동시발매!!!
두달 후 리메이크작이 나옵니다!!!
제발 리메이크 작에서 잡은 라티아스는 미소녀로 변신시켜 주세요!!!
이상 쓸데없이 사족이 길어진 글을 마칩니다.
딥 슬립을 선물하는 능력이 있는 우리 가디안과 함께 좋은 밤 보내십시오.
물론 꿈먹기로 악몽을 꾸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취향에 따라 거북왕이나 한카리아스를 고를수도 있겠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옛날 포게에 가디안과 사랑을 나눈분이 이분이셨군(...) 리메이크 기다리기전에 XY는 깨두세요 가디안 메가진화는 보셔야죠(...)
잘못했다간 수ㄱㅁ이...
..... .....
옛날 포게에 가디안과 사랑을 나눈분이 이분이셨군(...) 리메이크 기다리기전에 XY는 깨두세요 가디안 메가진화는 보셔야죠(...)
게임보이 팩 내부가 어떤 구조인지 처음알았네요. 재밌는 글 잘 봤습니다ㅎㅎ ㅊㅊ
또 다른 의미의 포확찢이 생겨나겠군
저 실례지만 두 파트의 온도차를 고려하니 아무래도 서론과 결론이 뒤바뀐 것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만.....
ㅊㅊ 여러가지를 배울수있는 글이였습니다 저도 연애질 하러 닌텐도 사러갑니다
리튬전지가 저런식으로 규격화되어 파는지 처음 알았습니다.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ㅎㅎ
오른쪽에서 뵙지요
http://gaia.ruliweb.com/gaia/do/ruliweb/family/3242/read?articleId=6324383&bbsId=G001&itemId=81067
개인취향에 따라 거북왕이나 한카리아스를 고를수도 있겠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ㅉ
zzzzzzzzzzzzzzzzzzz
아.... 진짜 패미콤 시절 슈퍼로봇대전 하루에 힘들게 10화까지 갔는데 다음날 보니 세이브 데이타가 없는것을 발견.... 내가 어제 세이브 안했나?? 다시 10화까지 하고 잠듬 다음날 보니 또 세이브 데이타 실종.... 어린시절 모르는 일본어를 극복하며 그냥 로봇이 나와서 플레이할수 있다는 즐거움에 그렇게 1주일간 하다 포기한... 추억추억~
우리나라에 포켓몬이 알려지던 시절 저는 좀 애매한 나이가 되어서 (20살이 딱되던..) 당시엔 그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어린아이게임같아서 해보질 않다가... 나중에 서른 다되서 함 해보려 했는데 분위기에 부적응. 현재까지도 제대로 클리어해본 게임이 없네요 ㅠㅠ. 의외로 포켓몬이 히트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같이 나왔단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는 또 재미있게 했었는뎅.
저런 배터리 국내에서 구할수있나요?
표준형이라 가까운 시계방이나 편의점 등에서 사시면 됩니다.
노란테이프감겨져있고 납땜질하기편하게 쇠붙이 붙은 전지도 파나요
사람과 결혼한 포켓몬이 있었다.... 크윽.... 북미 포켓몬헨타이 그림들 홈피에서 좋아할만한 소재들...
나의 사랑하는 신부 가디안(♂)
마지막에는 배터리없는 똑같이 램을 쓰는 복팩들도 등장했습니다. 로봇대전류 중심으로..
유익한 배터리 교체 팁 알아갑니다
잘 봤습니다ㅋ
와와!!
저기 그럼 혹시;;; 제가 이베이서 속아서 짝퉁 3세대 포켓몬게임들을 삿는데 ㅜㅠ 링크선 꼽고 서로 배틀 가능할런지요 ㅠㅜ 능력자님 같아서 묻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