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회의 러브라이브! - https://bbs.ruliweb.com/family/3094/board/181035/read/9492427
“그래서 몇 달을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었다고 들었어. 수현이가 간신히 자력으로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은 태어나고 나서도 석 달이 지나서의 일이었지. 그리고 심장 수술을 태어나자마자, 생후 6개월 때와 두 살때에 세 번을 받았어. 그나마 이렇게 우리와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이 정말 다행인 걸까. 물론 내가 봤던 친구들, 그리고 어른들이나 애들은 그럭저럭 잘 살고 있긴 했지만 수현이의 경우는 제일 안 좋은 상황이었지. 그나마 의사선생님 말로는 혈관들의 연결 상태는 그나마 양호해서 수술을 …….”
해민이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다들 아무 말도 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해민이는 아직 어렸을 적의 수현이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콰당-’
‘으아앙-’
‘어……, 수현아 괜찮아? 잠깐만 기다려. 울지마. 여기’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심장 수술 자체는 잘 되었지만 다른 애들보다 인큐베이터를 벗어나는 것도 엄청 느렸고, 그리고 지금은 그래도 나아졌지만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감기에 걸리면 남들은 일 주일이면 나을 게 폐렴으로 도지기 일쑤였어. 나중에 의사 선생님께 들은 거지만 수현이의 몸 상태는 이 정도인 게 다행인 거라고 말씀하셨어. 사실 인큐베이터는 문제가 아니었어. 수현이의 심장은 우리처럼 심방 두 개에 심실 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어릴 적, 해민은 소연과 함께 병원에 갔었을 때를 떠올렸다. 헬쓱한 얼굴로 마스크를 쓰고 있던 수현이의 모습을, 그리고 복도에서 수현의 부모님에게 무덤덤한 얼굴로 설명을 이어가던 의사의 모습과,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일단 듣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기억은 안 나지만, 성모병원에서 아산병원으로 옮겨서 수술했었다고 했다.
그 때 수현이의 아빠가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그림을 그려가면서 설명해 주셨던 것이 떠올랐다. 먼저 폐동맥을 묶어서 폐가 혈압 때문에 손상되는 일을 막은 다음, 그 다음에는 상대정맥을 잘라서 폐동맥에 붙여 버림과 동시에, 남은 폐동맥의 그루터기는 대동맥에다 하나로 이어버리고, 마지막에 세 살 때 하대정맥까지 폐동맥에 이어붙였다던가. 듣고 있으면서 현기증이 났다.
의사조차도 아니면서 그런 그림을 쓱쓱 그려가면서 설명하는 모습이, 그 때도 안쓰러웠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에 수현이와, 수현이의 부모님이 참여하던 모임이 생각났다. 아기들부터 시작하여 수현이 또래들, 그리고 늦게 수술을 받았었지만 이후 결혼해서 가족이 있는 아저씨(?)까지. 그리고 수현이의 옷깃에 붙어 있던 민트색 리본도. 다들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희가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아빠한테 들은 것 같아. 아산병원에 심장기형 수술하시는 선생님이 계시고 그 병원에서 치료받았던 사람들의 정기 모임도 있거든. 단심회라고 했던가. …….”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때 수진샘이, 수현이가 체력이 약하다고 말했던 게 그것 때문이었어?”
“음. 그것보다는 사실 이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연이가 길에 떨어져 있던 수현이의 예방접종 수첩을 펼쳐보였다. 그 페이지에는 빼곡이 적힌 예방접종 항목에 더해서, ‘PPV23 (pneumo 23), 2회 (5세, 10세)와 수막알균 (Menveo), 5세. 추가: Augmentin 625mg bid’라는 말이 휘갈겨쓴 글씨체로 추가로 적혀 있었다. 그리고 치과에 갈 때마다, 수현이는 약을 챙겨먹곤 했다. 소연이와 해민이는 그러하지 않았지만.
진희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 봉사활동 때문에 몇 번 간 적이 있었고, 아빠가 소아과 의사였기 때문에 예방접종 상담을 하는 모습을 가끔씩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해서 수현이는 비장(脾臟)까지 없는 채로 태어났지. 그래서 어릴 적부터 자주 아팠었고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엄청 오래 갔었어. 나와 소연이, 그리고 수현이의 초등학교 때 추억은 집이나 학교보다는 병원이 더 많았어.”
소연이가 수현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학교에 다니면서도 매일같이 점심을 먹고 나면 여러 개의 알약을 꺼내서 물과 함께 삼키는 수현이의 모습이었다. 약을 먹지 않으면 병에 걸려서 다시 입원할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아니, 약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수현이와 같은 수술을 받은 아이들은 90퍼센트는 10년 이상 살아남고 대다수는 일상 활동에는 지장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더하여 지금도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여러 검사를 받기 때문에, 여름방학 때면 3일간 병원에 입원하곤 했다. 아파서 입원하는 건 아니고 한번에 여러 검사를 받기 위해서 입원하는 거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였지만, 그 때마다 불안했다. 간이나 소장에, 아니면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할까봐. 그러면 수술을 또 받아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수술한다 해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현이의 부모님들은 수현이를 엄청 염려하셨어. 그리고 유치원 때까지는 걸핏하면 아팠고 초등학교 때는 그때보다는 그래도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남들 활동에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진 건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의 일이었지. 그래서 친구라고는 우리밖에 없었어. 그 때의 수현이는 넘어지면 주저앉아서 울음을 터뜨리면서 나와 소연이를 찾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 그나마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된 것은 중학교 때의 일이었지만 그 때에도 학교에 간신히 오고 나면 책상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기 일쑤였고. 그래서 그때 의사 선생님도 엄청 애를 태웠어. 그래도 지금 스쿨아이돌을 하고 있는 모습을, 모두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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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을 어기고 오늘 글을 올립니다. 러브라이브 9주년 페스티벌 때까지, 적어도 암울한 이야기는 끝내고 모두가 힘을 합쳐서 극복하는 이야기로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해서 주인공의 설정까지 생각하니 말입니다.
- 선천성 심장병은 의외로 드물지 않습니다. 가벼운 심방/심실중격 결손까지 합치면, 대략 태어나는 아이들 1000명 중 8명 정도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3000건의 수술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주인공이 앓고 있는 병은 이베마크 증후군 (Ivemark syndrome)으로서, 기능을 하는 심실이 하나밖에 없고 비장(spleen)이 형성되지 않는 증후군을 말합니다. 이 증후군도 뉴스에 일일이 안 나와서 그렇지 살아서 태어나는 아이들 2만명 중 하나에서 발견됩니다. 유방암의 인식 리본이 분홍색 리본 (pink ribbon)인 것과 같이, 이 증후군의 인식 리본은 민트그린 리본 (mint green ribbon)입니다.
- 학술적 내용은 각종 교과서들, 그리고 종설들을 참조하였으며 이러한 환우들의 이야기 등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다음 사이트를 참조해 주십시오. 사람의 일이라 100%라는 것이 있을 수는 없지만, 그리고 질병의 경중에 따라 치료의 난이도는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치료를 받고 남들과 같은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선천성심장병센터. - http://iloveheart.amc.seoul.kr/asan/depts/iloveheart/K/content.do?menuId=4535
삼성서울병원 모아집중센터 - http://www.samsunghospital.com/dept/main/index.do?DP_CODE=FETC&MENU_ID=002015001001
- 본 졸고가 환우분들이나 보호자분들, 그리고 치료를 담당하시는 의료인 및 보건의료인 분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러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