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회의 러브라이브! - https://bbs.ruliweb.com/family/3094/board/181035/read/9492657
‘저기, 우리가 뭐라고 말해 줘야 할까?’
‘저분들은 우리로서는 짐작도 못할 상처들을 품고 있다고요. 신중하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처음인걸.’
‘으음…….’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냥…….’
‘일단 억지로 꾸며내는 소리를 하는 것보다, 진심을 그대로 전하는 게 낫지 않을까?’
‘세상에, 노조미쨩이 표준어로 말하고 있어…….’
“후훗…….”
실로 몇 주 만에, 수현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호노카는 있지, 덜렁이고 공부도 못하고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일까 하면서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가 사실은 말야, 사랑하는 우리 학교가, 폐교되는 게 싫어서, 할머니의 꿈도, 엄마의 꿈도 모두 잊혀지는 것이 싫어서 그냥 스쿨아이돌을 시작하겠다고 했었어. 작사도, 작곡도, 안무도, 의상도 자신이 없었지만 모두가 도와주었고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면서 이렇게 여기까지 왔다고나 할까, 그리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 모두가 서로 함께해서 밝게 빛나자고!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도 스쿨아이돌이 시작되었다고 들었을 때 무지 기뻤어!”
잠시 말이 끊어졌다가,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든 일이 있었을 줄은 우리도 몰랐어! 힘들면 모두에게 의지해서 함께 일어서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스쿨아이돌은……. 나에게는 여기 누구보다도 소중한 뮤즈의 친구들이 있고, 그곳에는 플레이아데스의 친구들이 있잖아? 다함께 밝게 빛나고 싶어! 그 꿈을 이루게 해줘, 부탁이야.”
“평소에도 저런 의젓한 말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미쨩~ 매일 이런 말만 하면 재미없을지도!”
“네, 네. 알겠어요. 그럼 코토리, 수현양에게, 그리고 플레이아데스 멤버들에게 전해줄 말이 있다고 했잖아요. 어서…….”
화면 너머에서 아홉 사람이 왁자지껄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 사람씩 이야기하는 것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진행되는 화면을 보면서, 수현이가 오랜만에 웃기 시작했다. 영상이 마침내 끝나자, 다리를 후들거리면서, 수현이가 일어섰다. 헝클어진 머리를 부여잡은 채로 덜덜 떨면서 일어섰다. 힘들면 서로 털어놓자고, 서로 마음을 모으면 방법이 생길 거라고 했으면서, 그리고 자신도 그렇게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았었지 않았는가.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렇게 말했으면서 자신은 이렇게 쭈그리고 앉아서 벌벌 떨고 있다니.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답답함을 이기지 못했던 수현이가 크게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며칠을 굶주려 있던 수현이가 다시 털썩 쓰러졌다.
다시 꿈을 꾸었다. 소연이는 자신의 반 담임 선생에게 따귀를 맞았고, 화가 난 해민이가 그 선생의 정강이를 힘껏 걷어찼었다고 했다. 그 때 아빠가 그 선생에게 병원비를 물어줬다지만,아빠는 해민이 탓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해민이의 아빠가 이야기했었다. 이건 깽값이라면서 자기앞수표 몇 장을 교무실 한복판에 내던지고 그대로 나와 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 그리고 소연이와 해민이, 그리고 그 부모님들은 학교측과 대판 싸우고 전학 수속을 밟았었다. 이삿짐 트럭을 타고 도로를 달리면서, 수현이는 엄마에게 안겨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엄마, 난 왜 이렇게 태어났어! 맨날 아프고, 그래서 엄마하고 친구들한테 폐만 끼치고!”
“차라리 그때 그냥 죽어버렸으면!”
아빠도, 엄마도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아빠는 무겁게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그 때 엽산 보충제를 아내에게 권하지 않은 탓이었을까, 아니면 워낙에 힘들게 일하면서 운동조차 하지 않아 그게 문제가 된 걸까.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수현이를 끌어안은 채로 같이 울먹이고 있었다.
“엄마 미안해…….”
“수현이를 아프게 태어나게 해서, 엄마가 정말 미안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수현의 엄마는 수현이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 이후로 수현이는 친구를 사귀지도,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단지 소연과 해민, 그 둘만이 수현이가 알고 있는 다른 세계의 전부였다. 그리고 세 사람은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비록 상흔을 없앨 수는 없을지라도, 방향을 달리하고 꿰매는 방식으로 해소할 수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이미 해가 높이 떠 있었다. 아직도 떨리는 몸을 부여잡은 채로, 수현이가 일어섰다.
어느 새 갈아입혀져 있던 잠옷과 속옷을 차례로 벗고 서랍에서 새 옷을 꺼내어서 입었다. 정말 최악이라고. 플레이아데스의 모두를 믿지 못했다니. 해민과 소연, 그리고 자신을 보고 차례로 들어와준 모든 친구들, 그리고 바다 건너편에서 자신들을 걱정해 주는 모든 친구들. 아니, 나를 끝까지 걱정해 주었던 그 두 사람에게라도 의지했으면 되었을 것을. 옷걸이에 걸려져 있던 교복을 입었다. 그리고 방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어느 새 문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다리를 후들거리며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서서 아파트 정문 앞까지 나왔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택시를 불렀다.
“아저씨, 정화여고 앞까지 가주세요.”
“어휴, 고생이 많았겠구나. 우리 딸도 너희들을 엄청 걱정하고 있었단다. 택시비는 안 받을 테니까 친구들에게 더 걱정을 끼쳐서는 안되지?”
뜻밖에도 택시기사가 수현이를 알아보고 있었다.
“우리 딸이 너희 친구들의 팬이거든.”
“아아…….”
둘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였으니 이야기할 시간도 없었다. 몸이 떨렸지만 전혀 무겁지 않았다. 오랫동안 구부린 채로 있었던 다리가 적응할 시간을 달라는 듯이 떨려오는 것이 제일 문제였지만.
“다 왔어. 아까전에 말한 대로 돈은 안 받을 테니까 어서 가.”
“고맙습니다…….”
택시에서 힘없이 내린 수현이, 텅 비어 있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실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그리고 동아리실로 이어진 복도를 힘없이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문 앞에 섰다.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
“만약에 이것까지 안 된다면?”
“아니라고, 분명히 될 거야. 모두들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걸!”
여덟 명의 플레이아데스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그들에게 수업 같은 것은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수업은 그냥 포기하고 있었다.
“이제 열흘 뒤에 1차 예선이 시작이라고. 그때까지 수현이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어. 오히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는 것은, 그게 수현이가 바라지 않는 일일지도 몰라. 만약에 돌아오지 못한다면, 여덟 명으로라도 가야 해. 우리가 여기서 절망하고 활동을 그만둔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는 것일 테니까.”
소망이 착잡하게 입을 열었다. 그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벌컥 일어서서 문을 향해 달려갔다. 다급하게 뛰어가느라 테이블과 의자가 엎어지면서 와장창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 따위는, 미닫이문을 너무 급하게 열어젖히느라 쾅 소리가 나면서 문에 끼워놓았던 유리가 떨어져서 폭발하듯이 터져나가는 것 따위는 그들에게는 알 바가 아니었다. 그리고 문을 연 곳에 서 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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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럽페스에 다른 일까지 정신이 팔려서, 에피소드를 지금에야 끝냅니다.
- 합숙 에피소드의 집필을 속개해야겠군요. 이게 끝나면 다음은 여름방학 끝나고 대수능 모의평가를 치고 난 후에, 바로 오토노키로 날아가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아니면 전에 쓴다고 다짐만 해 놓았던, 아이 x 치카 x 요우 단편을 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