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2009년에 대학교 다닐 때, 신종플루에 걸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다녔던 학과는 하루에 수업시간만 해도 40시간이고, 공부해야 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생활이 없어지는 동네인데다 수업 시간표도 수시로 바뀌는 동네였죠. 그리고 다른 학과들이 강의실이 여러 개가 존재하는 것에 비해, 100명짜리 대형 강의실 세 개면 충분한 곳이었고 80명이 그 강의실 내에서 붙어 다니다시피 하는 과였습니다.
당연히 2009년에 H1N1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하고 교수라든가, 학생이라든가 유입되자마자 그대로 다들 걸려버렸고 1주간 휴교령이 떨어져 버렸죠. 하필이면 제 뒤에 사람이 확진자 (물론 격리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 친구가 확진자였음은 나중에 휴교 해제 후에야 알았습니다.)였기에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체온을 재보니까 섭씨 39도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방에 틀어박혀서 문을 걸어잠가버렸죠. 가족들과도 아예 만나지 않고, 학교에서 자율학습주로 정했기 때문에 숙제해야 한다면서 (물론 그건 진짜였지만요. 핑계로는 그게 제일이었기에...) 방에서는 아예 안 나오고 식구들이 출근해서 없는 시간에만 조심스럽게 나와서 식사를 해결하고 상은 전부 알코올로 닦아버리고 들어가기를 반복했었습니다. 체온이 제일 심하게 올라갔을 때는 섭씨 40도까지 올라갔었는데 하늘이 노래지더군요. 어차피 분위기가 분위기였는지라 인플루엔자 H1N1 감염은 뻔한 일이고, 기저질환이 없으면 사망률은 낮을 것이므로, "나보다 더 급한 사람들이 차고 넘치니까 난 일단 버티자!"라면서 무모하게 버텼죠. 타미플루의 경우에도 건강인보다는 기저질환자, 임산부, 노약자에게 더 필요한 약이니까요. 섬망이나 정신착란, 아니면 폐렴이 오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다행히도 1주일을 버텨서 휴교 해제가 될 때에야 열이 떨어져서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워낙에 뻔해서 검사는 안 받았지만 집에는 철저하게 입을 틀어막았기에, 서너 달 뒤에 친척동생이 인플루엔자 때문에 수능을 망쳤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사실 나도 인플루엔자 걸렸었다"라고 이야기했었죠. 물론 워낙 지독하게 자가격리를 해서 집안 식구들은 전혀 믿지 않았지만요.
솔직히 사스나 메르스에 비하면 감염력은 매우 높지만 치명률이 낮음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리고 학술지 네이처에서 요즘 CoVID-19관련 기사는 전부 공짜로 뿌리기에 대다수 사람들은 그냥 감기처럼 앓다 지나간다는 조사 결과도 봤었습니다. 솔직히 그냥 확진자 만나서 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보건소에 신고해서 "저 확진자하고 접촉했습니다. 지금 장소는..."해서 접촉자 없이 확진-치료 후 면역 획득 테크를 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냉소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이미 어디선가 걸려 버린 뒤에 나아 버렸다든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이면 하도 감기를 달고 살다 보니... (근무하는 건물이 오래되다 보니 먼지가 엄청 많습니다)
네이처 기사로 나온 모델링에서는, 가장 낙관적인 모델링에서도 2월 말이 피크이고 가장 비관적인 모델링에서는 5월까지 가야 피크를 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 릿삐 팬미팅/어쿠스틱 라이브 투샷권 환불 전화를 어뮤즈에서 받았습니다. 환불받은 돈으로 굿즈나 사야죠.ㅠㅠ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지역사회 감염으로 골치아픈 것은 오십보백보지만 그래도 남의 나라에 가는 것은 영 찝찝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었을 텐데도 일정 취소 없이, 배웅회를 준비해 준 이이다 리호 씨에게 그저 감사를.ㅠㅠ 우리나라에 오는 나츠미씨나 마리아씨, 그리고 다른 나라들 (사실 의미 없습니다. G20에 해당되는 나라들은 거의 다 감염자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로 홍보하러 가는 성우분들이 걱정이죠.
PS> 제가 2009년에 했던 짓은 정말 무모한 짓이었음을 다시 알리고자 합니다. 지금 CoVID-19도 말썽을 부리고 있지만 인류의 오랜 주적인 인플루엔자도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한때 망국병으로 불렸던 결핵도 있으니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1339로 연락하거나, 지역 보건소에 연락해서 전화를 해보고 그에 따라서 행동하십시오. 아프면 의료인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여야 합니다. 일이 끝난 이후 지도교수님과 저녁 먹다가 그 이야기를 했는데 한 대 맞을 뻔했었죠. 어떻게 그따위 무모한 짓거리를 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