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첫 번째 인간의 뼈에 창촉이 박혀 있을 만큼. 인간은 구석기 시대부터 끊임없이 전쟁을 벌여왔다. 명분은 영토 확장을 위하여.
사상과 이념에 의하여. 경제 확장을 위하여.
종교가 다름을 위하여. 종교 안에서도 종파 간의 다름에 의하여. 인간이 탄생한 이래 평화의 시기는 7%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 지휘관 M14 복귀! ”
“ M4A1, 군수지원을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
M14가 리더. M4A1이 부리더로 이끄는 군수지원 제대가 오랜 시절 파괴된 군사 종합 박물관 탐색을 마치고 지휘관 실에 둘이 보고를 하러 들어오는 참이었다.
“ 수고했어. M14 ,M4. 탐색에서 얻어온 건 있어?”
“ 물론. 오래전 저장 매체인데 뭔가 동영상들이 한 묶음으로 편집된 동영상이더라고.
근데 동영상에서 좀……. 이상한 동영상이더라….”
지휘관은 프로젝터를 작동 시키며 안에 들어있는 동영상이 뭐가 담겨 있는지 고개를 까딱였고 이내 M14가 지휘관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이 동영상을 돌아오는 헬기 안에서 봤는데……. 이 영상에서 나오는 인간들은 참……. 역겨워...”
M4가 놀랐는지 M14의 옆을 돌아보며 말했다.
“ M14 말조심! 지휘관 죄송합니다….”
지휘관이 그 말을 듣고 M14를 잠시 째려보았고. 이내 가져온 저장장치에 연결한 프로젝터가 화면이 나오자
아주 예전에 벌어진 참혹한 흑백 동영상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민간인을 일렬로 벽에 세워 총살하는 군인들. 항복한 전쟁포로를 쏘는 군인들. 화염방사기로 집안을 불태우고 빈집에서 가재도구를 가지고 나오는 군인들.
강제 수용소에서 노역 중인 사람들... 강제 수용소에서 시체를 모아두고 석유를 부은다음 소각 시키는 군인들...
곧이어 컬러 동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건 더 잔혹한 장면 이였다. 어느 사막에서 검은색 옷과 복면을 쓴 군인들이
오렌지 복장을 한 어느 사람을 산 채로 총으로 쏘고 그대로 구덩이에 묻어 버리고선 이상한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복면과 삼림 지방 전투복을 입은 민병대들이 파란 헬멧을 쓴 군인을 큰 나무토막에 산채로 꽁꽁 묶어버리는 장면들.
수많은 집속탄 자탄이 마을에 쏟아지는 영상들 등등....
이내 지휘관은 잠시 휘청였지만 정신을 차리고 리모컨을 사용해 프로젝터를 끄고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진정했다.
M14는 아직도 이해 못한 표정을 지었고 M4A1은 그냥 고개를 푹 숙인 채 있었고 지휘관은 M14에게 말을 건넸다.
“ 그래…. 이게 역겹다고?”
M14와 M4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 그럼. 우리 같은 인형들 입장에선 겪어보지 못한 일이니까. 내 마인드맵은 그렇게 대답 하라고 명령하고 있는걸. 다 인간들이 한 짓 이잖아.”
당장이라도 화를 내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지휘관은 M4에 말을 건넸다.
“ 그래…. M4도 이 동영상을 오는 길에 보았겠지? 어떤 느낌이 들어?”
“ 그……. 글쎄요.. 지휘관.... 저는 이 동영상을 보고 놀라 잠시 저의 마인드맵이 정지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나마 진정제를 투여하여 바로 정신을 차렸지만요. 하지만…. 우리를 설계하고 창조한 인간이 예전에 이런 짓을 할 줄이야…….”
이내 지휘관은 한숨을 내쉬며 커피 한 모금을 마시기 시작했고 M14와 M4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우리 인간은 잔혹한 존재야. 인간이 멸망하기 이전엔 사상과 이념이 다르다고,종교가 다르다고
종교 안에서도 종파가 다르다고허구한 날 전쟁으로 해결하자는 그런 갈등을 항상 품고 있었고.
그런 증오가 모이고 모여서 여기 담긴 동영상에 만든 행위를 했어...
너희 인형도 이해가 가는 게…. 우리 인간이 벌인 전쟁의 뒷배경을 모르는게 당연해."
그러면서 지휘관은 M14와 M4를 마주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 나 같은 인간들이 느끼는 전쟁은 가까이서 보면 두 눈 뜨고 보지 못할 참혹함이지.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건물들이 붕괴하고…. 난민들이 쏟아져 나와.
너네들 마냥 수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도 없어. 피차 신체적인 상처가 없다해도 너네들 한테는 마인드맵에 해당하는 정신이 파괴되어서
그 참혹한 장면은 인간이 죽을 날까지 정신을 마구 괴롭히는거야. 근데 왜 이런 동영상을 전쟁 박물관에 전시했는지 유추할 수 있을까?”
M4가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 글쎄요…. 이 동영상을 전시한 이유는.... 이걸 보고 인간들이 다시는 그런 짓을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증거 자료로 이 동영상을 남기지 않았을까요? 지휘관? ”
지휘관은 M4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 맞았어. 우리가 이런 기록을 영상으로 남긴 이유는 단순해. 이 동영상을 보고 다시 그런 짓을 반복하지 않는 거야.
이 기록에 남은 가해자들 있지? 전부 다 법에 따라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았어. 교수형을 받거나……. 감옥에 갇히거나…. 그 자리에서 사살되거나... ”
말을 하다 지휘관은 책상 아래에서 똑같은 저장 매체를 꺼내 프로젝터를 켰다. 프로젝터 안의 내용은 전범 재판을 받는 고위직 군인들.
적십자 표시가 된 천막에서 부상자들을 열심히 치료하는 의사들. 구호소에서 푸른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난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행동들,
이산가족이 된 가족들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담긴 동영상이 나와 있었다.
“ 자 이 사람들은 반대로 착한 사람들이야. 이것도 전쟁의 이면이겠지.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을 돌봐주는 사람도 있다는걸.
M14. 이래도 인간들이 역겹다고 생각해? ”
M14는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 아니…. 몰랐어……. 지휘관에게 말실수한 거 미안하다고 생각해. 다시는 그러지 않을께….”
지휘관은 생긋 웃으며 이내 대답했다.
“ 군수지원 갔다 오느라 수고했고. 혹시 만약 이 기억을 제거 해버리고 싶으면 수복실 가서
기억 제거를 부탁하면 너네들 마인드맵에서 이 장면을 삭제 할거야. 푹 쉬어.”
“ 들어 가 보겠습니다. 지휘관.”
“ 가볼께....”
이내 지휘관 실의 문이 닫히며 M4와 M14는 돌아갔고. 문이 닫히고 지휘관은 페르시카에 전화를 걸어 새로운 인형용 칩셋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칩셋의 명칭은 rules of engagement. (교전 수칙)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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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은 모 단체가 생각나면 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