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HK416의 관계는 그냥 G11을 다루는 애엄마 애아빠 같은 관계였다.
애당초 404와는 특별한 접점이 없던 탓에 그들에게 나는 단순한 이웃사람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따금 대화를 나누고는 했지만 인상깊은 기억은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지금 나는 HK416과 한 이불 아래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일어나셨나요, 지휘관?"
야시시한 옷을 입은 채 HK416이 평소처럼 낮은 목소리로 나를 반겼다. 그녀는 이 상황에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똑바로 보며 눈을 깜빡였다.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입술이 맞닿을 거리. 나에게는 그 간격이 무서웠으나 HK416한테는 달랐나 보다.
그녀는 천천히 내 손을 잡고서 자신의 볼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간지러우면서 오싹한 감촉이었다.
누가 봐도 부끄러운 행위를 HK416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고 있었다. 아찔하게 손바닥을 자극하는 매끄러운 피부.
마치 애교부리는 고양이처럼 HK416이 내 손에 뺨을 비볐다.
천천히 맛을 보듯 얼굴로 손바닥을 만지고 또 만진다.
그렇게 한참을 만끽하고서야 비로소 촉촉한 입술이 속삭였다.
"지휘관. 제가 있으면 충분해요."
이것이 그 무서운 사건의 첫날이었다.
<*>
한참 뒤, 오후가 되어서야 나는 아침의 진상을 알 수 있었다.
HK416과 사고가 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술에 취한 내가 그만 숙소를 잘못 찾아왔단다.
그녀 입장에서는 나름 놀라지 않게 장난쳐준 거라는데 그게 과연 장난이었을까? 에이, 모르겠다.
인형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나는 한숨을 쉬며 HK416에게 일단 사과하였다.
다행히도 아침까지 잠만 잤을뿐 아무 일도 없었댄다. 그렇다면 고개 몇 번 숙이면 잘 풀릴 것이다.
어차피 416을 포함한 404소대는 조금 있으면 알아서 임무라며 어디론가 사라질 터. 결국 자연스레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주겠지.
나는 그렇게 믿으며 일과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HK416은 온종일 내 곁에 꼭 붙어앉았다. 그것도 손까지 잡은 채 말이다.
"지휘관은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전부 준비해둘 테니까."
그녀는 마치 엄마마냥 잡일마저 도맡기 시작했다. 하나 둘 내 앞에서 서류들이 사라지고 커피와 음식들이 놓여졌다.
설마 아니겠지. 나는 불안한 마음에 가슴을 졸이며 HK416을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내 기대에 보답하듯 상상 이상의 행동을 취했다.
"자, 지휘관. 아~."
포크로 케이크를 들어 조심스럽게 내게 권하는 HK416. 어서 입을 벌리라며 '아~'하는 모습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틀림없이 며칠 전에 틀어준 영화의 영향이다. 그때는 재미없다며 틱틱대더니 다 보고 있었나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분명 스크린으로 봤을 때는 달콤했던 연애영화가 눈 앞에서는 공포스릴러로 변했다.
입 앞까지 다가온 포크가 정녕 케이크를 먹이려는건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만큼 HK416의 행동은 내게 크나큰 혼란만 안겨주고 있었다.
나는 어쩔 줄 몰라 가만히 그녀를 보았다. 그러자 그녀도 지긋이 나를 올려다 보았다.
이윽고 케이크를 사이에 둔 채 HK416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녀와 나의 얼굴은 점점 맞닿아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우리의 입술 사이 방해물은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고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어라, 지휘관? 나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진 거야?"
언제 들어왔는지 UMP45가 맞은 편에 앉아서 우릴 향해 웃음짓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몸을 펄쩍 뛰었다. HK416은 어느 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옆에서 케이크를 먹고 있었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듯 커피도 홀짝이더니 냉정히 말했다.
"그냥 장난 좀 친거야."
"뭘 했던 거죠, 지휘관. 아직 그런 관계가 아니잖아요?"
그 말에 뒤에서 나타나 추궁을 하는 UMP9. 그리고 이 틈을 타 재빠르게 내 허벅지를 베개 삼는 G11. 순식간에 지휘관실에 404 전원이 모였다.
416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3명이 더 늘어나다니. 나는 현기증에 이마를 잡으며 45를 보았다. 그러자 45는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청소하러 온거라고. 청소~."
청소. 한마디로 권한우회다.
404소대의 안 좋은 점을 한가지 뽑자면 너무 자유분방하단 것이다. 리더인 45부터가 이런 성격이니 소대원 전체가 마이웨이다.
지휘관실에는 부관 - 지금은 HK416이지만 - 외에는 결코 들어오지 말라고 엄포를 해놨더니 뜬금없이 며칠 전부터 청소를 도와주겠단다.
나야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냉큼 승낙했더니 이리 된 것이다.
들어오지 말란 명령을 어긴 게 아니다. 청소를 하러 온 거지.
이런 식으로 제한을 꼬우고 꼬운 게 벌써 수십가지.
나는 한숨을 쉬며 리모콘으로 권한을 재수정했다.
뒤에서 9이 '잠깐 5분만!'이라고 소리쳤지만 무시하고 버튼을 눌렀다.
그제야 인형들은 내 곁에서 떨어졌고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하다.
분명 재설정을 하였는데도 HK416만은 내게 꼭 달라붙어있다.
다른 인형들이 있어서인지 절제한 것 같지만 그것이 더 무섭다. 책상 아래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
그 아래에선 신발까지 벗은 416의 다리가 내 다리를 문지르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커다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하지만 416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갑자기 왜 그래, 지휘관?"이라며 오히려 더 몸을 밀착했다.
아니, 물론 단순히 붙어있는 거지만... 난데없이 무슨 바람이 불은 걸까? 설마 아침에 난 사고의 보복일까?
사실 따지고 보자면 416뿐만 아니라 404 전원이 예전부터 행동이 묘하게 변했다. 처음 말한대로 404소대와는 업무상 접점이 별로 없다.
한데 업무외 접점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UMP45는 일단 눈빛부터가 무섭다. 노려보는 것 같으면서도 마주치면 슬쩍 다리를 꼬며 기다란 웃음을 짓는다.
UMP9은 매번 무섭게 뒤에서 나타난다. 가끔씩은 프리허그라며 안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내 등에 얼굴을 비볐다. 대체 얼굴을 왜.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얌전하리라 믿었던 G11은 요새 제일 무섭게 변했다.
내 허벅지를 베고 자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다. 하지만 이녀석, 잠버릇이 굉장히 위험하다.
처음에는 손으로 다리를 만지작거리더니 요즘 들어 그 위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나는 너무 많이 올라온 G11의 손을 때리고 아래로 내렸다. 지금 위치는 정말 위험했다.
근데...... 방금 저녀석 '칫'하며 입맛을 다신 것 같았는데 내 착각이겠지?
나는 혹시나 G11이 깨어있나 싶어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416이 찬물을 끼얹었다.
"그런데 다음 주 임무는 잊지 않았겠죠, 지휘관?"
다음 주? 아, 맞다. 이번에 폐숙소 정찰 임무가 있었다. 그런데 하필 얘네들이랑 가야하다니.
나는 불안한 마음에 다리마저 떨었다. 아침만 해도 하나로 벅찼는데 넷이나 데리고 갈 생각을 하니 무서워졌다.
결국 나는 이 날 하루종일 집중을 하지 못했다. 사람도 모자라 인형마저 두려운 지휘관.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외로워졌다.
방 안에는 이제 나와 416, 그리고 내 다리를 베고 자는 G11밖에 없었다. 세 명 다 말이 없으니 고요하다. 그리고 고요함은 쓸쓸함을 부른다.
나는 왠지 자책감이 들어 풀이 죽었다. 그러자 416이 조용히 얼굴을 내밀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휘관."
평소와 다르게 차분한 말투였다. 마치 내 마음을 알았다는 듯 타일러주는 모습.
416은 슬그머니 내 손까지 잡고서 쓰다듬어 주었다.
"우린 그냥 조금 외로운 거 뿐이야. 다들 좋아한다 좋아한다 하지만 한 달만 지나면 인형은 대부분 혼자가 돼.
하지만 이곳에선 벌써 1년을 넘게 보냈어. 그게 좋아서 그런거니까 너무 우릴 싫어하지는 말아줘."
처음으로 들어보는 416의 본심이었다. 그녀는 스스로가 한 말에 부끄러운 듯 내 눈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꼭 잡은 손을 놓지는 않았다. 마치 고양이에게 붙들린 것 같았다. 이빨에 깨물렸지만 애정이 감도는 느낌.
그 느낌을 알고나니 내 얼굴도 416처럼 빨개졌다. 결국 우리는 서로 얼굴을 붉힌 채 손만 만지작거렸다.
행복하면서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하는 데이트. 나는 그 시간이 즐거워 몰래 웃음마저 지었다.
하지만 416은 아니었나 보다. 그녀는 이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한발짝 더 움직였다.
"저기 지휘관..."
슬그머니 416이 선물을 하나 내밀었다. 연분홍색 리본으로 장식된 조그만 케이스. 반지가 들은 서약상자.
그녀는 빨개진 얼굴을 한 손으로 가리고 투정했다.
"슬슬 내 손가락이 너무 허전하거든? 빨리 받아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남은 한 손으론 꼭 잡은 내 손을 뜨겁게 뎁혔다. 고개를 홱 돌린 모습에 부끄러움이 가득하다.
나도 그 열기에 달아올라 얼굴을 들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서로 눈을 돌린 채 장님마냥 반지를 끼웠다.
이 날의 서약은 둘만의 비밀이었다. 하객도 없이 조용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기억. 아마 그래서 나는 몰랐을 거다.
G11이 야릇한 미소로 내 권한리모콘을 만지고 있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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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드디어 작전 임무를 나가기 전 날. 나는 45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다.
어디를 가냐고 묻는 말에 45는 '잠깐이면 돼'라며 내내 묵비권만을 행사했다. 나는 어쩐지 두려웠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며칠전에 416과의 대화도 있었고 무엇보다 부관이 아닌 이상 인형은 내 몸에 손도 댈 수 없었다.
...지금처럼 옷매무새를 잡고 끄는건 되지만 말이다.
아무튼 여차하면 리모콘도 있으니 문제없다. 나는 늠름하게 등을 피고 뚜벅뚜벅 걸었다.
창문 너머에는 달빛이 환하게 복도를 밝히고 있었다. 그런 복도를 45와 둘이서 걷고 있으니 어쩐지 연인 같기도 했다.
45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지휘관은 416을 어떻게 생각해?"
나는 그 말에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416과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긴 시간 함께 부관을 해와서인지 다른 인형은 생각도 못하겠다.
하지만 그것을 뭐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었다. 어쩌면 한 발 더 나가고 싶어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서약했다고 밝힐 수도 없으니 나는 계속 '음~'하며 대답을 미뤘다. 그러자 45가 슬며시 내 팔에 기대며 먼저 말했다.
"404는 늘 넷이서 가족이었어. 다른 인형은 꿈도 꿀 수 없었지.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안에 한 사람이 끼어든거야.
눈치챘을 때는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였어. 놀라웠지. 인형이랑 이렇게나 오래 생활하는 지휘관은 정말 드물꺼야."
45는 내게 팔짱까지 끼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노골적으로 가리키는 눈치였다. 어쩐지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데 너무 가깝지 않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나는 몰래 한 손으로 리모콘을 잡아 권한을 재수정했다. 그러자..
"아읏."
45가 갑자기 신음 같은 소리를 내었다.
뭐지? 내가 잘못들었나?
거기다 45는 여전히 팔짱을 낀 손을 풀지 않았다.
리모콘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데 이것도 옷을 잡고 있어서 그런가?
내가 당황해 생각에 빠지자 다시 45가 말을 던졌다.
"그런데 말이야. 가족이면 서로가 서로를 챙겨줘야돼. 예를 들면 내것은 9의 것. 9의 것은 내 것이지."
45의 숨소리가 가팔라졌다. 그녀는 걷는 것도 힘들어졌는지 내 팔을 양손으로 껴안았다.
나는 괜찮느냐며 45를 부축했지만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도움을 거부했다. 하지만 움켜쥔 손을 놓아주지는 않았다.
두려움이 등을 타고 서리처럼 솟아났다. 416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무서워서 자꾸만 리모콘을 눌렀다.
그러나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416이 그것을 깨뜨렸어."
45는 이제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가늘게 뜬 눈으로 본색을 드러냈다.
리모콘을 누를 때마다 45가 민감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그녀는 당당히 도망치려는 나를 붙잡고 구석진 방으로 이끌었다.
그곳은 어둡고 비좁은 밀실이었다. 하지만 보기와 다르게 따뜻한 곳이었다.
왜냐하면 침대며 이불이며 분위기를 내는 조명등까지 모든 것이 갖추어져있기 때문이었다.
먼저 온 UMP9과 G11이 문을 열며 우리를 반겼다. 그들도 45처럼 숨을 헐떡이며 못참겠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굶주린 독사처럼.
나는 그제야 뭐가 잘못됐는지 깨달았다. 리모콘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들을 막기보단 반대로 떠밀어주고 있었다. 그녀들 마음껏하라며 흥분시키는 것이었다.
명령에 거부하고 견디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고 있는 거였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우리는 넷이서 하나. 416의 것은 우리 것이고. 우리는 당신거니까, 지휘관."
왜냐하면 먹이는 공포에 질릴 수록 더 먹음직스러운 법이니까.
"지휘관... 아아, 지휘관."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자 그녀들은 방문을 잠궜다. 잊고 있었던 공포가 다시금 가슴 속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그녀들은 '괜찮아. 괜찮아.'라고 속삭이며 살며시 내 곁에 앉았다. 그렇게 손에는 손이, 다리에는 다리가, 뺨에는 뺨이 맞대어 비벼졌다.
마치 온몸으로 음식을 먹듯 그녀들은 내게 꼭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인형의 온기란 사람과 다를 게 없다. 맨살을 통해 직접 전해지는 그 따뜻함은 매혹적이나 잔인하다.
이제 내 말은 더 이상 그녀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물론 그녀들은 대화를 나눌 것이다. 다만 말이 필요없을 뿐.
나는 눈을 감고 조용히 기도했다. 그저 이 모든 것이 꿈이길. 아침이 되면 또 416이 일어나서 장난이었다고 말해줄 것이다.
하자만 그때까지 조금 긴 시간이 걸릴 듯 싶다. 왜냐하면 벌써부터 45의 손가락이 내 얼굴을 아이마냥 문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들으라는 듯 숨소리를 내더니 이윽고... DSR스킨 못 얻어 터진 멘탈 회복되서 여기까지
남은 돈으로 우중이 다리 분지르러 간다
어딜 가십니까 마저 쓰고 가세요
이 자에게 시스루를 갔다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