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어느 소전 관련 자료에, 영광의 날 작가는 자신이 예전에 썼었던 시나리오에 소전과 디맥의 설정을 버무리고 본편의 설정을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본편의 설정과 괴리가 있을 수 있으니 시나리오에는 크게 신경쓰지 말아달라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와서 보면 영광의 날은 본편 설정과 비교할 때 은근슬쩍 이상하거나 어긋난 부분이 좀 보이는 편입니다.
물론 영광의날은 소전 초중반기에 나온 이야기이고, 본편 설정은 나중에 계속해서 추가되고 바뀌고 해서 어긋나지 않을 수가 없는 부분이긴 해요. 팬들은 그걸 감안하고, 영광의 날이 주었던 추억뽕에 그냥 좋은 것이 좋은 거라서 넘어가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최근 재미있게도, 갑자기 본편과 영광의 날이 설정이 점점 맞물려져 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물론 제 뇌피셜입니다만)
1. 케투의 지휘능력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뛰어나지 않나?
영광의 날에서 아무리 가상공간이고 치트의 효과도 있었다지만, 케투의 지휘능력은 인간 지휘관에 버금가는, 압도적이라 할 정도의 전과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여타 지휘모듈을 장착한 인형들이 [지휘관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고 지휘 도중 자기 능력에 한계가 올 때마다 한번 씩은 자조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케투는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최종보스를 상대로 시간을 끈다고 말해 놓고선 혼자서 아작을 내 버렸을 정도죠.
한섭 지휘관들은 이 녀석이 한국인의 원한이 깃든 저주받은 녀석이라 리얼타임 시뮬레이션 끝판왕급 실력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로 강제 납득을 하면서 넘어갔지만, 아무리 그래도 실전경험 관련해서 별 말도 없어 보이는 녀석이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면이 있었죠.
그런데 이번 히든인 비경수위에서 이 녀석이 갑자기 엔피씨로 등장했습니다.
물론 같은 소대에 플비도 있고, 피브이 영상에서 수오미도 나왔으니 작년 소전 매출에 상당한 도움을 주신 안미센세에 대한 헌사 차원에 뽑은 인선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섭 유튜브 교육방송(?)에서 수오미와 플비가 요정을 설명하는 영상에 케투도 꼽사리 끼어서 나오기도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구태여 이 장면을 오덕 시선으로 해석해 보면, -절망적인 상황에서 지휘관의 지휘를 받으며 목숨을 걸고 싸웠으며, 나중에 그 전공을 인정 받아 소대장급의 권한을 얻게 되었다-라고 해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말해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배운 것이 있었단 말입니다. 여기에 나중에 치트빨이 더해져서 지휘관급의 지휘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거죠.
이 시점이 영광의 날 이후 시점일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케투는 지휘능력을 가진 녀석이 다른 지휘인형 밑에 들어가 있다는 뜻이 됩니다. 자기 소대원 다 죽고 혼자 살아 남아서 상급 지휘인형 밑에 들어갔다는 말이죠... ATK든 한국팀이든 말입니다...
자기 소대원들이 죽지 않았으면 당연히 그 소대원들을 지휘하고 있어야 하는 거겠죠?
그런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꺼무위키에 따르면 영광의 날은 특이점에서 약 1년 후의 시점이라는 언급이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케투의 부하들은 이 시점에서는 포격을 맞고 죽은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살아 있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켈리코는 후방에서 다른 말썽쟁이들을 이끌고 반장놀이를 하고 있을 것이며, 케파는 점쟁이, 케삼이는 트레이너, 케십일은 대학원생연구소에서 연구중일 것입니다.
아무튼 케투의 실전경험과 지휘능력에 대한 의문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네요.
2. 초반에 철혈을 과소평가하는 발언은 좀 위험하지 않은가?
얘들이 정식 군속도 아니고, 케투 성격이 저렇게 허허실실하니까 하급자인 캘리코가 대놓고 대들어도 뭐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철혈은 엄연히 인간을 괴롭히는 테러리스트에요. 저 녀석들이 무슨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지 알지 못하는 이상 위험성은 언제나 존재하는 겁니다.
지들이 인간의 안전을 보호해 주는 걸로 밥먹고 산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 저 발언은 위험한 겁니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신 시스템을 준비중이라고 발표가 났었죠... 철혈포획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가정해 보죠. 영광의 날 시점은 철혈포획이 얼추 마무리 된 시점이라고 말입니다.
당연히 위험도가 가장 높을 철혈 간부인형들은 전부 포획했을 것이며, 그 다음 위험도인 강화철혈(나중에 설정이 추가되었지만)과 히드라 골리앗 등은 포획 또는 파괴를 해서 씨를 말렸을 겁니다. 강한 개체일수록 숫자는 적을 테니까요.
나머지는 숫자는 많으나 약해 빠진 송사리들만 남았을 것이고, 지휘계층이 없으니 야생동물들마냥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 인간이나 그리폰 인형 등을 보면 시비나 거는것이 전부인 녀석들이었겠죠. 스타크래프트 캠페인에서도 지휘를내리는 개체가 없는 저그들은 야생동물처럼 어슬렁거리다가 정신지배를 받는다거나 하는 내용이 종종 나오지 않습니까.
어쨌든 위험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수준이니 지휘관이나 케투가 저런 말을 생각없이 할 수 있는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뇌피셜의 근거가 또 하나 더 있어요.
페일은 그리폰의 데이터 베이스의 자료를 바탕으로 철혈을 구현했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왜 철혈 간부의 데이터는 만들지 않았을까요? 불러 내 봐야 그리폰 애들처럼 자기 말 안 들을 것 같아서?
아니면... 저 시점에서 철혈 간부 애들은 완전히 그리폰에 융화되어 버렸고, 따라서 적성 존재 데이터에서 누락되었다고 하면 어떻습니까?
철혈 간부 애들은 전부 그리폰에 투항 또는 포획당해서 적이 아니기 때문에 페일도 복사하질 못했고, 간부한테서 지령을 받지를 못하니 위험도가 낮아진 송사리들은 근처에 인간이라도 없다면 무시해도 되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 이렇다면 초반의 지휘관과 케투의 안일한 대처도 납득이 가게 되는 겁니다.
3. 케투 게임 밈 관련
영광의 날과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지만 그 연장선상에 있는 3주년 스킨 시나리오에서 케투는 은근슬쩍 본인이 게임 관련 지식이 있다는 것을 언급했으며, 한 도시의 리듬 게임을 제패했다며 자랑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패한 게임의 장르가 뭔가 이상한 것 같지만)
이전까지는 게임을 잘 안다거나 게임을 잘 한다거나 하는 설정도 없었고, 언급도 없었죠. 그냥 한섭 지휘관들이 혼자서 전술로 페일을 때려잡은 케투의 실력을 보고 -역시나 스타의 민족의 혼을 이어받은 녀석- 이라는 점에서 농담삼아 게임을 잘 하는 한국인 밈을 붙였던 것이죠. 이게 어찌저찌 제작진한테 넘어갔고, 마침 캐릭터 설정이 없다시피 한 녀석이었던 터라 반 오피셜 설정으로 게임 잘 한다는 게 붙어버리게 된 겁니다.
아니 그런데... 같은 히든 엔피씨 소대에 플비가 있네요?
케투가 태어날 때부터 게임을 잘 했던 것인지, 나중에 소질에 눈을 뜬 것인지 어느 시점에서 게임을 잘 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같이 사선을 넘은 플비와 사이가 좋아지게 되었을 것은 당연한 것이겠죠.
케투가 나중에 소질에 눈을 떴다고 한다면 플비한테 물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고, 원래부터 게임을 잘 했다면 플비가 압도적으로 발렸겠죠 아마도... 둘 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친자매처럼 서로 신나게 투닥거렸을 것은 당연하겠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케투는 플비한테 물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쪽이 뭔가 이야기가 더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뜩이나 성근이 못 이겨서 열받아 있는데 제자인 케투가 자기실력을 넘어서는 게 보이면 더 빡치지 않을까요ㅋㅋㅋ
혹은, 케투와 성근이가 게임으로 붙어서 성근이가 발리고, 그걸 보며 플비가 내 제자가 너를 이겼다고 깔깔거리는 것을 케투가 그걸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보는 걸로 끝나는 상황도 재미있겠네요.
제작진은 그냥 안미센세 헌사 겸 인선을 저렇게 뽑았을지도 모르지만, 어찌어찌 보니까 뭔가 이리저리 이야기가 맞아 떨어지게 되니 뇌피셜 뽑아내는 입장에서 이게 꽤나 재미있었습니다.
영광의날 하면 부스러기 작가분의 atk만화가 생각납...
영광의날 하면 부스러기 작가분의 atk만화가 생각납...
충분히 납득 되는 시나리오입니다. 재밌게 읽었어요ㅋㅋㅋ 소전 초기에 2063년인가 그렇게 설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206X년이라고 대충 얼버무리지만... 그리고 영광의 날 시나리오상에 확실하게 2064년 여름이라고 나오죠. 특이점 이후 편극광까지 시나리오상 시간은 얼마 안 걸린 것으로 보아, 특이점 이후 1년 뒤라는 설정은 맞는 것 같아요. 메인 시나리오 작가는 따로 있고, 영광의 날 작가인 열운동은 메인 시나리오에 개입한 확실한 정황은 없지만, 이렇게 매력적으로 설정이 있는데 그것을 안 써먹기엔 서로 아깝죠. 열운동이든 이후의 시나리오 작가든간에요.
철혈 보스 같은 경우는 확실한 자의식을 갖고 있고, 야간지역에 나오는 드리머의 더미조차 섬뜩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아마 영광의 날에 기존 보스들이 나오지 않았던 것은, 어차피 보스는 페일로 정했는데, 중간보스격으로 기존 보스들 등장 시키면 시나리오도 길어지고, 기존의 보스들이 가진 이미지나 설정을 소모시키지 않기 위해서일 것도 같네요.
+ 영광의 날은 결코 잊혀지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