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울음.
*4대 클랜
[전건협]
방어를 버리고 공격만을 택한 ‘전투 건랜스 협회’. 총칭 전건협이라고 불리는 이 클랜은 특이하게도 방패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극악의 하체단련을 통한 스텝과 포격,포술,용향포,참격 등 공격으로 몬스터들을 수렵한다. 주로 수렵보다는 척결이나 전투 퀘스트에 출정하는 편이다.
[슬래시액스 귀. 슬액귀. 총칭 쓰레기]
거친 전투방식과 몬스터들의 멸족만을 꿈꾸며 금기시 여겨지는 해츨링들까지 사냥. 몬스터의 목에 칼날을 꽂아넣고 폭발을 시켜버리는 잔악무도함을 가진 슬래시액스 클랜 귀(鬼). 워낙 잔악한 수렵 방식 때문에 읽는 방식을 따라 ‘쓰레기’라고 불리고 있다.
[로켓]
수십년 전. 이세계에서 온 광물로 만든 희대의 걸작. 로켓 대검의 의지를 계승받은 전대미문의 대검 전문 클랜 ‘로켓’. 느리고 묵직하며 투박한 무기를 말 그대로 자기 몸처럼 다루며 베고 찌르고 휘두르고, 이윽고는 넓은 칼 면적을 이용하여 방어와 태클까지 일삼는 전투의 귀재들이다.
[수렵적]
몬스터 헌터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노래들을 작곡한 자들이며, 몬스터에 맞는 테마곡을 통해 헌터들에게 고양감을 부추기고, 그들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한 숙달된 컨트롤로 타격음, 파열음, 파찰음 등을 모두 활용한 진정한 음악가들. ‘수렵적’은 실제 수렵피리로는 불가능한 리듬과 음까지 타격과 자신의 스텝을 이용해 만들어낸다. 그 능력은 기초 수렵피리의 3배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한차례 거대한 폭발 이후, 하필이면 중앙에서 대기중이던 헤비보우건의 탄환들이 연달아 터지는 바람에 조사거점 전체가 불바다가 되었다.
“커억...!”
다행히 헌터들은 특수복장을 이용해 능숙하게 공황상태를 벗어났지만, 더 큰 문제는 이미 비룡의 떼들이 조사거점 위의 하늘을 점령했다는 것이었다.
단차 공격을 위해 비룡의 등 위로 올라탄 헌터들이 장작불에 타들어간 날벌레처럼 땅으로 추락하고, 랜스를 사용하는 헌터들은 전후좌우의 모든 방향에서 날아들어오는 브레스에 속수무책으로 타들어갔다.
태도와 차지액스의 괴이한 살상력으로 수십마리의 비룡들의 목과 꼬리가 잘려나가고 날개가 찢어져 추락했지만, 그들은 왜인지 죽고자 하여 달려드는 것처럼 찢어진 몸을 들고서도 헌터들에게 돌진했다.
“크에에에엑!!”
“키에에엑!”
죽음을 내뿜으며 피와 불을 뿜어대는 비룡들이 조사거점 위를 가득 메우자, 아무리 고랭크의 헌터들이라도 속수무책이었다.
찢어진 피부 틈으로 산성독이 스며들고, 잠시라도 무기를 휘두르는 것을 멈추면 강력한 이빨이 자신의 어깨든 몸이든 한군데를 물어 뜯어버린다.
비룡들의 침략은 한 마리의 ■■테러와, 인해전술의 승리로 인간의 완전한 패배를 맞는 듯 싶었다. 전쟁의 양상이 완벽하게 기울었다.
금빛 역린의 착륙은 그야말로 위압적이었다. 그녀는 일반 리오레이아보다 몇 배는 거대하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2층과 3층의 구조물들을 있는대로 부숴 없앴다. 금빛 역린에게 단차 공격을 시도하려던 헌터들은 그녀의 단단한 육질에 제대로 힘도 못 써보고 그저 매달리는 것에 그쳤다. 그 사이 이미 조사거점의 대부분은 부서져 파편이 되어 바닷가에 둥둥 떠다녀야 했다.
금빛 역린은 브레스를 뿜어 목조 건축물에 무수한 화염을 일으켰고, 2층의 공방구역에서는 금속 재질의 물건들과 용암 성분의 용광로가 브레스에 맞닿아 격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조사거점의 몰락을 야기했다.
그녀는 자신의 새끼를 찾기 위해 코를 벌름거렸다. 그러자 불에 탄 내음 사이로 미세한 새끼의 점액질 냄새가 감지되었고, 곧바로 바닥을 찢고 붕괴하여 연구원들과 비전투원이 있는 지하를 향했다.
벌레만도 못한 생명들을 앞발로 짓이기며 내부를 향하자, 그녀가 그토록 기다려왔던 새끼 리오레우스가 그녀를 보며 울고 있었다.
“크르륵...”
금빛 역린이 자신의 새끼를 데리고 가려고 할 때, 이상한 괴리감을 느껴 동공을 확장하자 어둠 사이로 한 연구원의 모습이 드러났다.
길고 날카로운. 적어도 목의 척추 정도는 끊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작살을 들고 새끼 리오레우스의 목에 겨누고 있는 연구원이었다.
“새끼...데려가고 싶냐...?”
금빛 역린의 몸짓이 멈췄다. 연구원이 자기의 새끼에게 날카로운 작살을 들이밀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비룡의 새끼들. 그러니까 인간의 언어로 해츨링으로 부르는 태어난 직후부터 유년기를 포함한 새끼들은 날개가 일반 성체보다 훨씬 단단한 대신 날지 못한다.
살을 뜯어내는 고통을 이겨내면서 날개짓을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을 해야 비막을 두르고 있던 덩어리들이 떨어져 나가고 날개가 생기게 되는데, 이는 이들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비룡의 특성상 다른 비룡과 고룡, 심지어 인간 헌터들이라는 천적이 있기 때문에 새끼 때에는 사냥을 당하기 쉬운데, 이 때 단단한 자신의 날개를 몸쪽으로 끌어들여 방어 태세를 유지한다.
“근데 어떡하지? 이미 나를 부모로 각인해버렸는데?”
그리고 연구원의 말대로, 금빛 역린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새끼가 날개로 자신의 몸을 감싸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크르륵...! 크륵!!”
금빛역린의 눈이 멀겋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동공 속에서 분노와 복수심에 금방이라도 브레스처럼 뿜어져 나올 듯 했다.
“하하...!그러게 간수를 잘했어야지? 이놈이거 날개 세우는 것 좀 봐? 나를 지키려는 거 같은데? 저리 꺼져 더러운 짐승새끼야!”
금빛 역린이 자기 자식을 구하려 앞발을 내밀었지만 겁에 질려 날개로 몸을 감싼 해츨링은 자신의 앞에 있는 진짜 부모를 보고도 두려움에 벌벌 떨 뿐이었다.
연구원의 작살이 한층 깊게 해츨링의 목 부분 갑피를 뚫고 들어가자 그제서야 분노를 간신히 씹어삼키는 금빛 역린이 몸을 뒤로 슬금슬금 빼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투쾅!!!
금빛역린의 머리 위에서 둔탁한 금속성 굉음이 울려퍼지고, 비룡들이 그토록 증오해 마지않던 인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금빛역린이 거대한 몸을 들어 지상 밖으로 고개를 향하자 수렵에서 급한 호출 신호를 받고 돌아온 헌터 클랜들이 전투태세로 복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