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울음.
신대륙의 발견과 고룡들의 고지능화가 있고 난 뒤, 꽤 오래 전부터 몬스터와 인간들의 영토전쟁은 격화되었다. 말 그대로 헌터와 몬스터간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었는데, 이 때 많은 군사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바로 헌터협회의 개혁이었다. 헌터협회의 개혁 으로 수많은 헌터들을 체계적으로 기르기 위해 가장 안전하며 완전한 랜스와 한손검은 모든 헌터들의 필수 무기가 되었고, 헌터랭크 15 이상에 오르면 자신이 원하는 주 무기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다. 또한 위험도가 높으며 생존성이 비약적으로 낮은 활은 헌터들이 고를 수 없는 ‘과거의 영광’으로 남아 현재의 헌터들은 사용 불가능한 무기가 되었다.
그 와중에도 15랭크 이상의 헌터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비주류의 무기들이 생기고 소외되게 되었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고랭크의 헌터들만이 남아 양극화를 이루는 효과를 가졌다.
하지만 헌터 협회에서는 이들을 오히려 부추겨 사람들로 하여금 다루기 어려운 무기들임에도 불구하고 ‘극한의 경지에 올라 최고의 자리를 석권하는 비주류의 멋’이라는 로망을 각인시켰고, 그 중심에는 4대 클랜이 있었다.
4대 클랜은 반어적으로 그들을 이르길 약소 클랜이라고도 불리우는데, 그 인원들이 극히 적고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각 클랜당 15명~20명을 유지하는 극소규모 클랜의 인원들은 모두 헌터랭크 500 이상. 심지어 이 4대 클랜장으로 이루어진 수렵 파티가 3년 전. 준성체 제노 지바를 물리친 적도 있었다.
그런 그들은 리오레우스 같은 비룡 수십 수백마리정도는 아무렇지 않은 귀찮은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이야... 아주 조사거점이 난리구만?”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로켓의 클랜장이자 4인 수렵 체제에서 2인 수렵 체제라는 혁신적인 체제를 만들어낸 극단적 실리주의자. 계산가 피어였다.
“한번쯤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우리도 그냥 헌터 협회 나갈까? 매번 호출받고 귀찮아죽겠어.”
그의 말에 쓰레기 클랜의 클랜장이자, 약 3년간 최고의 전투 헌터라는 타이틀을 유지해온 전투의 귀재. 전설 다이앤이 귀를 파고는 귀지를 후 불어 귀찮다는 듯이 대했다.
“다이앤누님! 이 개만도 못한 비룡새끼들. 그러니까 고대수의 숲 싹 불태우자고 했어 안했어? 이블죠 먹이로도 시원찮은 자식들이라니깐?”
“우리가 그렇게 죽을 똥 살 똥 하면서 용결정 땅에서 역전왕 고룡들 잡고 있을 때 맘 편하게 놀고먹던 자식들이니 꼴좋지 뭐.”
다이앤을 누님으로 모시면서 따르는 쓰레기의 두 클랜원들이 가장 앞장서서 슬래시액스를 꺼내 들었다.
“우리가 싹 죽인드아!! 다 조져 씨빠!”
그리고 그런 객기 넘치는 살인광 집단을 보며 전건협과 수렵적의 클랜원들은 천천히 고고한 걸음걸이를 유지했다.
“그래봤자 무역선 한 두번 입항하면 싹 고칠텐데...돈이랑 시간도 아까운데 이 기회에 그냥 용결정 땅으로 본부 옮기면 안되나?”
“그것도 좋은 생각이다. 그냥 다 부셔버릴까?”
물론 그들의 대화는 전혀 점잖지 못했지만.
금빛 역린은 그들의 대화 내용은 이해하지 못했어도, 그들의 눈빛과 태도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아니 온 몸의 뼛속부터 갑피까지 세포 하나하나가 요동치고 있었다.
변이종이니 아종이니 어떤 종의 비룡이 와도 저들을 이길 수는 없다고.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한다고.
[내 아이가 중요한게 아냐..! 내 동족 모두가 말살당할 수 있다..! 도망쳐야한다!]
“키에에에에에엑!!!!”
금빛 역린이 한차례 고개를 빳빳이 세워 크게 포효했다. 최대한 빨리 도망치라는 신호였다. 우두머리의 포효는 조사거점의 작은 곳까지 울려 퍼졌다. 비룡들은 사투를 멈추고 찢어진 익막을 펼쳐들어 후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 보지만, 헛 날개짓에 몸은 채 몇미터를 부양하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그 상황을 알아도 모두를 구할 수 없음을 인지한 금빛 역린이 거대한 날개를 펼쳐들어 하늘로 비상을 준비할 때였다.
“끼이이... 끼우...”
그녀의 뇌리를 마치 전기로 지지는 듯한 찌릿한 소리. 그녀의 몸,그녀가 체감하는 시간,그녀가 있는 공간 모두가 이 울음소리 하나로 멈춰간 듯 했다.
부화기에 있던 또 하나의 알. 금빛 역린이 잊고 있던 또 한 마리의 새끼.
리오레우스는 기본적으로 한 산란에 한 개의 알을 낳고, 드물게 두 개에서 세 개까지 낳기 때문에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던 사항.
또 다른 새끼의 부화.
금빛 역린은 바로 고개를 숙여 연구원을 향해 성큼 앞발을 내밀었다.
“뭐야!? 뭐야!! 어딜 기어 들어와!?”
연구원은 어떻게든 새끼를 숨겨보려 했으나, 인간의 상체보다도 큰 발톱에 순식간에 짓이겨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방금 막 알을 깨고 나와 허우적 거리며 눈을 뜬 새끼를 자신의 품으로 데려왔다.
어두운 지하 속에서, 자신의 친부모를 앞에 두고 인식된 부모의 죽음을 본 리오레우스는, 자신의 형제를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금빛 역린의 앞발 틈으로 보이는 또 한 마리의 해츨링의 눈에 시선을 빼앗겼고, 방금 태어난 리오레우스 해츨링도 점액질로 끈끈하게 뒤덮인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도 시선만큼은 올곧게 자신의 형제를 지켜보고 있었다.
펄럭임을 넘어 배의 돛대가 휘청이는 것 같은 거대한 날개짓과 동시에 하늘로 날아오른 금빛 역린은 두 앞발 틈에 자신의 소중한 해츨링 한 마리를 안고 그대로 상공으로 뛰쳐 올랐다.
너무나 거대하고, 너무나 빠른 속도 때문에 차마 4대 길드원들도 그녀의 몸에 올라타지 못했고, 날개를 잃어 둥지로 돌아갈 수 없는 수백 마리의 리오레우스들은 그대로 학살의 종말을 맞이했다.
“근데 이 많은 리오레우스들이 왜 이런거야? 갑자기 ■■비행이라도 한 거야?”
한 쓰레기 클랜원의 말에 다이앤이 끈끈한 피로 범벅이 된 슬래시액스를 검에서 도끼 형태로 변형하며 대신 대답했다.
“자식 잃은 부모 앞에 무서울 게 뭐가 있어? 우리는 여태까지 저들의 자식과 부모를 수없이 많이 학살해왔고.”
“엥? 누님이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되지 않아? 제일 많이 잡았잖아.”
“난 비룡은 안 잡아. 저들에게는 약육강식의 세계보다, 정복욕과 폭식욕보다 모성애와 부성애가 짙은 종족이라서. 난 우리 인간의 영토를 넓히고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는 일개미야. 한 가족들을 짓이기고 죽여 없애는 학살자가 아니라고.”
그렇게 말을 하는 다이앤의 아래에는 너무나 많은 인간들의 시체와, 도륙내어져 즐비해있는 비룡들의 살점과 장기 덩어리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내...반드시...! 반드시 갚아주리라...!!]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했던 비룡 종의 총 공격은, 아니 리오레우스와 리오레이아의 총 공격은 하나의 조사거점도 무너뜨리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허나 이 공격은 한 풋내기 헌터의 실수로 있어서는 안 되는 역사를 뒤집을 오점을 하나 만들었고, 아직 인간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지금 눈앞의 승리를 만끽하며 생태계에서의 인간의 우위를 즐기고 있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