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8일
의사로부터 앞으로 남은 삶이 일년남짓이라는 선고를 들었다.
남들 다하는 술담배도 가까이 한적이 없는데
왜 이런일이 닥친걸까?
항상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서른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해야하다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니의 권유로 본가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의 몸상태를 알게된 우리 가족...
항상 긍정적이고 여장부같던 어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붙들고 눈물을 흘리셨고 철없게만 느껴지던 여동생이 오히려 누나같이 변해버려 나를 챙겼다.
지나간 삶을 반추해보면 나는 평범에서 조금 떨어지는 삶을 살았던것 같다.
항상 자애롭던 홀어머니와 명랑한 여동생 그리고 나 세가족이서 아둥바둥 살았지만 그리 피폐한 삶은 아니었다고...
돈은 없었지만 부끄럽게 살지는 않았다.
딱히 슬프지도 우울하지도 않은 건 아직 죽음이 실감나질 않아서일까?
다만 하루 하루 뭔가 해보려는데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무기력감은 나를 자꾸 땅속으로 끌어당기는것만 같았다.
"하...죽을때 다 되서 뭔 의미있는 일이냐.."
처음 며칠간은 죽기전에 의미있는 일들을 해보자 마음먹었지만 약해질대로 약해진 정신력과 체력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싶어 포기했다.
거의 모든 시간을 못자둔 잠을 자느라 소진하던 중 문득 학창시절에 그렇게도 가지고 싶던 플레이 스테이션이 떠올랐다.
"내일은 매장에 한번 들러볼까?"
그렇게 혼잣말로 계획을 뱉어낸 후 상념을 지우니 잠이 스르르 쏟아졌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음.."
열시에 맞춰놓은 알람에 잠에서 깨어 샤워를 하고는 계획한대로 콘솔매장으로 향했다.
"저 혹시 플레이스테이션이 있나요?"
"네 물론이죠. 찾으시는 모델이 있으신가요?
"제가 플레이스테이션2 이후로는 잘 모르는데 플레이스테이션도 모델이 나뉘어져 있나요?
"아, 프로버전과 슬림버전이 있는데요. 성능차이가 있다는것 외에는 동일한 게임구동이 가능합니다."
"저기 빨갛고 화려한 모델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아 저건 몬스터헌터 에디션이에요. 한정판이라서 디자인이 조금 다르고 안에 몬스터헌터 타이틀이 들어있다는것 말고는 똑같은 프로 기기입니다."
"아 그럼 그걸로 구매할게요. 어차피 무슨 게임을 해야할지 고민이었는데 잘 되었네요."
"이거 좀 있음 구하기 힘드실거에요. 인기가 워낙 많은 게임이라서요."
왠지모르게 행복한 표정으로 게임기에 대해 이모저모 설명해주는 가게 직원을 보면서 살짝 부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