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숨겨진 어두운 창고로 향하는 우리.
"오왘! 비밀창고잖앜?!"
"아버지.... 여긴...."
아버지는 코르크론이셨으니까.... 이 곳을 더 아시겠지.
"블랙퓨즈가 여기에 비밀창고를 만들었지."
"블랙퓨즈라면.... 가로쉬의 앞잡이였던 고블린 아니었나요."
"그래.... 가로쉬나 블랙퓨즈나.... 나쁜 놈들이었지만, 그들이 가진 힘을 올바르게 썼다면 호드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드는구나."
어쨌거나, 비밀창고인데 뭘 숨기는 창고일이려나? 우리가 왜 여기에 왔을려나.
"근데 여기에 왜 오셨나요...."
"왜냐고? 올바르지 못했던 힘으로 불타는 군단을 박살낼것이다."
아, 여긴 코르크론의 군수 창고구나. 그래도 코르크론과 강철호드들에 대해선 좀 꺼려진다.
"가로쉬의 기술이라 꺼려지긴하네요...."
"넌 굴단의 힘을 쓰잖니. 흑마법."
"그건 그렇지만...."
"힘 자체가 잘못된게 아니란다. 어찌 쓰느냐가 중요하지."
그래, 그 힘 덕분에 난 살아남아왔지.... 그리고 강하니까 살아남은거고....
"그리고 강한 자가 살아남는거고요."
"살아남는 자가 강하단다. 살아남으려면 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경청할만하긴하겠구나."
아무튼 격납고안에는 날카로우면서도 위협적인 파괴전차, 그리고 그 전차에 달린 파괴적인 강철의 별, 그리고 노움들의 드론과는 달리 날렵하고 총포를 벌처럼 쏘아대는 드론이 눈앞에 보였다.
"이건 파괴전차네요.... 드론도 있고.... 심지어 강철의 별까지.... 아...."
잠깐 강철의 별에 순간 털썩 주저앉았다.
"모르탁? 왜그러느냐."
"저거에 맞고 죽을 뻔했어요.... 가로쉬에게 맞서 싸울때...."
".... 미안하구나.... 힘겹다면 밖에 나가 있어도 된단다."
"아니에요.... 저걸로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죠.... 또 죽을뻔한 일들도 많아질텐데...."
아버지는 나를 그렇게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고통이 되물림이 되어버렸는데 당연하지....
"넌 어떻게 버텨온거냐.... 내가 감당해왔던 이 지옥도를...."
그렇다해도 난 혼자가 아니니까.... 여기까지 온거야....
"전 혼자가 아니었으니까요. 오르누스 님과 캘리나 누님, 노크타이 없었으면 전 진작에 버틸 수 없었겠죠."
"그렇구나."
그렇다고 해서 마냥 버틸수만 있었던건 아니지만....
"절 괴롭히던 못돼쳐먹은 년이 상관으로 있더군요."
"누구.... 토리카냐, 베넨이냐."
아버지도 토리카와 베넨이 저지른 짓거리를 잘 아니까. 베넨은 철창에 갔지만 토리카는 오히려 날 따돌림하고도 잘먹고 잘사니까.
"토리카요. 베넨은 코르크론 전범으로 찍혀서 감옥갔고 듀라쉬란 지 오빠랑 람다르란 연인 옆에서 떵떵거리며 잘 살더군요. 그리고 히데아키란 블러드엘프 상관의 비호도 받고 있고요. 히데아키란 놈은 가로쉬와 친했던걸로 아는데 종족차별당했다며 빠져나갔더군요. 그런 놈은 진짜 마음에 안들어요. 오르누스 님도 굉장히 싫어하시고요."
'반역자 고로크 문글레이브는 사형에 처한다. 호드의 명예와 서약을 버렸고....'
"히데아키란 놈은.... 아니다."
"네...."
'다행히도 모르는구나. 놈이 판결문을 읊은걸.... 오르누스와 캘리나도 모르고 있겠지.'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시고 계시는걸까?
"아버지...."
"아, 잠깐 생각에 빠졌구나. 이걸 잊었어. 모르탁. 너에게 선물하고 싶은게 있구나."
"뭔데요.... 이건.... 달라란의 집문서...."
내 집이라니.... 그것도 오그리마가 아닌 달라란에.... 어떻게 구하신거지...?
"마글론 선플레어, 인간의 피가 섞인 하프엘프가 달라란에서 교류를 위해 건물 두개를 사놨더구나. 하나는 자기 관저, 다른 하나는 달라란에 주거하는 하이엘프들을 지키고 감시하기 위한 지휘소로 쓰려고 말이지. 그러나 스컬지의 침공으로 캘리나에게 상속되었고, 지휘소는 한동안 쓰이지 않고 있었지. 캘리나가 그 지휘소를 집으로 개조까지 다했다니 전쟁을 잊고 이웃으로 함께 살자고 하더구나."
누님의 아버지 마글론 님은 하이엘프로서 스컬지에게 돌아가셨지.... 아버지와 누님과 마글론 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 정말 고마워요.... 캘리나 누님에게도 고맙다고 해야겠어요.... 하지만 오르누스 님의 공간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오르누스는 지켜야 할 포세이큰 백성들이 있기에, 지휘해야할 포세이큰 병사들이 있다기에 그런 삶을 너에게 양보하더구나. 그런데, 모르탁."
갑자기 아버지가 뭐라 하실려는걸까?
"네."
"넌 아르거스 전투에서 빠지거라."
난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네...? 하지만...."
나도 아르거스 전투에 참여하고 싶은데...!
"고생해야할건 이 애비란다."
"싫어요. 저도 참여하고 싶어요."
"어째서니...."
저도 제 스스로가 강하다는걸, 내 죄의식을 끊고 싶다는걸 증명하고 싶어요. 아버지....
"저도 다컸고 저도 강한걸요. 아버지만 고생시켜드릴순 없어요. 제 죄의식을 끊고 싶어요!"
"죄의식은 네가 짊어질것이 아니란다!"
아버지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마세요.... 난 아버지가 혼자 짊어지시려는걸 차마 볼 수 없어....
"아뇨, 불타는 군단은 우리에게 힘으로 유혹했죠. 그리고 우리는 그 힘의 유혹에 넘어가서.... 우리 손으로 우리가 살던 세계를 파멸하게 만들었고, 우리가 저지른 수치스런 학살들을 영광의 길이니 뭐니하며 포장하고 미화했었잖아요...."
아버지는 그 영광의 길을 본 적이 있으시지.... 늘 마음이 무거우셨고.... 지금도 테라모어 사건으로 마음이 무거우신데....
"그건 우리 선대의 잘못이다. 테라모어도 내 잘못이고!"
"그렇지만 아버지의 어깨를 무겁게 해드릴순 없어요! 포세이큰을 지키기 위해 악독한 밴시 여왕 아래로 들어갈수 밖에 없었던 오르누스 님의 마음의 짐도 스컬지에게 아버지를 잃은 캘리나 누님의 마음의 짐도 그렇게 무겁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요!"
"너도 그런 마음의 짐은 무겁잖니, 그리고 불타는 군단은 강하단...."
"이봨! 고로크 할배! 모르탁은 충분히 강하다곸! 가로쉬도 때려잡고, 블랙핸드랑 아키몬드도 때려잡은게 모르탁이옄! 고로크 할배는 여태껏 켈투자드랑 일리단이랑 킬제덴이랑 요그사론이랑 아서스, 데스윙을 때려잡았잖앜!"
갑자기 뜬금없이 노크타이가 끼어들었다, 진지한 분위기에 노크타이가 끼면 분위기가 뭐라고 해야할까. 갑자기 우스꽝스러워진다고 해야할까.
"노크타이.... 그렇다해도 자식을 전장에 내모는 부모는 몹쓸 부모란다."
아버지는 진심으로 날 전장에 내보내고 싶지 않으시구나.... 그래도 난.... 어, 노크타이가 죄다 대신 이야기해주네.
"그렇다고 아버지와 함께 하겠다는 효도를 거절하는것도 그렇지 않엌? 아버지가 힘겨워하는데 아들이 덜어주는건 효도 아니엌? 너가 혼자 짊어지는것도 한계 아닌가 싶지 않슠?"
"혼자 짊어지는게 한계라...."
"그러니까 모르탁을 믿으라고옼!"
아버지는 고심하시다가....
"알겠다...."
나는 순간 기쁨에 화색이 돌았다. 이제 굴레를 끊을 수 있겠어.
"근데, 이 전차, 아르거스에 어떻게 끌고갈거옄?"
"고블린 녀석들이 이 축소 광선총을 들고 다니지.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광선총도 있고."
순식간에 광선총에 맞은 전차와 강철의 별이 드론에 수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졌다.
"오우얔! 역시 블랙.... 아니 갓블린이여엌! 근디 이 광선총도 들고다니면 안돼앸?"
"맘대로 해, 그런데. 잃어버리거나 우리 물건한테 장난치지 마."
"아싸라뵤오옼! 난 고블린이 조아아앜!"
하여간 노크타이 녀석, 그렇게 좋아? 우리한테 광선총을 안쐈으면 좋겠지만 뭐.... 어쨌든 준비가 끝났다. 아르거스로 가자. 굴레를 끊어야지.(Fin)
----
오랜만이에요! 여러분! 다시 글이 잡혀서 써왔습니다! 가로쉬 님과 블랙퓨즈 님을 경배할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