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신)락스를 좋아하던 건 딱 17년 서머쯤 부터다
그러니까 미키가 나가고, 라바 태훈이가 들어올 때.
17스프링에서 이 팀은 주사위스런 실력,
운영은 모르고 냅다 들이박다 상윤이 고통받으며 캐리하는 그림(물론 이때도 라인전이 좋진 않았다)이 나오는 팀으로 유명했다.
당시엔 팬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땐 삼성을 더 좋아했지.
근데 한참 경기를 보다보니 당시 기준 제일 재밌는 경기를 뽑아내는 팀이더라.
운영은 놔두고 냅다 들이박는 호쾌함이나, 쓰로잉과 슈퍼플레이가 연속되는 정신나간 경기력, 상윤의 유쾌한 옵레 등등
그러다 라바가 미키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팬으로 이 팀을 보게 됐다.
17서머 때 라바는 미키의 빈자리(안 좋게 나갔다는 소문이 무성할 때)를 채우는 신인이었지만,
미키같은 캐리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내내 힘든 모습만 보여줬다.
신드라, 오리아나는 미드 지박령 같은 모습만 보여줬고, 한타 때 의문의 짤림을 당하는 경우도 잦았다.
나도 라바가 한타 참여하러 정직히 걸어오다 암살당하는 그림을 몇 번 봤던 게 생각난다.
해설도 마베 샤이, 린다랑, 키의 조커픽이나 상윤의 캐리만 조명했지 라바에게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18년도가 되면서 해설이 드문드문 '라바가 스크림 때 그렇게 잘하더라' 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이 당시 신락스는 '락스가 운영을?!' 하는 소리를 들으며 기본기를 키울 때였다.
이때가 (주사위 미키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의적스런 면모를 보여주던 한 해다. 강팀에게 지긴 졌어도 한 세트는 이기는 경우가 잦았거든.
라바가 라인전을 준수히 하면서 로밍을 다니고, 피즈, 조이 등등을 보여주며 하드 캐리를 하던 날도 있을 정도. 이때 라바의 조이는 무섭다는 이야기를 해설도 자주했다.
상윤은 영고에서 벗어나고, 키는 점차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팀 전체적으로 제법 기틀이 잡힌 모습이 나타난다. (물론 샤이가 없고, 마베와 쿠잔이 아쉬웠으나...)
이때가 팬질하기 참 좋았던 때였던 거 같다. 상윤 갠방도 재밌고, 라바 성장하는 게 눈으로 보이고, 키가 언제 블츠 꺼낼지 궁금하고..
하지만 문제는 다들 알다시피 19년 스프링때부터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지만, 사실 19년도 한화는 기본기가 잘 갖춰진 팀이다.
피지컬을 말하는 게 아니라(라인전은 사실...) 시야장악이나 스플릿 운영, 오브젝트 컨트롤이 딱 '흠 날 곳 없는' 보통 수준이다.
이는 빛돌 분석이나, 김동준 해설 때도 곧잘 나오는 이야기다.
그러나 기본기가 갖춰지자, 이 선수들의 트리키함과 변수 창출능력이 귀신같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타잔이 카정을 들어오면 보노가 아무것도 못하고, 클리드가 2랩 갱킹을 하면 라바가 짤린다.
적이 립 다 먹고 시야장악 후 스플릿 하면 우선 바론을 친다, 그러나 낚시나 돌아서 싸움 같은 역전의 수는 못 둔다.
조커픽은 점점 사라져갔고, OP픽을 잘 다루는 것도 아니었다. 자기들이 잘 하는 무난한 픽을 뽑는 밴픽을 선호했다.
결국 스프링은 '강약약강' 이란 호칭만 남긴 시즌이 되고 말았다.
변수 창출 능력이 떨어지니 보다 강한팀을 상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반대로 낮은 상대에겐 쉽게 이기는 팀.
이때쯤 사람들은 '슈퍼크랙'의 존재가 필요하다 말했다. 이걸 메꿀 수 있는 건 팀 전체의 실력을 향상 시킬 크랙의 존재라고.
팬질하면서 점점 힘들어진 때가 그즈음이었다.
팀 그 자체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선수와 팀을 동일시 하는 사람이 곧잘 있기 마련인데
내가 딱 그런 타입이었다.
SKT하면 페이커, KT하면 스코어라고 떠올린다면, 내게 한화라고 하면 상윤 키 라바였다. 왜냐면 그때부터 팬질을 했으니까. 심지어 3년차니까.
슈퍼크랙을 섭외해서 캐리라인을 갖춘다는 이야기는, 곧 내가 팬질하던 선수를 교체한다는 말과 같았다.
섭섭하긴 하지만 인정은 해야할 거 같고, 쟤들 말고 다른 라인에서 선수 영입이 이뤄진다면.. 같은 몹쓸 생각을 하기도 하고.
KT와 SKT의 리빌딩 후 성적을 생각하면, 사실 한화는 이때쯤(19 스프링~서머 넘어가는 시기) 선수를 사는 게 맞앗다.
그러나 무진이란 해외 슈퍼크랙이 들어오면 한화가 바뀔 수 있으리라 감독은 예상한 듯 하고,
나도 그럴 수 있으리라 행복회로를 돌렸다
하지만... 알다시피 무진은 사건을 일으키고, 심지어 실력마저도 미지수인 상태로 시즌을 보내게 됐다.
결국 19 서머, 신락스 / 한화는 승강전으로 떨어졌다.
사실 이맘때쯤 게시판 글이 올라와도 딱히 실력에 대한 쉴드를 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전까진 기본기는 충실하다, 그래도 한타 페이즈 되면 나쁘지 않다는 말을 곧잘 하곤 했는데,
이번 서머 보면서 느껴지더라.
손발이 맞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력이 부족했다.
상윤의 카이팅은 작년보다 못했고, 키의 에임은 맞질 않은데다, 라바는 미드 싸움에서 이긴 걸 본 적이 없다.
그나마 보노가 힘내고 있지만, 기대했던 트할/무진은 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실, 나와도 기대도 안 됐다.
그래서 점점 아, 얘들이 이번이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아쉽고 슬픈 이야기지만, 같은 팀에서 3년을 같이한 선수들끼리 손발이 안 맞아서 순위가 낮다는 건 변명도 되지 않는다.
그저 실력이 상향평준화 되었으니까, 그들에 비해 우리 애들이 못하니까 떨어진 거겠지.
순위가 떨어지면서 한화 유튜브는 점점 롤 영상이 적어졌다.
카트라이더에 슈퍼스타를 영입하다 보니 오히려 카트라이더 영상이 조회수가 더 높았고, 반응도 좋았다.
반면 롤 영상은 가이드 영상이 나오더라도 시큰둥했다.
세상은 클리드 타잔 캐니언의 탈리야를 보고 싶어하지, LCK 9위 정글러의 탈리야를 보고 싶어 하진 않으니까.
하지만 어차피 바뀌더라도, 승강전에서 이기는 걸 보고 싶었다.
챌린져스로 떨어지는 게 곧 마지막 커리어가 되질 않길 바랐어.
어떻게든, 더럽게 이겨도 좋으니 이겨서 승자 인터뷰하는 걸 보길 바랐다.
퇴근 시간이 되고, 긴장되서 보지도 못했던 스코어를 보고 그나마 안도했다.
사람들은 추하게 이겼다 , 서로 던져서 이겼다, 왜 그 경기력으로 웃냐 하지만
그래도 이겨서 다행이다 싶었다.
17년도, 18년도, 19년도를 지나 20년도에도 한화에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나마 이기고 남아줘서 고마웠다.
만약 한화가 더 올라갈 생각이 있다면 대부분이 못볼 선수가 될수도 있겠지만
가는 길 승리했다는 위안이라도 삼았으면 좋겠다.
SKT나 KT, 삼성의 팬처럼 오랫동안 팬질을 했던 건 아니고, 그렇다고 직관을 꼬박꼬박 간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화의 18, 19 년도 모든 경기를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봐 왔다.
못 보면 다시보기라도 봤고, 분석 영상도 시간 날때마다 챙겨봤지.
이젠 다신 그런 재미를 못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더 아쉽지 않게 슬슬 마음을 접을까 한다.
다들 고생했고, 내년에 어떤 행선지가 되었든 잘 되길 빈다.
저도 17년도부터 롤 봤는데 슼이 주력이지만 저 팀이 눈이 가서 쭉 봤었는데 컬러가 너무 흐려졌서 안타 깝던..
립이라고 하시는거보니깐 카오스하셨었나봐영
솔직히 상윤전에는 익수,미키 가 선봉장 이였고 죽이되던 밥이되던 달려~ 였었고 이후에도 어느정도는 게임을 읽고 대처했는데 문제는 장점을 죽이고 안정감을 올려서 변수없는 그냥 약팀이 되버린 ㅜㅜ
라바 잘할때 고릴라가 맨날 내가 쟤 미드 포변 권유했다고 자랑하고 그랬는데 본 지 오래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