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리핀 사태를 지켜보며
격하게 분노했다
김대호 감독의 무기한 출전 정지까지 이르렀을 때 나는 내 감정을 도저히 통제할 수 없었다
그리고 덜컥 겁이 났다
E스포츠는 내 꿈과 희망, 비전이 담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게 무너질까 두려웠다
나는 불의의 상황이 있을 때마다 비겁하게 회피를 선택했었고 이번만큼은 정말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신념과 항상 거부되는 행동을 했었기에 이번엔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싶었다
도덕과 윤리, 인간성 등에 대해 주변 사람에게 끊임없이 강조하고 다니던 나로썬 항상 생각 속에 파묻혀 고민하다 결국 회피하거나 수용하거나 포기하는 걸 선택하는 내 자신이 너무 증오스럽고 미웠었다
그래서 내 자신을 끊임없이 하대하고 괴롭혔다
이번이 후회스러운 삶을 청산할 기회라고까지 생각했고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올랐다
불명예 전역하고 시위하려고 했었다
군 생활을 힘들어했어서 그런지 중대장도 날 빨리 내보내주려고 해서 전역 날이 얼마 안 남았었다
불명예 전역후 받을 따가운 사회적 시선따윈 내겐 중요치 않았다
E스포츠는 나의 인생을 지탱해준 것이었고 날 지금까지 살아가게 해준 것이었으며 나에게 희망을 준 것이었으니까
그동안 받기만 했으니 나도 이제 줘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만류하셨다
그리곤 오랜 시간동안 극렬한 반대에 부딫히고 결국 내가 어머니와 대립하게 된 나의 꿈에 대한 지원까지 약속하면서 나를 말리셨다
제발 만기 전역까지만 참아달라고 울부짖으셨다
어머니는 그 누구보다 강하신 분이셨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말을 난 믿지 않았다 나는 항상 지거나 수용하거나 회피했고 스스로 무언가를 한 기억이 없다시피했다
누구보다 고집이 쎄다고 자부하는 나였지만 난 단 한 번도 어머니를 이긴 적이 없었다
그런 어머니께서 나에게 처절하게 부탁하셨다
결국 독하게 다 잡았던 마음이 흔들려 군대에 남아있다 부끄럽다 참으로 수치스럽다
결국 또다시 나의 신념을 어기고 말았다
정말로 염치가 없는 부탁이지만
남들도 사정이 있을 꺼라는 걸 모르는 게 아니지만
뻔뻔하다는 걸 알지만
이기적이고 겁쟁이고 결국 또 회피를 선택해버린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일개 게이머가
관계자들과 팬들께 감히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세요
지켜주세요
행동해주세요
이딴 말을 뱉는 게 전부인 내 자신이 너무 밉다
형아 전역은 해야대
이 잉간도 한다면 하는 인간이긴했지
사고 없이 뮤사히 전역해 주세요
건강하게 잘 전역하시길...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ㅠㅠㅠㅠ 무사히 전역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