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새벽에 뜬금없지만 난 10인로스터는 굉장히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쪽임.
근데 그냥 10인로스터 생각해보다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거 너무 구린것같아서 나름의 이유들을 주저리 주저리 써봄.
아래 이유들은 굉장히 주관적으로 쓴거라 나랑 다른 의견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음.
그리고 이건 T1에게만 해당되는게 아니라 그냥 모든 팀 다 10인로스터는 별로라고 보는쪽임.
1. 롤드컵 로스터 7명 (변동확률 있긴 함)
일단 난 여기서부터 실패라고 봄.
아무리 10인로스터를 정해봐야 롤드컵에 갈 수 있는 선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
예를들어 현재 T1 로스터로 따지면 칸나, 커즈, 페이커, 엘림, 구마유시 선수 중 세 선수는 롤드컵에 못 가는거임.
그럼 대체 10명이 동일하게 연습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이 세 사람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음?
의미는 그렇다치고... 어차피 롤드컵도 못가는 세 사람이 굳이 연습을 할 필요성이 있음?
그 시간에 주전 7명한테 연습 몰아주는게 팀적 차원에서 이득 아닌가?
안 그래도 양대인 감독은 롤드컵을 목표로 팀 플랜을 잡았다고 했는데...
이미 10인로스터는 롤드컵의 룰이랑 맞지 않음.
2. 10인로스터의 구조적 한계
만약에 이게 체력을 소모하는 운동종목이다, 하면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음.
A B 선수가 있는데 A선수가 B선수보다 잘한다고 치면, A선수의 체력을 온존하기 위해 비교적 못하는 B선수를 쓰는 전략도 유효하다는거임.
근데 이게 E스포츠에는 적용이 안된다고 봄. 롤도 두세시간하면 피로가 오긴 하지만 그래도 운동종목의 육체적 피로보다는 훨씬 덜한게 사실이잖아.
실제로 한세트 단위로 폼이 왔다갔다 하는 선수들은 거의 본 적이 없음. 하루 단위로 왔다갔다 하는 경우는 있어도.
근데 이런 롤판에서 A선수랑 B선수가 있는데, A선수가 B선수보다 잘한다고 가정해보면?
B선수를 기용하는 이유가 사라져버림. 대체 왜 B선수를 씀? 그냥 A선수를 쓰면 되는건데?
말이 웃기잖아. A선수가 B선수보다 명확히 잘하는데 B선수를 왜 쓰냐고.
그렇다고 A선수랑 B선수가 실력이 고만고만하다고 치자.
그럼 더더욱 의미가 없음. A나 B나 그게 그건데 전략적인 기용이 될리가 없음.
결국 이 상태에서 10인로스터가 의미가 있으려면, A와 B는 실력이 비슷한데 성향이 달라서 선수에 따라 팀 플레이스타일이 바뀌는 경우밖에 없다고 봄.
문제는 이런 전략이 옛날 롤에서는 가능했는데 요즘 롤에서는 무지 어렵다는거임.
옛날에는 지금만큼 밴픽이 중요하지 않았음. 인게임 : 밴픽 하면 못해도 7:3은 나왔단 말임.
실제로 2013~2016 정도까지 대회 보면 해설들이 밴픽에 대해 지금만큼 많이 언급하지 않음.
지금은 밴픽단계에서 "네 여기서는 ~~한 챔피언이 일반적일 것 같은데요?" 이런식의 해설 엄청 많이하는데 이 때는 덜 그랬음.
그러니까 페이커가 미드 올라프 미드 리븐 미드 이렐(구릴때) 미드 마이 이런 챔피언들을 쓸 수 있었던거임. 이런거 해도 잘하면 이기니까.
근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음. 요즘은 밴픽이 반은 먹고 들어가는 시대라서 기본적으로 모든 챔피언을 다 할 줄 알아야함.
전성기 클템이 부활한다고 해서 지금 정글 쉔, 정글 아무무 쓰면 롤드컵 우승 가능할까?
절대안됨. 클템도 니달리, 릴리아, 우디르 이런거 써야됨. 모든 선수가 이게 되어야 함. 상대 니달리로 내 캠프 다 털고 있는데 정글 쉔으로 한땀한땀 정글링함?
밴픽을 통해 선호하는 픽 한 두개 정도는 가져올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메타에서 최선의 픽은 존재하고 상대 밴픽에 따라 상황은 유동적으로 변화함.
그래서 선수 성향을 나눠서 밑그림 그리고 게임에 임하는게 매우 어렵단말임.
그러니까, 모든 챔피언을 다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가정 하에밴픽을 들어가야 하는거지
"우리는 수비적인 선수를 택했으니 수비적으로 후반챔피언 뽑아서 후반봐야지~"
"우리는 공격적인 선수를 택했으니 공격적으로 초반 스노우볼링 챔피언 뽑아서 초반봐야지~"
이런식으로 처음부터 밑그림을 그려놓고 인게임 플레이를 하는건 매우 어려워졌음.
오죽하면 메이지를 상대적으로 잘 다루지 못한다는 평을 듣는 쵸비도 오리아나, 아지르, 빅토르 이런걸 하고 있겠음?
쵸비 누가봐도 AD를 AP보다잘하는데 그럼 그냥 "쵸비는 AD줄거야" 딱 잡아놓고 루시안 요네 돌리면 그만인데.
그냥 오리아나 아지르 빅토르가 미드에서 좋으니까 할 수 밖에 없는거임.
그러니까 잘 먹혔던 서브전략이었던 공격성의 페이커와 수비성의 이지훈, 피지컬의 하루와 운영의 앰비션처럼
'선수 성향에 따라 도화지를 그리고 시작하는' 전략은 현재 롤판에서는 어려움.
지금 T1에서는 클로저가 주전으로 나오고 있는데 이게 감코진이 "클로저로 초반 라인전은 이기고 봐야겠다"라는 마인드로 쓰고 있는게 아니라는거임.
초반은 어차피 강한편이니까 여기서 경험치름 먹여서 후반도 강해지게 만들어야겠다,
위에 말했다시피 '모든 챔피언(전략)을 다 다룰 수 있게 해야겠다' 라는 마인드로 클로저 쓰는거지.
3. 폼에 따라서 교체하는것도 사실은 비효율적
근데 이제 교체기용에 어떻게보면 가장 일반적인 케이스가 있음.
바로 주전선수의 폼이 내려갔을 때를 대비해서 서브선수를 두는거임.
혹은 라바선수처럼 천재지변으로 인해 게임에 참여할 수 없었을 때를 대비하는것도 있고.
실제로 작년 롤드컵에서 서브선수를 적극적으로 기용한 팀은 없었지만
DRX의 쿼드(현 솔카), 담원의 뉴클리어 호잇 같은 선수들은 서브로 따라갔음.
올해도 담원, DRX, 젠지까지 중요한 라인에 서브선수를 두고 있고.
근데 이게 참 아이러니한게...
원래 주전으로 A선수를 정했다고 치자. B선수는 A선수보다는 조금 딸려.
근데 여기서 A선수가 폼이 내려갔어. 그러면 어쩔 수 없이 B선수가 나와야함.
그럼 이건 결국 팀 파워 저하로 이어짐 ㅋㅋㅋ
원래 A선수가 B선수보다 잘했잖아. 근데 A선수가 못해져서 B선수를 써.
이건 그 팀 입장에서 '의도한 상황'이 아님 ㅋㅋㅋ 10인 로스터 '전략'이 아니라, '울며 겨자먹기'밖에 안되는거임.
실제로 지금 칸나 - 제우스를 보면 알 수 있음.
제우스 나름 잘해주고 있음. 근데 작년 스프링 칸나보다 잘함?
장담하는데 작년 스프링 칸나가 올해 제우스보다 훨씬 더 잘함.
제우스가 올해들어서 상대한 팀도 DRX빼고 약팀이긴 했고 (농심, 샌박, 농심)
만약 지금 T1에 작년 스프링 폼의 칸나가 탑에 있다고 생각해보셈. DRX전 절대로 안꿀렸을거임.
(2020스프링)칸나 - 엘림(오너) - 클로저 - 테디 - 케리아 VS 제우스 - 엘림(오너) - 클로저 - 테디 - 케리아
뭐가 더 쌔보임? 열 명중에 열 명이 앞이 더 쌔보인다고 할것.
4. 선수들의 성장가능성을 보는건?
위에서 말하지 않은 아주 극히 드문 케이스가 있음.
바로 서브선수가 엄청나게 성장해서 주전 선수를 밀어내고 자신이 주전이 되는거임.
양대인 감독은 이걸 좀 노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함.
클로저가 성장해서 페이커를 밀어내거나, 오너가 성장해서 엘림/커즈를 밀어내거나, 제우스가 성장해서 칸나를 밀어내거나 하는거.
근데 사실 이 전략도 10인로스터 전략이랑 잘 맞아떨어지지 않음.
서브선수가 성장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함? 스크림 많이 들어가고 실전 많이 해야함.
그걸 통해 성장하는거임. 실제로 제우스 DRX전 3세트를 보면 첫 다이브는 진짜 아무것도 못하고 맥없이 잡혔지만
다음 다이브는 점멸도 사용하지 않고 부드럽게 흘려보냄.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여야 선수가 성장을 하고 주전을 밀어낼 수 있는거임.
근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경기 수도 한정되어 있잖아?
서브 선수가 성장해서 주전선수를 밀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폭발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연습(스크림), 경기를 치뤄야하는데
그 시간동안은 서브보다 더 잘하는 주전선수들이 경기를 못 치루게 됨.
그럼 이미 이 과정에서 3번의 문제가 생김. 주전이 왜 주전임? 서브보다 잘하니까 주전인거임.
근데 서브를 키우기위해 '더 잘하는' 주전을 벤치로 보냄?
이거 자체가 '승리를 위하는' 게임판에서 본말전도 아닌가?
서브가 주전을 밀어낼만한 잠재력이 '100%' 있다고 가정해도 본말전도인데
이게 어정쩡한 경우에는 어떻겠음 ㅋㅋㅋ;
과거 씨맥이 그리핀에 있을 때 소드 대신 도란 썼을때 반응만 봐도 답 나옴.
현재 도란 폼 보면 한체탑 후보인데, 그 때 확신이 있었냐는거임.
실제로 씨맥 본인도 "당시에는 소드가 더 잘했으나 롤드컵에서 도란이 필요했다"라고 말했었는데
이것도 꽤 많은 비판을 받았던걸 생각해보셈.
5. 10인로스터는 최대 32가지의 조합이 있음 (T1의 경우 24가지)
사실 이부분은 주관적인게 조금 더 많이들어갔는데
일단 나는 '팀합'이라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함.
무슨 과학적인 원리는 없지만 신기하게 시너지 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
이 선수랑 이 선수는 잘 맞네? 이 선수랑 이 선수는 안 맞네 이런거.
이건 내 생각에는 좀 다르긴 한데 예시로 커즈 - 페이커가 있음.
커즈 - 페이커는 (T1팬들 입장에서는) 잘 안맞는 조합이라는 평이 많음.
대충 들어보면 커즈는 성장을 우선시하기때문에 미드 라이너가 힘이 강한걸 좋아하는데
페이커 또한 성장중심이기때문에 정글을 봐주기가 어렵다~ 이런 논리였던걸로 알고 있음.
잘 모르겠는데 나도 지금 한화 정글에 커즈가 들어가면 롤드컵 우승도 볼 수 있을만한 팀이 될거라고 생각하고있긴 함.
아무튼, 이런 팀 합이나 팀적 시너지라는건 알게 모르게 존재한다고 보는 쪽인데
문제는 32가지 (T1의 경우 24가지) 조합중에 어떤게 베스트 시너지인지 찾기가 어렵다는거임.
예를들어 T1에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안나온 조합이 뭐가 있을까?
제 - 커 - 페 - 구 - 케 이거 한 번도 못본거같은데? 이 조합이 사실 T1에게 베스트일수도 있음.
실험만 안해봤지 나오는 경기력은 베스트일 수 있다는거.
근데 이 조합 테스트 하려면? 경기 써봐야함 ㅋㅋㅋ
그럼 만약에 저게 베스트 조합이 아니면? 1패 걍 먹어버리는거.
롤드컵은 점점 멀어질거고...
앞서 말했다시피 한정된 시간 내에서 저 조합들을 모두 테스트하는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움.
어떻게 테스트가 된다고 해도 최적의 조합을 찾는데만 시간이 많이 소요될거고
또 그 최적의 조합끼리도 합을 맞추고 전략도 짜고 해야겠지.
다른 팀들은 고정멤버로 이미 합 몇 십 게임동안 맞추고있는데
우리는 왜 이제 막 조합 찾아서 연습 시작하고있음?
그럼 설사 베스트 조합이라고 한들 합 맞춘지 한시즌 가까이 된 상대팀 상대로 쉽게 이길 수 있을까?
그밖에도 내부스크림 문제라던가
잦은 교체로 인한 선수들의 기세저하 문제라던가
자기가 주전으로 나올 수 있는지에대한 불확실성의 문제라던가
그래서 10인로스터로 성공한팀이 있냐의 문제라던가
문제만 따지고보면 더 많은데... 그냥 딱 생각하는 다섯가지만 써봄.
물론 이건 다 단점만 본거지 10인로스터 장점도 있음.
10인이 운좋게든 실력좋게든 다 성공하면 팀 전체의 파워가 올라가는거니까 ㅇㅇ.
난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다고보는쪽인 것 뿐.
나름 19년도에는 SKT팬이었기 때문에 지금 T1상황에 뭔가 좋으면서도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어서 써본 글임.
차라리 김정수감독처럼 다년계약에 이렇게하면 그래 내년보는구나 하는건데 1년계약 감코가 이런식으로 플랜짜면 1년을 생으로 날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드는게 팬입장이죠. 그리고 실제로 10인로스터 단점은 계속 지적되어 왔고 그냥 유망주 풀기 아쉽고 영입에 돈쓰기 싫어하는게 눈에 보이기 시작함 구단자체가
최근 롤드컵 우승팀 중에선 10인 로스터팀은 없습니다
양감도 인정했죠. "10인 로스터는 흔히 예상할 만한 어려움이 명확히 있다. 선수들한테 아무리 게임 내적인 것을 알려주고, 동기부여를 준다고 해도 쉽지 않다고 느껴진다. 해보니까 알겠더라."
최근 롤드컵 우승팀 중에선 10인 로스터팀은 없습니다
양감도 인정했죠. "10인 로스터는 흔히 예상할 만한 어려움이 명확히 있다. 선수들한테 아무리 게임 내적인 것을 알려주고, 동기부여를 준다고 해도 쉽지 않다고 느껴진다. 해보니까 알겠더라."
심지어 다른 종목 스포츠를 봐도 이렇게나 스쿼드 꽉채워서 플래툰 오래 돌리는 팀은 별로 없음
내가 생각해도 스프링은 발굴 느낌이 강하다
차라리 김정수감독처럼 다년계약에 이렇게하면 그래 내년보는구나 하는건데 1년계약 감코가 이런식으로 플랜짜면 1년을 생으로 날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드는게 팬입장이죠. 그리고 실제로 10인로스터 단점은 계속 지적되어 왔고 그냥 유망주 풀기 아쉽고 영입에 돈쓰기 싫어하는게 눈에 보이기 시작함 구단자체가
"모든 챔피언을 다 다룰줄아는걸 전제로 밴픽한다"는 너무 이상론 아닌가요. 선수들이 전부 전성기 페이커처럼 미친 챔프폭을 가지는건 불가능하고 현실적으로 선수마다 스타일이 있으니. 이외에도 쓴 글에 공감은 안 되지만 10인 로스터가 별로인건 맞다고 생각함.
당연히 150개가 넘는 챔피언을 전부 다룰 수 있을필요는 없겠죠... 메타챔피언은 전부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주관적인 의견이니 공감안되시는건 그럴수있음
스토브리그때 로스터 정리는 커녕 10인로스터 꽉 채웠을때부터 스프링시즌 엔트리 돌려돌려 돌림판의 예고였다고 생각함. 그때 이슈가 워낙 맵다보니 팬들이 정리안된 애매한 10인로스터의 부작용이 생길 미래를 고려하지 못했던 것 뿐. 나 솔직히 그때 10인로스터 보면서 든 생각이 '...YG의 보석함도 아니고 2명씩 끌어안아서 뭐해 경기나가는건 한사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