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 '기황후'를 기억하는가. 당시의 블로그, 기사, 기황후를 다룬 유튜브 영상 댓글를 찾아보면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보이는데 그걸 쓰자면(기억에 의존한다.)
1.대하사극 홍복원
2. 장사꾼에서 미국의 황상이 된 노튼 1세
2.1근데 그분 사극 나오면 전 볼거 같습니다.
2.2그건 좋은데요. 캘리포니아에서 제작 안하려나요.
3.이러다 이토 히로부미가 '아, 이 조선을 근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꼬?' 라고 고뇌하는 사극도 나오겠네.
4. 도요토미 히데요시 '야망'
5. 어쨌든 중국년이란 말이지. 중국년을 왜 우리나라 사극에서 봐야함.
6. 충혜왕은 제대로 고증해야 막장이잖아요.
7.그의 인간적 고뇌와 친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나온다. 대하사극 이완용.
8. 그의 사랑과 야망을 다룰 예정이다. 대하사극 이완용.
9. 아, 이러다 불꽃남자 이완용도 나오겠네.
10.기레멘타인, 기광구, 기워
11. 역시 스파이 명월 제작사 답다.
12. 공민왕은 게이로 만들면서 충혜왕은 로맨틱가이로 만드네.
13. ㅁㅁ 피해자를 악녀로 만들다니... 어떻게 만드는지 두고보자.
14. 대하사극 칭기스칸
15. 대하사극 배정자. 이토히로부미의 양녀가 되기까지. (그녀는 이토 히로부미 양녀가 된 적 없다.)
16. 오랑캐 황후가 되었으면 부끄러운줄을 알아야지.
17. 원나라 배경이라면서 기본적인 변발도 안 하네. 보보경심은 로맨스가 주였지만 배우들이 변발하는 거 꺼리지 않던데.
18. 황제의 딸 배우들은?
19.대원제국이 뭐냐. 대일제국도 빡치는데.
20.이걸 우리나라에서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만든다면 중국에서 만들어야 하지 않나요.
21. 그 어떤 나라도 매국노를 주인공으로 만들진 않는다.
22.고려 좋아하시네. 세계제국 원나라 황후가 된 이상 원나라 사람이지. 원하는 것도 많다.
23. 실제로 치국을 잘해도 여자라서 악녀로 기록된 사례도 있는데 뭐 그렇다구요.
24. 고려가 먼저 나를 버렸어. 근데 왜 잘해줘야해?
25. 근데 대륙의 기상을 표현하기 위해 화려한 원나라 궁정을 표현했다는 글이 꼭 일제시대의 회려함을 위해 종로거리를 잘 표현했다는 의미로 다가오는게 뭘까요? 원 간섭기는 우리나라에게 일제시대만큼 아픈 기억인데
이런 의견들이 나왔다.
어떤 사람들은 기황후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 하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 낯선 인물이 아니다. 학습만화에서 기황후는 악녀로, 혹은 선역으로 다뤄왔다. 걔중에는 기황후를 긍정적으로 묘사한 작품도 있었다. 공민왕과 같이 나온 작품이서는 악녀로 나왔지만. 여기서 기황후가 긍정적으로 나온 작품을 알아보겠다.
기사를 찾아보니 2006년도에 '천하를 경영한 기황후' 라는 책이 보인다. 작가 제성욱. 긴 기사를 짫게 요약, 아니 발췌해보자면 이 사람은 이런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1. 기황후는 국가 경영에 대한 분명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통치자였다. 당시 원나라는 천재지변과 거듭된 민란으로 국가 경제가 형편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황후는 무능한 황제들이 써왔던 그릇된 방식, 즉 국가 재산을 늘리기 위해 세금을 높여 백성을 더 궁핍하게 만드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2. 기황후가 추진한 정책은 오늘날로 보면 많이 버는 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형평과세'였다. 내수시장을 돌보기 위해 국가 재정의 바탕을 이루었던 금과 소금의 밀거래를 완벽하게 통제했다. 이는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동시에 세수를 확보하는 길이었다.
3. 또 대상(隊商)이나 귀족 계급이 장악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던 실크로드와 국제해상무역의 이권을 황실 직속기관인 자정원에서 직접 관리토록 했다. 그 적재적소에 고용보나 박불화와 같은 고려 출신 환관들을 책임자로 임명해 명령체계의 혼선을 없애며 이윤의 극대화를 꾀했다.
4. 이런 개혁 정책은 당시 지배 세력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기황후는 이들을 단호하게 제거하거나 아름다운 고려 여인들을 이용해 포섭하는 과단성과 능수능란함을 보이기도 했다. 기황후의 이러한 천하경영 방식이 돋보이는 것은, 공평 과세와 무역 수익으로 비축한 황실 재정을 사치와 향락으로 탕진하지 않고 백성을 위해 온전히 베풀었다는 것이다.
5. 낯선 이국땅에서 여인으로서 겪게 되는 기황후의 인간적인 고뇌는 읽는 이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또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황실의 권력다툼에 매몰되지 않고 고려인의 긍지를 지키며 큰 덕(德)으로 정치적 이상을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이 소설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6. 이 소설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그동안 우리 역사나 역사소설이 외면해 온 '역사 이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는 700년 전 공녀나 환관으로 끌려간 백성을 단지 '자정원파를 형성하며 큰 세력을 이루었다'고 짧게 언급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들은 기황후를 중심으로 이국땅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고려인들만의 왕국을 꿈꿨던 것이다.
문단마다 번호를 붙였다. 내 짫은 소견으로 기황후를 평가하자면 똑똑하고, 능력있고, 야망있는 사람이 맞다.
4.의 문단을 보자. '기황후는 이들을 단호하게 제거하거나 아름다운 고려 여인들을 이용해 포섭하는 과단성과 능수능란함을 보이기도 했다.' 라고 좋게 쓰여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황후가 공녀 폐지 혹은 공녀가 많이 줄었다고 얘기하는데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이 문장이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운 고려 여인들을 이용'→공녀를 뽑아서 원 권력층들에게 바쳤다.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6.문단에 나오는 자정원에 대해 설명을 해보면 자정원이라 이름은 두 번 나온다.
1. 1298년 5월~12월 충선왕에 의해 설치된 중앙 관서
2. 원나라에 나오는 관서는 기황후의 재부를 관장하기 위해 1340년에 설치된것.
여기서 말하는 자정원은 당연히 2.를 뜻한다.
이걸 읽어보면 기황후에게는 정적이 많았다. 또 이렇게 보면 기황후는 지도자로써 나라를 잘 다스린 '것처럼' 보인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렇게 보인다는 거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두번째로 기황후가 나오는 작품은 '영원의 이름으로' 라는 만화다. 직접 보진 못했다. (보고 싶은데) 기황후가 주인공은 아니고 주변인물이다. 주인공은 기황후를 보고 이렇게 생각한다.
"와, 저분이 외야홀도 황후? 제국을 호령하는 여장부 답구나." 라고 한다. 또 기황후가 공녀를 폐지하는 것도 나오는데 실제 기황후는 오히려 공녀를 더 요구했지 줄인 적 없다.
그리고 작가후기를 보면 이렇게 써져 있다. 내 기억에 의존하는거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적어보려 한다.
"기황후는 고려양을 원나라에 전파했고 기황후가 한 악행은 사실 그 형제들이 한 것입니다. 그녀는 누구보다 고려를 사랑했고 고려인이라는 긍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뭐 이런식으로 적혀 있었다.
이상의 내용들을 요약해보면 기황후 미화는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박근혜 눈치 본다고 만든거 아니냔 말도 있는데 그건 아닌 거 같다. 기황후 미화가 꾸준히 커져가다가 2013년에 커진 것일 뿐이다.
쓰다보니 새로운 궁금증도 생겨난다. 기황후는 공녀를 폐지한 적도 없으며 오히려 자신의 권세를 위해 공녀를 더 보내라고 압박까지 했는데 대체 왜 기황후거 공녀를 폐지했다는 이야기가 나온걸까? 한술 더 떠서 그녀가 공녀를 폐지한 이유는 나처럼 황후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서 나를 위협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해 없엔 것 뿐이라는 사이비(?) 근거까지 나왔다. 거짓이 역사적 사실처럼 받들어지고, 거기에 거짓 역사적 근거까지 나온 셈이다. 이쯤되면 역사를 새로 쓴 셈이다. 그래서 나름 내 추론을 바탕으로 사태가 왜 이렇게 커 졌는지 나름대로 써보려고 한다.
일단 우리나라 사람들은 혈통에 너무 집착한다. 우리나라만 이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고구려 유민 출신의 당나라 장군 고선지다. 두 사람은 시대와 성별이 다르지만 둘다 혈통은 우리나라 사람이다. 고선지는 탈라스 전투에서 승리하고 이로인해 제지술이 유럽에 전파됐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혈통만 우리나라 사람이지 당에서 태어나고 당에서 활약하고 당에서 죽었다. 당나라 사람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어떤 대접 아니 어떤 취급을 받고 있냐면 초롱이의 옛날여행 한국위인전이란 만화프로에 '고구려의 기상 고선지'란 제목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건... 정말 너무하지 않는가? 아무리 고구려 혈통이라지만 고구려에서 살아보지도 못한 당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을 우리 위인이라고 하다니, 당나라 사람을 우리나라 사람이라 하다니, 너무하다. 이정도로 우리나라는 혈통에 집착한다. 차라리 설장수를 위인으로 해라.(백료손의 아들, 위그르 족으로 우리나라에 귀화해 왜구를 무찔렀다. 원나라 출신).
또 기황후는 고려 출신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느냐면 고려 출신이 원나라 황후가 되었으니 자연히 고려에 대한 수탈과 압박이 줄어들도록 원 황제에게 잘 말해주겠지. 라는 기대가 생기는 것이다. 기황후는 그러지 않았지만. 기대가 실제 역사처럼 받아지고, 기황후가 정의로운 인물이 된 것이다. 그러다 기황후에 대한 부정적인 진실들이 밝혀지는데 진실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건지, 그래도 기황후가 '이건 했겠지' 라는 생각을 했는지 '공녀 폐지의 이유가 나같은 정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라는 해괴한 주장이 나오게 된 것 같다.
드라마 '기황후' 러브라인을 보면 아주 가관이다. 기황후를 둘러싼 삼각관계인데, 혜종이 기황후를 짝사랑하고 충혜왕과 기황후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내용이다. 어것도 기가 찬데 기황후와 충혜왕 사이에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를 타나실리가 자기가 낳은 아이인 척하고 기른다. 정말 말도 안 된다. 기황후와 충혜왕은 정적이었는데. 이것도 생각해 봤다. 같은 작가가 쓴 다른 작품 대조영(2007년 드라마)을 보면 거기엔 대조영의 아들들인 대무예와 대문예가 대무예는 단이란 이름으로, 대문예는 적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나왔다. 거기다 검이의 어머니는 거란족장 이진충의 외동딸 초린이라는 설정이다.
이로 미루어 봤을때 작가의 생각은 음... 쉽게 말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니아니 다시 기황후로 돌아가 보자. 기황후는 원에서 활동했다. 그러니 당연히 혜종과 로맨스가 있을 것이다. 기황후가 주인공이니 기황후, 혜종 이 두 명은 반드시 등장한다. 이 두명만 내세워도 스토리가 잘 굴러갈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충혜왕과의 로맨스가 있는가. 이건 아마 우리나라 여잔데 그냥 온전히 외국인 남자를 사랑했다하면 싸게 보여서 그런게 아닐까. 우린 은연중에 우리나라=최고!, 외국=비천 이런 생각을 깔고 있는게 아닐까. 그리고 '말도 안 된다.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는가. '란 말이 나올 수도 있는 의견이긴 한데 남자=고귀, 여자=비천 이런 생각도 약간은 가지고 있는 거 같다.특히 이 외국=비천 이란 공식은 서양국가는 잘 안통하고 우리나라 주변의 동양 국가에서 잘 통하는 공식인 것 같다.
그러니 작가는 '아무리 황제라도 외국인인데 외국인 황제만 사랑했다 하면 싸게 보일 수 있어. 그러니 황제의 성격(드라마 상에서 발랄하고 허당인 성격정도로 나왔다.)과 대조되는 진중한 고려 왕하고 삼각관계를 만드는 거야! 가만, 근데 그 당시 왕이 누구지? 충혜왕이구나! 근데 이 자식 난봉꾼 아닌가? 뭐 어때, 우리나라는 그냥 최고 짱짱! 우리나라=좋은 것 그러니 충혜왕도 최고!' 이런 생각으로 극본쓴거 같다. 쉽게 말해 작가의 국뽕이 충혜왕을 성군으로 만든거다.
대조영도 살펴보자.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런데 대조영(드라마)는 원작이 있다. 매일경제에서 1987~1990년까지 연제하던 동명의 소설이라 한다. 즉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드라마적 내용인지 잘 모른다. 그러므로 드라마의 내용만 다루도록 하고 드라마 각본가의 설정이라는 가정하에 쓴다.
대조영에는 검이=대무예, 거란족장의 딸 초린이 검이의 어머니란 설정이다. 드라마 각본가가 이런 이상한 설정을 한 이유는 은연중에 '대조영은 거란인까지 꼬실 수 있을 정도로 능력있다!' 이 생각으로 쓴 거 같다. 발해를 건국할 때 거란도 힘을 합쳤다 하지만, 대조영의 아들 대무예의 어머니가 거란인인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 실제 역사에서도 아닐 거라 생각한다.
이상으로 기황후(드라마) 가 나타난 이유에 관해서 써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