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저는 대전이 당시에 스토리 리부트가 맘에 안들어서 접고 한동안 던파 소식을 안봤던 사람입니다. 천계 내전 업데이트도 그냥 건너 소식으로 들었고, 구체적인 내용을 통으로 본건 이번 복귀해서 데몬슬레이어하고 남런쳐 키우면서 본게 처음입니다.
스토리를 보고 뭔가 영 퀄리티가 튀는 것 같아서 웹 검색하다가 보니 여기서도 이러쿵저러쿵 설왕설래하길래 묵혀뒀던 아이디 꺼내서 글 몇자 적어봅니다.
쟁점 위주로 해서 두서없이 적는거라 순서가 좀 오락가락 할 수 있습니다.
1. 외적으로 살펴보는 천계전기 : 게임 내 스토리의 역할, '플레이어에게 가치 제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러분은 게임하실 때 스토리를 왜 보십니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역시 '재미', 혹은 '만족' 내지는 '게임하는 의미'를 찾기 위해 보실겁니다.
대체로 게임, 좀 더 폭넓게 보자면 현 서브컬쳐 매체에서 스토리(이야기)가 전달하려는 건 크게 다음처럼 구분가능하다 생각합니다.
첫 째로는 '만족' 또는 '재미'입니다.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자신의 아바타가 성장하고 성공을 거두며 승리하고 목표를 이루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죠. 악을 물리치거나, 복수를 이루거나, 나라를 뒤엎거나, 자기 가족이나 친구를 지키거나, 게임 내 인물들과 친해지거나 하는 이 모든게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에게 무언가를 이루어냈다는 만족감을 주고, 그 만족감을 이어나가고자 사람들은 게임을 계속 잡게 됩니다.
영상매체나 문자매체 역시, 이용자가 자신이 이입하는 대상이 무언가를 이뤄나가는데 재미를 느끼죠. 이것이 '만족'입니다.
그러나, 게임 스토리가 이렇게 만족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를 당황스럽게 하거나, 좌절시키거나 위기를 느끼게 하기도 하지요.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두 번째, '고민' 또는 '의미'입니다. 플레이어와 그 아바타는 일시적인 좌절에 부딪히거나, 결정적인 패배를 겪기도하며, 때로는 이야기의 결말 자체가 완전한 실패와 부정으로 끝나기도 합니다. 그러한 상황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이 상황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고민하게 하고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완성도 높은 이야기들은 이런 고난을 통해 핵심적인 주제나 말하고 싶은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그 말하는 바에 공감하지 않건 공감하건, 왜 이렇게 되었는가와 이게 어떤 뜻인가를 이해시키는데 성공하죠. 그렇지 않은 이야기들은 여기서 처절한 실패를 겪곤 합니다만, 그것은 다른 주제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매체 속 이야기에서의 일시적인 고난과 위기는 이렇게 '고민'과 '의미'를 던져주면서, 동시에 플레이어로 하여금 계속해서 게임을 하게 하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다리게 합니다. 위기에 처한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갈 것인지, 앞으로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앞으로의 이야기를 꼭 보고 말겠다는 욕구를 심어줍니다.
이게 세 번째, '동기' 혹은 '기대'죠. 플레이어는 아바타를 통해 자신을 위기에 처하게 한 이 상황을 직접 극복하고자 하는 투지, 혹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누군가 도와주러 올 것이라는 바람 등등을 몰입을 통해 체험하며 게임 스토리에 대한 목표의식을 갖게 됩니다. 게임 속 상황을 바꾸겠다, 혹은 바뀌는 상황을 직접 보고 개입하겠다라는 목표의식 말입니다.
여기에 더불어, 매체의 이야기는 앞으로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쉽게 말해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양성되먹임을 해야 합니다. 시쳇말로 '떡밥을 뿌린다'는거죠. 이것과 더불어, 지속성의 또다른 한 축인 견고함을 보장하기 위해 되먹여진 이야기 속 잔가지들을 정리해야 합니다. '뿌려진 떡밥을 회수해야'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것이 이야기를 '닫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이게 네 번째, '확장'과 '정리'입니다.
게임 스토리에 대해 전문가들이 더 좋은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겠지만, 일단 일개 이용자 입장인 저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천계전기는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을까요? 제 생각엔 아니라고 봅니다.
(1) 만족이 없다 : '정치극'이란 시작부터 잘못된 접근, 이입할 기회도 안주고 호감도 못사는 황녀파
천계 내전 업데이트 소식을 듣고, 2부~3부 정도의 소식을 어깨건너로 듣고 있던 저는 '정치극을 잘 살렸다'는 호평에 갸우뚱했습니다. '정치극'이란거 자체가 대중적으로 호감을 살만한 요소가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호평이 많았기에, 저는 이번에 복귀해서 천계전기를 시작할 때 과연 도입부를 어떻게 하나 보자라는 기대를 갖고 시작했습니다.
웬걸, 대뜸 황녀가 공격당하고(공격당하는 광경도 보여주지 않고) 주인공은 어떤 결정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고 황녀파측으로 끌려들어가듯이 서게 됩니다. 전개 자체가 굉장히 당황스러운데, 에피소드 시작버튼을 누르면(원래는 황궁 바닥에 떨어진 비녀를 누르면 된다 하더군요) 밑도 끝도 없이 어질러진 황궁 컷신을 보여주고 마를렌이 우리를 도와주십시오라고 우는 소리를 하는데 그러고선 바로 황녀파측 이야기로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정치극, 좁게 보면 이번 천계 내전을 호평하는 가장 큰 이유가 '선악의 뚜렷한 구분이 없고, 자신이 믿는 신념이나 이익을 위해 싸우는 상황을 그려낸다' 아닙니까? 이는 다시 말하자면 황녀파만 옳은 것이 아니라, 귀족파, 그리고 귀족파 내에서 암약하는 네빌로에게 모두 각각의 정의가 있다는 소리입니다. 실제로 천계 내전 내내 다른 쪽의 정의를 보여주려고 (표면상) 노력합니다.
그 말은 주인공이 황녀파 측에 서야만 하는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것, 더 나아가 주인공을 플레이하는 유저 입장에서 황녀파에 서야 할 이유 자체를 못느끼게 하는, 사실상 천계전기 스토리 전체의 몰입감을 붕괴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이전부터 귀족파의 표면적 수장이자 암약하는 반대파 중 하나, 그리고 이번 천계전기 결말을 통해 사망하는 네빌로 유르겐은 천계 내전 스토리 시작 이전부터 꾸준히 호감가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사도 안톤과의 전투에서도 정론을 내세우면서 창신세기의 내용을 다 알고 힐더를 의심하는 플레이어 입장에서 공감가는 말을 하기도 했죠. 반면 황녀파의 젝터 이글아이는 그런 요구를 무시하고 섭정, 즉 군 통수권자의 명령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고, 여기에 황녀 에르제 본인은 카르텔 사령부에서 구출된 뒤 위로의 말 몇마디 하고는 젤바 다녀온 모험가에게 모험 듣고싶다고 몇마디 하는거 빼곤 어떤 비중도 보이지 않습니다.(심지어 황녀 본인의 정치적 행보가 아무것도 묘사되지 않습니다.) 외모 빼곤 호감 살게 젝터 이글아이보다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주인공, 주인공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에게 대뜸 아무 사정 설명없이 몇마디 던져주고 황녀파 측에 서게하는 것으로 첫 퀘스트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걸 쭉 이어나가서 결국 주인공이 귀족파를 몽땅 쓸어버리는 전개로 간다? 정치극이냐 아니냐 이전에 몰입감의 문제지 않습니까?
죽은자의 성 때처럼 진영을 선택하되 하나의 결말로 합쳐지는 구성을 취하던가, 아니면 최소한의 이입을 위해 황녀 납치 전에 어떠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먼저 보여주고, 황녀의 폐위 컷신을 만들어서 귀족들이 과도한 폭력과 모욕적인 언사로 황녀를 공격하는 모습을 통해 플레이어가 왜 황녀를 도와야 하는지 최대한 감정적인 동기를 만들어줬어야 합니다. 선악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주인공이 한 쪽에 별 말 없이 섣부르게 선다는 것은 이전의 주인공이 지속적으로 보인 모습과도 어폐가 있지 않습니까.
제작진도 이런 생각을 했는지, 천계 내전 1부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배치를 보면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봤던 얼굴들은 주로 황녀파쪽에 치중되어 배치되어 있습니다. 반란의 주동자들 중 하나인 귀족들은 네빌로를 제외하곤 싹 다 뉴 페이스고요. 그러면 또 여기서 기본적인 물음이 나옵니다. '얘네가 누군데? 그동안 뭐했는데? 무슨 역할을 하는데?' 이런 물음을 묻으려는지 뉴페이스들은 오만한 언사들을 주로 하면서 신경을 긁으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여기서 '정치극, 선악의 불분명'이란 기존의 호평과 너무 큰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봐도 귀족파 명분 없애고 악으로 묘사하려고 아둥바둥하는게 보이는데?'란 생각만 들었어요. 그런데 또 1부 중반부 끝나고 귀족파 NPC들에게 말 걸어보면 최대한 예의차려 대해줍니다. 모욕적인 언사를 하던 귀족파 주요 인사들은 온데간데 없죠.천계 내전 스토리 이전부터 유일하게 스토리 상에서 정치적 행보를 보여온 유르겐은 여전한 신념을 보여주면서 귀족파의 입장에 정당성을 실어줍니다. 그런데 정작 이 귀족파와 네빌로 유르겐에 맞서게 된 황녀파 측은 막간의 이야기에서 '네빌로 유르겐이 백성들을 위해 싸웠기 때문에 그가 인기를 얻을것이니 막아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반란을 일으킨 귀족파'를 제일 문제삼는게 아니라요.
그래놓고서는 같이 든다는 명분이 '제국의 개입'인데, 그럼 이런 부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2부 즈음에 제국의 개입이 심각해진다는 걸 보여주거나 했어야 합니다. 정작 2-3부에서 보여준건 그것 역시 안배에 두고 있는 네빌로 유르겐의 혜안이었죠. 주인공이 '황녀파'를 도와서 뭘 이뤄낼 수 있는지 설득력 있는 전달을 하나도 못합니다. 고작해야 위기에 처한 익숙한 얼굴들을 도울 수 있다와 무법지대에 대한 차별을 철폐한다는 건데, 무법지대에 대한 차별이 천계 내전 이전부터 눈에 띄게 전달되었는지요? 제 기억이 혹시 잘못되었나 싶어서 천계 스토리북을 방금 다시 보고왔는데도 천계 올라왔을 당시 무법지대 차별 이야기는 젤딘이 베릭트 싫어한다는 극히 지엽적인 사례, 무법지대가 설계미스로 해상열차가 안닿게 되었다는 극히 배경 이야기적인 묘사밖에 없었습니다.
와닿는 동기가 인게임에서 안 나온다는겁니다. 단적으로 말해 '황녀가 불쌍해서 돕는다' 빼곤 1-2부의 동기가 설명되지도 않고, 따라서 황녀측에 딱히 호감이 없으면 플레이어는 주인공이 황녀파 편을 무조건 드는 상황에서 자기자신과 주인공이 '분리됨'을 실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애써 황녀에게 이입시키려고 '타고난 명민함' 어쩌구 하면서 텍스트로 묘사를 넣는데 별로 와닿지 않으니 어찌 이입을 합니까. 그렇다고 네빌로 측에 또 감정을 싣자니 이쪽은 뉴 페이스들이 사리에 맞지 않는 헛소리를 합니다.
이건 선악이 불분명한 정치극을 만든게 아닙니다. 그냥 이야기 구조를 난잡하게 짜서 갈피를 못잡는겁니다. 애초부터 제작사가 의도한 선악은 분명했습니다. 황녀파가 선, 귀족파는 악, 그리고 이유있지만 결국은 '악'인 네빌로 유르겐인데 황녀파에 이입하기 힘드니 '선악이 불분명하다' '정치극이다' 소리가 나오는겁니다.
이런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나게 된 것이 바로 이번 천계전기의 결말입니다. 애초부터 황녀파와 에르제는 선이라는 것이 정해져있으니, 에르제가 이긴 뒤 내리는 (퍼섭에서의) '참형 명령'은 원래라면 실로 통쾌하고 후련한 '만족감'을 전달했어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그게 제작진의 의도였을 것입니다. 이걸 두고 에르제의 성격변화가 설명되지 않았다고 비판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것도 일리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처형되어야 할 귀족들의 악덕이 제대로 묘사가 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에르제가 이러한 참형 명령을 내려도 플레이어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플레이어의 황녀파에 대한 심정적 동의와 호감을 전개 과정에서 얻어냈어야 했다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황녀가 아무리 혼자 내적 각성하고 하면 뭐합니까. 플레이어의 분신인 주인공이 그 내적 각성을 곁에서 본 것도 아니고, 직접 이끌어낸 것도 아니며, 그 내적 각성으로 내린 결론에 반드시 동의할 거란 보장이 없는데 말입니다.
이러니 분명 반역도당들을 토벌한, 권선징악의 스토리인데도 플레이어에게 만족감과 뿌듯함, 승리감을 주지 못합니다. 선이 왜 선인지 모르겠는데다 충분히 이입하지 못하고, 어떤 악을 미워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으며 충분히 미워하기도 힘드니까요. 뿐만입니까? 에르제가 즉위 뒤 한다는 소리는 더더욱 황녀파에 대한 이입과 호감을 깎아먹습니다.
'짐이 천계이자 곧 하늘일진대, 무엇 하러 하늘에다 제를 드리겠는가?'
던파 속 지벤 황국은 어떨지 몰라도, 이 게임을 즐기는 한국 유저들 전부는 민주공화정 아래에서 민주주의를 영위하고 있으며, 따라서 절대다수가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존중하며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 유저들 입장에서 이 대사가 고까워 보이겠습니까? 반대쪽인 네빌로 유르겐은 전제군주제를 말하더라도 현대 정치학뿐만 아니라 매체에서도 종종 언급되고 공유되는 합리주의와 실리주의에 따른 정치제를 이야기하는데, 못하긴 못해도 그것보다 몇 백년 이상 후퇴한 '제정일치 전제군주제'를 이야기하며 프랑스 대혁명으로 타파된 부르봉 왕조의 왕이 한 말을 주워섬기고 있으면 개연성과 전개의 타당성 이전에 호감이 갈까요 안갈까요?
더군다나 던파 속 지벤 황국의 정치체제가 대한민국과 크게 괴리가 있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당장 천계 내전 1부에서부터 '일사부재리'와 '국문', '재판', '귀족원'등 일부는 근현대 대한민국의 요소, 상당부분을 신권과 왕권이 서로 견제하거나 조화를 이루던 조선 왕조 시기의 제도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황녀의 권위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증거는 툭하면 백성들의 지지를 운운하는 귀족파와 황녀파의 언급에서 드러납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신적인 힘을 부리는 전설속 존재의 현신으로서 내가 곧 신이며 국가다'라는 전제군주를 자칭하면, 그런 전제군주의 집권을 용써서 도와준 플레이어 입장에선 어떤 느낌이 들까요? '에진핑'이란 멸칭이 괜히 나오는걸까요? 이런 스토리에서 만족을 느끼고 승리감을 느낄수 있나요? 아니면 허탈감과 짜증이 먼저 날까요? 선택할 기회조차 받지 못한 채 이입도 잘 되지 않고 호감이 가지도 않는 한쪽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서 이룩한 결과가 결국 (현실에서 누리고 있는) 플레이어의 가치를 근본부터 부정하는 결말인데, 여기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초창기의 천계 내전이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받고 기대감을 이끌어냈던건 이런 부분을 설명하고 서로의 입장을 더더욱 명확히 보여주고, 때로는 협상하고 때로는 부딪혀서,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천계'를 플레이어 손으로 만들어 내거나, 혹은 플레이어의 개입 없이 더 나아진 천계를 보고 그 천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진행해나갈 즐거움을 기대할 수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천계전기의 결말은 결국 이 모든걸 송두리째 날려버렸습니다.
혹평이 나올 수 밖에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이것이 천계전기의 첫 번째 실수, 만족의 부재입니다.
근데 여기까지 쓰니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끊어서 쓸게요.
https://bbs.ruliweb.com/family/496/board/102230/read/9947336
2편에서 이어집니다.
그렇죠. 3부와 4부 사이에 설명이 너무 부족해서 지금의 평이 나왔다고 봅니다. 거기다 4부에서 추가된 퀘스트를 보면 사실 악행을 하고 있었다고 하는 것도 갑작스럽게 스토리를 마무리 할려고 추가한 느낌이 팍팍 들게 만들어서 반감을 사게 하는 것 같고요. 사실 3부 이후 전개부터 4부까지 스토리 팀이라든지 담당하는 분이 갑작스럽게 바뀌었거나 혹은 강정호 디렉터가 선임 김성욱 디렉터의 자취를 지워버리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김성욱 시절에 스토리가 전개 되었는데 의외로 사람들에게 평이 좋았거든요. 거기다 작년 중순 간담회때 김성욱 거론하니까 웃기도 했고 자기가 만든게 아니니 그냥 졸속으로 끝내버린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강정호 디렉터가 만들고 있다고 생각되는 그림 시커 스토리는 완성도가 탄탄하기도 하고요. 전 일단 토사구팽, 혹은 졸속처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달아주신 댓글이야 말로 '천계전기'가 왜 악평을 받는지 단적으로 나타내주셨다 생각합니다. 3번에서 적을 이야기지만, 게임의 스토리는 인게임 내에서 완전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미디어믹스나 얻기 힘든 해금요소로 전달해놓고 와 설명 다 되었다! 이러면 안된다는거죠. 이 실수를 저지른게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격전의 아제로스, 그리고 헤일로 5 되시겠습니다. 스토리 측면에서 악평이 자자하죠.
근본없는 신규 캐릭터 꾸역꾸역 밀어넣겠다고 기존 캐릭터 전부 죽여버린것도 개인적으론 엄청 맘에 안들더라구요
ㄹㅇ 기존 캐릭터들이 나와야 감정이입을 하는데 그런 스토리 진행하기 좋은 요소를 싹 다 쳐버림 ㅋㅋ
그런식으로 캐릭터 별로 잘했다 못했다를 따지면 한도 끝도 없는데, 일단 합리적이라고 표현한건 마키아벨리즘과 근대적 합리성을 가지고 말씀드렸다는 설명으로 갈음하겠습니다. 대체로 의견을 표명하시는 바를 보면 귀족이 잘못한게 충분히 어필되었과 황녀쪽에 정당성이 있다는 점이 충분히 전달되었으며, 여기에 몰입하셨다는 것으로 이해가 되는데, 천계전기의 치명적인 내적 실수 두 번째가 또 여기서 설명된다 생각합니다. 바로 양측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서 한 쪽에 도덕적 정당성을 실어줄 제 3자의 검증이 없었다는거죠. 그런 존재 없이 그냥 황녀가 옳았다라고 하고 마무리해버리면, 플레이어 입장에선 쉽사리 납득하기 힘듭니다.
이후에 진행하는 그림시커쪽 스토리가 그나마 나아서 다행이지 천계 스토리 다 진행하고나서 할 말이 없어져갖고 이건뭐...
근데 왜 천계 스토리를 망쳤어요 말해봐요
본문에 사람들 바라보는 관점에서 가장 큰 오류가 있는거같네요. 각자의 정의와 귀족파에게도 옳은 부분이 있다. 이건 천계전기 시작하기도 전부터 공홈소설로 귀족들이 통수치던거부터 적나라하게 묘사되었는데 이걸 무시하고 게임내에서 귀족들에게 명분이 있는것처럼 보여줬다는게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한 이유라봅니다. 귀족원은 황녀측이 군병원이라든가 상이군인 지원같은 민생정책 펼치던거 전부 반대해서 시행 못하게하고 자기들 사비로 지원해주면서 황녀측을 기만하고 웨스피스가 보내온 곡물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지르며 제국이 준 바이러스 걸린 가축들도 살처분하면서 아랫것들이 멋모르고 준거란 정신승리와 함께 아무런 말도 못하는 행보를 보여줬으며 말씀하신 유르겐도 루크 스토리에서 해안수비대를 자기 멋대로 부르면서 황녀한테 보고도 안하고 잭터가 운을 보낸걸 두고 모험가 상대로는 황녀가 우릴 못믿는다는 언플까지했으니 군주를 기만한 반역을 먼저 저질렀고요. 그리고 유르겐과 잭터의 안톤 토벌 문제는 유르겐은 섭정이란 황녀를 대신하는게 아닌 보좌겸 조언자의 위치로 볼때 잭터 말마따나 유르겐을 무시할수 있는 입장이었고 안톤 토벌의 기회를 놓칠경우 나중에 다시 쳐들어오면 엄청 골치아플게 뻔했으니 이 부분은 서로 일리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잭터가 옳았죠. 웨스피스 차별 스토리는 스토리북 카르텔 그들을 말한다에도 등장했고 이게 대전이때부터 묘사해준거니 생각보다 오래전에 얘기해준겁니다. 뜬금없이 튀어나온게 아니에요. 거기다 공홈 스토리 사전에서도 예전부터 천계 지역차별 문제는 언급되있었고요. 게임 외의 공홈 설정들까지 감안하면 천계전기 이전부터 귀족을 악으로 두고 스토리 구상한게 보이는데 게임내에서는 이걸 너무 생략해버린게 사람들이 선악없는 정치극이라 착각한 이유로 생각하네요.
달아주신 댓글이야 말로 '천계전기'가 왜 악평을 받는지 단적으로 나타내주셨다 생각합니다. 3번에서 적을 이야기지만, 게임의 스토리는 인게임 내에서 완전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미디어믹스나 얻기 힘든 해금요소로 전달해놓고 와 설명 다 되었다! 이러면 안된다는거죠. 이 실수를 저지른게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격전의 아제로스, 그리고 헤일로 5 되시겠습니다. 스토리 측면에서 악평이 자자하죠.
유르겐이 합리적인 정치... 이건 굉장히 위험한게 유르겐은 위에 말한 귀족원의 만행을 저지하기는커녕 황녀측 잘못으로 몰아가며 자기네 나라 국민들을 망치면서까지 권력장악에 힘쓴겁니다. 그러면서 귀족 사비로 지원하는 위선을 펼쳤으니 황녀파가 괜히 민심걱정하며 유르겐을 적대한게 아닙니다. 민심을 얻기위해 자기 나라의 정치를 먼저 망가뜨린게 어딜봐서 합리적인 정치일까요? 여기서부터 유르겐이 모순된 인물이란게 나오고 이번 겐트유닉 지원품 스토리에서 나온것처럼 제국이 스파이짓하던거 그대로 묵인하고 이를 보고하지않은 막장짓거리를 펼쳤으니 섭정은 커녕 매국노로 평가되도 할말없는짓을 벌였고요. 화자가 아들내미니까 천계를 위해 감수한거일거라고 포장해주며 두둔한거지.
동의합니다. 저도 천계 스토리가 망가졌다고 느낀게 게임내의 묘사가 게임외의 묘사를 전부 숙지한 상태에서 받아들이는거랑 아닌 상태로 받아들일때 느낄부분이 너무 다르다는거였으니.
그런식으로 캐릭터 별로 잘했다 못했다를 따지면 한도 끝도 없는데, 일단 합리적이라고 표현한건 마키아벨리즘과 근대적 합리성을 가지고 말씀드렸다는 설명으로 갈음하겠습니다. 대체로 의견을 표명하시는 바를 보면 귀족이 잘못한게 충분히 어필되었과 황녀쪽에 정당성이 있다는 점이 충분히 전달되었으며, 여기에 몰입하셨다는 것으로 이해가 되는데, 천계전기의 치명적인 내적 실수 두 번째가 또 여기서 설명된다 생각합니다. 바로 양측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서 한 쪽에 도덕적 정당성을 실어줄 제 3자의 검증이 없었다는거죠. 그런 존재 없이 그냥 황녀가 옳았다라고 하고 마무리해버리면, 플레이어 입장에선 쉽사리 납득하기 힘듭니다.
마키아벨리즘도 국민들을 지키기위해 설파되왔다는걸 생각하면 유르겐은 정치가로서 권력장악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려했다는 부분이 문제된다고봅니다. 목적이 뒤집힌 모순이 유르겐의 한계인데 이 부분을 제대로 조명 안해주다보니 유르겐의 개인적인 유능함만 부각된거아닌가싶습니다.
닭계꿩치
그렇죠. 3부와 4부 사이에 설명이 너무 부족해서 지금의 평이 나왔다고 봅니다. 거기다 4부에서 추가된 퀘스트를 보면 사실 악행을 하고 있었다고 하는 것도 갑작스럽게 스토리를 마무리 할려고 추가한 느낌이 팍팍 들게 만들어서 반감을 사게 하는 것 같고요. 사실 3부 이후 전개부터 4부까지 스토리 팀이라든지 담당하는 분이 갑작스럽게 바뀌었거나 혹은 강정호 디렉터가 선임 김성욱 디렉터의 자취를 지워버리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김성욱 시절에 스토리가 전개 되었는데 의외로 사람들에게 평이 좋았거든요. 거기다 작년 중순 간담회때 김성욱 거론하니까 웃기도 했고 자기가 만든게 아니니 그냥 졸속으로 끝내버린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강정호 디렉터가 만들고 있다고 생각되는 그림 시커 스토리는 완성도가 탄탄하기도 하고요. 전 일단 토사구팽, 혹은 졸속처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귀족원 수장으로서 민생정책을 국가가 하지 못하게 만들고 무려 웨스피스란 그 어려운 동네에서 수도에 곡물까지 보내온걸 불태운게 악행이 아니면 뭐였을까싶은데요. 인게임 내에서 이걸 묘사안해주다보니 깨끗한 정치인으로 보게 만든거라봅니다. 말씀하신것처럼 그 퀘스트도 너무 묘사안했다보니 부랴부랴 넣은 장치로 보고요. 그림시커 스토리는 글쎄요... 솔직히 전 이것도 천계보다 낫다지 그리 마음에들지 않네요. 시로코를 나눠받은 자들이 봉인을 푸는 스토리인데 마창사는 그럼 뭐가 되는건지 제대로 묘사가 없으며 루이제를 이런식으로 소비한것도 너무 뜬금포에 대주교의 시로코 봉인해방이란 막가파 행동이 전혀 이성적이지 못했다는 부분을 보면요.
내적으로 제3자의 검증 역할을 해 줄 캐릭터가 베릭트정도였다고 보는데 스토리에서 도구로만 쓰였지 어떤 평을 내리고 정리해줄만한 캐릭터성이 애초에 없었죠. 천계내전 1부종료 후 베릭트 호감도 대사가 어느정도 상황정리를 해준거로 볼수있지만 베릭트는 어떤 평을 독자에게 말하는 캐릭터보다 무법자란 행동하는 캐릭터였다보니 제대로 보여주지못했던거로봅니다. 나머지 인물들중에 제3자 역할을 해주기엔 다들 진형이 너무 갈려서 무리였기에 그동안 정치극으로 평가된거였을테고요. 천계가 서로의 이권다툼을 위해 국가가 쪼개지는 상황으로 묘사되는게 가장 받아들이기 쉬운 전개였을거라보지만 에르제를 너무 띄워주면서 어떻게든 하나로 뭉치게 만드려든게 문제였다고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고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네요. 뭐랄까 레벨 확장하면서 지역을 새로 만들면서 스토리를 추가했는데 그게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것 같네요. 뭐, 솔직히 다음 디렉터가 새로 오면 대전이나 오리진 같은 스토리 재정립을 다시 하지 않을까 헛된 희망을 품어보네요. 솔직히 한번 해봤으니 또 안하리란 법은 없으니까요.
근본없는 신규 캐릭터 꾸역꾸역 밀어넣겠다고 기존 캐릭터 전부 죽여버린것도 개인적으론 엄청 맘에 안들더라구요
그 신규캐릭터들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올거냐면 그것도 아니라는게 더 큰 문제입니다. 귀족원 뉴페이스들은 뭐하러 일러스트까지 그렸나 싶더군요.
루리웹-4543015938
ㄹㅇ 기존 캐릭터들이 나와야 감정이입을 하는데 그런 스토리 진행하기 좋은 요소를 싹 다 쳐버림 ㅋㅋ
아이리스가 그랬음 모험가가 정치판에 끼면 좋은꼴 못본다고 개인적으로는 그냥 프랑스 대혁명처럼 끝났어야됨 글로만 민심을 적어놓지 말고 뭐라도 보여줬어야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