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교단을 이야기 하기 전에 우선 프리스트 교단이 믿는 신인 레미디오스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합니다.
프리스트 교단이 믿는 신인 레미디오스는 신앙이 생긴지 별로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최초로 계시를 받은 미카엘라가 186년에 등장했으니 800년 좀 넘은 종교입니다.
이전까지는 아무 언급이 없다가 오즈마와 미카엘라가 등장하면서 갑툭튀한 신이란겁니다.
800년이면 오래된 종교처럼 보이지만
미의 여신 베누스는 까마득한 먼 옛날에 요정에게 저주를 내려 흑요정으로 만들었고,
죽음의 신 우시르는 수천년전 왕국이였던 보로딘 왕이 믿던 종교였고,
악신 아텐은 수없는 시간 이전의 고대신,
공포의 신 모로스는 태초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다른 신들은 하나같이 "고대의 신"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며 최소 수천년전부터 존재해왔다는걸 감안하면 프리스트 교단은 신흥종교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게다가 레미디오스는 신도들에게 그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천사들과 계시를 보내 간접적으로 접촉할 뿐, 신도들에게 직접적으로 나타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심지어 지금 대주교도 직접적인 대답은 한번도 들은적이 없대요.
떄문에 교단의 프리스트들도 "신께서는 이걸 바라시겠지"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며 행동하고 있습니다.
이단심판관이 그 예시입니다. 레미디오스가 진짜 평화의 신이라면 무고한 인물까지 태워죽이는걸 놔두지 않겠죠. 지들끼리 곡해해서 신의 뜻을 집행하는 겁니다.
때문에 교단의 많은 프리스트들이 신은 진짜 존재하는 것인가? 의문을 품는 상황입니다.
특히나 위장자들을 파괴하는 인파이터들에게 "이게 과연 신이 원하는 것인가?"라는 회의감이 많이 생깁니다.
이러한 흔들림에 대한 해답으로,
"신은 없다"라는 결론을 내리면 갱도에서 등장하는 위장자가 된 인파이터 "거짓의 키르슈"가 되는거고
"정의가 곧 신의 뜻이다"라는 결론을 내리면 인파이터 2차각성인 저스티스가 되는겁니다.
프리스트 교단 내의 강경파인 인파이터까지도 이처럼 흔들리는데 일반인은 더하죠.
이들은 레미디오스의 존재를 의심하는 수준이 아니라 증오하는 단계까지 갑니다. 이렇게 마음이 부숴진 사람들을 오즈마가 유혹합니다.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신을 증오하다가 신과 비슷한 존재가 실물로 나타나서 구해주면 흔들리는게 당연합니다. 신앙심 깊은 어벤저마저 흔들리는데여 뭘.
오즈마는 미카엘라가 있지도 않은 신을 있다고 뻥쳐서 프리스트 교단을 세웠다고 주장합니다.
교단의 고위 간부인 데바스타르, 제이드, 감시자 K, 벤타 모두 고통받으며 신을 원망하다가 위장자가 되어서 구원받은 인물들입니다.
또한 검은 교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신도들도 대부분이 부모에게 버림받은 고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검은 교단은 이처럼 "레미디오스 신이라는건 거짓된 신이다."라고 믿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입니다.
이들 입장에서 프리스트 교단은 있지도 않은 신을 이유로 진짜 신을 탄압하는 기만과 거짓으로 점철된 이단입니다.
프리스트 교단도 검은 교단을 똑같이 생각하므로, 검은 교단은 프리스트 교단의 안티태제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연옥 퀘스트에서 제이드가 루실에게 "니네나 우리나 다른게 뭐냐" 하면서 비웃는 대사가 등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검은교단을 단순 절대악으로만 인식하시는데, 작가진이 안톤이랑 시로코에서 써먹었던 주제의식 기억하십니까?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니들이 결정할게 아니다."
이것도 위장자&오즈마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주제입니다.
오즈마는 서로 싸우고 빼앗는 인간들을 다툼이 없는 위장자라는 신인류로 바꿔서 구원해주겠다는 마인드입니다.
오즈마라는 독재자 밑에서 살아야 하겠지만 적어도 인간일때처럼 배고프거나 병에 걸려 죽는 일은 없습니다.
위장자가 구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반야를 통해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위장자가 해답이라는거 까진 동의하는데, 그 위에 오즈마가 신으로 군림하는건 맘에 안드는 모양이에요.
인간 입장에서 위장자가 되는 것은 끔찍한 일이지만, 이미 인간에게 끔찍한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은 저게 유일한 구원인 셈입니다.
제이드의 말처럼, 검은 교단 구성원들 입장에선 프리스트 교단이 활발한 세계는 "빛이 가득한 지옥"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즉, 검은 교단과 프리스트 교단의 전투도 단순히 절대선과 절대악의 대결이 아니라, 서로 비슷한 두 종교간의 종교전쟁입니다.
물론 검은 교단이 오즈마 부활시키겠다고 무고한 사이퍼들을 희생시키긴 했는데,
몰래몰래 숨어서 위장자 늘린거보다 이단심판관들이 이단 잡겠다고 대놓고 태워죽인 무고한 사람들 수가 더 많을껄요?
여기서부터는 추측입니다만, 오즈마의 말대로 레미디오스는 죽었거나 현세에 간섭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번째 이유로 플레인 : 엔젤리카입니다.
일곱 대천사까지 등장했지만 레미디오스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이 칼로소나 찾고 있습니다. 이건 근데 본편 스토리랑 좀 떨어진 평행세계 이야기니 그러려니 합니다.
두번째로는 주제의식의 부재입니다.
현재 교단은
위장자에게 자비를 베풀어야한다 = 크루세이더 / 온건파
VS
위장자들은 머리통을 깨부숴야한다 = 인파이터 + 이단심판관 / 강경파
두 파벌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현재는 온건파가 교단의 실세를 잡은 상황이며, 스토리 집필진들도 이단심판관들의 광신도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온건파가 옳다는 쪽으로 서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레미디오스의 도움으로 프리스트 교단이 위장자들을 찢어발기고 오체분시해서 불로 태워버린다면?
자비는 무슨......... 역시 악은 대가리를 깨버려야한다는 결론밖에 안나옵니다.
애초에 데바스타르가 타락한 이유가 문답무용으로 위장자들 잡아족치는 것에 대해 실망한 것이였으므로
똑같이 위장자들을 잡아족치는건 데바스타르를 하나 더 만드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위장자가 사라지면 이단심판관이 순순히 해체할까요?
루실이 사이퍼들이랑 다크템플러들에게 다음에 보자면서 씁.... 입맛 다시는거 보면, 아마 오즈마 토벌 이후에는 기세등등해서 이들을 이단으로 처형하려고 난리를 칠껍니다.
이처럼 레미디오스의 등장 혹은 도움으로 오즈마를 잡으면 결국 이단심판관들이 행동에 정당성을 얻고 더 과격해질겁니다.
아에 레미디오스라는 신이 없다는게 밝혀져서 이단심판관들 행동에 브레이크가 걸리거나,
신이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어벤저들이 목숨바쳐 위장자를 막는것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는 전개
등등 여러 전개가 있겠지만 뭐가 되었든 "오오 레미디오스님 역시 대단해"하면서 직접적 개입을 통해 위기를 넘기는 결말은 아닐꺼라고 믿고 있습니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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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버림받으신 신이시여, 이것이 결국 당신의 뜻입니까? - 미카엘라 미카엘라 설정에 위 같은 대사가 있는걸로 봐서 레미디오스 자체가 너무 노답신일 확률이 높은듯.
이단애들 좀 순하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데바스테르 벤타 데스페로 k 같은 애들을 보면 배경이 전부 이단심판관의 광기에 의해 제대로 비틀려버려서 지금 이꼴이 된건데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아군인 어벤저랑 리디머도 되게 아니꼽게 보는데 뭐라 좋게 볼 수가 없네요
한가지 덧붙이자면, 이에 관한 이야기는 여프리스트 OST인 Embracing Me 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OST의 1절과 2절이 서로 다른 가수분의 목소리로 시작되는데, 1절은 검은 교단에 있었던 여프리스트가 해방된 자신(레미디오스 교단의 자신)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말이고 2절은 레미디오스 교단에 속한 여프리스트가 억압된 자신(검은 교단의 자신)에게 말하고자 하는 말이 숨겨져 있습니다. 1절의 가사를 자세히 보면 처음에는 믿고 의지할 만큼 좋았던 검은 교단이었지만, 이내 거짓말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내(검은교단의 나)가 말해주고 싶었던 것들은 ' 전해주고 싶어 ' 라고 합니다. 이는 검은 교단도 절대 악이 아니며 누군가에게 고통받은 자들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감쌌었기에 이를 이해해달라는 말로 볼 수 있습니다. 2절의 가사는 검은 교단에서 해방된 이후 레미디오스 교단에 속하며 이제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며 자기 자신을 다독입니다. 근데 이 역시 '내(레미디오스에 속한 자신)' 가 말해주고 싶었던 것들은 ' 보여주고 싶다 ' 라고 합니다. 이는 고통 받는 자들을 감싸는 것이 검은 교단 뿐만이 아닌 레미디오스 교단(검은 교단 밖의 세상)도 가능하다고 알려주고자 하는 가능성을 말해줍니다. 하지만 이 노래가 말하고자 하는건 가장 마지막에 드러납니다. ' 그리고 내가 보았던 모든 것들을 다 가슴 속에 간직할게 ' 이것은 검은 교단에 있었을 당시의 자신과 레미디오스 교단에 속한 자신 둘 다 포용하고 아우른다는 것입니다. 즉, 본문에서 말해주셨듯이 선과 악이 혼재되어 그 누구도 판단해주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나 자신만이 이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선과 악을 결정할 수 있으며, 다른 누군가는 ' 내 ' 가 아니기에 이것을 결정할 수 없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레미디오스의 계시라는게 실은 미카엘라의 힘이고 어디 숨어서 힘만 보내고 있었다든지
여프리스트 캐릭터 자체가 말해주고자 하는 가장 궁극적인 메시지. ' 계시는 마음이 무너져 내린 사람에게 내린다 ' 이것은 자신 이외에 그 누구도 마음이 무너져 내린 사람(여프리스트)에게 어떤 결정을 받아들일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 정해줄 수 없다는 말입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린 사람이 선택한 결정은 스스로에게 선일수도 있지만, 누군가 보기에는 그저 악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레미디오스의 계시라는게 실은 미카엘라의 힘이고 어디 숨어서 힘만 보내고 있었다든지
제게 버림받으신 신이시여, 이것이 결국 당신의 뜻입니까? - 미카엘라 미카엘라 설정에 위 같은 대사가 있는걸로 봐서 레미디오스 자체가 너무 노답신일 확률이 높은듯.
레미디오스, 베누스, 아텐, 우시르, 모로스 신들에 대한 설정이 언젠가 좀 더 풀리면 좋겠네요 ㅠ 언제쯤 풀릴려나
이건 사도인 자신보다 신이 못하단 의미인지 신 자체가 절대적으로 쓰레기란 의미인지 알 수 없어서 너무 궁금하기만 합니다
프리스트들 힘쓰는거보면 성스러운 존재가 있긴하는데 이단심판관 설정보면 여러생각 하게 하죠... 근데 심오하게 스토리 못써낼거면 찍싸지말고 적당히 처리해서 내면 좋겠더라구요(천계전기가 그 나쁜예)
본문 재밌게 읽었습니다 분석 정말 잘하신거같아요
우시르나 아텐같은 잡신..도 기원이 있는데 이 프리스트교단의 신은(레미디오스라는 이름이란건도 최근에야 나왔죠) 어디서 왔고 뭔지 전혀 나오지 않았으니 레미디오스가 과연 뭘까. 이건 역시 스토리담당에 의해 의도적으로 배제된게 맞고 이게 중요한 키중 하나일거라는 생각이 듬 또 오즈마 만큼 중요한게 미카엘라인데 역시 그냥 죽었다. 로만넘길순 없는 존재라 이번 레이드에서 뭐 어떻게 보여줄까 싶네요
이단애들 좀 순하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데바스테르 벤타 데스페로 k 같은 애들을 보면 배경이 전부 이단심판관의 광기에 의해 제대로 비틀려버려서 지금 이꼴이 된건데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아군인 어벤저랑 리디머도 되게 아니꼽게 보는데 뭐라 좋게 볼 수가 없네요
한가지 덧붙이자면, 이에 관한 이야기는 여프리스트 OST인 Embracing Me 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OST의 1절과 2절이 서로 다른 가수분의 목소리로 시작되는데, 1절은 검은 교단에 있었던 여프리스트가 해방된 자신(레미디오스 교단의 자신)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말이고 2절은 레미디오스 교단에 속한 여프리스트가 억압된 자신(검은 교단의 자신)에게 말하고자 하는 말이 숨겨져 있습니다. 1절의 가사를 자세히 보면 처음에는 믿고 의지할 만큼 좋았던 검은 교단이었지만, 이내 거짓말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내(검은교단의 나)가 말해주고 싶었던 것들은 ' 전해주고 싶어 ' 라고 합니다. 이는 검은 교단도 절대 악이 아니며 누군가에게 고통받은 자들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감쌌었기에 이를 이해해달라는 말로 볼 수 있습니다. 2절의 가사는 검은 교단에서 해방된 이후 레미디오스 교단에 속하며 이제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며 자기 자신을 다독입니다. 근데 이 역시 '내(레미디오스에 속한 자신)' 가 말해주고 싶었던 것들은 ' 보여주고 싶다 ' 라고 합니다. 이는 고통 받는 자들을 감싸는 것이 검은 교단 뿐만이 아닌 레미디오스 교단(검은 교단 밖의 세상)도 가능하다고 알려주고자 하는 가능성을 말해줍니다. 하지만 이 노래가 말하고자 하는건 가장 마지막에 드러납니다. ' 그리고 내가 보았던 모든 것들을 다 가슴 속에 간직할게 ' 이것은 검은 교단에 있었을 당시의 자신과 레미디오스 교단에 속한 자신 둘 다 포용하고 아우른다는 것입니다. 즉, 본문에서 말해주셨듯이 선과 악이 혼재되어 그 누구도 판단해주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나 자신만이 이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선과 악을 결정할 수 있으며, 다른 누군가는 ' 내 ' 가 아니기에 이것을 결정할 수 없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고대의도서관
여프리스트 캐릭터 자체가 말해주고자 하는 가장 궁극적인 메시지. ' 계시는 마음이 무너져 내린 사람에게 내린다 ' 이것은 자신 이외에 그 누구도 마음이 무너져 내린 사람(여프리스트)에게 어떤 결정을 받아들일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 정해줄 수 없다는 말입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린 사람이 선택한 결정은 스스로에게 선일수도 있지만, 누군가 보기에는 그저 악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모두 좋은 사람인데 왜 다들 미워해야 하는지"
이 해석이 매우 맘에드네요. 남프리와 여프리의 테마곡은 말하신대로 주제가 다릅니다. 남프리의 테마곡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믿음을 주제로 하기에 올곧으면서 강인한 느낌을 주죠. 그에비해 여프리의 주제가는 이미 마음이 꺾인 자의 슬픔과 극복이 한 곡에 담겨있어 애달픈 느낌을 주더라고요. 재미있는건 남프리 주제가는 뮤지컬 진지한 씬에 나올 비장한 음악인데비해 여프리의 주제가는 어깨가 들썩이는 신나는 락음악이라는거도 은근 재미있죠. 남프리는 반전이 없어서 좋고 여프리는 반전이 있어서 좋은. 확실히 재미있게 만들어진 캐릭터설정이에요.
와 소름돋았어요 해석 ㄷㄷㄷ 엄청나네요
인파이터는 그래도 나름 상식적이라고 보이는데, 이단심판관 얘네들은 하는 짓이나 관련 인물들을 보면, 딱 중세시대때 마녀사냥-종교재판 하던 미치광이 광신도들 생각나서 불쾌하더라구요.
충성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