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마나의 신오지방 여행기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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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다 2부가 다음웹의 실수로
일부 날아가는 바람에 개정을 해서 다시 올렸습니다.
어제 읽으신 분들껜 사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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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떨어지다 2부
프리젠테이션 수업을 하는 강의실에 들어갔다가
출석 체크를 한 뒤에 살짝 강의실에서 나왔다.
교내 카페에 가서 머핀 세트를 산 뒤에 동아리실로 향했다.
다른 애들은 오늘 공강이라 나 혼자 있기엔 뻘쭘했고
동아리실은 시간죽이기엔 적당한 곳이었으니까.
"안녕하세요."
손에 머핀과 아메리카노를 든 채, 동아리실에 들어왔다.
동아리실 안에 있던 선배들이 나한테 인사를 한 뒤에 각자 할 일을 했다.
어떤 선배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어떤 선배는 애니를 보고 있었다.
물론 포켓몬을 좋아하는 선배는 지금 열심히 게임하고 있었다.
일본판은 다 깨고 지금은 한글판을 플레이하고 있다고 했는데
난 별로 관심이 없으므로 내버려두기로 했다.
"근데 너 오전 수업 있다고 않았냐?"
한 선배가 내가 이 시간에 동아리실에 온 것이
이상했는지 나한테 물었다.
"출석만 하고 쨌어요. 짜증나서요."
동이리실에 있는 책상에 아메리카노가 든 종이컵과
머핀을 올려놓고 의자 위에 크로스백을 올려놓았다.
"진작에 삭제하지 그랬냐."
"그걸 진작에 알았으면 저도 삭제했죠....."
선배들은 교양 한 두개 정도는 재수강이나 F떠도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불안했다. 혹시나......혹시나....내 성적이 집으로 날아오면.....
그날로 난 쫓겨날 지도 모르니까.
"이번에 동아리 오픈하우스 때 뭐할 거예요?"
"그냥 적당히~ 동아리 소개하고 홍보하면 되겠지.
솔직히 우리 동아리는 덕들만 들어오잖아."
"그렇겠죠. 하긴. 해적왕이 될 거야! 라던가
내 이름은 코X. 사신이죠. 이런 드립을 보고 웃을 사람은
덕들밖에 없으니까요. 근데 오긴 올 것 같아요?"
"모르지. 지금 인원은 충분하니까 상관없지 뭐.
우린 할당인원 채웠으니까."
그렇다. 내가 가입한 동아리는 소위 '덕후' 동아리다.
같은 학과 친구 녀석이 내가 덕질을 한다는 걸 알고
동아리를 소개시켜준 게 계기가 돼서 가입한 거였다.
다른 동아리와 달리 우리 동아리는 동아리실에 장판이 깔려있어서
앉아있을 수 있어 다른 동아리보다 부원들이 자주 모일 기회가 많았다.
(물론 이 장판은 선배들이 동아리비로 깐 거라고 들었다.)
뭐 대부분 자기네들 덕질하느라 동아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괜찮으려나 몰라.
"그럼 오후 수업도 쨀 거냐?"
"그건 들어야죠. 그나마 그건 들을 만하니까."
"너 그러고 보니 한국사 수업 들었지?
너 나중에 인증샷 과제할지도 모른다?"
"인증샷이요?"
"응. 매년 다르긴 했는데 특정 주제와 관련된 유적지에 가서
자기가 직접 갔다왔다는 인증샷하고 관련 보고서 써야하거든.
그 보고서만 잘 써도 시험망쳐도 A는 거져 나오더라?"
"헐............"
"내 때는 삼국시대 관련 유적지 갔다오는 거였지.
이번엔 어디하려나. 고려? 조선? 근현대사?"
"고려 유적지면.........해인사였나?
팔만대장경 있잖아요."
"해인사는 신라시대 유적이여.
신라 애장왕 때 세운 거라고."
"고려시대 아니었어요? 아놔......팔만대장경 때문에....
근데 솔직히 말해서 고려 유적지는 흔하지 않잖아요.
차라리 조선이나 근현대사 쪽이면 편한데."
"그치. 조선이나 근현대사는 편하지.
당장 서울시청만 가면 되는데.
거기는 널린 게 근현대사 유적지니까."
역시 역사 매니아 선배답다. 일명 역덕후인 이 선배는
어릴 때부터 역사에 관심을 가져서 한국사능력검정 시험에서 1급을 한 방에 땄다던가,
수능에서 한국사, 세계사, 근현대사에서 수를 받았다고 들었다.
근데 수능에서 언어하고 외국어를 망쳐서 이런 지잡대에 들어왔고
군대에 갔다온 후로는 서양사나 일본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관련 서적은 거의 독파하고 연구도 하고 있지만 이쪽으로 취업할 마음은 없다고 들었다.
"아무거나 좋으니까 고려나 선사시대,
삼국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근현대사 걸리길 바래야겠다?"
"그렇죠!!!!"
"아, 씨X! 또 뒤졌어!"
DS를 들고 배틀을 하던 선배가 짜증을 냈다.
며칠 전에 물어보니 전설의 포켓몬을 잡고 있다고 들었는데
잡았다 싶으면 마음에 안들어서 리셋하고 다시 잡고 하다보니
벌써 3일째 저러고 있다. 뭐,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또 실패했냐?"
"아씨. 코끼리같이 생긴 새끼가 더럽게 안잡혀."
"수면기로 재우고 빨피만들고 볼 던지면 되잖아."
"그짓을 하는데도 더럽게 안잡혀."
"그래도 배회하는 새끼들보단 낫지 않냐?"
"낫지. 근데 이 새끼는 이번 신작에서 메인 포켓몬이라
제대로 개체 맞춰서 잡고 싶다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몰라도 좋은 녀석을 잡고 싶은데
잘 안잡힌다는 소리 같다. 개체값이니 뭐니는 모르겠지만.
"대체 어떤 녀석을 잡길래 그래요?"
"저승의 왕이라는 드래곤을 잡으려고 하는데
더럽게 안잡혀. 포획률이 3퍼센트밖에 안된다고."
"저승이요? 헐......포켓몬 세계에도 저승이 있어요?"
"모르지. 근데 설정만 보면 완전 저승이던데."
"헐......."
"근데 그 포켓몬이 사는 곳에 뼈를 던진다는 이유 하나로
저승을 지배하는 포켓몬이니 어쩌니 하는 건 아니지 않냐."
"그건 그렇지. 나도 솔직히 저승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솔직히 이 놈이 어딜 지배하는 건지 나도 잘 몰라.
설정이 부실하거든."
"맥거핀............."
"뭐, 이번에 나오는 신작에서 밝혀지겠지."
"그나저나 선배를 애먹이는 포켓몬이 누구길래
그렇게 욕하면서 하는 거예요?"
내가 그렇게 묻자 한 선배가 핸드폰으로 뭔가를 검색하더니
나한테 핸드폰을 던져서 선배가 잡으려고 하는 포켓몬의 모습을 보여줬다.
다리가 여러 개 달리고 목이 엄청나게 긴 포켓몬이었다.
이름이 '기라티나'라고 하는데 코끼리에 기린을 섞어놓은 모습이었다.
좀 무섭게 생겨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좀 징그러운데요..."
"그렇지. 처음 보면 그래.
근데 계속 보다보면 멋있게 보인다니까?"
"반다이 매직이냐....."
"난 별론데. 디지몬 같아서."
"디지몬하고 포켓몬하고 비교하지 마!
디지몬은 한물갔거든?"
아아. 또 시작이다. 우리 동아리는 별것도 아닌 거가지고 싸운다니까.
일반인이 보면 다큰 어른들이 유치하게 뭐하는 거냐고 보이겠지
정작, 장본인들한테는 밥먹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지만.
선배들이 싸우든 말든 나는 가져온 머핀과 아메리카노를 먹었다.
먹으면서 뭐 좀 보려고 동아리실 책장에서 책을 보면서 말이다.
참고로 내가 가져온 건 사신탐정 코x이었다.
"옛날에 나온 애들이 더 귀여웠던 것같은데."
역시 나는 치코리타, 리아코, 브케인이 나왔을 때까지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라티아스, 라티오스가 나오는 극장판을 본 것을 끝으로 더 이상
포켓몬 애니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요즘에 나오는 포켓몬은 모른다.
뭐 앞으로도 관심가질 일은 없을 테지만.
요즘 포켓몬들은 스케일이 엄청나게 커져서 세계 멸망도
시킬 수 있는 애들도 나왔다는데 솔직히 게임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그런 놈들이 날뛰면 세상은 남아돌지 않을 테니까.
네 형제들이 선택한 인간들은 모두 실패했었지.
이제 네가 마지막이야. 네가 선택한 사람도 실패하면
그 녀석들도 너도 끝이야. 봐둔 사람은 있어?
아주 예전부터 봐뒀던 사람은 있어.
그 사람은 날 보진 못했지만 기척은 느끼고
내가 숨어있던 곳을 보곤 했어.
고작 그런 걸로 선택하겠다고? 가장 필요한 건
모든 걸 잃더라도 일어설 수 있는 각오라고 생각한다만.
근데 네가 봐뒀다는 사람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볼 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알고 있나?
사람은 말이지. 극한에 몰릴 수록 본성을 보인다는 걸.
그게 냉정한 사람이든 따뜻한 사람이든 극한 앞에선 다 똑같다는 걸.
그래서 네가 봐뒀다는 사람은 어떤 모습을 보일 것 같나?
처음엔 소리를 지르고 도망치겠지.
동아리실에서 책을 보다가 문득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아서
시간을 확인했다. 강의 시작까지 30분이나 남아 있었다.
나는 책들을 원래 자리에 꽂아놓은 다음에 크로스백을 맸다.
"너도 한 번 포켓몬 입문해봐라. 재밌다니까."
내가 신발을 신고 있을 때, 포켓몬 선배가 나한테 게임을 권유했다.
가입할 때, 게임에 관심있다고 적었던 것이 계기였는지 모르지만
이 선배는 나한테 계속 포켓몬을 해보라고 권하고 있었다.
"전 피카츄까지만 해보고 안해서요.
지금 거엔 익숙해질 것 같지 않아요."
"말은 잘하네. 그러는 너는 헤일로는 진짜 잘하던데?
지난 번에 전설 코옵도 깼으니 포켓몬도 할 수 있을 것같은데?"
"그거랑 이거랑 같나요."
사실 내가 작은 화면으로 하는 게임은 핸드폰 게임을 끝으로
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콘솔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최근에 빠져있는 게임은.....FPS 게임인 헤일로였다.
사실 이거에 빠지게 된 계기는......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설정하고 OST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단순한 총 게임을 유저들이 파고들 수 있는 요소를 배치한 것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덕분에 설정같은 걸 알아보기 위해 열심히 영어공부를 한 게 덕봤었지.
"내가 아는 사람들 몇 명을 포덕으로 만들었는데
포덕으로 만들면서 느낀 건 안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더 포켓몬에 빠졌다는 거야. 너도 십중팔구 그렇게 될 걸?"
"설마요. 먼저 갈게요."
"어, 잘 가라~"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린 뒤에 동아리실에서 나왔다.
수업시간까지 30분이나 남았지만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선 지금 가야한다.
이번 수업만 듣고 나서 적당히 시간 죽이다가 집에 가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오후 수업은 재미있어서 다행이지.
만약에 이것까지 뭐같았으면.........."
동아리실에서 나오자 몸에서 피로감이 느껴졌다.
중간고사나 과제시즌에도 이러지 않았는데.....
몸이 허해졌나? 아니야, 최근에 '그런 일'을 겪어서 그런 거겠지.
예전부터 '이런 일'을 겪고 나면 몸에서 먼저 신호가 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신호는 매번 다른 모습으로 찾아왔지만
이번엔.....피곤한 걸로 왔다는 거다. 그래도 피곤한 게 낫다.
지난 번엔.......우울증으로 찾아왔으니까.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그 때의 후유증으로 내 손목엔 상처가 생겼다.
다행히 지금은 거의 나아가지만.
".........진짜 싫어."
과거에 휘둘리는 것도 현실을 빨리 직시하지 못해
손해보는 것도 이제는 질색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젠 극복할 때도 됐을 텐데.
이제 곧 성인이다. 성인이 되면 뭔가 바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진 바뀐 건 없었다. 아니, 바뀌는 게 있다면 돈이 필요하면
알바자리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왜 이렇게 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건지.
고3 때도 이렇진 않았던 것 같은데. 솔직히 지금이
고3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 몸하고 정신 모두 말이다.
그렇게 내가 내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다 라고 푸념하면서
한국사 강의를 하는 강의실에 갔는데 강의실 쪽이 소란스러웠다.
보나마나 애들이 떠드는 거겠지. 안봐도 뻔하다.
강의실에 들어가자마자 왜 애들이 떠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칠판에........어떤 글씨를 들어오자마자 볼 수 있었는데
순간 짜증이 확 밀려왔다. 칠판에 '휴강'이라고 적혀있었다.
"휴강.........?!"
칠판에 교수가 세미나를 가게 돼서 오늘 강의는 휴강하고
다음에 보충하겠다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교실에 있던 애들도 짜증이 났는지 진작에 연락하지,
이게 뭐야. 짜증나게. 버스시간 몇시더라. 등 불평 불만을 토했다.
당연하다. 이 학교에 다니는 애들은 대부분 수도권 애들이니까.
기숙사나 원룸에 사는 애들은 아무래도 상관 없겠지만
버스로 왔다갔다 하는 애들 입장에선 짜증이 날 수밖에 없을 거다.
거기에 오늘은 금요일이다. 대부분 금요일은 공강으로 빼버리니까.
진짜 웃기다고 생각했다. 비싼 등록금 받아먹으면서
이렇게 수업을 취소시키다니. 그러다고 잘 가르치냐고? 그것도 아니다.
학기 중엔 세미나같은 데 왜 참석하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강의실에서 나왔다. 시험은 지난 주에 끝났고 과제는 없어서
당분간 휴식을 취할 수 있겠지만.....이렇게 시간이 남는 건....
아직까진 어색하다. 그렇다고 공부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도 않고.
동아리실에 가도 되겠지만 솔직히 또 가기는 좀 그렇다.
그렇다고 집에 가면 엄마가 뭐라고 할 게 뻔하다.
어쩌지? 하고 생각하다가 시내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시내에 나가도 별로 할 일은 없지만 돈은 있으니까
카페같은 데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을 적당히 먹고 들어가면
어느 정도 시간을 죽일 수 있을 테니까. 대신 체중은 늘겠지.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몸매관리니 메이크업이니
옷이니 뭐니 하는 건 담을 쌓아서 그런 건 귀찮기만 하다.
물론 살찌는 건 좀.......그렇지만 말이다.
강의실이 있는 건물에서 나와 학교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셔틀버스를 타면 역까지 곧바로 가는 데다가
역에서 시내까지 얼마 되지 않아서 버스비도 절약되기 때문이었다.
저 사람을 데려오겠다고? 형제도 있지 않았나?
있어. 난 동생 쪽을 선택하겠어.
난 맏이쪽이 더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다만.
그래. 맏이가 가장 자질이 있는 줄 알고 갔는데
아무래도 안되겠더고. 이기적으로 생각해서.
잘못했다간 또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했어.
그거 참 유감이네.
그러게. 근데 저 사람은 다행히 자질이 있는 것 같아.
문제는......그 자질이 지금은...발휘되지 않을 거라는 거야.
저쪽에 가도 발휘되지 않으면......그땐 대 실패하는 거지만.
"다녀왔습니다."
시내에서 좀 돌아다니다가 적당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왔다. 분위기가 많이 썰렁했다.
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소파에 앉은 엄마 표정이 차가웠다.
"학교 수업시간 째고 시내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다니고
뭐 처먹고 그러냐? 돈이 아깝지도 않냐? 그 시간에
토익이라도 공부하던지, 아니면 뭐 해야지!"
"오늘 갑자기 수업이 취소돼서 나온 거였어요.
시내에 볼 일도 있었고요. 또 볼 일보고나서
애들하고 만나서 얘기하기도 했어요."
자연히 거짓말이 나왔다. 사실 지금까지 혼자 있었다.
친구들은 무슨. 오늘 공강이라 아무도 없었다.
그 사실을 엄마가 알 리는 없었지만.
"하이고. 너하고 수준이 똑같네.
걔네 부모들도 애새끼가 공부를 지지리도 못해서
이름만 수도권인 학교에 보냈냐."
".........."
이럴 땐, 그냥 잔소리를 듣고만 있어야 한다.
내가 뭐라고 하든 엄마는 욕만 엄청나게 날릴 거니까.
괜히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다.
"그리고 니가 난에 물줬냐? 난이 왜 이렇게 시들었어?"
난? 무슨 소리지? 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난들이 죽어있었다.
말라 죽은 건 아니고 갑자기 축 늘어져 죽어 있었다.
화난 이유를 알겠다. 내가 죽였다고 생각한 거겠지.
"내가 뭐하러 난에 손을 대! 지난 번에 내가 물줬다가
실수로 난들 다 죽여서 아빠한테 죽도록 얻어맞았는데!
그 뒤로 엄마가 관리하잖아!"
"아까 내가 아침에 나가기 전까진 멀쩡했어!
근데 이게 갑자기 죽을 리가 없잖아!
니가 물줘서 이런 거 아냐?!"
"몰라! 영양제같은 거 안줘서 이런 거 아냐?"
"이게 계속 말대답해?!"
난 관리 못한 엄마가 잘못한 거지, 왜 나한테 화풀이하는 거야!
내가 지난 번에 난을 실수로 죽여서 아빠한테 죽도록 맞아서
다시는 난따위에 거들떠 보지 않는 걸 모르지 않잖아.
이래서 내가 집에서 식물키우고 이런 게 싫었다.
차라리 숯으로 대충 메우면 되지, 식물 키우기만 해도
100퍼센트 죽게 하는 우리 집에 무슨 식물이야! 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런 말은 절대로 입 밖으로 내놓으면 안된다.
또 '그런 일'이 생기면......무릎꿇고 빌어야하니까.
더 이상 가족들한테 비는 건 질색이다.
참았다. 그냥 참아야 한다.
내가 참는 수밖에 없다. 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은......내 인내심이 한계에 와 있었다.
"엄마가 잘못 그래서 그런거지!
그렇게 난을 생각하면 잘 간수했어야지!
내가 식물 키웠다하면 백퍼센트 죽는 거 알잖아!"
"이게 어디서! 몽둥이 어디있어!!!"
아.......또 이 레퍼토리다.
또 얻어맞게 생겼다. 성인인데도.......
저런 무지막지한 몽둥이로 또......
만약 맞은 흔적을 누군가가 보면 집에 무슨 일 있냐고 할 게 뻔하기에
이 지에선 체벌할 때, 허벅지와 정강이, 팔를 몽둥이로 때린다.
물론 하루만에 없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재수가 없으면 멍으로 남는다.
이번엔.............후자일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볼에서 통증이 느껴졌으니까.
".........."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엄마의 잔소리, 욕설 퍼레이드,
몽둥이 세례가 끝나자마자 나는 내 방으로 도망치듯이 들어간 뒤에
방문을 잠그고 크로스백을 의자 위에 던졌다.
몽둥이로 다리를 세게 맞아서 얼얼했다. 거기에 볼도 뜨껍다.
방 구석에 쭈그려 앉았다. 억울했다. 난이 죽은 거가지고
왜 나한테 성질부리는 거야? 내가 뭘 했다고? 라고 생각했다.
그것보다 내가 시내 돌아다닌 걸 어떻게 알았지?
시내에서 시간보낼 때, 엄마 모습은 없었는데?
그렇다고 눈에 띄게 행동한 것도 아니다.
그럼 어떻게? 라고 생각한 순간......
나는 방심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사는 동네는 매우 좁다는 걸.
이 동네가 말만 수도권이지 사실은 시골이다.
땅덩어리만 넓어서 운좋게 경기도가 된 시골.
경기도가 됐다고 해도 시골은 시골이다.
워낙에 좁은 동네인 덕분에 여기 사람들은 거의 토박이다.
그래서 누가 누구네 애네, 어디 학교 다니네, 어디 일하네.
이런 건 시시콜콜 다 꿰뚫고 있을 정도다.
우리 가족은 여기 토박이는 아니지만 여기서 산지 10년이 지났다.
거기에 엄마는 마당발이라 인맥도 많다. 대부분 아줌마들이지만
아줌마들의 '카더라 뉴스'는 무시할 수준이 안된다.
한 번 '카더라 뉴스'가 퍼지면 아는 사람들한테 퍼지는 데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이 카더라 뉴스에 내가 포착됐고
아줌마들끼리 얘기한 게 건너고 또 건너서 엄마한테 포착된 게 분명하다.
소위 '나는 모르는 사람인데 나를 아는 사람들.'의 짓인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선 내가 어디서 뭘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물론 물리 증거는 없지만....내 직감은....거의 맞았기에...이번에도....
결론에 다다르자 너무 화가 났다. 엄마한테 너무 화가 났다.
내가 모르는 사람인데 나를 아는 사람도 너무 화가 났다.
왜 그런 걸 말한 거야? 뭐가 좋다고 그런 걸 떠벌려?
옛날부터 그랬다. 동네 아줌마들의 눈엔 나만 들어왔지
언니...아니 공주님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항상 나만 타겟으로 삼았고 혼나는 건 언제나 나였다.
생각해보니 공주님은 카더라 통신에 당한 적은 없었다.
공주님은 학원하고 과외를 다니면서 눈에 띌만한 사고를 치진 않았지만
대신 무리하면 쓰러지고 링겔맞고 일어나서 공부했다.
그렇게 미친듯이 공부에 전념한 끝에 자기가 원하는 대학교와
학과에 진확하는데 성공했고 거기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워킹 홀리데이는 비행기값만 이쪽에서 부담하고 유학은...등골을 빼먹는 거지만.
그에 반해 나는......언제나 샌드백 이었다.
가족 모두에게 욕먹고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 그런 샌드백.
내가 바라는 건 단 한 번도 해주지 않았고....
나는 내가 하고싶은 걸 가족들에게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언제나 공주님이 우선순위이지 나같은 건 다 끝난 다음에
해주겠다 어쩌겠다, 립서비스로 말했기에 난 기대를 버렸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엄마도 아빠도 공주님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모르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죽길 바라는 건 아니다.
가족들은 나한테 화풀이하지 말고 내 얘기를 들어주길 바라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은 사정도 모르면서 엄마한테 이런 얘기,
저런 얘길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길 바랄뿐이다.
문제는 내가 바라는 건.......불가능하다.
가족들한테도 내 마음을 털어놓는 걸 포기하고 쌓았는데
하물며 누가 나를 아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내라는 건가?
짜증났다. '그 때'부터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더 심해지면 더 심해졌지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무력한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솔직히 나만 없으면 이 가족은 완벽하다.
부모님 잘났지, 공주님 잘났지. 동생은 아직이지만
나같이 욕먹고 살진 않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다고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고 실행할 용기가 없어서
하지도 못했던 거지만....이번엔...사정이 다르다.
나는 아무렇게나 내팽겨친 크로스백을 봤다.
이걸로 될까? 라고 생각했다가 안된다. 라고 생각하고
다른 방도를 찾다가 얼마 전에 산 백팩을 봤다.
이거라면.......괜찮을 거다.
게다가 백팩은 내구성이 좋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서도 잘 버틸 수 있을 거다.
옷같은 건 여기서 챙기면 되고.........
필요한 물건들은........사면 되겠지.
그럴 돈은 있으니까 말이다.
새벽 3시 20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이불을 갠 뒤에 전날에 준비해놓은 옷을 입었다.
청바지에 밝은 파란색 셔츠를 입은 뒤에 하얀 양말을 신었다.
그 뒤에 의자에 올려놨던 후드달린 검은 재킷과
여러가지 물건들을 넣은 붉은 색 백팩을 집어들었다.
방문을 열기 전, 난 방안에 있던 인형들을 쓰다듬은 뒤에
인형 하나하나에 이름을 말하면서 인사를 하고 원래 위치에 돌려놓고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부엌에 갔다.
-주말동안만 나갔다 올게요..-
전날 저녁에 적어놨던 쪽지를 식탁에 올려둔 뒤에
나는 재킷을 입고 백팩을 맨 뒤에 운동화를 신고
조용히 현관 문을 열고 나왔다.
현관 문이 비밀번호로 열리는 문이라 소리는 났지만
깊게 잠들어 있을 테니 지금 나갔는 줄 몰랐을 거다.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잡을 순 없을 거다. 새벽이니까.
사실 쪽지 내용은 거짓말이다.
당분간 집에서 먼 곳에 갈 생각이었다.
아직 생일이 안지나서 완전히 성인이 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 몸뚱아리를 먹일 돈은 있었다. 입학 축하금이라고
100만원 받은 거하고 이번 달 용돈으로 어떻게 버틸 순 있겠지.
만약 부족하면 알바를 하든지, 뭘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지금 내게 바라는 건......이 지역에서 멀리 떠나는 거다.
가족들도 나를 아는 사람들도 없는 곳으로.
"으.....추워."
새벽이라서 그런지 공기가 차가웠다.
이럴 줄 알고 후드달린 재킷을 입고 나오긴 했지만
조금 더 두꺼운 재킷을 입고 올 걸. 하고 후회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참는 수밖에. 어차피 조금있으면 해가 뜨면
온도가 올라갈테니 이 정도 추운 건 참는 게 낫다.
걸어서 40분 거리에 있는 고속버스터미널는 운행하겠지만
아직 새벽이라 시내버스는 운행하지 않는다.
택시를 타는 방법도 있겠지만 돈은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럽게 어둡네."
가로등이 켜져있긴 했어도 주변이 많이 어두웠기 때문에
가로등은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흰둥이 핸드폰을 꺼내
라이트를 켰다. 흰둥이를 가져온 이유는...이 기능 때문이다.
어두운 걸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여자다보니 좀 무서운 건 있었다.
벌레 이딴 건 무섭지 않지만......
"새벽에 나오는 바보가 세상에 어디있겠어? 라고 물어도...
여기에 바보가 있다고 말 못해.........."
집에서 도로로 나오는 좁은 길을 따라 나왔다.
원래 큰 길로 해서 걸어가면 40분 걸리지만
골목길로 돌아가는 길로 가면 그보다 단축된다.
그러나 생각을 바꿨다. 하필 오늘 안개가 자욱해서
앞이 한치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상상하는 이상의 무언가-특히 범죄자-가 나온다면
나는 그 무언가에 방어할 자신이 없었다. 큰길로 가는 게 낫다.
라고 생각하면서 큰길로 걸음을 옮겼다.
만약에 만약에 내가 조금만 더 인내심이 있었다면....
용기가 있었으면 이 길로 가지 않았다면.....
후회하지 않았을 지도 몰라.
그래도 후회하지 않겠다. 라고 생각했을 거다.
왜냐하면....난......가족들에게.....
질려있었으니까.
안개가 자욱하다. 그래도 흰둥이에서 나오는 빛 덕분에
앞으로 가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새벽 시간이라서
누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는데 오늘은 유독....조용했다.
"으으으........빨리 가야지."
이 길은 자주 다녔는데 이 시간에 그것도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에 온 건 거의 처음이다. 이런 날은 대개 버스를 타고 갔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 이 시간에 버스가 운영되지 않는다.
"진짜.....이런 시간에 오는 것 자체가....바보같은 짓이지."
누가 그랬다. 새벽이 가장 어두운 시간이라고.
어디 책에서 읽었던 건데 왜 어두운 건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중에 내가 읽었던 책을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라고 생각하는데 내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뭔가가 이쪽으로 날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비행기? 아냐. 비행기라면 기계 특유의 소리가 있어.
그럼 새? 근데.....이런 소리가 나는 새는.....
"뭐야, 대체? 새 무리라도 날아가는 거야?
이 시간에? 까마귀같은 게 여기엔 없고...."
좀 겁이 났지만 뭔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일었다.
대개 소리를 내는 것들은 사실은 별것 아닌 것들이 많았으니까.
뭔지 알기만 해도 안심하고 갈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어떤 동물이 날아오는 건지
알아보려고 주변을 살폈다. 적어도 정체를 안다면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주변에 안개가 자욱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동물이 날아오는 방향은 대강 알 것 같았다.
나는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나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다.
안개에 가려져있긴 했지만.......그건....
그건..........커다란 그림자를 가진.......
괴물이었다.
그것도....CG도 아닌....진짜...
살아있는 괴물이었다.
내 눈에 포착된 괴물은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다리가 6개 달리고 목이 기린처럼 길고
가시가 달린 날개을 가지고 있었다.
순간 나는 손에서 뭔가를 떨어뜨렸지만
그것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머릿속이 얼어붙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머릿속이 완전히 얼어붙기 전, 나는
저 괴물을...본 적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 선배들이 핸드폰과 DS로 보여줬던...
저승을 지배한다는.....그 괴물이었다!
순간 공포심이 느껴졌다. 어떻게 저런 괴물이
'현실'에 나타난 건지 모르지만 만약 저 괴물이
저승과 관련된 놈이라면......라는 생각을 한 순간....
절대로 눈을 마주치면 안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대개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존재를
산 자가 보면 기절하거나 수명이 줄어든다고 하잖나.
그건 어디까지나 '저승사자'의 이야기지만....
저 놈이 저승사자보다 높은 놈이라면........
나는 십중팔구 죽는다! 라고 생각하면서
얼른 나는 도로 근처에 있는 벽 뒤에 숨었다.
다행히 괴물은 나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사실은 봤는데 모른 척한 걸지도 모르지만.
괴물은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나는 벽 뒤에 숨어 괴물을 지켜보면서 도망치려고 했다가....
내 손에......흰둥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흰둥이........어디..............아!!!!!'
괴물 근처다. 괴물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흰둥이가 라이트가 켜진 채, 길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아마 내가 너무 놀랐을 때, 떨어뜨린 게 분명하다.
이대로 놈이 사라지면 좋을 텐데.
하지만....지금 이렇게 안개가 자욱하니....
조용히 회수하고 도망치면......괜찮겠지?
나는 조심스럽게 벽 뒤에서 나왔다.
소리없이 회수하고...도망치면.......
죽지 않겠지? 눈치채지 못하겠지?
안개가 고마웠다. 만약 안개가 없었다면......
십중팔구 죽었을 테니까. 게다가 이 어둠도....
진짜. 되는 일 없는 줄 알았더니......
괴물은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얼른 빛을 내고 있는 흰둥이에게 달려갔다.
왼손을 뻗어 흰둥이를 잡은 순간....
'이게 뭐야?!'
흰둥이의 빛으로 볼 수 있었던 건.....
주변에......알 수 없는 검은 액체같은 게....
그것도.....철분 냄새....소위 '피냄새'라는 게....
'누가.....다친 거야?! 누가?!!!!
설마......이 근처에 죽은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하지만 지금 내가 도울 상황은 안된다.
저승을 지배한다는 괴물이 이 근처에 있는데다가...
나한텐....사람을 살리는 기술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만약 그 사람을 살렸다가 나도 죽는다면?
미안하지만 누구를 살리다가 죽는 건 질색이다.
내가 죽으면서까지 사람을 살리는 건......절대로 못한다.
'죄송합니다.......'
누군지 모를 사람에게 사과한 뒤에 얼른 벗어나려고 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오한이 느껴졌다. 처음엔 추위 때문에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누군가가.....누군가가...
"뭐........야........?"
목소리가...갈라진 채 입밖에서 나왔다.
공포에 찬 목소리가 나오자....오한이 더 심해졌다.
나는 무서운 걸 알면서도.....흰둥이를 꽉 쥐고 뒤를 돌았다.
"지금 거기 누구 있어요?!!!"
나는 소리를 지르면서 흰둥이를 위로 던졌다.
그 순간.........흰둥이의 빛은.........그걸 비췄다.
괴물은 내 뒤에 있었다. 지금은 내 앞에 있지만.
안개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괴물의 얼굴엔...
아니 괴물에겐........피처럼 붉은 눈이 있었다.
그 붉은 눈으로 아래를 보고 있었다는 걸 알았을 땐...
주변에 있던 사람은......나밖에 없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럼.......아까 그 피냄새는........?!
그 때, 흰둥이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박살나기 직전,
마지막 빛으로 괴물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 괴물의 입에서.....검은 액체가..........!!!
"아.............."
내가 공포에 질린 순간, 괴물이 입을 쩍 벌리고 고함을 질렀다.
순간 몸이 얼어붙는 게 느껴졌다. 저건 진짜 괴물이야!
게임에서 봤던 그 괴물이 아냐!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외칠 수 없었다.
'싫어.......싫어!!!
여기서 죽기 싫어!!!!!!!'
머릿속으로 죽기 싫어! 도망쳐야 돼! 라고 생각한 순간,
내 몸은 괴물을 피해 뛰고 있었다.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또는 움직이는 것 말이다.
놈한테 잡히면 100퍼센트 죽는다! 라고 생각하면서 뛰었다.
'이런 데에서 죽고싶지 않다. 가족들한테 무시당하며 살았던 인생이지만
가족들의 콧대를 누르지 못하고 죽는 건 정말로 싫다' 고 생각했다.
"제발.....이게 꿈이라고 말해줘.....
지금 나 아직 잠에서 안 깬 거지?!
깨어나자마자 집나간 건데 이 무슨!!!"
진짜같은 꿈, 아니면 꿈같은 현실.
어느 쪽이 맞는 걸까? 모르겠다.
나는 소리를 지르면서 뛰고 있었다.
울고 있었다. 무서우면 눈물이 흐른다고 하잖아?
공포에 질린 나머지 내 몸에 이상이 생긴 걸까?
솔직히 모르겠다. 왜 눈물이 나는 건지.
하지만........무리였다.
왜냐하면 저놈한텐....나같은 사람을 잡는 건....
식은 죽먹기였기 때문이었다.
괴물이 내 앞을 가로막은 뒤에 고함을 질렀다.
순간 나는 넘어지고 말았다. 일어나려고 했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몸이 굳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싫다....죽기 싫다.....죽고 싶지 않아!!!
"아아아아아아악!!!"
입만큼은 굳지 않았는지 내 공포심을 모두 담은 비명을 토했다.
죽기 싫어! 누가 좀 살려줘!! 살려주세요!! 라고 생각했지만
모두 부질없는 거라는 걸............내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왜냐고? 괴물이 나를 향해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아..................
'나는..................죽는 거야?
이렇게 비참하게 잡아먹혀서 죽는 거야?'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죽기 싫다. 살고 싶다. 라고 생각한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꿈에서 깨어난 거지?
근데........어째서...........나는.........
방에 있지 않는 거야? 왜....떨어지는 것 같지?
정신을 차려보니 차가운 바람이 느껴졌다.
들고왔던 백팩은 없어졌다. 몸만 있었다.
정신이 더 돌아오자 나는 떨어지는 걸 알았다.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어둠뿐이었다.
그 때, 눈이 따가웠다.
어둠 저편에서 빛이 보였다.
저 빛으로 떨어지면....나는 지옥에 가는 걸까?
아니면.......현실로 돌아오는 걸까?
나는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작은 빛이 커지더니 어둠을 몰아냈다.
눈이 아파서 잠깐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다가
나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깨닫고 비명을 질렀다.
내 눈에 들어온 건 얼음으로 뒤덮힌 산이 있는 땅이 보였다.
그 위로도 다른 땅이 있는 게 보였지만 여기선 잘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얼음으로 뒤덮힌 산이 있는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화. 떨어지다 편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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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부가 다음웹의 실수로 30퍼센트 정도 날아가서
원래 글에 추가하려다가 개정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기존 것을 삭제하고 개정판으로 재업했습니다.
참고로 2부도 작가의 일부 실화를 재구성했습니다.
실화지만 별로 리얼하지 않은 게 아쉽지만..........
그렇다고 더 리얼하면..... 보는 분이 불쾌할 수 있어서....
이제 본격적으로 신오지방 여행을 시작하겠군요.
2화에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P.S: 소설 설정은 나중에 공개해놓겠습니다.
어머니가 폭력이라니.. 현실에서는 참 불행했던 마나양이군요 ㅠㅠ; 정말 도망치고 싶을 것같아요. 그리고 이세계로 오게되는 것을 보면 그래도 선택받은 사람이 아닌가란 생각도 드네요.
선택받은 자라. 예리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