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포켓몬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그들의 정치적 설정을 위한 도구이자 배반하지 않는 충실한 경호원이며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전략적인 랜드마크다.
가령 선거에서 포켓몬은 후보들을 다각적인 인물로 만들어 준다.
만약 당신이 페라페, 키링키, 팽태자 중에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고 생각해보라.
페라페와 키링키와 팽태자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모습, 성격을
정치인과 정당, 그들이 중점에 두고 있는 가치, 정책과 엮어서 생각해보라.
그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것도 생각해야만 한다.
감이 좀 오는가?
어떤 이미지들은 인상을 조금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시민들은 거기에 주목한다.
그런데 그들이 포켓몬을 위해서 해준 것이 있나?
책을 뒤져보고 싶지는 않으므로, 일단 잘 모르겠다.
아무튼.
시민들에게는 포켓몬 소지가 엄격하게 제한되어있다.
일반인이 포켓몬을 구하려거든 인터넷이나, 암시장 따위를 기웃거려야 한다.
국가에서 포켓몬을 이용한 범죄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십 수년 전만해도 범죄율이 경악스러울 정도로 높았고, 대부분의 사건에 포켓몬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굉장히 귀찮고 절차가 복잡한 일이다. 포켓몬이 실수로/고의로 사람을 죽였다.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포켓몬 소지규제법은 만장일치로 의결되었고.
타 선진국들은 모범적인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들에 한해 포켓몬을 소지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우리는 방향성만을 가지고 있다. 그런 날이 오기까지는 아주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방금 막 죽어 데운 토마토처럼 뜨거운 김을 내뿜고 있는 시체 한 구를 천천히, 내려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저기, 문 경사님."
김은정은 다소 안일한, 그러니까 포켓몬이 사람을 죽일리가 없다고, 아니 죽인다고 해도 그것은 피치못할 상황이나
약물, 최면등 상태이상상태에서만 벌어진다고 생각하는, 그런 여자다.
"이거 포켓몬 범죄라고 파악할만한 근거는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감식반 와서 정밀감식 한 번 해보고 계속 수사..."
"너 약간 낭만주의 같은 거 있지? 시라노 드 베르주락, 뭐 이런 거 좋아하는 스타일이지?"
나는 담배를 밟아 끈 뒤 시체 쪽으로 걸어갔다.
"아, 아뇨."
은정은 난색을 표하며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내가 손짓하자, 그녀가 가까이 왔다.
"보여? 패턴이 있잖아, 패턴이. 머리와 왼쪽 어깨. 가슴과 허리춤. 성기와 허벅지에 아주 크고 두꺼운... 성인남자 주먹 두 개만큼 큰... 자창(찔린 상처). 얌마. 그리고 너는 매뉴얼을 왜 현장까지 들고와서 하나하나 읽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은정은 고개를 푹 숙였지만, 아직 할 말이 남은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혀를 끌끌차며 관할 부서로 무전을 보냈다.
"피해자는 생명공학계 연구원이고. 추적해볼 여건이 되는 것 같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이미 전송했고요."
나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전화를 통해 포켓몬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몬스터볼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기묘한 전자음과 함께 붉은색 마이크로 광선이 쬐어졌고, 그 속에서 벌레 포켓몬 한 마리가 날개를 퍼득였다.
"레디- 레디!"
경찰은 포켓몬을 가질 수 있다. 1976년 7월 12일 경찰공무원 공무집행 기본법 특수령으로 국회에 의결되었다.
은정이 레디안을 놀랍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은정의 기분 따위는 무시하고 인간의 눈으로 탐지할 수 없는
무언가를 좇아 어디론가 날아가는 레디안을 쫓았다.
말없이 올라가는 추천 대작의 느낌이 옵니다.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