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경사님!"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면서 뛰어갔다.
대기에는 노랗게 반짝이는 가루들이 4-6초 가량 작게 흔들리다가 부서지고 있었다.
방금 세 번째 불 켜진 가로등을 지났으니까, 꽤 멀리 온 것이다.
시내에는 슬슬 사람이 드물다.
이렇게 레디안이 별가루 같은 것으로 경로를 만들어 놓으면, 곧 다른 경찰 포켓몬이 향을 맡아 따라올 수 있다.
어떤 벌레 포켓몬끼리는 발목에서 나오는 액체의 향을 공유한다고 하니까.
인간이 맡을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하게 공기 중에 희석된 향을 들이쉬고, 내뿜는 것이다.
확실히 레디안은 벌레 포켓몬을 추격하기에 좋다, 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역시 잡기 쉽고 대량 포획이 가능한 벌레 포켓몬들을 이용한 범죄가 많았다.
사실은 세월이 세월인지라, 추격이든 뭐든 훨씬 좋은 포켓몬들이 보급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야부엉 같은 경우는 많은 경찰들이 원하는 포켓몬이고, 무장조. 개굴닌자. 크로뱃 등도 좋은 파트너이다.
그러나 탓할 마음도 없고, 굳이 생각하자면 레디안이라는 녀석들도 제법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저 녀석은 과히 고생했다. 아마 보급된 포켓몬들 중에 현역으로는 가장 나이가 많을 것이다.
레디바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레디안이니까.
반 년도 안 되어 담당 경찰이 계속 바뀌었다는 것, 폭탄을 떠넘기듯이 돌고 돌아서 나한테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저 녀석의 머릿속을 모르겠다.
저 말끔한 검은 눈 속에서 저 녀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저 녀석이 나에게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지...
그때 레디안이 추격을 멈췄다.
모래 가득한 놀이터에서 레디안은 놀이터 모래사장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근처에 있나? 아마도 뿔이 두 개 달린 포켓몬일텐데.. 가로수에 숨었을까? 모래는 평평하다.
파고 들어갔으면 흔적이 있을 텐데 없다. 레디안만으로 전투는 무리일테고.'
풍경은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상대가 포켓몬임을 계속 의식하면서 무언가 이 풍경의 기묘한 구석을 찾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지금 뭔가 놓치고 있는데...'
살해당한 피해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놈은 정확히 피해자의 급소만을 찔렀다.
두뇌와 심장과 성기를 찌르고 달아났다는 것이다.
정확한 세 번의 공격만으로 포켓몬이 사람을 죽이고 달아난 것이다.
포켓몬이 인간의 치명 부위를 알 수 있을까? 물론 일반적으로 지능이 높다고 알려진 어떤 포켓몬들이라면.
하지만, 살인이라던지 죄,라고 하는 그러한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이해하고 있으니까 도망치는 것이 아닌가.
레디안이 날개를 웅웅거리면서 계속 허공을 돌아다닌다.
추적 도중에 생각에 잠겨있는 것을 후회한 것은 바로 그 다음이었다.
메...메사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