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국 밤을 새면서 깼습니다. 심정 같아서는 ㅋ을 100개쯤 쓰고 싶은데 차마 그럴 수는 없고……
비디오 게임 경력 오래되신 분들은 대부분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예전에 '스타 오션3 Till the end of the time' 이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SFC 시절의 수작이었던 1편,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명작 취급까지 받는 PS1의 2편에 이어 PS2로 발매된 시리즈 3번째 작품인데, 당시 전성기에 있었던 제작사 트라이에이스에서 사운을 걸고 만들었고 실제로도 그래픽, 음악, 캐릭터성에 RPG의 꽃인 전투에 이르기까지 게임성 자체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스토리만 빼면요.
전작들이 의례 그랬던 것처럼 중반까지 별과 성계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이런저런 행성들을 오가던 주인공의 노력은 후반부에 이르러 갑자기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됩니다. 흑막으로 FD인이라는 존재가 갑툭튀하고, 이 FD인이 실은 '현실 세계의 존재', 반대로 주인공 파티와 그들 세계의 인물들은 '리얼타임으로 시간이 흘러가는 온라인 게임 세계의 존재'. 게임 내의 여러가지 문제가 비대화되자 게임 운영회사측은 서버 종료를 선언하며 데이터를 삭제하기 시작하는데 이 삭제 프로그램이 여러 성계를 멸망시킨 이번 작품의 적이었고, 결국 게임 캐릭터들이 현실 세계로 뛰쳐나가서(…) 서비스 종료를 바라지 않는 게임 회사 중역의 도움을 받아서 사장을 때려잡고 멸망을 각오하며 자신들 세계로 돌아오니 게임 세계도 아니고 현실 세계도 아닌 그 어떤 세계가 창조되어 거기서 살게 되는 결말로 끝납니다.
스타오션 1-2-3은 연표로 연결되는 시나리오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에 1,2편의 모든 사건도 게임 내에 있었던 사건으로 처리되었고, 당연히 팬덤은 벌집 쑤신듯 난리가 났습니다. 결국 제작사에서 뒷날 발매된 설정집을 통해 3만 확실히 게임 세계의 일이고 1,2는 애매하게 처리를 하면서 수습을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도로 주워담을 수는 없죠.
그 이후 오랫동안, 스타오션1과 특히 스타오션2의 팬이었던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타오션3 얘기를 꺼내서 안주감으로 물어 뜯고 찢고 자르고 맛보고 하면서 줄기차게 씹어댔는데…
……15년만에 동일한 악령을 마주하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단간론파 V3는 완벽하게 스타오션3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사고를 친 구조 자체가 똑같기에 코다카가 스타오션3에서 강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심지어 후반부 스토리 빼고 게임성으로는 거의 완벽한 작품이라는 것까지 쏙 빼닮았습니다. 심지어 스타오션 3 제작진들에게는 악의는 없었다는 점에서는 이 쪽이 더 질이 나쁘고요.
2.
역대 단간론파 시리즈는 '초고교급'으로 불리우는 초인과 같은 능력을 가진 16명의 고교생이 흑막에 의해 특정한 장소에 감금되어, 어떻게 살아남기 위해 의심암귀의 상황에서 서로를 죽이고 죽이다가 이윽고 최후까지 남게 된 5~6명의 인원이 흑막의 정체를 밝혀내고 '희망'과 '미래'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그들을 물리치고 바깥으로 탈출하는 시나리오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팬들이 이 시리즈를 즐기는 방식은 다양했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감금되어 벌이는 인간 군상을 즐기는 사람, 누가 흑막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거기서 연결되는 머리싸움을 즐기는 사람, 순수하게 추리물과 트릭 풀기를 즐기는 사람, 캐릭터 그 자체에 애정을 가지고 즐기는 사람 등등. 개중에는 진짜로 데스게임과 처형을 즐기는 사람도 물론 있었겠죠.
하지만 모두가 초고교급의 재능을 지닌 초인 캐릭터들이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모습만을 기대한건 아닙니다. 많은 유저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캐릭터들이 살아남기를 기원하고 안타까운 죽음에 때로는 감동받고 눈물흘리고 심지어 애니메이션 3탄이 그 모양 그 꼴이었음에도 어쨌든 희망편에서 77기생이 전원 생존해서 다행이라고 호평을 내리는 사람들도 있었죠. 제작진들도 그걸 아니까 2편에서 전원생존 아일랜드 모드, 리로리드에서 1편 전원생존 스쿨모드를 넣은게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단간론파 V3는 용서받아서는 안 될 작품입니다.
3.
이전 글에도 썼지만 사실 저는 챕터 4를 끝낸 시점에서 플레이 의욕을 상당 부분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정통파 히로인 내지 활발한 캐릭터를 좋아하는지라 1에서는 마이조노 사야카와 아사히나 아오이, 2에서는 소니아와 나나미 치아키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V3에서는 뭘 잘못 먹은건지 '초고교급의 발명가' 이루마 미우에게 꽃혀서… 전직 AKB48 출신에 이번이 성우 데뷔인 아이돌 데려다놓고 뭐하는거냐 싶을 정도로 밑바닥 저질 시모네타와 거친 욕설을 남발하고, 그런 주제에 실은 초M, 여기에 발명과 기계에는 강해도 캐릭터 자체는 바보. 하가쿠레+소우다+츠미키를 섞어놓은 듯한 캐릭터성인데…
겉으로는 말도 안되는 허세를 부리면서도 속은 여리다못해 물러 터졌고, 非리얼충에 아싸로 친구는 하나도 없고 유리멘탈, 의심병, 의외의 순애보, 그걸 감추기 위해 더 거칠게 허세를 부려대고… 등장인물들 서로간의 평가는 최악 인 오우마 바로 위 수준이고(…) 제작진도 얘가 인기가 있긴 할까요? 라고 걱정하면서 투입했다는 캐릭터지만 그래서 더 애정이 갔어요. 그래서 V3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든건 이루마였고 그 다음은 페이크 주인공이었던 '초고교급의 피아니스트' 아카마츠, '초고교급의 합기도가' 챠바시라, '초고교급의 메이드' 토죠, '초고교급의 곤충박사' 곤타 정도.
그런데 아카마츠와 토죠, 챠바시라가 1~3챕터에서 연속으로 죽어나가고, 남은 캐릭터들 중에서는 소거법으로 생각해서 100% 생존요원이라 생각했던 이루마와 곤타가 각각 챕터4의 피해자와 범인으로 죽어나갑니다. 이미 게임 세계에서 전조가 있었지만 이루마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을 때 정말 한숨만 푹푹 나왔었는데 범인이 곤타라서 더 멘붕… 이루마의 계획이 성공했으면 이루마가 이번의 범인이었을테니, 성격상 절대로 피의자가 될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둘이 다 사망해버려서요.
일단 비타판 DL로 진행하고 있었지만 주문해둔 플4판이 도착하면 플4 본체를 같이 살 계획이었고, 그 정도로 기대하고 있었던 게임이었기에, 5~6챕터는 나중에 즐기려고 남겨두려 하다가 생각을 바꿔서 5장까지 진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3장부터 흑막은 '초고교급의 우주비행사' 모모타나 '초고교급의 코스플레이어' 시로가네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던 참에 모모타가 죽어나가서 응? 하고 일단 게임기를 껐죠. 그리고 자려고 정리하다가 심심해서 위키에서 모모타 카이토 항목을 잠깐 봤는데 그만 치명적인 네타를 봐 버리고 말았습니다. 바로 V3의 세계가 TV게임 쇼라는… 여기에 연관되는 네타로 1-2도 가상 픽션인게 거의 확실하다는 얘기까지 들어버렸고.
결국 비타를 다시 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해서(…) 오늘 새벽에 끝까지 달렸어요.
4.
네타를 보기 직전, 챕터 5 시점까지 제가 정리했던 생각은 이랬습니다. 바깥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을 자꾸 부각시키는 걸로 봐서 세계멸망은 블러프, 평범한 학생들에게 기억조절 장치를 이용해서 초고교급 비슷한 재능을 부여하고 반복되는 학원생활에서 무한루프 배틀로얄을 시키고 있는게 아닌가? 등장인물들은 전원이 뇌사 상태? 혹은 전뇌 세계?
근거는 이랬는데,
1. 프롤로그의 재시작 연출,
2. 초인 수준이었던 1,2편에 비해서 묘하게 열화되어 보이는 인물들의 재능 (합기도가라는 텐코는 실제로 그리 강하지 않고, 매지션이라는 유메노는 탈출 마술 정도로 파랗게 질려서 부들부들, 1~2와 달리 자신들의 초고교급 재능을 피로하는 캐릭터가 토죠 정도밖에 없고 심지어 사건 트릭에도 이용되지 않음)
3. 자기는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발명의 영감이 쏟아져 들어와서 '초고교급의 발명가'가 되었다는 이루마의 프리타임 인연도 대사
4. 3장에서 죽은 인물 하나를 무조건, 확실하게 되살려줄 수 있다는 전개
5. 자신은 이 데스게임에 *번째로 참가하고 있다는 아마미가 남긴 비디오
6. 여기에 4편의 컴퓨터 게임이 하필 루프물이었고 세계관의 루프가 트릭
그런데 하, 이게 연출된 TV쇼라니… 그럼 지금까지 죽음도 다 페이크였단 말인가? 하고 김이 팍 새더라고요. 그렇게 대충 내용을 아는 채로 6챕터에 들어가 버리니 조사파트 마치고 재판파트로 넘어가도 그냥 무덤덤한 상태로 크게 감정이 고조되는게 없었습니다. 여기에 3편이 픽션 속 세계라면 1,2편도 픽션이라고 못을 박아버리는 대사가 나올거라는 각오 자체는 하고 있었거든요
햐…… 그런데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흑막이었던 코스플레이어 시로가네가 계속해서 전작들 등장 캐릭터로 분장하면서, 성우까지 기용해서 풀음성으로 친절하게 30분 가까이 1->2->절대절망소녀를 즐긴 유저들의 행복했던 시간들을 악의 넘치는 대사로 부정해줍니다. 이게 차라리 네타를 알고 당한게 다행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리 그래도 여기까지는 안 해도 되지 않나 싶은 선을 한참 넘은, 그런 느낌.
물론 제작진도 바보가 아닌지라 어쩌면 흑막이 거짓말을 했던 것일 수도 있다, 는 빠져나갈 구멍 하나를 마련해두긴 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에 기대는 분들도 많아보이고. 그런데 작품 내적으로는 오픈 엔딩의 가능성을 열어놨어도 개인적으로 이게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코다카와 스탭진이 하고 싶은 얘기는 본체 상태의 시로가네 입을 빌려서 다 했거든요. 애들이 극한 상태에서 서로 죽이는 게임 계속해서 만들기 싫은데 왜 자꾸 만들게 하냐. 니들이 재밌게 하고 자꾸 만들라고 재촉하니까 1탄에서 (혹은 2탄에서) 깔끔하게 끝내고 싶었는데 계속 만들게 된거 아니냐. 흑막 하나 빼고는 기본적으로 다 선량하고 착한 어린 애들이 서로 속이고 속고 죽고 죽이는 게임하면 즐겁냐? 이거(V3의 챕터6)나 보고 정신차려라 뭐 그런 느낌.
V3의 챕터 6 전개에서 코다카의 악의가 정말 강하게 느껴지는건… 예전부터 정말 이런 내용을 쓰고 싶었던 거라면 3탄에서 설정을 아예 리부트 시켜놓고 새로 시작했으면 됐을겁니다. 이미 챕터 6까지 간 시점에서 유저들은 3 캐릭터들에 강하게 감정이입을 하던 상태이기 때문에 TV쇼이자 픽션이라는 설정을 들이밀어도 충격은 그 나름대로 컸을거고, 이 상황에서 굳이 1,2 캐릭터를 끌고 올 필요 자체가 없었어요. 아니면 1,2는 원래 있었던 사건이고, 훗날에 그와 비슷한 데스게임이 TV쇼로 연출되어 나온게 3이라는 기존 팬들을 위한 안전장치를 둬도 됐고요.
이쯤 되면 절망편/희망편 시나리오를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짜놓은 것도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죠. 코다카 정도 되는 양반이 이런 허술한 플롯을 짤 리가 없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데 이유가 다 있었던거 같습니다.
아, 물론 다른 게임 제작에도 도전해보고 싶은데 단간론파 속편만 만들어달라는 여론만 강했을테니 그런 상황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가질 수는 있다고 봅니다. 히트친 전작을 가진 창작자라면 만화가든 소설가든 다들 한 번씩 거쳐가는 길이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까지 단간론파 제작진이 만들어 온 게임과 캐릭터들을 정말 좋아해서 비싼 돈 주고 발매일에 사고 굿즈도 사고 음반도 사고 애니 블루레이도 사고 공연도 보러 가고 하던 순수한 팬들이 대체 무슨 죄라고 (캐릭터들이 말하기를) 타인의 죽음을 리얼픽션으로 즐기고 있는, 동료들의 죽음을 농락하고 모독하는 살인게임을 즐기고 제작을 강요하는 저급 시청자와 동치가 되는 인격모독을 당해야 하는겁니까. 신작 나오면 제깍제깍 사면서 호구처럼 돈 낸 죄 밖에 없잖아요. 제가 정말 화가 나는 부분은 여깁니다.
5.
아무튼 단간론파 프랜차이즈는 여기서 확실히 끝인거 같습니다. 일단 제작진이 아주 공언하면서 결말을 낸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고(6장 장제/엔딩 스탭롤의 DANGANRONPA -> THE END) 6장 대사들을 되짚어 보면 이 시리즈 다시 만들고 싶지도 않은게 확실합니다. 애초에 "단간론파는 계속되어야 해!" "너희들도 재미있게 즐기고 있잖아!" "니들이 만들래서 53탄까지 나온거야!" 라는 모노쿠마와 시로가네의 대사를 주인공 일행이 논파해 버리는 시점에서 이러한 의도는 빼도 박도 못하죠.
그런데 이왕 끝낼거면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놓는게 서로에게 좋았을텐데 왜 이런 식의 처참한 결별을 맞이하게 만든건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에고가 비대화해서 폭주한 제작진은 그렇다 치고, 스파이크/츈의 높으신 분들은 잘도 이걸 승인해줬네요. 심지어 후반부 스토리 제외하면 음악, 그래픽, 캐릭터 설정, 시스템 편의성, 1~5장까지의 시나리오와 트릭 등 다른 파트의 완성도는 정말로 높다는게 더욱 안타깝습니다.
6.
아마존에서 단간론파 1,2의 평점은 각각 4에서 4.5를 오가지만 (80~90점) V3는 3 내지 2.5 정도 되는데 타당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1장을 제외하면) 5장까지의 전개나 기타 다른 게임성은 만점에 가깝지만 챕터6은 그야말로 0점짜리죠. 코다카가 호불호가 갈릴건 각오했다는 인터뷰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제작진 입으로 기존 팬층들을 데스게임 관음증 환자들 수준으로 매도해놓는데 불호가 아니라 호가 나올 여지가 있나요?
V3의 챕터 1~5의 전개 자체에서 이번 작품의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은 꽤나 있었고, 1-2-3으로 연계되는 주인공의 '각자 다른 답'이라는 요소도 물론 신선함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업 크리에이터로서 이번 V3에서 코다카와 스탭진이 유저들에게 전달하려던 메시지는 모독에 가까웠고, 그 실험에 기존에 오롯하게 완결된 작품으로 존재하는 1편과 2편을 끌고 들어갈 필연성도 없었습니다.
저는 이전 작품을 해피엔딩으로 끝내놓고 후속작에서 그걸 뒤집는 행태를 참 싫어하는데, 그래서 기존작 완결 시점에서 아주 좋아하던 게이트 키퍼즈, 기동전함 나데시코, 머신로보 등에 대한 평가가 아주 박합니다. 그런데 이번 V3는 기존 작들을 비극으로 바꿔놓은게 아니라 아예 의미가 없는 물건으로 만들어버렸고 그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즐기면서 행복했던 시간들을 완전하게 다 부정해 버렸습니다.
그게 가장 슬픕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사실 픽션이였다라는것보다 여기 나왔던 애들이 사실 다 맛이 간 애들이였다 쪽이 더 짜증나더군요. 지금까지 일들이 전부 자신의 기억조차 아니라 아무 의미 없는거 아닌가 싶고, 거기다 소금뿌리듯 대놓고 모노쿠마가 그럼 아무의미도 없는거 아니냐! 근데 그게 맞아! 이러기도 하고. 캐릭터성으로 먹고사는 겜에서 이게 뭔 짓이야... 사실 이 단간론파라는 세계관 자체가 역재처럼 계속 나올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보니 리부트 자체는 반겼지만 이럴거면 리부트를 왜했나 싶네요. 챕터 6의 반전 빼고는 나머지는 괜찮다는 것도 짜증나고. 솔직히 얘네들이 뭔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절절소 엔딩에서 떡밥 던져놓고 막상 3에서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였습니다 식으로 끝내버리질 않나, 반전이라는것도 어느정도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서 던져야 되는건데, 그냥 막던지는 느낌. 게임을 끝내고 싶었으면 좀더 명확하게 끝낼수도 있는건데 그것도 아니라는것도 은근히 신경긁고. 6챕터에서 단간론파를 끝내네 마네 하면서 이론무장을 펼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시청자가 설득될 건덕지가 없을정도라(아니 당장 플레이하는 당사자가 납득이 안되는데 전세계 사람을 어떻게 설득시킵니까) 이 시청자 반응 자체가 페이크고 시로가네가 전부다 주작한거고 실패까지 설계한거다라는 전개라는게 차라리 더 설득력 있어보입니다.
골때리는게 그건데 사이하라 발상은 이거였죠. 등장인물들이 세계의 진실을 알고 ■■하는 게임(TV 프로)을 누가 보고 싶어하겠어? 니들도 그런거 재미 없지? 그러니까 여기서 끝내자, 인데. 53회까지 가면서 설마 떼몰살이나 흑막 가리기에 실패해서 전원 처형당하는 케이스가 없었겠어요? 그러면서도 계속 됐을텐데 이걸로 시청자들이 설득된다는게 말이 안되죠. 그래서 전 그 부분에서 사이하라를 코다카랑 동치해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런 게임을 만들어도 니들이 재밌게 즐겨줄거야? 아니지? 화나지? 그러니까 그만 단간론파 시리즈 끝내자 이런 느낌으로요. 그런데 이렇게 시리즈를 전부정해놓고 '이번에야말로 리부트!' 하면서 4편을 낼까요? 도망갈 구멍을 마련해놓은게 저는 더 약이 오르던데...
상당히 오래된 글이지만 이제서야 깨고 댓글달자면.. 빠져나갈구멍이 너무나도 확실합니다. 이건그냥 코다카가 "나 이거안만들거임 새로운거만들거야 ㅋ" 해놓고 새로운게 실패하면 이번에야말로 리부트 이런게 아니라 "뭐요 단간 53편까지 있다니까요" 하면서 그냥 4편만들거같음.. 아니면 정~말 생각없이 V2내놓고 아마미 주인공시켜놓고 V3의 참가자인 아마미 그의 과거는 이난리 칠거같은.. 결론적으로 프롤로그 모순도 그렇고 메타픽션을 과하게 끌어온거지 후속작 안만듬 이건 아닌거같고 난 만들기 싫다 근데 신작망하면 만들거다 라는느낌이 강한듯 합니다.
단간론파가 이대로 끝이라기에는 남은 떡밥이 너무 많습니다 프롤로그에 나온 아이들의 모습과 행동이 마지막 흑막이 설명하는 진상이랑 모순되는 점이 너무 많고 중간중간에 자잘한 떡밥도 해명되지 않은채 끝났습니다 ("이 안 쪽은 오랜기간 갇혀있던 공기가 느껴진다. 정말로 새로 지어진 건물일까?") 개인적으로 메타픽션 가지고 전작까지 건드린건 제작진의 실수라는건 동의합니다만 시리즈를 끝장낼 생각으로 만든 게임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네요. 그럴 생각이면 차라리 퇴사를 하겠죠.
말씀하신대로 V3 작중에서 떡밥 자체는 꾸준히 배포가 됩니다. 그리고 그 위화감이 마지막에 사이하라의 대사로 구체화되죠. 애초에 저부터도 챕터6 학급재판 전개를 보면서 '기억이 다 지워져서 그 시점에서 이미 사회적으로는 사망, 육체적으로도 죽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걸 뻔히 알면서 동경했다는 이유만으로 데스게임에 참가하는게 말이 돼? 애초에 저걸 리얼 TV쇼로 방송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않나?' 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차라리 TV쇼라는 것만이 유일한 반전이었고, 그리고 "흑막이 말한게 진실인지 아닌지 직접 우리 눈으로 확인하러 가자" 라는 결말이었으면 복선들까지 포함해서 꽤 멋진 엔딩이었다고 생각했을거에요. 전작들을 끌어와서 픽션의 위치에 놓는 무리수만 안 뒀으면요. 그런데 마지막 대사는 아무리 봐도 나중에 피치못하게 4편을 낼 상황이 찾아올 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은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게, 작중 세계관에서 아무리 봐도 절망 세력이 더이상 이런 대규모 데스게임을 유지할만한 힘이 없습니다. 이건 애니 3편 미래편에서도 꾸준히 제기된 의문이었고 그래서 결국은 미래기관 내부의 항쟁이었던걸로 드러났고요. 정말 시리즈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번처럼 리부트라는거 자체도 뻥이 아니라 진짜로 리부트를 시켜야 할 것으로 보고 그럼 이번에 남긴 떡밥이랑은 크게 관련이 없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탈단간 부분은 시로가네와 사이하라 일행이 챕터6 학원재판에서 극딜해대는 '바깥 세계의 시청자들'을 게임하고 있는 유저들, 그리고 기존 시리즈 팬층과 동일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의견이 갈릴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1과 2의 캐릭터들 얼굴/음성을 빌린 악의 넘치는 대사로 기존 시리즈에서의 추억을 부정한 직후에 시로가네 본체와 모노쿠마의 입으로 우리들이 단간론파를 만드는건 너희들(시청자=유저들)이 데스게임을 원해서 그런거 아니냐고 주장하고 그걸 논파해서 게임을 끝내는 연출도 그렇고, 챕터6의 장제가 '안녕 단간론파'인데다 스탭롤 이후에 V3가 아니라 DANGANRONPA END로 끝내는게 완벽히 메타적인 연출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어서요. 그리고 단간론파를 자사의 간판급 컨텐츠로 성장시킨 코다카라면 대우 자체는 잘 받을텐데 단간론파 그만 만든다고 굳이 퇴사할 이유는 없겠죠; 과거 거물급 크리에이터들처럼 자기 사단급 이끌고 회사 새로 개업할만한 위치도 아니고요.
사이하라의 에필로그 발언도 그렇고, The END 부분에서 잘 들어보면 되감는 소리가 들리죠. 그리고 한정판에서 칸다 사야카의 '끝이 아닐지도?' 코멘트 까지... 무엇보다 츈스팍에서 유일하게 잘 팔리는 단간 시리즈를 놓아주진 않을꺼 같습니다; 심지어 이미 슈단 판매 기록을 넘어섰으니 더더욱. 어쩌면 본작 챕터1에서 살짝 뿌린 '절대절망소녀2'가 진짜로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이미 슈단에서 절절소 떡밥을 뿌렸던 사례를 생각해보면요.
제작진이 '그만 만들고 싶어!!!' 라고 절규하고 있다고 여기긴 해도 저도 스파이크-츈에서 놔줄거라는 생각은 안 하긴 하는게, 2012년에 2편 발매 직후에 비슷한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코타카랑 프로듀서가 둘이 같이 나왔는데 말미에 PD가 "코다카는 2편을 끝으로 3편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한다. (옆에 앉아있던 코다카 긍정) 회사 차원에서도 계속 설득할테니 팬 여러분들께서도 힘을 싣어주길 바란다" 이렇게 마무리를 했거든요. 1,2편 자체도 회사 생긴 이후로 공전의 히트 수준인지라 계속 압박을 당했을테니 본문에도 썼듯 코다카가 흑화한거 자체는 이해가 가요. 아무튼 어떻게 구워삶든 아니면 코다카를 직접 만드는 자리에서 빼고 윗자리로 올리든 간에 후속작 자체는 만들려고 시도를 할 거 같고, (후속작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에 맞는 복선도 적절하게 삽입 자체는 해 놓은 느낌이라.... 말씀하신대로 장르를 좀 바꿔서 절대절망소녀2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절절소1 자체가 코다카와 주요 제작스탭들의 기분 전환을 하고 갈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인터뷰도 어디선가 본거 같은데.... 덤으로 이 인터뷰 보면 코다카가 자기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는 용기사07이라고 콕 찍어 언급하는데 여기서부터 이미 V3의 전조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