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즈곤은,
제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세상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놓아서
1회차 엔딩 후에도
패드를 놓기가 힘듭니다.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게임은,
영화 '레지던트이블3'처럼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주인공과 무리들이 떠돌면서
기지를 구축하고 적들을 방어하며
틈틈이 식량이나 생필품을 구하러 떠도는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테이트오브디케이2'가 나왔을 때
쾌재를 불렀지만, 허접한 게임성과 그래픽 때문에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 맘에 꼭 드는 게임은 역시 내 자신이 스스로 개발해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찰나,
때 마침 출시된 게임이 데이즈곤이었습니다.
온갖 악평에 시달리고 있지만
저에게는 PS4pro라는 플랫폼을 사게 만들 정도의 엄청난 게임이었습니다.
(패드 집착증이 심해서 XBOX 골수유저였는데, 엘리트패드에 브룩어댑터 사용하니 PS4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더군요)
이 게임의 장점은,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우선 첫번째를 꼽으라면
아포칼립스의 세계를 정말 그럴듯하게 구현해냈다는 점입니다.
"안전한 기지 안에서 쉬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바깥세상(?)은 살벌합니다.
바깥세상에서 좀비와 격전을 치루고 기지로 돌아와서
보초가 문지기에게 하는 "Open the gate, I know him"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안도감!
마치 백상아리가 득실대는 심해에서
잠수용 강철 케이지 안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이랄까요?
굳이 오타쿠적 용어를 지어내자면 '심해 케이지 안도감' 같은 느낌을 정말 잘 살려준 게임이 '데이즈곤'입니다.
(프로야구스피리츠를 만들었던 코나미社에는, 유저들이 배팅타격음이 상쾌하다며 '상쾌감'이라는 용어를 붙여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어휘력이 달려 좋은 용어는 못 만들겠네요)
그리고
또 한가지 칭찬해주고 싶은 건, 적절한 난이도입니다.
이건 베타테스터들이 정말 고생하셨을 것 같아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들여 만든 게임들도 난이도의 적절성에 실패해 유저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이즈곤'은 연료나 각종 파츠, 재료들이 적당하게 널려(?)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재료가 너무 많다거나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을 못 받았습니다.
수많은 장점들을 일일이 다 열거하면 글이 길어질 테니
마지막으로 바이크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바이크매니아로서 '데이즈곤'의 바이크 구현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입니다.
배기음은 "두두두~"가 아니라 음량을 올리고 좋은 스피커로 들으면 "푸휴휴~푸휴휴~"라고 들립니다.
(배기음 때문에 저는 음향 옵션을 조금 바꿉니다, 대사음을 3~4정도로 낮춤)
게임의 제작진들이 바이크에 정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아마 플레이어들 중에 그 배기음에 취해, 1회차 플레이가 끝났음에도 하릴없이 맵을 떠도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사운드뿐만 아니라 육중한 조작감이나
물리적 표현들, 예를 들면 커브 돌 때 관성에 의해 뒷바퀴가 드리프팅되는 물리력 등이 정말 그럴싸합니다.
무려 월드워Z보다 낮은 6.6의 평점테러를 받고 있는 '데이즈곤',
저에게는 인생게임입니다.
바이크가 말이 많았지만 이만큼 바이크의 맛을 잘 살린 작품도 드물더군요. 이 게임 덕분에 바이크가 좋아졌습니다.
와!! 필력 장난 아닙니다..!! Open the gate, I know him!! 백상아리가 득실대는 심해에서 잠수용 강철 케이지 안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이랄까요->> 표현력 후덜덜
완전 동감합니다~ 정말 표현력이 좋으시네요...ㅎ 저도 이렇게 몰입해서 게임하기는 정말 오랜만인거 같습니다. 추후 DLC, 후속작도 기대가 큽니다!
오랜만에 보는 정말 이해가는 후기글 이네요 세상에 뭐든것이 장점만 있고 단점만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