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전 시리즈 스포도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발할라 본편의 엔딩을 본 시점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현대파트의 줄거리를 다시 한번 찾아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어크 현대파트에 대해 비판하시지만 전 개인적으로 현대파트야말로 어크 시리즈의 메인 스토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시리즈의 가장 최근 작품의 엔딩을 보고 다시 한 번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3편 나올 즈음에 차라리 현대파트 삭제하라고 하셨던 분들이 많으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실제로 4편 이후로 이어지는 유니티와 신디케이트에서는 현대파트 비중이 거의 날아가버렸죠.
개인적으로는 서사가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라 별로더라구요. (당연히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인물의 삶을 플레이하라는데 왜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고...
물론 작품 내적으로 최소한의 목표는 제시해주지만 구작처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게임할 때 설정에 몰입해서 플레이하는 편이거든요.
토리노의 수의를 찾으라고 할 거면, 그래서 내가 빅토리아 시대의 암살자의 삶을 쫓은 결과 찾은 수의로 현대파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런 걸 직접 실감이 나게끔 현대파트 주인공의 시점으로 보여줬으면 했어요. 단순히 정보로서만 주는 게 아니라.
(심지어 수의는 그대로 사라지지 않았나요? 그냥 프라이 남매를 플레이 해야 하기 때문에 나온 도구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사실 '이번엔 어떤 유물이 필요하니 어떤 인물의 기억을 탐사해라!' 라는 포맷 자체가 싫은 건 아닙니다.
그게 사실상 시리즈의 정체성이니까요. 오히려 좋아해요.
다만 내가 과거 인물을 플레이해서 그 유물을 찾아내야만 하는 이유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알려줬으면 했습니다.
데스몬드로 플레이하던 구작 때에는 그게 있었던 것 같거든요.
루시랑 션이 막 시키잖아요. 템플러가 가지면 세계 망한다고.
데스몬드의 경우에는 앱스테르고에 대한 개인적인 반감이라는 동기도 있고요.
이번 신화 트릴로지는 그런 의미에서 다시금 시리즈가 토양을 다지는데 굉장히 성공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온지 오래 되어서 다소 답보적인 행보를 보이던 시리즈가(유니티, 신디케이트) 굉장히 젊고 대담하게 스토리를 전개하지 않았나 싶거든요.
인기 많고 오래된 프랜차이즈라고 그냥 무성의한 서사를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 성의를 보이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이수에 대한 부분과 현대 파트에 대한 부분이 특히 그랬습니다.
오리진에서는 레일라라는 새로운 화자가 등장을 했죠.
솔직히 개인적으로 첫 인상은 그냥 그랬는데, 그래도 일단 주인공이 다시 등장을 한다는 건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오리진에서는 과거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현대파트에선 그냥 인물 소개를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주인공이 다시 등장을 하긴 했지만 유니티, 신디케이트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오디세이부터는 굉장히 놀랐습니다. 특히 엔딩에서요.
현대까지 살아있던 미스티오스, 알레테이아의 안배, 그로 인하여 아직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된 레일라.
단순히 과거 어떤 인물의 삶을 체험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현대파트에 영향을 주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더라구요.
그것도 여태까지의 시리즈와 비교해서도 아주 대담한 방식으로요.
레일라가 얼마나 매력적인 주인공인지는 일단 넘어가고, 아무튼 멈춰있던 스토리가 간만에 굴러가는 느낌이 아주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발할라.
와... 이것도 진짜 통수에 통수가...
오디세이 마지막에는 거의 뭐 영웅의 여정 끝에 받은 거룩한 사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왔던 지팡이가
사실은 그냥 알레테이아 남편 부활용 셔틀이었고
오디세이에서 밉상이던 레일라는 발할라에서 깔끔하게 퇴장해버렸고
현대에 다시 부활한 로키와 지팡이에 의식으로 남은 알레테이아.
얘네들의 행보는 차기작에서 또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정말... 정말 흥미진진했어요ㅋㅋㅋㅋ
바심 부활은 정말 미스티오스가 현대까지 살아있었던 급으로 충격이었습니다. 좋은 의미로요.
데스몬드도 위그드라실 안에서 간만에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웠고
레일라도 이수 부부한테 이용당하긴 했어도 이만 하면 나름 좋은 역할을 주고 깔끔하게 잘 퇴장시키지 않았나 싶네요.
레일라가 신화 트릴로지 한정 주인공이라는 걸 아니까 오히려 오디세이에서의 미성숙한 모습도 좀 너그러이 봐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오히려 초대 주인공인 데스몬드의 주인공스러움을 좀 더 부각시켜준 느낌도 나고요.
가장 맘에 드는 건 레일라 잘 퇴장시켜서 이제 새롭게 시리즈를 견인할 주인공이 등장할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겁니다.
여러모로 정말 파란의 전개였고, 개인적으로는 제작진이 되게 칼 갈고 쓴 느낌을 받았어요.
신화 트릴로지를 전부 플레이해본 결과, 이 3편은 몰아서 플레이해야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게 오리진하고 오디세이 플레이 했을 때도 느낀 건데, 발할라까지 하니까 더 그런 느낌이 강해지네요.
오리진과 오디세이 모두 처음 나왔을 때는 맘에 안 들었던 부분들이 이후 시리즈까지 모두 플레이하면서 '아 이런 의도가 있었구나' 하고 보이는 게 꽤 많았거든요.
제 경우에는 오리진의 아야나 오디세이의 레일라가 그랬습니다.
알레테이아의 반전도 물론이고요.
3편을 모두 플레이 해야 온전하게 하나의 서사를 본 느낌이더라구요.
아직 파리포위전과 라그나로크가 남았는데 이것도 많이 기대가 됩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차기작을 기대하게 됐어요.
지금 바심이 발할라 엔딩에서 쎄한 대사 엄청 날려놓고 차기작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향후 얘가 나중에 가선 어크 시리즈 다음 챕터의 주요 보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무엇보다 데스몬드의 뒤를 제대로 이을 주인공이 다시 한 번 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공감 되네여 저도 오리진 때까지만 해도 그냥 현대 새로운 인물 나왔구나 정도였는데 시리즈 거듭할수록 내용이 점점 재밌어졌고 이번 마지막 작에서 깔끔하게 정리되고 떡밥도 많이 풀려서 좋았던것 같아여
공감합니다 그리고 현대파트가 욕먹는 이유는 팬들이라면 모두 현대파트가 메인스토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거기에 너무 무성의했기 때문이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