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에 관해 스포일러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엔딩을 보지 않으신 분은 읽지 말아주세요
어려움으로 1회차, 극단적 난이도로 2회차 플레이했습니다.
기어스 5를 시작하기 전에 기어스 오브 워 4의 캠페인을 정주행했고, 엔딩 보고 5일 뒤에 기어스 5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어스 5 1회차 엔딩을 본 뒤, 저지먼트부터 1, 2, 3까지 시리즈 순서대로 차례 주행했습니다.
캠페인 총 감상은 더 잘 만들 수 있었는데 아쉽고, 오픈월드는 다음 작에서 부디 승계되지 않길 바라며, 6편으로 스토리가 원활히 마무리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것 같진 않아 불안하다 정도 되겠습니다.
사실 기어스 5 1회차 하면서는 오픈월드에 대해 딱히 악감정이 없었어요. 오히려 와 이게 내가 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맵이라고? 와 사이드 퀘스트들도 있네? 깨면 강력한 보상을 주네? 하면서 즐겁게 찾아다니고 플레이했죠. 또 맵 곳곳에 숨겨져있는 유물 무기 찾아보는 것도 큰 재미였습니다. 오픈월드가 보여주는 설산 한복판의 얼음 장벽의 모습, 사막 한가운데의 시뻘건 모래언덕과 불어닥치는 벼락 폭풍의 비주얼은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죠.
하지만 2회차를 하면서 단점이 본격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이동 그 자체가 되겠네요.
오픈월드는 이동이 지루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 넓은 맵을 돌아다니는데 아무런 이벤트도 없다면, 정말 평화롭게 그저 다니기만 할 뿐이라면 누가 하겠습니까? 하지만 기어스 5의 오픈월드 구간은 정말 지루합니다. 배경을 보는 것도 잠시뿐이고, 결국은 내가 다 수동으로 조작해 이동해 다녀야 할 필드인데 이 보트가 생각보다 빠르게 느껴지지 않아요. 속도감이 거의 없습니다. 거기다 유물 무기와 같은 숨겨진 물품이 있는 장소는 크림슨 오멘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이걸 알아보려면 꽤 세심하게 살피며 다녀야 합니다. 속도가 빨랐어도 제 속도를 못 내는 거죠.
거기다가 사이드 퀘스트는 사실상 말이 좋아 사이드지 강제나 다름없습니다. 왜냐면 이 사이드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않으면 잭의 핵심 업그레이드 부품을 얻을수가 없습니다. 궁극기가 없는 잭으로 액트 4에 간다고 생각해보세요. 결국 좋으나 싫으나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굳이 오픈월드 포맷을 취하고 사이드 퀘스트란 이름을 달아 미션을 곳곳에 배치할 이유가 없습니다. 차라리 그냥 액트 2의 분량을 더 크게 잡고 챕터별로 나누어 선형 진행을 하게 하는게 플레이어 입장에선 더 좋았을 거에요. 스토리를 깨면서 자연스럽게 할로우 스톰 작전 때의 유적도 조사하고, 거기서 잭의 궁극기 부품도 보상으로 얻어가고, 그걸 활용할 기믹을 바로 배치해 플레이어가 실전사용을 하게 해줌으로써 이게 얼마나 강력한 기능을 하는지 알아볼 수 있게 했으면 좋았을 겁니다.
스키를 통한 이동은 챕터 사이사이에 그냥 이동하는 모습을 컷씬으로 표현했어도 됐을 겁니다. 굳이 오픈월드를 핵심 두 개 액트에 할당하면서 게임성을 해칠 필요가 없었어요. 심지어 이 오픈 월드 탐사 중에는 그 어떠한 랜덤 인카운터도, 환경 변수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액트 3에서 벼락 폭풍이 환경 변화요소로써 나오긴 하는데 그것도 참 가관인게 해당 이벤트 지역을 1mm라도 벗어나면 그 즉시 하늘이 개이고 폭풍이 말끔히 사라집니다. 액트 2에선 아예 오픈월드 구간엔 그런 이벤트가 존재하질 않구요.
거기다 스토리 내러티브도 미흡합니다. 출시 전 첫 공개 트레일러와, Kait, Unleashed 트레일러, Kait, Broken 트레일러를 통해 보여준 이미지론 마치 델타 팀 안에 감정적 균열이 생기고, 보다 신 델타 팀 내부 인물들의 갈등이 그려질 것 같이 홍보했습니다. 케이트 내면의 갈등은 심각하다못해 폭발할 수준으로 보이고, 델과 JD가 싸우는 부분은 정말 얘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하고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기어스 5의 내러티브는 그렇게까지 훌륭하지 못했습니다. 액트 1에서 싸운 인물들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4개월 후를 넘겨버리고 액트 2로 넘어가서는 감정의 골이 끝까지 깊어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어스 5의 내러티브가 망가진 지점이 전 개인적으로 액트 1->2 사이 4개월을 생략해버린데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JD는 해머 오브 던에 부상당한 뒤 병원에서 팔을 어떻게 고쳤고, 진 총리가 어떻게 JD를 굴렸고, 대위를 달면서 JD가 파즈와 교류하며 서로를 이해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JD가 옛날과 어떻게 달라졌고, 이게 케이트와 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액트 2의 마을 컷씬이 설명이 되요.
하지만 이 게임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과감하게 4개월을 넘겨버림으로써 JD의 캐릭터는 갑자기 역변한 외모로 나와 찌질거리며 케이트 일행을 방해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갑작스러운 꼰대 포지션이 되었고, 파즈는 액트 1에서 보여줬던 깐족스러움이 비중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그리고는요?
액트 3에선 갑자기 다시 나타나 널 도와주러 왔다며 친구 타령을 합니다. 케이트 일행은 잠깐 화를 내며 의심하나 싶더니 패덕 소령에게 친구들이라고 소개하며 같이 다닐거라고 흔쾌히 수락합니다. 얘들 싸운거 맞나요? 시위대 발포 명령을 듣고 JD에 강한 불신감을 느꼈고, 액트 2에서 사실상 케이트를 저지하려 한 것 때문에 케이트와 델은 JD에 액트 2 내내 JD와 파즈 뒷담화나 까먹을 정도로 감정적으로 격해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플레이어는 얘들 대신 야 이거 무슨 꿍꿍이 있는거 아냐? 위성 발사하기 전에 통수치는거 아냐? 하고 끝까지 의심하는데, 네. 끝까지 얘들은 친구입니다.
이러니 스토리와 캐릭터에 몰입이 안 되요. 전작들보다 내러티브나 인물 간 갈등을 중점적으로 홍보했으면 그 기대치에 걸맞는 뭔가를 보여줬어야죠. 차라리 화끈한 전투 위주로 시연하고 홍보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스토리 보려고 게임 사겠다고 하면 말려야 할 판이에요.
그리고 엔딩은...엔딩은 진짜 더 길게 말 안하겠습니다. 후속작을 고려했어도 이런 엔딩은 아니에요. Bittersweet Victory 브금만큼이나 맥없고, 힘빠지고, 찝찝한 엔딩입니다.
단점만 너무 길게 적었는데, 캠페인 재미는 분명 있습니다. 다양한 무기를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게 배치하고, 컷씬이나 연출 구성은 정말 뛰어나며, 설정 떡밥도 풍부하고, 후속작에 대한 여지도 남겨뒀죠. 캐릭터간 케미 묘사는 전작보다 더 뛰어나며, 케이트의 캐릭터성이 잘 살아난 것도 좋았고, 전작들을 해보고 나니 기어스 5가 전작들의 전투구간 배치를 얼마나 열심히 따라하고 잘 발전시켰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단지 기대한만큼 재미는 있었지만 아쉬움이 큰 캠페인이었다, 정도 되겠습니다.
4보단 발전했으니 담 작도 더 발전한 모습 보여주길
저수지의똥개들
액트 2의 의의는 어디까지나 전작들의 설정 떡밥들을 잘 연결지어서 풀어낸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투가 너무...너무 별로였어요. 액트 3은 말씀대로 개발력이 덜 쏟아진 듯한 느낌이 좀 듭니다. 엉성해요 뭔가...
기어즈의 네러티브는 항상 문제였죠. 3에서 완결이라고 했는데... 응? 이게? 미라 여왕의 비밀은? 쟤는 왜 인간같이 생기고 왜 여왕인건데? 이리 떡밥만 간직하고 끝낸다고? 했는데 5나 되어서야 나왔죠. 에픽이 360 3편을 끝으로 끝냈기에 불투명했는데 떡밥만 가지고 이제서야 나온것도 엄밀히 말하면 네러티브 문제이죠. 뭐 그래도 엑원이 쓸만한 독점작이 전무한 상황인 상태에서 어느새 경쟁기기가 차세대 기기도 또 들리는 상황에서... 분명 해야할 대작이고 재미도 있었긴 했습니다. 전 pc가 고사양이라 엑박으로 하지 않고 pc로 했지만 제가 한 4k 게임중 가장 그래픽이 제대로 4k로 만든 겜이라 만족했던 기억이네요. 아, 버그 빼고요. 이리 버그 많은 겜은 정말 오랜만인듯
오픈월드는 이동이 지루합니다. 돌발성 인카운터로 완전무장한 리데리2라도 이건 별수 없어요. 다만 기어스5가 심심한 월드인건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