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좋아해야 듄친자 - 듄이 미친 자-가 될 수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그래픽 노블까지 보았으니 듄친자 중급까지는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듄에 빠지게 된 이유야 다양하겠지요. 고립된 사막의 고된 환경과 그 환경을 이겨내기 위한 종교, 하지만 그 종교조차 정치적으로 조작된 미래라는 배경도 매력적입니다. 성장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성장의 끝은 모두를 죽음으로 이끄는 메시아입니다. 뽁 빠져 버릴 매력적인 이야기지만 SF 팬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미래의 탈 것입니다.
듄에 빠지게 된 이유야 다양하겠지요. 고립된 사막의 고된 환경과 그 환경을 이겨내기 위한 종교, 하지만 그 종교조차 정치적으로 조작된 미래라는 배경도 매력적입니다. 성장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성장의 끝은 모두를 죽음으로 이끄는 메시아입니다. 뽁 빠져 버릴 매력적인 이야기지만 SF 팬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미래의 탈 것입니다.
Dune Expansion Released for Microsoft Flight Simulator – Review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에도 듄의 오니솝터가 공식적으로 지원할 정도입니다.
Ornithopter DUNE 2021 with articulated wings and hex pattern on wings
Thingiverse에서 오니솝터를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안 만들어 보겠어요. 그래야 듄친자라 할 수 있죠.
하지만 그냥 만들자니 레고에서 출시한 제품이나 Meng에서 출시한 프라모델보다 멋지게 만들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냥 오니솝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면 그 제품들을 사는 편이 간편할 테니까요. 그래서 앞뒤를 콱 줄여서 귀엽게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멀정한 디자인을 앞뒤로 콱 눌러 달걀 비행기 버전으로 만들어 본 경험도 있어요.
그대로 콱 누르면 둥근 부분이 타원형이 되니 몸통은 그대로 두고 머리와 꼬리만 반으로 콱 눌렀습니다. 날개도 반으로 줄이고요. 3D 프린터는 도면을 변경하지 않아도 출력 설정에서 간단하게 비율을 바꿀 수 있습니다.
SLA 프린터에 서포트는 위에서 아래로 거꾸로 길게 생깁니다. 니퍼로 자르면 꼭 프라모델 러너를 제거하는 거 같아요.
프린터가 작아 축소해서 만드는데도 두 번에 나누어 출력했습니다. 날개가 8장이 되거든요.
플라스틱 사출보다 정교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오니솝터의 날개는 이렇게 구멍이 송송 뚫려있지 않지만 이 섬세함이 좋아서 그대로 출력했습니다. Thingiverse에는 막힌 디자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덩어리가 두꺼운 부분은 서포트를 중심으로 변형이 되었습니다. 요즘 날이 추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설정이 잘못되었나 봐요. 맞는 설정을 찾기보다 그냥 줄로 다듬었습니다.
초음파 세척기에 넣어 분진을 제거합니다. 아내에게 액세서리를 청소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구입해서 항상 이상한 용도로 사용하는 세척기입니다.
순간접착제로 붙여 조립합니다. 수축이 너무 커서 메꾸는 작업을 해야겠어요.
날개도 움직일 수 있게 핀으로 경첩을 만들고 다리가 되는 후방 출입구는 무게를 모두 지탱해야 할 테니 클립을 잘라 만든 철심을 끼워줍니다.
가조립을 해 보았습니다. 하나도 귀엽지 않습니다. 듄에 오니솝터가 원래 이렇게 생겼다고 해도 그런가 보다 싶습니다. 여기서 이미 귀여운 오니솝터 만들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원래 디자인이 눈에 익어야 머리를 크게 만들어도 귀여워 보이는 게 아닐까요?
여기까지 왔으니 오리지널 디자인을 계속 봐서 익숙해진 다음 다시 작업을 시작해야겠습니다. 그냥 서랍에 넣어 두고 커피도 마시고 넷플릭스도 보고 게임도 하고 방 정리도 하고 틈틈이 오리지널 오니솝터를 구경하면서 까맣게 잊고 있다가 영화 '위키드'를 보고는 기억해 냈습니다. '아 귀여운 오니솝터 만들다 말았지...' 왜 위키드냐고요? 올해 가장 좋았던 영화가 듄 2였는데 위키드도 그만큼 좋았거든요.
방 정리를 하면서 먼지를 피웠더니 먼지가 뽀얗게 앉았습니다. 초음파 세척기에 다시 넣기는 좀 그렇네요.
수축으로 벌어진 곳에 퍼티를 듬뿍 바르고 다듬어 줍니다.
안쪽은 보이지도 않을 테니 플라스틱 판을 대강 잘라 넣고요.
SF는 복잡한 패널 라인이 생명입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안 귀여운데 패널 라인까지 넣으면 더 심각해질 거 같아요. 아쉬운 부분만 조금 더 넣어 줍니다.
그래도 큰 것을 작게 만든 모형은 디테일의 강약이 필요합니다. 복잡한 패널 라인이 잔뜩 있으면 장난감이 되지만 눈길을 끄는 부분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으면 영화 소품 같아 보이죠.
0.35mm 철심을 잘라 설정에는 있고 3D 프린터 모델에는 없는 디테일을 넣어줍니다.
덕분에 귀여움과 0.35mm만큼 멀어졌습니다.
애라 모르겠다 핀을 넣었던 날개 경첩도 작은 디테일을 더했습니다. 8개나 넣어야 해서 귀여움이 8배나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오리지널의 길고 뾰족한 디자인이 눈에 익어서 귀여워 보입니다. 저… 정말입니다….
색을 칠하기 전에 프라이머를 칠해야 합니다. 꼬치에 하나하나 끼워 준비합니다. 그러나 프라이머가 없어 그냥 회색 락카 스프레이를 칠해 주었습니다. 진한 회색이 귀여움과 진하게 멀어졌습니다. 흰색으로 칠할 걸…
비율을 바꾸면서 다리 고정 위치도 다 틀어져 그냥 붙이면 앞다리를 들어 올린 모양이 됩니다. 수평이 되도록 붙여 줍니다. 앞다리를 들면 귀여워 보이지 않았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덧없는 일인 거 같아 그만두었습니다.
그래도 귀여움의 상징인 큰 머리에 큰 눈을 위해 창문에 쌍꺼풀인 양 패널 라인을 다시 넣어주고
마스킹 테이프를 붙였습니다. 몸통은 무광으로 칠할 생각이거든요. 이때 결정한 무광 컬러가 안 귀여움의 쐐기가 될 거라는 걸 이때는 몰랐습니다.
아크릴 물감에 희석제로 쓰는 유리 세정제를 섞어줍니다.
기본색을 칠하고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 얼룩을 더합니다.
듄에 등장하는 오니솝터는 2가지입니다. 아트레이데스와 하코넨 가문의 오니솝터는 서로 다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조가 비슷해서 창문 옆에 가문 로고로 구별하는 게 쉽습니다. 그러니 이 문향을 그리는 건 용과 이무기를 나누는 눈알 그리기와 같습니다. 정성스럽게 그리긴 했는데 어쩐지 분필로 그린 담벼락 낙서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귀여움이 조금 상승했습니다.
초롱초롱한 눈이 될 창문 마스킹을 떼어내고
각진 부분을 밝은 회색으로 강조합니다. 화사하게요.
이미 시커먼 색이라 검정 먹선은 의미가 없습니다. 회색으로 먹선을 넣어 줍니다. 티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금속이 벗겨진 걸 표현하기 위해 은색 도료 대신 연필을 써보았습니다. 연필의 흑연이 조명에 반사되면 금속처럼 보이더라고요. 건프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거 같은데 누군가 그렇게 디테일 작업하는 걸 보고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먼 미래의 진보한 기계에서 기름이 세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어쩐지 허전해서 리얼 마커로 관절 부위를 칠해줍니다. 하나도 티가 나지 않습니다.
시컴시컴한 것이 귀여움과 저만큼 멀어졌지만 사막 행성과도 저어만큼 멀어졌습니다. 듄은 시커멓지 않거든요.
군데군데 모래가 내려앉은 색을 더해 줘야겠습니다. 그리고 모래는 노란색으로 칠하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습니다.
차라리 밝은 갈색 파스텔이 훨씬 모래 같아 보였어요.
모형 만들기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인 조립입니다. 그냥 날개 8장을 끼우는 걸로 즐거움은 금세 끝나버렸습니다.
원래 디자인에서도, 귀여움에서도, 모래 행성에서도 멀어져 버린 나의 오니솝터는 어딘가 늦가을의 시커먼 메뚜기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듄 장서 앞에 놓아두었습니다. 어쩐지 듄 컬렉션의 시작이 되어 버릴 것만 같아 무섭기도 해요.
그래도 자꾸 보면 귀엽습니다. 흐리멍덩하지만 큰 눈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흐리멍덩한 것도 사막 행성의 모래 때문입니다. 귀… 귀엽지 못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실패한 귀여운 오니솝터에 눈물을 참으며 (듄에서는 눈물도 소중한 자원입니다.) 허공을 향해 외쳐 봅니다.
”리산 알 가입~~!!!“
선택받은자는 친히 자신의 군대를 위해 운송수단마저 손수 만드시는구나!!! 경배하라 리산알가입!!!!
저도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리산 알 가입!!
리산 알 가입! 즉시 가입!!
엥...? 이게 프라로... 라고 생각했는데 자체제작이라니... ㄷㄷㄷ
선택받은자는 친히 자신의 군대를 위해 운송수단마저 손수 만드시는구나!!! 경배하라 리산알가입!!!!
저도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리산 알 가입!!
엥...? 이게 프라로... 라고 생각했는데 자체제작이라니... ㄷㄷㄷ
리산 알 가입! 즉시 가입!!
어이쿠 ㄷㄷ
귀엽 귀엽 ! ㄱㅇ .. ㄱ .. 가입 !
듄의 오니솝터는 잠자리 느낌인데 이번에 제작하신 오니솝터는 뭔가 메뚜기 느낌도 나는게 멋집..아니 귀엽습니다!! ㅎ_ㅎ
듄 입문 정석은 웨스트우드 게임이지요
멋지네요. 이걸 직접 만드시다니 금손 of 금손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