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택배비를 조금이라도 아껴 보려고 구입했을 하세가와의 비행기 프라모델을 미루고 미루고 다가 결국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결심하기까지 수년의 각오가 쌓였을 겁니다.
하세가와 달걀 비행기는 오래된 모형입니다. 아주 어릴 때 친구 형이 만든걸 본 적이 있거든요. 비행기를 달걀 모양으로 해석한 디자인이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마스킹 테이프로 대충 붙여 만들어 봅니다.
부품이 몇 개 되지 않아 금방 만들 수 있습니다. 다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이 비행기 자료를 찾아 보니
어딘지 많이 다릅니다. 원래 비행기 디자인에 바람을 넣어 풍선처럼 빵빵한 모양이지만
이 상태로 끝내기에는 몇 년의 결심이 아쉽잖아요. 일단 여러 자료에 있는 패널 라인을 그려주기로 합니다.
요즘 모형은 패널라인이 안쪽으로 파여 있기 때문에 나중에 먹선을 넣기 좋지만 이 비행기는 패널라인이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모형의 특징입니다. 금형을 만들 때 그편이 훨씬 쉽기 때문이었을 테지요. 가능한 비슷하게 선을 그려줍니다. 처음 해본거라 비뚤 빼뚤하네요.
조종실도 이상해요. 이게 다입니다. 아무것도 없어요.
자료 사진은 로봇이라도 조종할 정도로 복잡한데요.
아쉬우니까 만들어야 겠습니다. 후딱 도면을 그린 다음 3D 프린터를 돌립니다.
원래 의자에 넣으니까 꼭 맞네요.
비행기 모형의 꽃은 조종실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 이런 저런 짜투리 플라스틱을 모아 넣었습니다. 밸트의 클립은 스테이플러 심이에요.
미리 색을 칠해 두었습니다. 만들다가 귀찮아도 이걸 보면 다시 만들 기운을 얻을지도 모릅니다. 여기까지 했는데 그만 두면 안돼!!! 하고 말이죠.
자료를 찾아 보니 이 비행기는 기관총이 6개나 된다네요.
적당한 봉을 찾아 기관총 자리에 끼워 넣었습니다.
엔진도 이상합니다. 자료에는 배기구로 보이는 판이 있는데 모형에는 빨래판이 있네요.
조심스럽게 떼어내고 판을 새로 붙여주기로 합니다. 비행기 모형의 꽃은 엔진이니까요.
하지만 뭐 보이지도 않을 테니 적당히 은색을 칠한 다음
적당히 더러워 보이게 색을 칠합니다.
기왕이면 정말 프로펠러가 돌아갔으면 좋겠다 싶어 모터를 달아 보았습니다.
완성하려면 한참 남아서 이 가는 전선이 잘 견뎌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죠.
엔진도 넣었으니 이제 접착제로 적당히 붙인 다음 사포로 수술자국이 사라질 때 까지 문질러 줍니다. 허파에 플라스틱 가루가 촘촘히 박혔습니다.
그래도 처음 보다는 훨씬 그럴듯해 졌습니다.
캐노피를 손볼 차례입니다. 투명한 캐노피에 철골 구조를 조심스럽게 칠하는 일은 비행기 모형 만들기의 꽃이니까요. 그러나 수년전 시작된 노안은 그런 섬세한 작업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잠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낮잠을 잔 후에 게임을 한참 하다가 (요즘은 툼레이더 게임을 합니다.)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본 다음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은박 테이프에 색을 칠하고 잘라 붙이는 방법이지요.
실패해도 다시 붙일 수 있으니 맘에 들 때까지 반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적당한 선에서 그만두는 미덕도 잊지 않았습니다.
적당히 끝낸 미덕을 되살려 자료 사진엔 있는데 모형에 없는 부분을 더해 줍니다.
여기서 노안과 함께 정신도 다소 피폐해졌지만
이 뒷바퀴는 정말 다르게 생겼네요.
다른 사람이 만든 비행기 바퀴는 이렇게 생겼거든요.
다른 장난감을 만들다가 남은 짜투리를 모아
이리 저리 적당히 붙여 보았습니다.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해 졌습니다. 어차피 달걀 비행기 시리즈는 비슷한 모양이니까 비슷하면 충분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스테이플러 심으로 고리도 비슷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전문 모델링 도구가 없으니 철물점에서 산 회색 락커 페인트 스프레이를 씁니다. 인터넷에서 약하게 분사하는 노즐도 장만했습니다.
그럭저럭 완성했습니다. 이제 색칠 놀이만 남았습니다.
비행기 모형의 꽃은 색칠 아니겠어요?
다시 강조하지만 비행기 모형의 꽃은 색칠하기라니까요.
상자에도 이렇게 색을 칠하라고 합니다. 이 사진처럼 칠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펭수가 그러하듯 이 비행기의 배 역시 하얀색이어야 합니다. 바퀴는 하얀색 페인트가 묻지 않도록 잘 가려줍니다. 그리고 지난번 큰맘 먹고 마련한 에어브러시를 꺼냈습니다.
https://blog.naver.com/smoke2000/222148843539
그렇습니다. 이 택배비가 아까워 같이 구입한 비행기 만들어 보자고 마련한 에어브러시입니다. 사실 여기까지 만드는데 사용했던 패널 라이너랑 바이스, 톱도 모두 이 비행기 만들자고 샀던 거죠.
이미 택배비에 택배비가 더해져 돌이킬 수 없는 지출의 늪에 빠졌지만 돌이킬 수 없습니다. 이제는 앞만 보고 달려야 합니다.
다행히 마스킹 테이프는 집에 굴러다녔습니다. 이것도 분명 내가 내돈주고 샀을 테지만 언제인지 얼마인지 기억에 없으니 여기에는 돈이 들지 않은 걸로...
마스킹 테이프를 조심이 떼어냅니다. 자료를 보니 머리에 노란색은 엔진룸 문이 더라고요. 문인지 알수 없는 모양도 문제지만 이 모형은 바퀴가 접어 들어가는 공간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동그랗게 파서 똑같이 만들어 보고 싶어 전동 공구를 장바구니에 넣다가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습니다. 모형은 자기만족이라지만 누가 아래까지 보겠어요. 그리고 비행기에게 배를 보여 달라고 하는 건 실례지요.
아이들이 미술시간에 쓰던 아크릴 물감에 창문 닦는 윈덱스 세제를 반반씩 섞어 검은색을 칠합니다.
조종실의 가죽 쿠션도 칠하고요. 고급 레쟈의 색은 갈색이지요.
비행기 모형 조립의 꽃인 데칼을 붙일 차례입니다. 모형을 만드는 느긋한 시간 중에도 저는 데칼 붙이기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게 꽃이기도 하지만 작은 수고에도 모형이 훨씬 그럴듯해지거든요.
가물거리는 눈에 힘을 주고 조종실에도 붙이고
독일 공군 마크를 붙입니다. 기록 자료를 살펴보면 꼬리 날개에 나치 마크가 있는데 다른 분들이 만든 작품이나 설명서에는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데칼에는 나치 마크가 있어서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넣지 않기로 했습니다. 참고 자료로 읽었던 '수리부엉이'에는 나치 표식을 검은색으로 가리고 비행하는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하니 말이지요.
하지만 다른 자료에 날개 끝에 빨간 태그(그게 뭔지는 모르겠습니다.)가 있는 자료가 있기에 비슷하게 만들어 달아주기로 했습니다.
빨간색이 더해지면 노란색과 함께 색상에 균형이 맞아 보였거든요.
이제 명암을 넣어줄 차례입니다. 기왕에 마련한 에어브러시로 할 수 있지만
손바닥만 한 비행기에 패널 라인을 여기저기 집어넣어 제 솜씨로는 어림없겠더라고요.
파스텔로 넣기로 합니다. 왼쪽이 파스텔 명암 넣기 전이고 오른쪽이 넣은 후입니다.
간단하지만 그럴듯하지요.
이제 파스텔이 날아가지 않게 무광 투명 락카 스프레이를 뿌립니다. 정착액 같은 거죠.
이제 벼르고 벼르던 조종실을 넣어 줍니다. 비행기 모형의 꽃은 조종실 만들기니까요.
실제 비행기와 많이 다르지만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게 모형이니까요. 진짜일 필요는 없지요.
캐노피를 닫습니다.
이제 은색 페인트를 마른 붓에 발라 페인트가 벗겨진 표현을 합니다.
그리고 기름때와
녹이 슬어 흐른 때도 표현합니다. 그 밖에도 소소하게 더해진 작업은 영상을 확인하세요.
완성입니다.
욕심이 욕심을 불러 영원히 계속될 듯한 만들기도 결국에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상자처럼 색칠한 장난감을 한번쯤 가지고 싶었고 만드는 동안 즐거웠으니 행복한 만들기 였습니다.
이제 한동안 비행기 모형은 안만들기로 마음 먹었지만 몇 년 전에 세일에 현혹되어 샀던 미래소년 코난 초대형 비행선 모형이 있다는 게 기억났습니다. 나중에 나중에 만들기로 합니다.
https://blog.naver.com/smoke2000
꽃이 참 많네요. 꽃밭인가?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몇년 전에 만들어서 이젠 어딘가의 상자에 봉인한지도 모르는 제로 52형이 생각나네요. 개판 3분 전인 마감은 어차피 전쟁 말기 급조 생산품 설정으로 치고 넘어갔지만 박스 테이프로 대충 흉내내본 캐노피 마스킹이 생각보다 그럴싸하게 나와서 스스로도 놀라웠었죠.
비행기 모형의 꽃은 도대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행기 모형 만들기의 꽃을 논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에어로 모델의 꽃이라 할수 있지요.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꽃이 참 많네요. 꽃밭인가?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험난한 모형의 길! 꽃없이 극복하기 힘들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안톤이야!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몇년 전에 만들어서 이젠 어딘가의 상자에 봉인한지도 모르는 제로 52형이 생각나네요. 개판 3분 전인 마감은 어차피 전쟁 말기 급조 생산품 설정으로 치고 넘어갔지만 박스 테이프로 대충 흉내내본 캐노피 마스킹이 생각보다 그럴싸하게 나와서 스스로도 놀라웠었죠.
저는 캐노피 마스킹은 엄두도 나지 않더라구요. 색상 발색이 정말 좋은데요.
에그플레인 아기자기한 맛이있죠
정말 만드는데 재미있었습니다. 다음에 택배비가 아까우면 또 구입할꺼 같아요.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네요. 메탈슬러그에 나올 듯한 데포르메 디자인.
그러고 보니 메탈슬러그 디자인이랑 참 비슷하네요. 메탈슬러그 탱크도 만들어 봐야 겠는데요.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뚠뚠이 포케울프 넘나 귀엽네요...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