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미국이라서 그런지 몇 안되는 미국 전통을 굉장히 중요시 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추수감사절입니다. 그야말로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적인 명절이지요.
온 가족이 모여 칠면조와 파이를 구워먹는 것 외에도 또 한 가지 특징이 있으니, 바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입니다.
메이시즈(Macy's)라는 백화점에서 추수감사절을 기념해서 종업원들이 각종 의상을 입고 거리 행진을 벌인 것이 시작이었는데 워낙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서 매년 해 오던 것이 벌써 93회째를 맞이하고 있지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앞쪽 좋은 자리에서 구경하려면 적어도 새벽 6시에는 길 가에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야말로 인도를 꽉꽉 메울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들어차거든요.
그렇게 일찍부터 기다리다 보면 경찰 오토바이가 불을 번쩍이며 사이렌 울려가며 지나가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저 멀리부터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지나가는 어릿광대들이 행렬을 선도합니다.
워낙 사람이 많은데다가 퍼레이드 행렬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사진 찍기가 쉽지 않네요.
패닝샷으로 열심히 찍어도 건질 수 있는 사진이 그닥 많지 않습니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의 상징, 메이시 칠면조.
찰리 브라운이 타고 있는 트럭 뒤로 거대한 우주비행사 스누피의 풍선이 따라옵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캐릭터이다보니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단골로 등장하는 스누피 풍선입니다.
올해는 우주비행사 스누비 버전이네요.
행렬 중간에 뜬금없이 토스트와 달걀 후라이 복장을 한 사람들이 지나가길래 뭔가 싶었는데 뒤이어 그린 자이언트가 따라옵니다.
완두콩이나 옥수수 통조림으로 유명한 회사지요.
슈퍼윙스 풍선도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인데 중국, 미국 투자도 함께 받아서 만든 거라 미국에서도 나름 인기가 많습니다.
헬로 카봇이나 타요 버스가 가질만한 인기를 몰빵 한 느낌이랄까요.
닌자 거북이도 지나갑니다. 그러고보니 얘네들도 설정상 무대가 뉴욕이었지요.
뭔가 웃겨 보여서 한 컷.
Paw patrol (국내명 퍼피 구조대) 풍선도 보이네요.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집 아이들 최애캐라서 이놈들 본부가 거실 한복판을 차지했더랬지요.
만화 영화 캐릭터 풍선이 꽤나 많이 지나가는데 주로 열광하는 관객층이 미묘하게 다른 것도 재밌습니다.
단순히 풍선이나 가장행렬, 데코레이션 차량만 지나가는 게 아니라 가수나 우주비행사, 스포츠 선수와 같은 유명인들도 퍼레이드에 함께 하곤 합니다. 블랙아이드피스는 완전 신났네요.
나중에 퍼레이드가 최종 목적지인 메이시스 백화점에 도착하면 이런 가수 그룹들이 즉석에서 공연도 합니다.
다만 백화점 앞 관람 영역은 티켓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데, 판매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백화점 종업원들과 경찰, 소방관들 대상으로 한정적으로 뿌린다고 하니 일찌감치 포기.
거대 손오공 풍선. 풍선을 끌고 가는 참가자들 복장이 무천도사 도복이라 깨알같은 디테일에 한참 웃었네요.
맥도날드의 마스콧, 로날드. 강풍에 풍선이 쓸리며 구멍이 났는지 한쪽 다리의 바람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구두 모양 자동차를 타고 나타난 진짜 로날드.
행렬이 좀 정체되면서 잠깐 멈춰섰는데 사람들이 모두 맥도날드 주제가를 외치게 만듭니다.
원, 투, 쓰리! 따랏 탓 탓 타~ 암 러빙 잇!
레고에서는 드래곤과 칠면조의 무시무시한 혼종을 만들어 퍼레이드에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앞에는... "형(들)이 왜 거기서 나와?"라는 말을 하게 만드는 NCT 127.
이번에 초대가수로 초청 된 모양이네요. 그런데 아직 인지도가 그닥 높지는 않아서인지 대부분은 잘 모르고, 그나마 반응이 나온다는 게 "쟤들이 BTS인가 뭔가 하는 걔네들이냐"하는 수준.
치어리더 그룹이 한참 지나갑니다. 진짜 치어리더는 아니고, 고등학교의 일반 학생들이 메이시즈 후원 받아서 이렇게 행진합니다.
여고가 아니라서 아주 가끔 치어리더 복장을 입은 남학생들도 지나갑니다. 아마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극구 사양했겠지만요.
개인적으로 엄청 좋아하는 닥터 수스. "녹색 달걀과 햄"은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시리즈로 만든 모양이더군요.
책으로 볼 땐 재밌는데 의외로 미디어 믹스로 성공한 케이스가 많지 않아서 좀 아쉽긴 합니다.
코끼리와 기린 등 동물 모양 행사 차량.
원래 초창기 퍼레이드 때는 메이시즈 백화점에서 센트럴 파크 동물원의 동물들을 협찬받아서 함께 행진했다고 하지요.
마치 서커스 광고 행렬 지나가는 느낌이었을라나요. 그러다가 안전 및 각종 문제로 인해 진짜 동물들 대신 거대 풍선을 사용하게 됐지요.
서커스 광고 행렬처럼 보이게 만드는 또 다른 참가자들. 외발자전거나 죽마를 타고 다니거나, 볼링핀으로 저글링을 하는 등 그야말로 서커스에서나 볼 법한 묘기를 보이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육두마차인데 조랑말이 끌고 있어서 화려하다기 보다는 귀엽고 앙증맞은 느낌의 마차가 서커스 행렬의 마지막을 맡고 있네요.
러쉬모어 조각 차량도 지나갑니다. 가수 크리스 영이 함께 타고 있는데, 러쉬모어 헤드를 쓴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있으면 왠지 좀 뻘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퍼레이드의 또 한 가지 중요한 볼거리. 바로 여러 밴드들 간의 대결입니다.
학교나 각종 단체의 마칭 밴드 (Marching band: 행진하면서 연주하는 악단)들이 퍼레이드 중간중간에 끼어서 음악을 연주합니다.
관람객 중에도 연고가 있는 사람들끼지 한 곳에 모여 현수막 내걸고 대대적으로 자신들의 밴드를 응원하는 광경도 종종 볼 수 있지요.
추수감사절이 끝나면 곧바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접어들기 때문에 성탄절과 관련된 장식이나 캐릭터들도 많이 보입니다.
실제로 초창기 퍼레이드의 마지막은 항상 산타클로스가 등장하는 걸로 끝맺었다고도 하지요.
그리고 산타클로스 못지않게 인기가 많은 그린치. 1966년작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나" 이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지요. 성탄절 음악 중에는 그린치의 테마송인 "You're a Mean One, Mr Grinch (넌 나쁜 놈이야, 그린치)"도 자주 등장할 정도니까요.
필즈버리 제과 회사의 도우 보이. 얼린 쿠키 반죽 등이 주력 제품인 회사라 그런지 하얀 밀가루 반죽 마스코트가 어울립니다.
거대 도우보이 풍선을 보니 왠지 모르게 고스트 바스터즈에 등장했던 거대 마쉬멜로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와.. 천조국 답게.. 규모도 화려하고 멋지네요.. 직접가서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와 잘봤습니다
와.. 천조국 답게.. 규모도 화려하고 멋지네요.. 직접가서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로날드. 무섭네요
치어리더들 춥겠어요 ㅎㅎ
와 축제 멋지네요 정말 잘봤습니다.
슈퍼윙스 손오공은 의외네요 ㅎㅎ 사진 잘봤습니다 ^^
아- 귀한 사진이네요.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행사도 있었군요. 멋진 소개 감사합니다. 추천도요!
그래도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서 보기가 더 좋았답니다. 땡스기빙날 아침 안방을 화려하게 해주는 퍼레이드 매년 티비로만 봅니다. 100 회까지 7년 남았는데 그때까지 살수 있을지 사진 잘 보았습니다.
왠지 영화속 한장면 같네요.. 물론 다음장면은 좀비사태입니다.
헐....초반에 밴드연주가 많이 들어본거다 싶었더니 Gnarls Barkley 에 Crazy네요....제일 좋아하는 노래인데 여기서 들으니까 너무 멋지네요.
영화에서 자주 봤지만 저게 추수감사절 행사였군요.
흥겹네요 ㅎㅎㅎ 사진만봐도 너무 즐거워요 블랙아이드피스도 나오다니 하앍! 영상도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