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 5년 전부터 서울 풍경을 주제로 타임랩스 촬영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요,
(몇년 전에 오른쪽 베스트에도 몇번 보내주셨었죠.)
풍경 사진과 타임랩스를 찍으면서 가장 신경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시정(視程)...가시거리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서울의 미세먼지 사정이 별로 좋지 않다보니 쾌청하고 가시거리가 길게 나오는 날이 많지 않습니다.
비가 좀 많이 내리고 난 다음 날 하늘이 맑아지곤 하지만 또 금세 다시 흐려지기도 하고 그러죠.
그런데 지난 5월 19일은 제가 서울 풍경을 찍어온 5년 간 경험한 날 중에서 가장 가시거리가 긴 날이었습니다.
실제로는 더 길었던 날이 있었을 수 있지만...일단 제가 출사를 나간 날 중에는 가장 맑았던 것 같습니다
이 날 오전까지만 해도 서울 하늘은 구름이 가득 껴있었는데요
낮 12시 즈음 집(여의도)에서 관악산 방향을 찍었던 사진입니다.
관악산은 구름에 덮여서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3시간 후..
.....?
오후 3시..방에서 일을 하다 나와보니 갑자기 엄청나게 쾌청한 하늘이 보이더군요.
저는 가시거리를 가늠할 때 집 창에서 보이는 관악산(사진 가운데)의 색을 기준으로 삼는데요,(집에서 약 9km거리)
사진처럼 관악산이 진한 날은 그동안 보지 못 했었습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역대급 가시거리다...싶어서 바로 짐을 싸고 출사에 나섰습니다.
목표는 인천 계양산.
사실 서울 전경을 촬영하는 포인트로는 남한산성 서문과 인왕산, 서대문구 안산 등이 유명하고,
그 밖에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 중에서 북쪽으로 북악산, 동쪽으로는용마산과 아차산,
남쪽으로는 구룡산과 우면산, 관악산 등에 촬영 포인트가 있는데요,
서울 서쪽으로는 서울 영등포구, 양천구, 강서구, 인천 부평구, 경기도 부천 등을 포함하는
이른바 '부평평야'가 펼쳐져 있고 높은 산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서쪽 방향에서 서울 전경을 찍는 촬영포인트는 별로 알려진 곳이 없습니다.
2017년에 인왕산에서 촬영한 서울 전경.
2019년에 남한산성에서 촬영한 서울 야경
그런데 몇년 전 웹서핑을 하다가 인천 계양산에서 맑은 날이면 멀리 서울 도심이 보이고,
이걸 망원으로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시정이 좋은 날에 한번 출사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3월에 한번 출사를 갔었지만 아쉽게도 서울 도심을 또렷이 찍을 만큼의 시정이 나오지 않아서 결과물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2019년 3월에 계양산에서 촬영한 서울 도심.
이 날 기록된 시정은 20km 정도로 맑은 편이었지만,
계양산에서 남산까지의 거리가 24km나 되기 때문인지 위처럼 남산이 뿌옇게 찍혔습니다.
(그나마 위 사진도 사진 살려보겠다고 보정한 후의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5월 19일 오늘 만큼은 다르길 바라며 계양산으로 향했고...
1시간 정도 (마스크를 쓰고 헉헉거리며) 등반하여 계양산 정상(395m)에 올랐을 때의 상황.
아쉽게도 구름이 하늘을 다시 뒤덮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시거리는 여전히 좋은 상태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미세먼지 얘기를 하자면..(대부분 별로 궁금하시지 않을 것 같지만)
게시물 제목에서 미세먼지 제로. 라는 표현을 썼습니다만 사실 서울의 미세먼지 수치가 정확히는 0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거의 0에 근접하고 있었는데요,
부연설명을 하자면 일단 미세먼지(PM 10)와 초미세먼지(PM 2.5)를 구분해야하고,
이중에서 초미세먼지(PM 2.5)가 가시거리에 더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출처: 서울시 미세먼지 정보센터 https://bluesky.seoul.go.kr/finedust/common-sense/page/9?article=782 )
그리고 제가 출사를 나갔을 당시 에어코리아(한국환경공단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대기오염도 공개 사이트)에서는
서울 지역 초미세먼지가 수치가 5 미만으로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위해 당시의 초미세먼지 측정정보를 검색해보니,
경기도 가평 등 몇몇 지역에서는 실제로 초미세먼지가 0(!)이 기록된 지역도 있었습니다.
2020년 5월 19일 서울 지역 초미세먼지(PM 2.5) 측정 정보입니다.
제가 촬영을 한 저녁 시간대(17시~22시)에 대부분의 지역에서 1~6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출처: 에어코리아)
같은 날 경기지역 초미세먼지(PM 2.5) 측정 정보입니다.
몇몇 지역에서는 0을 기록해서 그래프가 X축에 닿아버린 곳들이 보입니다.
(출처: 에어코리아)
에어코리아 사이트에서 초미세먼지 0~15를 '좋음' 상태로, 16~35를 '보통'으로 구분하고 있고,
제 경험상으로도 초미세먼지 수치가 20~30만 되어도 조금 떨어진 산이나 건물은 뿌옇게 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 날은 초미세먼지 수치가 5 아래로 내려가다보니 멀리 떨어진 산도 잘 보이고
가까이에 있는 건물들이 엄청나게 또렷하게 보이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소 쾌청한 하늘이라고 해도 초미세먼지 수치는 보통 10 전후이고 5 미만으로 떨어지는 건
거의 비가 내리고 있을 때만 볼 수 있는 수치였는데,
이 날처럼 비가 그치고 몇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런 수치를 유지하는 건 거의 본 적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무튼 요점은 초미세먼지가 엄청 적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당일 찍은 사진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남산타워와 롯데월드타워, 여의도의 고층빌딩들이 멀리 보입니다.
망원으로 촬영한 목동, 여의도, 강남, 잠실 방향.
여의도는 촬영포인트에서 19km, 롯데월드타워는 35km 정도가 떨어져있습니다.
사실 예전부터 해외의 대도시(LA, 도쿄 등)처럼 평지 한가운데 고층빌딩들이 모여있는 풍경을 찍어보고 싶었는데,
한국은 평야지대가 거의 없고 도시는 대부분 산들 사이에 있다보니 그런 풍경을 찍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었지만
이날 그나마 비슷한 구도로 찍어 볼수 있었습니다.
김포공항, 남산 방향.
위에 있는 작년 3월 사진과 비교해보시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사진에 보이는 산들의 높이와 촬영지점과의 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가장 높은 산...
처음 저 산이 어디의 무슨 산인지 알아내기 위해 지도사이트와 구글어스를 뒤지다가
경기도 양평의 용문산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믿기지가 않아서 계속 재확인을 했는데요,
사진에 표기해놓았다시피 저 산은 촬영지점에서 무려 74km(!!!)나 떨어져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번 확인한 결과 저 산은 용문산이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은 시정이 20km 이상이 나오는 날이 많지 않고,
이 때문인지 기상청에서도 몇년 전부터 시정은 20km까지만 측정하여 그 이상은 20km 이상이라고 발표하고 있는데요,
제가 시정 측정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날 시정이 정확히 얼마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 35km 이상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2010년 5월에 13년만에 시정이 가장 좋았던 날이라고 뉴스가 나온 적이 있는데요,
이날 측정된 시정이 35km이고 이날도 한때 미세먼지 수치가 0까지 내려갔었다고 합니다.
( 당시 뉴스 : http://mn.kbs.co.kr/news/view.do?ncd=2102541 )
올해 5월 19일은 잠깐 하늘이 맑아졌다가 금세 구름이 꼈기 때문인지
뉴스가 나오거나 하진 않았지만 가시거리 자체는 확실히 좋았던 날이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미세먼지가 적어져서 히말라야 산맥이 갑자기 보였다는 인도 어느 지역처럼
한국도 비슷한 영향을 받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강원도에서 불어오는 북동풍이나 적당한 습도 등도 가시거리가 길어지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것은 그 다음날이었던 5월 20일은 하늘도 맑고 시정도 좋았던 같은데 관련 뉴스가 나오진 않더군요...
제 개인적으로도 일(타임랩스 촬영의뢰)가 있어서 개인 촬영은 하지못했습니다ㅠㅠ)
어찌됐든, 이만큼 시정이 좋았던 날을 경험한 게 처음이라 그 감동을 나누기 위해 이런 저런 잡소리가 길었습니다만
이쯤에서 본격적으로 이 날 촬영한 결과물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산 방향.
남산과 마찬가지로 촬영지점에서 25km 정도 떨어져있습니다.
서울 전경
다시 남산 방향.
밤이 되니 뒤쪽의 산들은 잘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여의도에 새롭게 올라간 파크원 빌딩이 조명을 풀파워로 밝히고 있네요.
최근에 부담스런 빨간 조명으로 이슈가 되긴 했는데 최종적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합니다..
근거리에서 촬영한 파크원의 최근 모습은 이렇습니다.
서울은 아니지만 인천대교 방향도 찍어봤습니다.
영종대교 방향
김포 경인아라뱃길 방향
정가운데에 김포아라대교가 보이고 좌측 가운데에 김포톨게이트가 보이네요.
멀리 산 아래 쪽으로 보이는 건 고양시 덕양구 건물들입니다.
마지막으로..타임랩스 결과물이 궁금하신 분들은 위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최근에 유튜브 채널 홍보에 조금 민감해진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
딱히 수익창출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긴 게시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중국 코로나 사라지면 또생길듯 미세왕먼지
네 아마도 개성 송악산 일대가 찍힌 것 같네요.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산 능선과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아래 링크 참고했습니다ㅎㅎ) https://news.joins.com/article/6814623 http://blog.daum.net/ksk4509/11731739
와 엄청 이쁘네요. 특히 사우론의 탑 야경사진이 진짜 좋은듯합니다.
와 엄청 이쁘네요. 특히 사우론의 탑 야경사진이 진짜 좋은듯합니다.
야경 찍으시는 분들이 날씨 좋으면 1순위로 몰리는 곳이죠ㅎㅎ
와.. 대작이네요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저도 계양산 5번정도 올라가봤는데 저정도로 보이는건 처음 보네요
저렇게 멀리까지 보인 경험 자체가 몇번 없어서 저도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부천에서도 날이 정말 좋으면 북쪽에 산이 하나 보이는데 지도를 아무리 봐도 그 각도에서는 저만한 높이의 우리나라 산이 없더라구요. 혹시 북한에 있는 산일까요?
네 아마도 개성 송악산 일대가 찍힌 것 같네요.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산 능선과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아래 링크 참고했습니다ㅎㅎ) https://news.joins.com/article/6814623 http://blog.daum.net/ksk4509/11731739
송악산이라는 산이었군요 수 년간 궁굼했던것이 풀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직선거리가 60km 가 넘는 데도 눈으로 보이는게 신기하네요.
중국 코로나 사라지면 또생길듯 미세왕먼지
멋있네요. ^^/
감사합니다^^
야경이 선명해서 꼭 게임화면 같네요. ^^
사진도 좋고 찍으신분의 열정도 느껴져서 좋네요 최고입니다
렌즈 몇 mm 쓰시는거에요~?
70-200mm 줌렌즈를 주로 사용했고 일부컷은 1.4배 텔레컨버터를 결합해 촬영했습니다!
와, 좋네요. 제가 제일 해보고 싶은 일을 하고 계시네요. 춫천드립니다~
대략 20년전쯤에 사진찍기 좋아하는 삼촌을 따라서 일주일 장마가 끝난 오전에 남산타워에 올랐을 때 보였던 인천 앞바다가 떠오르네요. 사진취미는 돈도 돈이지만 부지런해야 하던데 대단하십니다 ㅎㅎ
진짜 부지런한 작가분들은 새벽에 산에 올라서 일출을 찍으시는 분들 같더라구요..저는 게으른 편이라 일몰을 주로 찍습니다ㅎㅎ;
역시 풍경 사진은 노력 또 노력으로 찍는거군요....
서울이 저렇게 아름다운 도시였나 ㄷㄷㄷ
미세먼지 vs 코로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시대군요
??? : 푸른하늘본지 몇년전인지 모르겠다 미세먼지올때마다 나오는말
ㅠㅠㅠㅠㅠㅠㅠ 중국 ㄱ** 청명한 하늘 사진을 보며 감동이 몰려옵니다.
와 진짜 멋진 풍경사진 입니다 ///
장관입니다!
탁 트인거 좋아하는 저로써는 정말 멋진 사진입니다. (굿굿!~~~!)
멋진 사진,영상 고맙습니다. 덕분에 눈이 확 트이네요. 저렇게 맑은 서울풍경은 처음 봅니다. ^^
멋지네요, 오늘도 날씨 꽤 좋았는데.. 5월 중순쯤 그날은 정말 역대급이었어요.
아아!!! 간만에 좋은 사진 보고 개!! 지렷다!!!
귀한사진이네요. 근데 200mm 로 저렇게나 땡겨지나요?? 놀랍
일부는 1.4배 텔레컨버터를 결합해서 280mm로 찍은 컷도 있습니다. 70~280mm 범위로 찍혔다고 보시면 됩니다
게시물의 정성때문에 추천
와 사진 줜내잘찍네 이정도면 프론가 했는데 글 읽다보니 진짜 프로셔서 놀라운 동시에 공짜로 보기가 아깝기도 하고 그 와중에 수많은 중국 분들이 수해로 착해지면서 맑아진 환경인가 하니 씁쓸하기도 하고 암튼 오만감이 교차하네요. 좋은 사진 잘 봤어요 고맙습니다
양평에서 군복무를 했는데 산 꼭대기의 저 불빛은 용문산이 맞습니다ㅎㅎ 용문산과 중미산이 찍힌 사진은 도저히 믿기지가 않네요 엄청난 시야거리입니다.
용문산이 맞군요 확인 감사합니다! 야간에 불빛이 보인 적은 있었지만 주간에 산이 보인 거는 처음이라 확인하면서 맞는지 헷갈렸었습니다ㅎㅎ
역대급 사진 구경하고 갑니다!!!!!
비많이오고난 다음날보면 저런 하늘이나오죠. 사진 정말 멋지군요..ㅋ
멋지네요 ㅎㄷㄷ
이야 배경화면각이다 ㅇㄷ
우아 완전 대단해요!!
루리웹-2831980716
카메라/렌즈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SONY a7R III SEL2470GM FE 24-70mm F2.8 GM SEL70200GM FE 70-200mm F2.8 GM(+SEL14TC 1.4x Tele Converter)
사진으로도 깨끗한 공기가 느껴지네요. 반면 미세먼지 헬인 날 사진 한장 ㅜㅜ
청계산 쪽인가요? 후 사진만 답답하군요ㅠ
와.... 서울이 엄청 작다는걸 실가하게 되네요. 시야만 좋으면 끝에서 끝이보이는 도시라니
진짜 산행도 맑은날 올라가야 제대로 개운함. 예전에 미세먼지 약간 높은 정도였는데 산위에 올라가 밑에를 바라보니 풍경이 뿌연게 기분까지 잡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