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여행] 카가와현 - 우동과 우동이 아닌 것을 찾아다니는 여행 2일차 - 2

[Jeker]

다음 목적지는 코토히라구인데 별도의 주차장은 없고, 시내의 유료 주차장들을 이용해야 해요.
유료 주차장들은 대부분 500엔 내외인데 식사, 구매를 하면 무료인 가게 주차장들도 있습니다.
저는 붐비는 일요일을 감안해서 타임즈 코토히라 콤피라마에 주차장(MAPCODE : 77 383 197*64)에 주차후 도보 이동했습니다.

코토히라구(=코토히라궁)는 표고 521 m의 조즈산(象頭山) 중턱에 위치해 있어서 주차후 30~40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본전까지 이어진 참배로는 785단의 계단이 늘어서 있는 보행자 전용 거리에요. (일반 차량 통행 금지 구간이 존재함)

참고로 코토히라구의 오몬(大門)까지는 예약제 유료 셔틀버스( https://www.kotobus.com/climbing/ )로 편하게 갈 수 있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인력 가마를 타는 방법도 있었는데 고령화와 신입 확보 실패의 이유로 2020년 1월 25일부로 폐업했습니다.

이곳이 제가 이용한 타임즈 코토히라 콤피라마에 주차장입니다.
주차 가능 대수가 많아서 붐비는 일요일이라도 이용 가능할 것 같아서 선택했지요.

콘피라상이라는 애칭으로 친숙한 코토히라구는 에도 시대에 '일생에 한번은 콘피라상'이라는 표어로 유명한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2019년 기준 방문객은 263만명에 달할 정도로 변함없는 인기를 자랑하는 카가와현 최고의 관광지입니다.
(참고로 같은 해에 쇼도시마는 115만, 리쓰린 공원은 78만명이 방문)

코토히라구가 위치한 마을은 콘피라 온센쿄라 불리는 온천 마을이기도 한데 1997년 개탕으로 역사가 짧습니다.
용출량 부족, 낮은 수온 등의 문제로 가온+일부 가수+순환+살균 형태로 공급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옛날부터 참배객으로 인해 번성한 마을이라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저는 어떤 소프트크림으로 유명한 콤피라 쇼유마메혼포 오모테산도점을 들려보았어요.

금박 소프트크림과 오이리(구슬 모양의 화과자) 소프트크림이 눈에 띄는데 인기 No. 1 카마타마 소프트크림이 유명한 곳이에요.
그렇습니다. 1일차에 먹었던 그 카마타마 우동을 의미합니다!

우동 면발같이 뽑은 소프트크림에 잘게 썬 진짜 파와 간장을 뿌려놓았습니다;
감상은...연한 바닐라맛과 함께 짭짤한 간장맛이 느껴지는데 파의 식감이 매우 거슬렸어요.
이런건 진지하게 먹으면 안됩니다;

참배로에는 오랜 품격이 느껴지는 전통 건축물들도 다수 보입니다.
현재는 우동 가게로 영업중인 이 곳은 400여년 전에 창업했다는 (구)토라야 료칸이에요.

본전을 향해서 계단, 계단...계단을 꾸준히 올라갑니다.
주변의 기념품점, 식당, 관광협회 등에서 무료 혹은 유료(100엔)로 지팡이를 대여해 주기때문에 힘들 것 같으면 빌리는 것도 좋아요.
(다만 관광협회는 상관없지만 가게에서 무료로 빌린 경우에는 돌려줄 때 무언가 먹거나 사주는 것이 매너)

코토히라구의 경내로 들어서는 기점인 오몬(大門)에 도착했네요.
다카마쓰번의 초대 번주인 마쓰다이라 요리시게가 1650년에 봉납했다고 전해집니다.
여기까지가 365계단으로 중간쯤 온 셈이니 좀 더 힘내보아요~

경내로 들어서면 노점상인 다섯분이 보이는데 통칭 오인 백성(五人百姓)이라 불리는 엿가게들입니다.
신사의 제사 도우미로서 활동한 선조들의 공로를 인정 받아서 오직 이 가게들만이 경내에서의 영업을 허락받았다는군요.

이 가게에서 파는 엿은 카미요 아메(加美代飴)라고 하는데 700여년 전부터 판매해 온 코토히라구의 명물이에요.
구매하면 엿을 깨서 먹기위한 앙증맞은 망치도 함께 주는데 기념품으로서 가치가 높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는 건물이 보이는데 다가가보니 말들이 있는 마구간이었습니다.

이 말들은 신이 탈 수 있게 준비해둔 신마입니다.
매년 10월 10일의 큰 제사 때는 신마를 데리고 행진에 나선다고 하며 운이 좋다면 신마를 운동시키는 모습도 볼 수 있다는군요.

이곳은 1658~1660년 사이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원입니다.
내부에는 두루미, 호랑이 등이 그려진 칸막이 벽화 등을 구경할 수 있는데 800엔의 유료 입장이라서 굳이 들어가보지는 않았어요.
서원은 외서원과 내서원으로 나뉘는데 내서원은 비공개지만 올해 4월 8일 ~ 6월 11일(예정)에 9년만의 특별 공개를 한다는군요.

다시 열심히 올라가보아요.
슬슬 계단이라면 지긋지긋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이 장엄한 건물은 1837년에 지어진 아사히노야시로(旭社)입니다.
매이지 시대의 신불 분리 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에 신사 내부에 불교 사찰이 있었는데 그 때의 대웅전이었다고 해요.

코토히라구 참배 최후의 난관인 오마에 욘단자카(御前四段坂)라고 불리는 133단의 급경사 계단이 등장했습니다.
맨 위에는 '웃는 얼굴로 행복하기를, 콘피라상'이라는 플랫카드가 걸려있으니 힘들지 않은 얼굴로 가볍게(?) 올라가보아요.

이곳이 코토히라구의 본전입니다.

창건시기는 불명인데 가장 오래된 기록은 1001년에 개축했다는 것으로 보아 이보다 이전으로 추측됩니다.
설화에 따르면 제신인 오모노누시노카미가 세운 임시 궁전터에 신사가 세워지고, 이후 불교의 금비라와 융합되었다고 전해져요.
오모노누시노카미는 농업, 상매번창, 의학, 해상 수호의 신으로서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숭배받아 왔습니다.

본전 앞에서 보이는 풍경입니다.
여전한 존재감을 뽐내는 이노야마와 광활한 평야를 일망할 수 있는데 날씨가 맑을 때는 멀리 세토 내해까지 보인다는군요.

귀여운 콘피라이누의 제비 뽑기가 보이네요.
에도시대에 여행을 떠나기 힘들었던 사람들은 키우던 개에 목패, 공양물, 여비를 넣은 주머니를 묶어서 여행자에게 맡겼다고 합니다.
개는 여행자들이 서로 데려가면서 목적지까지 다다르게 했으니 이런 대리 참배견을 콘피라이누라고 불렀다고 해요.

본관의 옆에 있는 이 건물은 1876년에 건립된 미호츠히메노야시로(三穂津姫社)입니다.
이 신사는 코토히라구의 제신인 오모노누시노카미의 부인에 해당하는 미호츠히메를 모시는 곳이에요.

본전에서 583계단을 더 올라가면 최심부의 신사 건물인 오쿠미야가 나옵니다만 관광은 이 정도까지만 하고 돌아갑니다.
...내려가는 길도 까마득하게 느껴지네요;

몸이 당을 요구해서(?) 참배로 52계단쯤에 위치한 키노쿠니야 본점에서 간식을 사먹어봅니다.
세월이 느껴지는 간판에서 느껴지듯이 1882년에 창업한 오랜 역사의 가게에요.

가게에서는 신선한 달걀을 듬뿍 사용했다는 이시마츠 만쥬와 문양을 하나씩 직접 찍어 만드는 후네후네 센베이를 제조, 판매합니다.
이시마츠 만쥬는 제 20회, 21회 전국 과자 박람회에서 수상한 이력도 있는 코토히라의 명물 과자중 하나에요.

이것이 이시마츠 만쥬에요.
카스테라처럼 푹신한데 적당히 달달한 팥앙금이 들어있어서 맛있게 먹었네요.

다음으로 찾아갈 곳은 시오이리 온천(MAPCODE : 228 480 079*50)입니다.

시오이리 온천은 가마쿠라 시대(1185~1333)에 고야산(일본 불교의 성지)의 고승에 의해 발견된 오래된 온천지입니다.
카가와현에서는 드물게 명탕으로 불리는 온천이지만 어째서인지 온천시설은 한 곳뿐이에요.

온천시설에서는 개업 18주년을 기념하며 절구 찰떡을 제공하고 있었어요.
이런 곳에서 일본의 절구질을 볼 줄은 몰랐군요;

가라폰 추첨회도 열렸습니다.
특등은 현미 30Kg, 1등은 입욕회수권 한권, 2등은 입욕 무료권 2장 등이네요.
1등 이상은 곤란하다는 망상을 하며 참가해봅니다. =_=

4등 커피 교환권 당첨~
안그래도 떡이랑 먹을 음료수가 필요했는데 잘됐...ㅠ

욕실 풍경은 방문객이 많았던 관계로 인터넷에서 찾은 다른 사이트의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살짝 연두빛을 띄는 온천수에서는 강렬한 염소 냄새가 났지만 상당히 미끌거리는 촉감이 느껴져 너무나 기분 좋은 온천이었어요.
원천이 19.5℃로 온도가 낮아서 수질 관리면에서는 어쩔수 없지만 과연 명탕이라고 불릴 정도의 천질이었습니다.

온천은 가온, 순환, 소독처리가 된 pH 8.6의 나트륨-탄산수소염 냉광천입니다.
주요성분은 나트륨 354.3 mg, 탄산수소 832.2 mg, 탄산 34.8 mg, 메타규산 24.8 mg, 메타붕산 35.8 mg 입니다.

함유량도 충실한 카가와현에서 만난 최고의 온천이었네요. (다른현의 유명 온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요;)

이제 도쿠시마현으로 넘어가서 오늘의 숙박지인 호텔 이야 온천(MAPCODE : 357 308 132*28)으로 향합니다.
가는 도중에는 6년전에도 방문했던 이야 계곡 전망대(MAPCODE : 357 368 641)와
이야 계곡의 오줌싸개 동상(MAPCODE : 357 308 406)을 잠깐씩 구경했어요.

이야 계곡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입니다.
변함없이 첩첩산중의 이야계곡다운 풍경이군요.

여전히 동전 던지기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오줌싸개 동상도 굳건합니다.

비탕(秘湯) 료칸중에서는 아키타현 츠루노유, 군마현 타카라가와 온천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 이야 온천에 도착했습니다.
규모가 작아보이지만 현관이 4층에 해당하는 절벽 옆에 세워진 멋진 전망의 료칸이에요.

성탄절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라서 그런지 현관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화려한 기모노가 전시되어 있었어요.

로비의 모습입니다.
비싼 료칸답게 고급스럽게 꾸며 놓았네요.

6년전에 숙박했을 때와 똑같은 방에 묵게 되었습니다;
1인용 방이 하나뿐인건지 운이 없는건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공짜 숙박이라 불만은 없어요. >_<

변함없이 나뭇가지에 가려진 최악의 경치를 자랑하는 방이에요.
안마 의자도 그대로 있군요.

호텔 이야 온천의 명물, 자체 케이블카를 타야 갈 수 있는 노천탕으로 향합니다. (현재 케이블카는 사진과 다른 신형 4호기로 교체됨)
170 m 아래에 위치한 노천탕까지 경사각 42도의 절벽을 내려가야 되요.

예전에는 느린 케이블카가 올라오는 동안 심심하게 기다려야 했는데 탑승장에 재미난 볼거리가 생겼네요.
씨앗이 담긴 바구니가 놓여 있는데 딱새들이 날아와서 열심히 집어가더군요.

탑승하면 가뿐하게 DOWN 버튼을 직접 눌러서 내려가보아요.
약 5분 소요됩니다.

노천탕이 위치한 이야 계곡 아래쪽의 풍경입니다.
일본 3대 비경중 하나로 꼽힐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해요.

호텔 이야 온천의 노천탕은 제가 만나본 일본 최고의 온천 Top 3로 꼽을 정도로 최고의 온천수에요.

계곡 바닥에서 솟구치는 유황 냄새의 원천은 온 몸에 달라붙는 대량의 기포와 매우 미끌거리는 촉감을 선사해줍니다.
그리고 기포는 질소, 메탄, 산소 등의 기체성분에 의한 것이라서 탄산 기포같은 톡톡 튀는 감촉이 아니란 점도 입욕 포인트에요.

가온, 가수, 순환, 살균을 일절하지 않고 24시간 공급되는 원천은 따뜻한 수온이라 1시간 동안 천국에 있는 기분을 즐길 수 있었네요.

이 사진은 2019년에 찍은 내탕에 대한 안내문인데 노천탕과는 달리 가온, 순환, 살균처리를 해서 최악(?)의 평판을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3월에 소라노유라는 이름의 전망탕으로 리뉴얼되어서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원천지가 150 m 이상 아래쪽에 위치해 있어서 끌어오기 힘들기 때문에 기대는 안됩니다만;

온천의 천질은 pH 9.0의 알칼리성 단순 유황천입니다.
주요 성분은 나트륨 81.5 mg, 염화물 44.0 mg, 황화수소 2.9 mg, 탄산수소 82.5 mg, 탄산 29.4 mg, 메타규산 52.9 mg이에요.

천국에 다녀온 후에는 맛있는 저녁 식사를 즐깁니다.
전채로 나온 음식들인데 아삭한 식감의 양하 초밥이 인상적이었어요.

식전주는 시큼한 소귀나무 열매로 담근 와인이에요.

일본주 시음 세트가 있길래 주문해 봤습니다.
호스이(芳水)는 쓴 맛이 강했고, 미요시키쿠(三芳菊)는 강렬한 향과 강한 쓴맛 그리고 조금 독했어요.
이마코마치(今小町)는 연한 향, 적당한 쓴 맛과 함께 마신 후의 여운이 길어서 가장 마음에 들었네요.

육수에 메밀 가루를 미끄러트리듯이 넣어서 만든 이야 지방의 향토요리인 소바스베시입니다.
짭짤하면서 약간 감칠맛이 도는데 안에는 표고버섯, 당근, 무 토막들이 들어있어요.

산천어 소금구이와 나루토 킨토키(도쿠시마현의 브랜드 고구마)의 레몬 구이입니다.
부드러운 식감의 살코기가 맛있네요.

아와 킨토키부타(도쿠시마현의 브랜드 돼지고기)의 하치고기리(八合霧, 8부 능선에 낀 운해를 의미) 전골이에요.
감싼 냉동 돼지고기의 안쪽에는 표고버섯, 두부, 야채가 들어있는데 짭짤한 간의 대체로 평범한 느낌이었습니다.

순무 만쥬 긴앙(銀餡, 갈분으로 만든 고물의 일종)입니다.
으깬 감자같은 식감인데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어요.

디저트가 아니라 중간에 입가심하라고 나온 유자 샤베트에요.
고급 료칸의 저녁 식사다운 구성이네요.

도쿠시마현의 토종닭인 아와오도리(阿波尾鶏)의 로스트 치킨에 스다치(도쿠시마현 특산 감귤)의 거품 소스를 곁들였습니다.
닭고기의 향이 너무 좋은데 삼겹살에 가까운 맛이 나더군요.
적당한 쫄깃함과 함께 강한 감칠맛이 일품이라서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는 쌀밥과 함께 이야 지방의 명물인 소바가 함께 나왔네요.
온소바에서는 가쓰오부시 냄새가 났는데 면발의 식감 자체는 별로였습니다.

디저트는 말린 감말이와 함께 사케 젤리, 말차 푸딩, 딸기 무스의 셋중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약간 쫀득한 식감의 물컹한 푸딩 자체는 싱거웠어요.

이번에도 료칸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인 인근에 위치한 카즈라바시(덩굴로 만든 다리)의 라이트업 관광을 즐겼습니다.
변함없이 으스스한 풍경이군요;

마찬가지로 카즈라바시 부근에 있는 비와 폭포도 구경했어요.



이것으로 2일차 일정을 마칩니다.

[린다림]

파 뿌린 아이스크림에서 문화충격을...

[Jeker]

일본에 변태(?)같은 음식들이 좀 있습니다. ㅎㅎ
지방에 따라 메뚜기를 꽂은 아이스크림, 굴을 찔러놓은 아이스크림도 있어요.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