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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때 강아지를 죽일 뻔했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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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방학 자율학습 가기 전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뭐랑 뭐가 섞인건진 모르겠는 개 한마리가 제 앞에서 도보를 걷고 있었습니다. 길 가면서 저를 힐끔힐끔 처다보더랍니다.


왠지 불안해하는 것 같았지만 개를 좋아했던 탓인지, 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얘가 제가 자기를 보고있는 걸 알았는지 더 불안해합니다.


놀래켜주고싶어서 장난을 쳤습니다. 발을 앞으로 구르면서 훠이! 강아지가 놀라서 도망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차도로.


순간 SUV 차량이 왼쪽에서 휙 저를 지나칩니다. 도로로 뛰쳐나가던 강아지가 차가 오는 걸 알고 바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늦었습니다.


바퀴에 머리를 스치듯 찧고 캥! 소리와 함께 쓰러져서 움직이질 않습니다. "어, 어!" 하고 두 발자국 걷다가 강아지한테 뛰어갔습니다.


팔다리가 팽팽히 펴지고 입은 벌린 채 움직이질 않습니다. 몸이 부들부들 떠는 것 같은데 사지가 아니라 그 안의 근육이 벌벌 떨고있었습니다.


그때서야 제가 뭔 짓을 했는지 자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장난 친 것 뿐인데? 그냥 장난이었잖아. 왜 하필 그쪽으로 간 거야. 놀래켜서 미안해. 미안. 제발.


돌처럼 굳은 녀석을 끌어안고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사람 둘이 지나가는 게 보였습니다. 계속 외쳤습니다.


"저기요! 도와줘요! 얘 다쳤어요! 제발, 아, 와, 어떻게 해 이거... 전화좀 해주세요!"


이랬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아침에 폰을 안들고나온 탓에... 지나가던 둘이 나이 든 중년들이었다는 걸 계속 바라보다 알았는데 둘은 계속 지나가더랍니다.


그때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강아지를 안고 일어나서 어디론가 가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강아지를 찧었던 SUV가 멈춰서있었습니다.


미친듯이 뛰어서 차문 열고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일단 타라고 해서 타고 강아지 얼굴을 보는데 입에서 피거품이 나고 있었습니다.


동공도 안움직이고. 강아지 가슴에 손을 얹어봤습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있었습니다. 살아있는데, 세상에, 내가. 내가 그랬어.


안에 타고계시던 건 아주머니셨는데 아주머니가 "개를 밖에 뛰쳐나오게 하면 어떻게해요!" 당황반 짜증반 목소리로 묻더랍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그냥 그말만 계속 하다가 어디로 가요? 물으셨습니다. 아는 데가 하나 있으니 거기로 가달라 했습니다. 펫샵. ㅋㅋㅋ


그땐 제정신이 아니어서 거기라면 어떻게든 해줄거라고 생각하고 차가 2분정도 달려서 펫샵에 도착했습니다. 차는 제가 내리자마자 떠났고요.


펫샵으로 뛰어갔는데 주말이라 영업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펫샵에서 차에 머리를 찧은 강아지를 어떻게 해줄 수 있었겠냐만 그때 또 눈물이 터졌습니다.


몇 초 정도 서서 미친듯이 머리를 굴리다 소방서를 떠올렸습니다. 아침 장을 여는 날이라 슬슬 사람이 모여들던 거리를 미친듯이 뛰었습니다.


입에서 으아아아, 으아아아 울면서 뛰었던 것 같습니다. 눈물 콧물 범벅에 옷은 피거품으로 범벅이 되어 개를 안고 뛰는데 거리는 평범하게 흘러가더랍니다.


10분 내내 뛰어서 소방서에 도착해서 현관앞에 계시던 분한테 "저기요, 강아지 다쳤어요, 도와줘요" 말했습니다. 바로 소방서 안쪽으로 안내해주셨습니다.


소방서 안쪽에 왠진 모르겠는데 개집이 있어서 그 안에 강아지를 넣어두고 방석을 깔아줬습니다. 눈에 덮힌채로 벌벌 떠는 저한테 사정을 물었습니다.


강아지를 놀래켜 줬는데 강아지가 차도로 뛰어들었다가 오던 차 바퀴에 머리를 찧었다, 말하고 죄송합니다 라는 말만 몇 번을 반복했습니다.


소방서의 여성 직원분이 옆에서 위로해주셨습니다. 요샌 그런 일 겪어도 그냥 제 갈길 가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착한 애라고. 내가 착한건가? 생각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의사분 불렀으니 일단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3분정도 더 앉아있다 소방서를 나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가면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나쁜 놈이야. 강아지가 죽어도 며칠만 슬퍼할 뿐 나중엔 잊게되겠지. 나는 냇가의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는 놈이었다.




3일 지나서 연락이 왔습니다. 개 살아있다고. 동물병원 의사가 왔을 땐 몸이 어느정도 정상으로 돌아왔는지 소방서를 도망쳤더랍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휴유증이 남지는 않았을까, 전화를 끊고 앉아서 또 울었습니다. 이때부터 길에서 개를 만나면 피하는 트라우마가 생겼고요...


그 후로 다시 몇 개월 지나고, 겨울이 끝나고 해가 쨍쨍한 날이었는데 단지밖으로 나가는 오르막을 오르다가 그 개와 닮은 개를 봤습니다.


그 개였는진 모르겠습니다. 도망쳤다니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으리라고 바랬고 그런다면 살던데를 떠날리가 없으니 그 개가 맞겠지 추측할 뿐입니다.


강아지가 절 가만 바라보더랍니다. 걔인가? 생각했습니다. 미안하다고 속으로 몇 번이고 말했다가 못참고 입밖으로 내뱉었습니다.


강아지는 몇 초 더 있다가, 다른 길로 향해 사라졌습니다.




전 개를 좋아합니다. 초등학생 적에는 강아지한테 다리를 물려서 이빨자국이 선명히 나고 발목으로 피가 흘러내리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개가 좋습니다.


집에도 한 마리 기르고 있구요. 시츄인데, 13살입니다. 서로 생각하는 것도 알아서 짖는 게 밥달라는 소린지 물달라는 소린지도 구분할 정돕니다.


이 개도 다시 만난다면, 그때 그랬던 건 미안하다고, 다시 말해주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때 있었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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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가 너무 불쌍하네요

엔쵸비파스타 | 15.07.08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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