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아이템은 90년대 중후반 인기를 끌었던 언제나 어디서나 미니 보드게임 시리즈입니다
일단 90년대 중후반에는 스마트폰이 없었습니다. 가지고 다니면서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곤 게임보이(비쌈), 미니게임기(테트리스만 됨) 정도였죠
따라서 예를 들면, 편도에 2시간 이상 걸리는 시외버스나 열차를 탑승할 경우 그 지루한 시간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비치되어 있는 잡지를 읽거나, 신문을 읽거나, 잠을 자거나, 그냥 멍때리거나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죠
때문에 이런 가지고 다니면서 시간때우기 좋은 물건들의 존재는 매우 중요했습니다
물론 동네에서 친구들끼리 하기도 좋았죠. 서로 바꿔가면서도 놀 수 있으니
이건 체스입니다
판은 인쇄된 종이 위에 비닐이 덮여있고, 말 역시 비닐 재질로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약간 힘을 줘서 누르면 말이 판에 착 달라붙습니다. 뒤집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심플하지만 매우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자석이 들어가지도 않으니까 원가 절감에 무게도 가벼워졌죠. 결과적으로 부피도 줄었습니다
이런 상세한 설명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체스 룰을 이걸로 배웠었습니다. 이게 이 게임 시리즈의 컨셉입니다
간단하지만 있을 거 다 있는 그런 구성이죠. 이런게 심지어 가격은 2000원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90년대 중후반이니까 2000원이 뭐 그렇게까지 저렴하다고 보기는 힘든 가격이었지만
그렇다고 잼민이들이 용돈모아 사기에 부담이 심한 그런 가격도 아니었습니다
내부에 들어있던 카탈로그입니다
왼쪽 구석은 응모권인데 어렸을때 사용했습니다. 저거로 뭘 받았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군요
아무튼 인기에 힘입어 계속해서 시리즈가 나왔습니다. 위의 카탈로그에선 발매예정으로 되어있던 것들이 밑에는 제대로 있죠
이건 도미노입니다. 흔히 도미노라고 하면 그 세워놓고 쓰러트리는 걸 생각하지만
사실 오리지널 도미노는 숫자가 새겨진 패를 서로 연결하는 저런 게임이었습니다
근데 누군가가 이것보다 그냥 패들을 세워놓고 쓰러트리면 더 재밌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현재의 형태가 되었죠
96년 토이월드 카탈로그입니다
원래 이회사는 에어소프트건으로도 유명한 회사였다고 하는군요
왼쪽의 MAC-10 모델건이 굵직한 소음기 옵션파츠로 유명했다고
이게 바로 위의 카탈로그에는 '발매예정'으로 되어있던 세계여행게임입니다
몇몇 게임들의 경우 이런 회전판이 들어있었습니다
회전판의 약 2시방향에 검게 칠해진 동그라미가 있는데, 판을 돌려 그게 가리키는대로 움직이는거죠
주사위는 부피도 있고 분실위험도 있는데 이건 그런 걱정이 전혀 없습니다. 이것도 아이디어의 승리인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자 일반모델 외의 고급형 모델을 출시하게 됩니다
고급형 모델은 접이식 플라스틱 판에 서랍이 달려 말을 수납할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휴대성 중점
말은 비닐 대신 자석을 사용해서 좀 더 무거워졌지만 더 원본에 가까운 형태로 변했죠. 예를들면 실제 체스말에 가까워진 체스 게임이라던가
이건 실제로 플레이해본것도 있고 갖고있던 것도 있습니다. 아마 지금은 버렸나 잘 모르겠군요
체스는 확실히 해봤었습니다
반면 이런 존재의의를 좀 알수없는 것도 있습니다
축구 게임인데 주사위 굴리고 말을 움직이면서 합니다. 아무리 휴대용 게임이라곤 해도 이건 좀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필통축구쪽이 더 재미있겠네요
97년에 나온 게임이지만 아무튼 2002 월드컵 기대감으로 온국민이 뽕차있던 시절이었죠
Roulette, 룰렛입니다. 카지노 게임입니다
근데 이걸 왜 르넷트라고 읽었는가는 아직도 많은 미스테리로 남아있습니다. L을 N으로 본게 아닌이상 나올 수가 없는데
왼쪽오른쪽의 노랗고 빨간 판때기들은 모두 떼어내기 전의 말들입니다. 저기서 하나하나 떼어내야 합니다
예전에 친구 집에서 해봤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건 완전 신품이라 떼어내질 않았군요
그리고 이건 제가 가지고있는 2종류의 야구게임입니다
왼쪽게 좀 더 두껍고 BASE와 BALL 사이에 띄어쓰기가 있습니다. 참고로 띄어쓰기는 없는게 맞습니다. 한 단어니까요
방금 세어보니 저는 어쩐지 야구만 4개를 가지고 있더군요. 전기형 3개에 후기형 1개
왼쪽이 후기형, 오른쪽이 전기형입니다
후기형은 도루 시스템이 추가되어 회전판이 2개입니다. 게임판도 더 넓어졌죠. 기본적인 룰 자체는 거의 똑같습니다
후기형이 매뉴얼도 더 내용이 많습니다. 도루 룰이 추가됐고 앞에 짤막한 용어설명이 있습니다
근데 매뉴얼의 크기 자체는 더 작아졌습니다
그리고 점수판으로 전기형은 비닐판에 그대로 점수를 쓸 수 있었는데 후기형은 점수 카드가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 이건 퇴보라고 봅니다. 전기형의 경우엔 비닐판이니까 수성펜으로 쓰고 닦아내면 됐는데 카드는 소모품이잖아요?
심지어 판하고 떨어져있어서 잃어버릴 수도 있고
마지막은 바둑입니다. 이것도 후기형입니다
패키지 디자인도 달라졌고 이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웬 캐릭터가 그려져있죠. 왼쪽의 농구게임과 비교해보세요
이때쯤부터 이 시리즈를 만들던 토이월드는 이름을 조이클럽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98년 이 시점에서 언제나 어디서나 시리즈는 총 25가지가 발매됐고요
이후 이 회사는 이름을 한림토이즈로 한번 더 바꿨다가 2000년대쯤에 폐업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마 여기 나와있는게 언제나 어디서나 시리즈의 전부겠죠
위의 작은 98년 카탈로그 뒷면
현재는 젠가로 널리 알려진 그 게임이 탑쌓기라는 이름으로 나와있군요
내용물입니다
이 시리즈의 경우 아예 판이 플라스틱 판으로 변했습니다
경첩처럼 생긴 부분이 있어서 눌러서 닫으면 딸깍 소리와 함께 잠깁니다. 열 때는 좀 힘줘서 열면 되고
내구성면에서는 좀 더 좋아진거죠
아무튼 이 이후 시리즈를 만들던 토이월드는 이름을 바꾸다 문을 닫았고
현재는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나온 덕분에 인류의 지상과제인 시간때우기를 쉽게 할 수 있게되며 이런 류의 휴대용 컨셉 게임은 설 자리를 잃고 말았습니다
정말 그시절에만 나와서 소비될 수 있었던 아이템들인거죠
이상입니다
내용물이 너무 작아서 잃어버리면 치명적입니다. 게다가 그내용물이 자석방식이 많다보니,대체할 재료도 쉽지가 않죠.
와 이거 예전에 종류별로 왠만한거 다샀엇는데 혹시나싶어 뒤져보니 지금은 경마게임 하나만 남아있네요
와 이거 집 앞 문구점에서 수십개씩 쌓아놓고 팔았었는데 아마 망한직후라 떨이로 받아서 이천원쯤에 싸게 팔아서 재밌게했었는데 추억이 새록새록
체스 진짜 오랜만에 보네요.
저는 저중에 트라이도미노만 갖고있네요 할줄도 모르고 어딨는지도 모르겠지만 ㅋㅋ
와 이거 되게 좋아했던건데 진심 추억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