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교육과정까지는 초등학교 6학년 산수 준비물로 주판을 가져가야 했습니다.
다만 그 때도 주판은 명줄이 간당간당한 처지라, 동네에 따라 문방구에 주판이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선 주판을 집에 있는 걸 가져오든가, 없으면 굳이 살 필요 없고 그냥 와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수업용 비품으로 학생들이 쓸 주판을 학교 차원에서 마련했거든요.
교실 앞에 주판이 담긴 상자가 있었고, 수업 시작하면 반장이 나눠줬던 기억이 납니다.
저를 비롯한 몇몇은 집에 주판이 있어서 주판을 집에서 가져왔지요.
하지만 제 주판을 본 선생님께선 다음 시간부턴 그 주판을 가져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가져간 건 어머니와 이모, 외삼촌이 사용하던 나무 주판이었거든요.
적어도 60년은 묵었다는 것만 알지, 정확한 햇수는 외가 친척들도 모르는 주판입니다.
요즘 주판과 다르게 아래알이 다섯개라서, 선생님께서 더더욱 가져오지 말라고 하셨던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23선 짜리 일반 주판과 30cm짜리 쇠자와 같이 찍어보았습니다.
저 23선 주판도 나무틀+나무알 조합인 운주주판이라 제법 묵은 것인데, 물려받은 주판과 나란히 찍으니 새 거나 다름없네요.
주판 알 자체가 크기 때문에 13선임에도 주판의 부피가 큽니다.
그러다보니 휴대가 불편하지만, 알이 큼직해서 알아보기가 편합니다.
유튜브를 보니 저 주판을 현역으로 사용하시는 분이 계시더군요. (주판 사용 장면은 2분 7초부터)
다른 점은, 영상 속 주판은 15선이고 제 주판은 13선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영상을 보다가 눈에 익은 주판이 나와서 괜시리 반가웠고, 서랍장 한 구석에 모셔놨던 주판이 떠올랐습니다.
복도에서는 최고의 이동수단 입니다 ㅎㅎ
복도에서는 최고의 이동수단 입니다 ㅎㅎ
80년 생인 제가 딱 주판학원 -> 컴퓨터 학원으로 이동하던 세대였죠. 배웠지만 기억도 안나고 그 당시에도 잘 못썻어요..ㅜ.ㅜ;;;
촤작~ 하시며 오늘 매출 계산하시던 아버지 모습이 떠오릅니다. 예전엔 다들 저거 쓰셨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