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십년 넘게 루리웹에 서식하면서 많은 능력자분들의 글 보다가,
저도 최근에 저만의 소중한 자작?은 아니고 제작 후기 같은 걸 남겨보고자 합니다.
먼저 결과물부터 보여드리면
저 캐릭터 인형들 보신 분?
아마도 없을꺼에요. 왜냐면 제가! 직접 디자인한! 저만의 인형이거든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보니깐 평소에 그린 캐릭터가 실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했습니다.
최근에 엔드게임 보신 분이라면 핫토이 아이언맨 마크85 쯤은 하나씩 가지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이랄까
발단은 이 그림이었습니다.
모델이 되는 동물은 특별히 없습니다.
실제 설정작업에서는 안드로메다에서 인구폭발로 인한 지구를 지키러 온 외계생명체이지요.
그냥 아주아주 오래전 팩맨을 모티브로한 게임을 만들다가
게임은 접히고 그림만 남았는데, 북미느낌의 그림으로 다시 완성해 보았습니다..
어느날 가족모임중에 인형뽑기를 좋아하던 조카가 이 그림을 보더니
인형으로 만들어도 좋겠다고 저에게 버프를 걸어주네요 오호
이렇게 시작된 것이였죠.
생각나면 바로 실행해야 하는게 용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림을 약간 다듬고 평면도 형태로 조금 그립니다.
인형으로 만들면 이 정도 사이즈가 좋겠다 싶은 식으로 편집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면 개당 단가가 안 나와서, 중국 공장에 컨택을 해봅니다.
많은 조건들이 있지만 그나마 나은 곳...
조건은 최소 3000개 제작, 전체 금액의 30% 정도 선입금해야 가능하다고…
잘못들으신거 아닙니다... 이게 그나마 나은 조건입니다.. 다른 곳은 더 많이 만들어야 하더라구요.
이건 뭐 취미로 만드는 건 힘들어보이고, 이걸 할려면 제대로 사업을 해야겠네요.
아내와 논의해보고 ……..
며칠 고민하고(떼를 써보고..) 아내에게 ㅇㅋ 허락이 떨어집니다.
이걸로 대박내겠어!!!
일단 바로 1차 시안 보내고 며칠 후 1차 작업 결과물을 받아보았습니다.
……….. 금붕어가 왔네요.
제가 요청한 건 귀여운 캐릭터인데 눈 크기 빼고는 다 틀립니다.
옆에서 보면 더 이상해요. 눈동자안에 눈동자가 또 들어있고, 초점도 없고
입은 부리를 만들었네요. .
중국 공장에서는 이걸 완전히 닭으로 생각하더라구요.
제가 원하는 이미지하고 너무 차이가 나기에...
일단 '처음이니까~' 그림으로 성형수술해서 몇 가지 코멘트 적어보냅니다.
뒷모습의 생명은 '똥꾸멍'입니다.
먹는게 주된녀석인데 블랙홀만 있고 화이트홀이 없으면 이상하니까요.
만물의 법칙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위해 똥구멍 박아달라고 시안 추가합니다.
절대절대 '새'가 아니니까 입은 강조안해도 된다고 여러번이야기 했구요.
이 정도면 아주 잘 설명했다고 자화자찬해보며
이제 2차 시안에 꽤 괜찮은 시안이 올 것이라 이제 인형은 완성이고 다른것들을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왜냐? 2차 결과물 보면 압니다.
응? 입이 왜 더 튀어나왔냐???
밑에서보면 이건 뭔가 1차때 만든 새를 한대 쥐어박은거 같이 만들어놓았네욤..
일단 눈에 보이는 턱 수술을 바로 들어가면서 혼자 외쳤습니다.
‘부리부리!! 부리 아니라고!!!!’
아무래도 인형에서 아주 미세하게 볼록한 느낌이 불가능했나봅니다... ㅠㅜ
그렇다고 칠수는 없고…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순순히 피드백을 작성합니다.
이 캐릭터는 애초에 눈+눈두덩이가 생명입니다.
눈두덩이의 볼륨감을 디테일하게 피드백했습니다. 그리고 입은 걍 밀어달라고 했죠.
(입을 포기하겠으니 눈을다오)
2차 피드백을 보내고 몇일 후 3차 시안을 받았습니다.
"오!!~ " 드디어 기대했던 정도의 작업물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인상이 좀 화가 난 듯???
<인형제작자가... 위에 녀석을 생각하며 만든걸지도...>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될꺼 같은 희망이…. 디테일 피드백을 보강합니다.
가장 핵심으로 보는 눈을 대대적으로 성형합니다.
화를 좀 줄이고 선한 이미지를 위해 수정에 수정~
그 다음 핵심 요소는 똥꼬입니다. 아직 부족한
귀여운 똥꼬를 위해서 꼭 두꺼울 실을 써달라고 하고, 이제 4차 시안을 기다립니다
서...선해지긴했는데… 부...불쌍.. 뭔가 아련한 눈빛…
똥꼬는 여전히! 가느다랗.. 아쉽습니다. 왼쪽 이미지처럼 와서 오른쪽 이미지로 해달라고 마지막으로 피드백보냅니다.
눈 위치를 조절하고 입 위치도 조절해서 원하는 표정을 만듭니다.
그냥 보기에는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목구비의 위치와 크기가 그 사람의 인상을 만듭니다.
비교해서 보시면 딱 티납니다.
요렇게 피드백을 주고 기다립니다.
그래서 도착한 5차 시안!!
오!! 제가 의도했던 거의 모든 것이 반영되었습니다! (약간 멍한 느낌!!)
원래는 오렌지색 하나만 제작할려고 했는데 좀 튀는 색깔도 좋을 거 같아서 다른 색상도 몇 개 요청해보았습니다.
오호 생각보다 꽤 괜찮네요.
검은색은 조금 무시무시한 컨셉,(서로를 잡아먹는 컨셉에서 가장 많이 먹은 색감이죠.)
그 밑은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인 민트쵸코 색상(주황색이 파랑색을 먹은 컨셉)입니다!!!
잠시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사이
이제 공장에서는 양산 고?를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고 할까 하다가 주변 사람들 말이 공장에 가보라고 하더라구요.
함부로 전액 입금하지 말라며…
그래서 확인차 바로 중국으로 날라가서 공장으로 가보았습니다.
<스.. 스톱을 요청했었는데… 내말을 무시하고 이미 시작된 양산작업>
공장 가보니깐 이건 뭐… (몰래찍은)
거기에서 사진 찍지 말라고 해서 더 이상 공장 사진은 못 찍었는데
생각했던 인형 공장이 아니고 그냥 가내수공업이었더라구요.. ㅠㅠ.
거기에 제가 양산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쪽에서는 벌써 500개 정도 미리 만들어놓았다며 보여주는데,
샘플하고 퀄리티 차이가 나는 아이들이 괜찮은 퀄리티의 아이들보다 너무 많더라고요... ㅠㅜ
<베테랑 인형제작자 한분과 동네 바느질 잘하는 아주머니들의 협동을 보여주고 있던 작업결과물들>
바로 양산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팍!.
그렇다고 중국 현지에서 이걸 클레임 걸면
요런 형이 갑자기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팍!
순간 순발력을 발휘하여 공장 직원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사장님이 아니기때문에 이 결정을 위해선 샘플을 가지고 가봐야겠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1시간 가량 설득하고 현지에서 상태 좋아보이는 녀석들
(베테랑한분이 만든거 같은 녀석들)만 100여개가량 선별해 가지고 우선 한국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고민했습니다.
잔금을 치뤄 퀄리티가 보장 안 된 3000개를 생산하느냐,
그냥 30% 금액을 지급한 상태인 지금, 생산을 멈출 것인가에 대해서요.
와이프와 열심히 상의를 거듭거듭한 결과
...싶지만 그러기에는 쉽지 않아서 일단 여기에서 스톱하기로 했습니다. .
잔금을 치뤄 3000개를 수급하면 사실 퀄리티도 문제지만 눈으로 확인했던 어마어마한 양의 인형을
처리하는게 쉽지 않겠다 직감했지요...
공장측에 연락하여 더이상 진행 하지 않기로 선을 그었습니다.
만들어 놓은 나머지 인형들은 공장측에서 알아서 판매하는걸로 하기로 하구요.
처음 계획한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뭐 여차저차해서 이렇게 나만의 인형 제작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제 인생의 가장 스케일이 컷던 소중한 경험을
현재는 깔끔하게 세탁해서 누님이 일하는 공장 창고에 잘 모셔두고 있답니다.
(언젠가 쓰일날을 기다리며…)
혹시라도 인형을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어하시는 분들!
샘플 검수는 꼼꼼히 하시고 사전에 해당 공장 사전 견학 등을 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지금 구상중인 건 이 캐릭터들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활용처를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웹툰도 그려보고, 이 캐릭터들로 볼륨작은 시간때우기용 게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지인들과 팀을 짜서 소소하게 게임도 하나 만들어보기도 했답니다~ waguwagu run~
이 캐릭터로 무얼 할 수 있을지 의견 받고싶습니다~!
그리고 혹시 이런 류의 인형 판매 노하우 같은 거 아시는 분 계시면 제게 리플로 조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여튼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많았던 제 인형 제작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끝~~~
<지구인과 외계인 와구와구의 만남>
고양이 시선 강탈 하네요 ㅋ 우리집 애랑 비슷하게 생겼네
고양이 시선 강탈 하네요 ㅋ 우리집 애랑 비슷하게 생겼네
ㅋㅋㅋ 귀엽죠 길고양이였는데 이젠 아에 눌러 앉은 녀석이랍니다. ㅎㅎ
ㅋ네이버스토어팜에서 우선 상세페이지만들고 등록해서 파시면되지않을까요?
네 상품을 만들생각만했지 팔생각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우와 귀엽네요. 나중에 파시게되면 어떻게 파실지 후기도 남겨주세요! 가격책정은 너무 비싸지 않게 해주세요~ ㅎㅎ
감사합니다^^ 가격보단 역시 상품의 퀄리티를 먼저 생각할께요~!
제품 생산하는 과정이 정말 힘든데 고생하셨습니다! 결과물도 좋구요^^ 코엑스에서 열리는 캐릭터 페어에 홍보해보셨어도 좋았을 디자인입니다!
>ㅅ<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많은 분들이 와구와구를 알수 있도록 느리지만 꾸준히 활동해볼생각입니다. 다음엔 캐릭터 페어도 나가볼께요!!
인형보다 본문이 2000년 후반 이글루스 감성 느낌이 나서 좋네요
ㅎㅎㅎ 비슷한 연배시군요 ㅎㅎ
크라우드 펀딩으로 사업 진행해봐도 좋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