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보시다시피
꼬부기 피규어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물론 보시기에
조형이나 도색이 아주 특별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특별한 건 재료죠
네, 휴지입니다.
휴지와 물풀로 페이퍼마셰(Papermache)를 이용해서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제작기를 써보겠습니다.
우선 뭘 만들든 시작은 도면이죠
학창시절때부터 낙서하던 습관 덕분에
아직도 저런 러프같은 그림은 A4 이면지 뒷면에 그려야 잘 그려집니다.
오히려 연습장이 불편해요
이렇게 그린 도면에 맞추어 철사로 골격을 잡습니다.
그냥 적당히 부피만 차지하게 구기고 뭉쳤습니다.
사실 철사 골격은 굳이 없어도 되지만
부피대비 무게가 가벼워지는 효과는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사놓은게 아까워서 쓴 것도 있습니다
근데 저거 쓰다보니 철도 아니고 알루미늄 같더라고요
이렇게 만든 철사 골격 위에
알루미늄 호일로 살을 붙입니다
아주 세세한 디테일 까지는 무시하더라도
적당히 중요한 디테일을 살리며 살을 붙입니다
살을 붙이고 나면 그 위를 마스킹 테이프로 덮어줍니다
마스킹 테이프는 필수입니다.
페이퍼마셰를 할때 종이가 물풀로 붙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덮어놓고 보니 미라 같네요
꼬부기 이집트 리전폼인가 봅니다
마스킹 테이핑이 끝나고 나면
이번 작품의 핵심인, 페이퍼마셰를 준비합니다.
폐이퍼마셰는 참 간단합니다
물풀을 바르고, 종이를 찢어서, 붙이고, 그 위에 물풀을 적셔서, 또 종이를 덮어주고
말리기만 하면 되니까요
예전 초등학교에서 만들던 종이죽이나
한지를 이용하는 닥종이 인형을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보통은 이처럼 신문지나 좀더 질긴 종이를 사용하고
저는 키친타월이나
페스트푸드 점 같은데서 주는 페이퍼 타월을 많이 썼지만
이번엔 조금 더 저렴한 재료로 내려가보았습니다.
교회에서 전도하면서 나눠주는 그런 휴지입니다
많길래 하나 집어서 써버렸습니다
너희의 복음, 나의 재료로 대체되었다
불만있어요? 작은 교회들아
자기네 교회에 포켓몬 고 스팟을 신청한 사람들이 불만이 있으면 안되지
페이퍼마셰를 위해선 물풀이 필요합니다
저는 대충 물풀 : 물 = 7 : 3 의 비율로 희석해서 준비했습니다
사실 비율은 아주 중요하진 않습니다. 5 : 5도 가능합니다
물이 너무 많아서 물풀이 붙지 않는 정도만 아니면 될겁니다
페이퍼마세를 하다보면 자주 마르길 기다려야 합니다
그 때 마다 물풀을 바르던 붓을 씻어서 두는게 귀찮더라고요
그래서 김에 참기름 바르는 붓처럼
뚜껑에 붓을 끼우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플링글스 뚜껑은 종이컵에 조금 작지만 끼울 수 있습니다
뚜껑에 구멍을 뚫어서, 방향제 병 마게의 실리콘을 잘라 붙였습니다
어쨌든 플링글스 뚜껑에 붓을 끼울 정도의 크기만 뚫으면 쓸만할 겁니다
자, 이렇게 페이퍼마셰를 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아, 물풀에는 파란 식용색소를 살짝 타주었습니다
꼬부기의 파란 피부색을 바탕으로 깔 수 있을까 궁금해서 실험삼아 시도한 겁니다
어차피 나중에 도색을 할 거니 식용색소는 필수가 아닙니다.
스포츠음료와 같은 색이 나네요
마시면 아마 날개를 달아줘서 이승을 탈출하겠죠
이 이후로 작업 방식은 아주 단순합니다
마스킹 테이프 위로 물풀을 바른다
적당한 크기로 찢은 휴지를 붙인다
그 위에 붓으로 다시 물풀을 바른다
다른 곳에도 그렇게 휴지를 한 겹씩 붙여준다
그리고 말린다
건조 시간을 줄여보겠다고 캔들워머를 사용해보았습니다
확실히 마르긴 빨리 마르더라고요
저래 놓으니까 뭔가 전문적으로 양생하는 거 같지 않습니까
그냥 물풀에 휴지 붙인거 말리는 건데
여튼, 완전히 건조를 시키고 나면,
이렇게 휴지와 테이프가 바짝 붙습니다
은근히 단단합니다
작업 전에는 헐렁거리던 부분들이 딱딱하게 고정됩니다
이제 부위별로 섬세하게 작업하기 위해
칼을 이용해서 나누어줍니다
말했듯이 단단해서 그냥 종이 찢듯이 찢는건 힘듭니다
이렇게 부위별로 나눠준 후에도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나갑니다
물풀 바르고, 휴지 붙이고, 물풀 바르고, 휴지 붙이고...
이런 반복작업을 어느정도 진행하다보면
이렇게 둥글둥글하게 형태가 잡혀나갑니다
이 시점에서는 아직 보들보들한 질감이 느껴집니다
저희는 이게 딱딱하고 매끈매끈해질 때까지 계속 할 겁니다
아, 가끔 작업하다가 너무 툭 튀어나오거나
너무 푹 들어간 곳들이 있습니다
이때 튀어나온곳은 조그만 손망치 같은걸로 두들겨주면 자연히 들어갑니다
푹 들어간 곳은, 칼로 살짝 째서,
그 안쪽에 알루미늄 호일 구긴것을 채워넣어주면 부피가 생겨납니다
그 이후에 수술부위를 페이퍼마셰 해주면 감쪽같습니다
약간 목공과 조소, 그 중간쯤에 있는 무언가 같은 작업과정입니다
어느정도 휴지의 부피가 붙으면
이제 디테일 작업에 들어가야합니다
손이나 발같은 곳은 줄이나 사포로 갈아주면서 과도한 부피를 깎아내고
남겨야 하는 곳을 강조해 주면서 형태를 잡아줍니다
꼬부기의 눈과 입, 등딱지와 배딱지, 꼬리의 선같이 아예 작업을 해줘야 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포나 줄을 사용해도 되지만
칼로 째고, 그 틈새를 일자 드라이버나 기타 딱딱한 물건으로 누르고 벌려주는 작업을 하면
디테일이 더 선명해집니다
그리고 그 위를 페이퍼마셰
위의 방식으로 작업한 모습입니다
줄로 갈아낸 발이나 뒤통수 쪽에 알루미늄 호일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어차피 페이퍼마셰작업을 하면
간단히 가려집니다
그리고 줄로 갈아내기 시작하면서
이 때부턴 반드시 완성된 형태를 잡아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작업해야 합니다
저렇게 한번 갈아낸 부위들은 지난 페이퍼마셰 반복 작업을 통해
물풀과 종이가 상당히 압축되어 있는 부위들입니다
이 이후에 페이퍼마셰를 하고 나면
저 부위들은 일종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아주 딱딱해집니다
수정하기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에
디테일은 지금 어느정도 완성해둬야 합니다
이제 저렇게 흉측한 몰골로 방치할 수는 없으니
저 위로 페이퍼마셰를 반복합니다
위의 얇은 틈새들도 앗차하면 페이퍼마셰로 가려져버리기 때문에
완전히 마르기 전이나, 마른 이후라도
일자드라이버 등으로 꾹꾹 눌러주어 디테일을 아로새겨줍니다
특별한 작업은 없습니다
반복 뿐이죠
캔들워머 같은게 없었으면 작업기간이 진짜 길어졌을겁니다
이런 작업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짜잔! 저렇게나 그럴싸한 모습이 드러납니다!
꼬부기 눈두덩이가 생각보다 형태가 잘 잡혀서 저도 놀랐습니다
꼬리는 조금 길이가 짧은거 같아 조금 덧붙여주었습니다
이렇게 어느정도 형태가 잡히고
갈아내도 은박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피가 잡히면
이제부터 표면 작업에 들어갑니다
툭 튀어나오거나 구겨진 표면을 갈아낸 이후
새 종이를 붙이지 않은채 그냥 물풀만 발라줍니다
갈아낸 가루들이 늘러붙고
물풀이 그냥 그대로 위에 말라붙으면서 딱딱하고 매끈해집니다
표면작업이 모두 완료된 모습입니다
저 위의 보들보들하던 휴지뭉치에서
마치 나무조각처럼 딱딱한 조형이 완성되었습니다.
말했다시피 표면에는 물풀이 말라 붙으면서
아주 매끈한 표면을 완성시켜줍니다
의외로 끈적거리지도 않습니다
이정도 코팅이 되면
줄로 갈아도 잘 갈리지 않습니다
물론 작정하고 갈아내고 깎아내면 당연히 갈리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겠죠
이제 도색작업에 들어가줍니다
도색은 일반 아크릴 물감으로 했습니다
이렇게 작은 붓질을 이번에 처음 해봤습니다
눈 그리다가 눈 빠지는 줄 알았네요... 어휴...
저 사진 위에 흰 세붓 보이시죠?
저거, 집 근처에 미술용품이 없어서...
네일아트 용품 사온겁니다...
네일아트 용품 좋은 거 많더라고요
작은 줄도 있고, 핀셋도 있고
여차저차 도색이 끝나고 나면
접착제를 이용해서 조립을 완성합니다
사실 저대로 끝내도 되지만
물풀표면은 당연히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싸게 사온 수성 바니쉬를 발라주었습니다
처음엔 바니쉬가 뭔지 몰랐는데
옛날에 썼던 니스라네요
이름 왜 바뀐거지
어쨌든
바니쉬까지 발라주면서
완성했습니다!
작업기간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2주는 걸렸네요
길었다!
처음 그렸던 도면에서부터
여기까지 왔습니다
재질과 작업방식의 한계로
100% 완벽한 비율로 구현했다, 라고는 못하겠네요
물론 진짜 정교한 피규어를 만들고 싶다면
제대로된 작업도구와 스컬피를 쓰면 되겠지만
이 페이퍼마셰 피규어의 이점은 정교함에 있지 않습니다
압도적인 저렴함에 있죠
물풀, 휴지, 주방의 알루미늄호일, 의외로 여기저기서 파는 종이 테이프
이렇게 네가지 기본 물품으로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게 페이퍼마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이 방식을 많이 써왔는데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싶어, 실험적으로 꼬부기 피규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만든
스타크래프츠 저글링과 함께 찍은 모습입니다
저글링은 진짜 실험을 위해 만들어서 작업과정을 사진으로 찍지는 않았지만
꼬부기와 완벽하게 동일한 작업과정을 거쳤습니다
저글링의 표면 보라색 또한 마찬가지로 물풀에 식용색소를 타서 만들었습니다
실험적으로 두번 정도 해봤는데
색이 진할수록 표면 배색이 일정하지 않은게 눈에 띄게 드러나네요
그래도 저글링을 먼저 만들어 봤기에
이렇게 꼬부기를 만들어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글링이 꼬부기보다 더 귀엽게 만들어진 거 같습니다 ㅎ
"데프픗 똥 포켓몬상, 신작 본편에는 나오지도 못한데스"
"DLC로... 나온다고... ㅂㄷㅂㄷ"
부족한 자금과 부족한 실력을
남아도는 잉여력과 시간으로 다듬어낸 자작 꼬부기 피규어 제작기였습니다!
모두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다음에는 좀 더 어려운걸 도전해보고 싶네요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휴지의 역할이 단백질수거만이 아니었군요 !!
휴지가 재료로 쓰이다니... 신박하네요.
컴퓨터 옆 휴지의 변명거리를 찾아낸 나
짱
휴지가 재료로 쓰이다니... 신박하네요.
짱
구
겸둥현진
동
보
자
---- 가렵다 ---
자
컴퓨터 옆 휴지의 변명거리를 찾아낸 나
물풀 없어도 되시겠네요? ㅋ
휴지의 역할이 단백질수거만이 아니었군요 !!
이건 어느 행성 휴지죠?
와.. 퀄리티봐 ㄷㄷ
휴지 맞어? ㅋㅋㅋㅋ
와 스크롤 내릴 수록 퀄이....
일본 미국에선 있을수 없는일...
시대는 바야흐로 자작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