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컨설팅 회사에서는 정말 다양한 일을 합니다.
신제품 개발이나 식단 기획, 시제품 제작과 같은 요리 업무에서부터 음식 대회 심사나 광고 영상 촬영같은 좀 특수한 일까지 다 어우르지요.
이번 일은 대형 제과업체인 몬델레즈의 과자인 리츠 크래커, 너터버터, 닐라 쿠키를 활용해서 응용 제품을 만들고 촬영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리고 음식 사진 찍는데 몇 명이나 들러붙게 되는지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지요.
사진 작가, 소품 전문가, 푸드 스타일리스트, 업체측 담당자, 보조 스태프. 여기에 촬영 스케쥴에 맞춰 요리를 만드는 키친 스태프 네 명 까지.
모두 열 두 명이나 되는 인원이 요리 하나당 한 시간씩 걸려가며 이틀에 걸쳐 촬영을 이어나갔지요.
동양식 닭고기 완자 수프. 고기 경단을 만들면서 리츠 크래커를 갈아넣어서 반죽했습니다.
중국식 완탕 수프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너터버터 오트밀.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을만 한 오트밀입니다. 바나나와 딸기, 요거트, 살짝 달달한 오트밀이 들어 있지요.
너터버터는 우리나라의 땅콩샌드 과자와 똑같은 맛입니다.
이걸 잘게 부숴서 오트밀에도 섞고, 맨 위에 과일과 함께 토핑으로도 올렸지요.
모닝 피자. 이 정도면 점심으로 먹어도 충분할 것 같은 양인데, 이상하게도 미국에서는 달걀은 아침에 먹는 거라는 인식이 박혀있어서인지 달걀만 들어갔다 하면 메뉴에 브랙퍼스트라는 이름이 붙는 일이 많은 듯 합니다.
소스는 흔히 먹는 토마토 소스가 아니라 리츠 크래커를 갈아넣은 크림 치즈 소스입니다.
예전에도 시제품으로 한 번 만들었던 덴버 오믈렛.
피망, 양파, 햄을 넣고 만든 오믈렛을 경단처럼 모양 잡아서 튀겨낸 음식입니다.
그냥 먹으면 좀 싱거운데 치즈 소스 찍어먹으면 완전 맛있습니다.
이것도 리츠 크래커 갈아넣어서 만든 체다 베이 비스킷.
보통 비스킷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 반죽에 체다 치즈와 올드 베이 시즈닝, 그리고 리츠 크래커가 들어간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올드 베이 시즈닝이 왠지 마늘빵 느낌을 내는 것 같으면서 리츠 크래커 특유의 풍미가 살아나서 맛있습니다.
촬영 스탭들이 집에서 구워먹겠다고 반죽 얻어 갈 정도.
너터 밤 (Nutter Bomb). 너터버터 퍼지 쿠키를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자른 다음 퍼넬 케이크 반죽을 묻혀서 기름에 튀겨냈습니다.
퍼넬 케이크는 츄러스나 와플과 살짝 비슷한 느낌의 디저트인데, 그 반죽 안에 반쯤 녹은 초콜렛 퍼지와 땅콩버터가 들어있습니다.
슈가파우더를 뿌려서 먹습니다.
고구마 에그 베네딕트.
고구마를 으깬 다음 리츠 크래커 가루를 넣고 반죽한 다음, 여기에 다시 리츠 크래커 가루를 묻혀서 팬에 구웠습니다.
그 위에는 시금치와 수란, 그리고 홀랜다이즈 소스가 들어가지요.
이번 홀랜다이즈는 살짝 매콤한 맛이 나는 타바스코 홀랜다이즈 소스입니다.
수업 시간에 하루 수 십 개씩 수란을 만들었던 경험이 이 메뉴를 만들면서 빛을 발했습니다 ㅎㅎ
스탭들이 수란 모양이 엄청 예쁘게 잘 나왔다고 다들 엄지 척!
멕시코식 초리조 보울. 달걀 후라이, 초리조 소시지와 아보카도, 테이터 톳(Tater tot)에 소스를 뿌려 먹는 음식입니다.
감자와 소시지, 달걀만 놓고 보면 거의 전형적인 미국식 아침식사인데 여기에 아보카도와 살사 소스가 더해지면서 멕시코 느낌이 난달까요.
테이터 톳은 감자 크로켓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한 개당 30그램은 할당해야 성이 차는데 그러면 사진빨 안받는다고 해서 할 수 없이 15그램짜리 조그만 테이터 톳을 만들었네요.
마지막은 닐라카도. 닐라 쿠키와 아보카도, 코코넛 밀크, 꿀을 섞어서 만든 아이스크림입니다.
닐라는 우리나라 계란과자와 완전히 똑같습니다. 이걸 아이스크림 재료로 부숴넣었지요.
유지방이나 설탕이 안 들어갔는데도 꽤나 맛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틀간의 음식 촬영회도 종료.
원래는 저도 사진 찍으려고 사진기 가져갔었는데, 하필이면 사진작가의 외부 조명이 반응하는 바람에 애써 가져갔던 사진기는 구석에 박아두고 폰카로만 사진을 찍었네요.
그래도 촬영하는 걸 기웃거리면서 느낀 게, 소품하고 장비만 있으면 내가 찍어도 80~90%는 따라갈 수 있겠다는 거.
하지만 그 나머지 10~20% 때문에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차이가 나는 것이고, 그 때문에 대기업들이 비싼 돈 주고 전문가를 고용하는 거겠지만요.
아마추어와 프로의 간극은 역시 꾸준함이라 생각해요. 아마추어도 좋은 퀄을 낼 수야 있지만 그게 들쑥날쑥한 반면에 프로는 적절한 퀄리티를 꾸준히 내는 거겠쥬. 음식점도 1년 내내 맛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렇죠 유지력이 바로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가장 큰 차이라는데 동감합니다. 지속적인 평균수준이 높은 것이 프로. 단타성 포텐이 높은 것이 아마.
의외로 괜찮습니다. 일반적인 튀김가루보다 좀 더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있지요.
아마추어와 프로의 간극은 역시 꾸준함이라 생각해요. 아마추어도 좋은 퀄을 낼 수야 있지만 그게 들쑥날쑥한 반면에 프로는 적절한 퀄리티를 꾸준히 내는 거겠쥬. 음식점도 1년 내내 맛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페르셔스
그렇죠 유지력이 바로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가장 큰 차이라는데 동감합니다. 지속적인 평균수준이 높은 것이 프로. 단타성 포텐이 높은 것이 아마.
좋은 격언이네요. 메모해야겠습니다.
요리도 대단하지만 인건비가 ㅎㄷㄷ하겠군요;;
리츠크래커 튀김가루로 쓰신 느낌이 어떤가요? 나중에 집에서 돈까스같은거 튀길 일 있으면 써볼까 싶을 정도로 신박해보이는뎅
의외로 괜찮습니다. 일반적인 튀김가루보다 좀 더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있지요.
피자 3조각 먹은게 몇시간째 소화가 안되서 죽것는데도 맛있어 보이네요.
그렇군요~ ㅎㅎ
궁금한게 촬영이 끝나고 음식은 스태프들이 맛있게 먹나요?? 어떻게 처리할까요??
거의 대부분은 버립니다 ㅠㅠ. 다 식은데다가 촬영하면서 이리저리 쪼물딱거리기 때문에요.
리츠 크래커가 아주 큰역할을 하네요
폰카라 할지라도 현장감 있는 사진 좋네요. 전문 상업작가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환경에 따른 사진 결과물의 질이 균등할 수 있느냐인 것 같네요. 그게 본문에서 말씀하신 10~20%의 차이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