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9월초 그동안 고마웠던 직원 한분이 퇴사하고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었었습니다.
그동안 감사의 의미를 담아 그 친구가 좋아하던 중화요리로 제대로 된 저녁 코스를
대접했었네요. 1950년에 개업한 대려도입니다. 국내 대표적인 화교 중식당 중 하나로
처음엔 부산에서 개업해 1953년 명동 대만대사관앞으로 이전해 영업, 80년대 강남개발 열풍과
더불어 1983년 강남 역삼동으로 다시 이전해 지속해오다 지난 4년전 기존 단독 건물을 밀고
복합 식당단지로 건물로 재건축해 동일 건물내 대려도, 구스아일랜드 등이 영업하고 있습니다.
단독건물에 영업하던 팔선이나 도원 등 오래된 화상음식점들이 신라 호텔이나 플라자 호텔 등
호텔로 들어가 영업하고 있는 지금 이렇게 단독으로 영업하는 고급 중국음식점들은 거의 전무한 상황.
건물주인 화교분의 부동산 안목이 대단하신 듯...
사실 몇년전 재건축 들어갈때 과연 다시 개업을 할것인가가 화두였으니...
노른자땅에 부동산 부지가 있음 재건축해 임대로 돌려도 돈걱정 없이 살 것이기에...
허나 다행스럽게도 긴 역사가 끊기지 않게끔 2년전쯤 다시 재개장을 하였습니다.
이곳은 베이징+산동음식이지만 몇가지 인기요리는 광동요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날은 "川" 코스로 주문하였고 술은 맥주 한잔씩만 했네요.
첫번째로 나온 "오품냉채"입니다.
화교 중국식당은 정말 냉채가 일품이죠.
냉채에 많이 들어가는 식초와 겨자도 과하지 않게 은은하게 써서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두번째 요리인 "삼선샥스핀".
게살 등 세가지 해물과 함께 풀어낸 샥스핀 볶음.
과하지 않은 은은한 불맛이 일품입니다.
사실 샥스핀이 세계적으로 논쟁거리인 식재료라 몇년 지나면
샥스핀 취급하는 식당은 (적어도) 국내에선 많이 없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실제 구비해 놓는 곳도 대부분 오래된 고급 화교중식당들이구요.
사실 이집의 숨겨진 보스 같은 존재인 라유/고추기름.
무슨 비법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전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매콤한데 숨겨진 듯한 여러가지 향신료 맛이 뒤에 따라 옵니다.
초간장에 듬뿍 뿌려 먹으면 이거 하나로도 밥 한공기는 먹을 맛.
별도로 요청해야 저렇게 작은 유리 주전자에 고추기름을 담아줍니다.
안시키면 안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가시게 되면 꼭 따로 시키세요.
주전자 입에 기름 따르고 흐르지 말라고 명주실 감아주는 저 디테일.
이런게 바로 오래 장사한 깜냥일 듯.
세번째인 "해삼 쥬즈".
새우와 돼지고기로 속을 채운 해삼.
죽순과 베이비콘도 너무 아삭하니 볶아내서 너무 좋았네요.
네번째인 "송이전복".
아스파라거스와 송이에 키조개랑 전복을 저며 넣어 하얗게 볶아낸 요리.
송이의 향기가 아작한 아스파라거스에 스며서 향기롭습니다.
졸깃한 키조개와 전복은 덤. 채소가 해물에 밀리지 않는 주방장의 휼륭한 볶는 실력.
다섯번째인 "간풍큰새우".
호쾌하게 튀겨낸 큰 대하 한마리를 매운맛이 톡쏘는 토마토소스를 뿌려 내어옵니다.
이 요리는 젓가락 대신 포크랑 나이프가 제공되네요. 살도 살이지만
잘 튀겨진 새우머리가 장난 아닙니다.
여섯번째 "생선요리".
그날 그날의 재료에 따라 생선은 바뀌는데 이날은 복어였네요.
복어 특유의 익어도 쫀득한 식감이 매콤한 간장소스와의 조합이 일품.
식사는 여러가지 고를수가 있습니다만 저는 이집에서 항상 "기스면"만 시킵니다.
글자 그대로 닭육수에 매우 가늘게 뽑은 면 그리고 파채만 올라가 있는 심플 그자체인 탕면.
닭으로 뽑아낼수 있는 궁극의 맑은 닭육수. 간은 약한 소금간.
중화요리만화에 보면 나오는 상탕 上湯의 닭버전이랄까요.
주재료는 덜렁 세가지다 보니 다른 왠만한 중국집에서는 이렇게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사이 기스면 메뉴에 있는 집 자체도 화교음식점 아니면 있지도 않거니와...
후식으로 과일과 튀긴 찹쌀경단(빠스위엔샤오)이 나옵니다.
찹쌀로 만든 원소병안에는 각종 견과류와 중국식으로 말린 과일들이
들어있는데 튀긴후 마탕처럼 설탕옷을 입혀서 빠삭쫄깃한 맛이 훌륭한 디저트!
정말 간만에 대려도에서 저녁코스를 먹었네요.
뭐, 당분간 이집에 올일은 없겠으나...
일이란게 여러 사람들을 만나 잘 굴러가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만
제 경우엔 좋은 분들 덕분에 짧게나마 좋은시간이었다 생각합니다.
이자리를 빌어 그 친구에게도 항상 행운이 따르길 기원하고 싶네요.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요. 화이팅!
오늘따라 좀 신변잡기성 글인거 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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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보니 오른쪽 베스트에 올라갔네요.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회사 회식때 가끔가는데 우와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냥 음.. 일반 중식과는 확실히 다르긴 다르구나.. 정도였네요
대려도 건물 소유하신분..한국에서 손꼽히는 부동산재벌입니다...
글쎄요. 여기 개인적으로는 가격대비 아쉬운 집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네요. 이전의 둥근테이블 시절이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오 전통의 집답게 맛나보이네요 +_+
고급 중식당이라 음식이 정갈하게 나오네요. 맛이 궁금합니다.
고급 중식당이라 음식이 정갈하게 나오네요. 맛이 궁금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ㅎㅎ 즐겁게 잘 봣네요 ㅎㅎ
어릴적 가족 행사로 대려도를 몇번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대려도의 해삼쥬스를 좋아했는데.. 스타일이 바뀌었나요? 제 기억엔 좀더 까맣고 동파육같은 생김새였습니다
중국집 코스요리 좋죠~ 조용히 분위기 있게 대화하면서 식사할수 있어서 저도 좋아합니다 ㅎㅎ
헉 단가가 높은 고급진 요리만 드시고 오셨군요ㅎ 샥스핀..먹고싶네요..먹은지 20년된거같은데;;
오 전통의 집답게 맛나보이네요 +_+
샥스핀한번먹어보고싶어요 디게 고급스럽네요 잘봤습니다 ㅎㅎ
대려도가 없어진줄 알았는데 영업하고 있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어릴때 집안어른들과 특별한날에만 찾았었는데 참 반갑네요
회사 회식때 가끔가는데 우와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냥 음.. 일반 중식과는 확실히 다르긴 다르구나.. 정도였네요
글쎄요. 여기 개인적으로는 가격대비 아쉬운 집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네요. 이전의 둥근테이블 시절이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점은 저도 지극히 동감입니다. 재개발하는 동안 문닫았을때 몇십년 있었던 오래된 화교 스탭분들도 복귀 못했고... 주방스탭도 마찬가지 일듯. 그래도 이정도라도 뽑아줘서 고마울 뿐이죠.
대려도 건물 소유하신분..한국에서 손꼽히는 부동산재벌입니다...
그렇죠- 안목 좋으신 분. 그래서 이집이 다시 영업재개를 할까 다들 걱정했죠. 굳이 식당 안해도 잘 먹고 살 수있으니...
진짜 어마어마하게 비싸보이네요 ㅠㅠ
그래도 직원한분 나간다고 이렇게 따로 식사까지 챙겨주시는거보니 멋지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