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전, 모임에서 만난 동생이 말하길
"언니! 게 쪄서 녹인 버터에 찍어먹으면 맥주 두캔이 금방 없어져요!"
평소 게는 들인 공에 비해 알맹이가 빈약하다는 생각을 하던 저였는데,
심심한김에 도전해보기로 합니다.
유툽으로 게 손질과 요리법을 열심히 숙지한후 드디어 결전의 날!
새벽 4시반, 친구와 만나, 따끈한 커피 한잔씩 들고 새벽시장으로!
나름 따뜻한 캘리포니아지만, 겨울+새벽+바닷가 콤보는 자동으로 제자리 뛰기를 하게 만들더군요.
오픈 2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줄이 넘넘 김.
새우도 사고 싶었지만, 시즌이 아니어서 한.마.리.도. 없다능 ㅠ.ㅠ
참고로 이곳은 평소 생선들을 주로 팔고, 게는 토욜에만 나온답니다.
게들이 등장하고, 크고 빨간 게들이 4마리 정도 있었는데,
이게 맛있는건지 1등으로 서있던 아주머니가 다 쓸어가셨어요.
이름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고, 나머지는 스톤크랩들.
좀 아쉬워 하고 있는데 친구 왈
"게는 멍청하게 생긴게 맛있어"
"멍청하게 생긴 게가.. 대체 뭐에여.. 그딴게 어딨어요?"
"오! 저거!"
"0.0???"
몇년전 아빠가 멕시코에서 사오신적 있는 커다란 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서 쪄먹기용 멍청게 한마리랑 탕끓일 스톤크랩 두마리를 결제!
목적 달성을 했으니, 배를 체워야죠.
춥고 배고플땐 역시 국밥!
따뜻한 설렁탕 국물이 몸을 녹이니, 문득 현타가 옵니다.
제가 봐온 유툽에서 나온 게들과 제가 산 게들이 많이 다르게 생겼었거든요..
대체 새벽부터 나가서 뭔짓을 한거지? 라는 후회는
이미 늦었습니다.
집에 도착하고 도착한 친구의 문자.
아버님께서 게 손질 작업 시작 하셨다고 친절하게 사진과 영상을 보내줬더라구요.
싱크대에 쏟아 놓고, 집게를 뺀찌로 자른후, 수세미로 벅벅벅벅벅벅벅벅..
영상을 보고나니 더더욱 커진 후회..
용기를 내어 일단 Step 1. 싱크대에 쏟아넣기를 해냈습니다.
그리고 보스몹과 눈이 마주쳤죠..
보스몹은 살짝 제쳐두고,
기~~~~~~~~~~~~~일 다란 집게를 가지고 쪼랩몬들을 옆으로 빼내기 성공을 했는데,
이녀석들도 눈빛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리고 깨닳았어요.. 아 이공간의 쪼랩은 바로 나구나..
급 피로가 밀려오고,
잠시 자고 일어나면 이녀석들이 죽어있거나, 일끝나고 돌아오신 부모님이 잘 처리해 주실꺼야 라는 현실부정을 하며 잠을 청했습니다.
걱정 때문이였는지 20분도 못자고 잠에서 깨버린 저는,
전투력을 올리기 위해 연장을 사러 나갔습니다.
깨끗한 손질을 위한 빳빳한 칫솔과, 게껍질을 부술 게껍질 크랙커!
용기탬으로 모닝 맥주!
살짝 알딸딸해진 정신으로
덤벼랏 스노우크랩!
약 한시간 동안 두마리와 사투를 벌였어요.
태어나서 게에게 그렇게 많은 말을 해보긴 처음이였죠.
힘도 엄청쎄고, 껍질도 너무 단단해서 주방 가위, 쉘 크랙커 다 써봤는데 스크레치도 안남.
최후의 방법으로 놈들의 무기인 집게 발을 먼저 망치로 뿌셨습니다.
집게를 부수고 난 후는 아주 쉬웠어요.
칫솔로 여기저기 치카치카 하고, 몸통부분 뽑아내고, 여기저기 자르고.
스톤크랩 손질을 끝내고 얻은 용기로
보스몹도 건드려 볼까 했는데..
얌전하던 이녀석이 갑자기 들썩이더니
진빨간 피? 까만 물?을 토해내는 겁니다.
마지막 피를 토하며 죽은건가 했는데.. 멀쩡히 살아있고,
이순간 저는 GG를 쳤죠.
3명 먹는데 게탕이면 충분하지 라며 타협을하고
보스몹 사냥은 아빠가 오시면 이어가기로..
북어,무,양파,양배추,마늘,할라피뇨 넣고 만든 국물에
게를 넣고,
제가 본 꽃게탕 레시피엔 양념을 된장+고추장+간장+고추가루로 하라했지만,
이미 이땐 다 귀찮고 포기 상태 였거든요.
냉장고에 있던 쌈장과 간마늘을 넣고.. 하쿠나마타타!!!!!
보글보글 끓는중, 부모님이 퇴근하고 돌아오셨어요.
엄마아빤 맛있다며 놀라시고, 저는 맛있다는 엄마아빠 반응에 놀라고!
(이미 포기했었기 때문에, 따로넣은 야채도 하나 없어요 ㅎㅎ)
국물은 조금 남겨서, 저녁에 라면까지 끓여먹었어요.
기대 - 불안 - 후회 - 뿌듯 으로 하루를 끝냈습니다.
보스몹은 아직 저희집 냉장고에 봉인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다음글이 보스몹 사냥글이 되겠군요.
그럼 그때까지 안녕!
설렁탕 사진에서 갑자기 분위기 한국.... 뇌에서 오류보정이 안 되네요 ㅋㅋ
우와~ 대단하십니다. 몇 년 전에 저도 던지네스 생게와 사투를 벌였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 후로는 작은 블루크랩을 먹습니다. 추천 쏩니다!
감사합니다! 저의 사투를 이해해 주시는 분이라니 더 반갑네요 ㅎㅎ 전 한동안 게는 피하려구요 ㅋㅋ
남가주사시는 분이셨군요! 도리마켓은 한20년전 부모님랑 같이 간 기억이 있네요. 아침일찍 갔엇는데도 바로앞에 있던 사람이 싹슬히 하는바람에 걍 빈손에 온 기억이있네요 ㅎㅎ 요새 H마트 던전스게 세일합니다..전 살래다 손질구찮아서 걍 왓네요 ㅎㅎ
우와 20년전이라닛! 요즘은 예전만큼은 아닌지 조금 늦게 가도 된다는 글들도 있더라구요. 던지네스 안 사신건, 잘 결정 하신거에요. 맛은 있었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ㅠ.ㅠ
설렁탕 사진에서 갑자기 분위기 한국.... 뇌에서 오류보정이 안 되네요 ㅋㅋ
ㅎㅎㅎㅎ 모닝 소주까지 했으면 완전 해장하는 아저씨 느낌났겠죠?
멍청하게 생긴 =덩치 커다란 이군요. 게들이 정말 싱싱해 보입니다. 중간 보스 물리치시고 맛난 "게탕"이라는 보상을 얻으셨네요. 끝판왕은 어떤 보상을 줄지 궁금합니다.
기운 펄펄 싱싱한 게들이다 보니 더 고생했어요 ㅎㅎ 보스몹은 오늘 저녁에 해치웠습니다. 후후후후 보스몹의 보상은 커다랬습니다.
보스몹 보상에 대한 게시물도 곧 올라 오겠네요..
게와 벤츠의 정 추천드립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눈썰미 좋으시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