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음을 이겨내고 오랑제뜨와 위크엔드 케이크(오렌지파운드 케이크)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재료인 오렌지는
싸게 팔길래 신나서 10개 샀다가 냉장고에 박힌지 3주가 지나버려서
한 번에 다 써야 할 것 같아서 메뉴가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일단 껍질을 쓸거다보니 세척을 열심히 해줬습니다.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오렌지필 자르기 입니다.
오렌지껍질에 칼집을 살짝 내주고 손으로 상처가 최대한 없게 뜯어낸 뒤,
알맞은 두께로 잘라주면 끝...인데 이게 참 일이 많습니다.
오렌지는 손질 안 하면 집에서 아무도 안 먹을 것 같으니 전부 섹션 떠 줍니다.
우선 흰색 껍질 부분을 전부 칼로 잘라 줍니다.
이제 오렌지필과 섹션 작업이 끝났습니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누가 옆에서 칭찬이라도 해주면 힘이 날텐데 현실은 무표정으로 작업하고 있게 됩니다.
이제 엄청난 양의 설탕과 화이트와인, 코엥트로, 기타 재료들을 넣고 살살 끓여주기 시작합니다.
넘칠듯한 모습이 위험해 보이지만 곧 전부 잠기게 될 겁니다.
혹시나 코엥트로 못 보신 분이 계실까봐 설명을 드리면 오렌지 술 입니다.
비슷한 오렌지 술로는 그랑마니에르가 있고, 걔가 더 비싸고 얘가 좀 더 쌉니다.
위에 말했듯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오렌지필이 전부 잠기게 됩니다.
이렇게 되기 전까지는 계속 앞에 서서 섞어주어 설탕이 균일하게 들어가게 해주는데
지금 상태가 되면 잠깐이나마 쉴 수 있습니다.
조금 쉬었다 싶으면 이제 마지막 졸이기 돌입.
여기서부터는 바닥이 탈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집중해서 섞어주며 약불에서 졸여줍니다.
가능한 액체를 최대한 졸여주어야 맛이 좋아집니다.
건조기에 오렌지필을 넣기 시작할 겁니다.
다시 노가다와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오와 열을 맞추어 열심히 넣어줘야 건조 관리가 쉽습니다.
귀찮아도 열심히 넣어줍니다.
말리는 중간의 모습입니다.
뜨거울 때 광택이 좀 나고 손에 거의 묻어나오지 않으면 완성입니다.
하다보니 오렝제뜨 완성까지는 귀찮아져서 일단 잘 정리하여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일주일 뒤에 갑자기 떠올라서 오랑제뜨 작업을 하기 시작합니다.
우선 초콜릿 입니다.
중탕으로 잘 녹여주고 탬퍼링 작업을 합니다.
탬퍼링이 잘 되었으면 저번에 만든 오렌지정과 앞에 초콜릿코팅을 해줍니다.
오른쪽 아래에는 남는 재료들로 대충 씹어먹을 초콜릿도 만들어 줍니다.
오랑제뜨는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초콜릿의 달콤쌉사름함, 오렌지정과의 달콤쌉사름함이 어우러지며
입에 오렌지향기가 도는 것이
어른의 디저트로 참 좋은 오랑제뜨 입니다.
초콜릿을 굳히는 과정에서
탬퍼링까지 다 해줬지만 사실 가정집이다보니
그냥 냉장고에 넣어야 하는 슬픔이 있습니다.
아무리 탬퍼링을 잘 해줘도 그냥 냉장고에 넣어서 굳히는 경우에는
이렇게 광택을 많이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초콜릿용 냉장고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에어컨을 18도로 낮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넘어갑니다.
오랑제뜨를 만들고 다시 3주 뒤 쯤에
이대로는 오렌지정과가 버려지지 않을까 싶어서
갑자기 남은 오렌지정과를 꺼내 봅니다.
위크엔드라는 오렌지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 겁니다.
파운드 케이크에 어울리는 사이즈로 정과를 커팅해 주고,
코엥트로를 뿌려 정과가 살짝 부드럽게 되도록 만들어 줍니다.
파운드케이크답게 재료는 소소합니다.
사진에 있는 재료가 전부에요.
이제 이쁘게 반죽을 해서...
짠.. 이렇게 위크엔드가 완성 되었습니다.
옆에 동그란 놈은 반죽이 남아서 대충 케이크틀에 구운 것 입니다.
위크엔드의 단면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만드는 것은 귀찮지만 맛이 잘 나온 정과가 있으니
케이크가 맛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저녁 먹고 후식으로 맛있게 해치웠던 케이크 였네요.
네. 오렌지 레몬 라임 등의 껍질은 겉부분만 써서 먹기도 하고, 저렇게 안쪽 흰 부분까지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이 정과로 만드는 경우는 향이 굉장히 좋고, 설탕과 술 등에 졸인 거라 맛도 좋습니다.
베이킹소다나 주방세제를 이용하여 솔과 스펀지로 닦아 준 뒤, 헹굼을 잘 해주면 됩니다. 헹굼이 안 좋으면 세제가 남아버리니 오히려 더 나빠져서 주의하셔야 해요.
와이프도 좋아해주고 저도 좋아하는 디저트다보니 용서가 되긴 했습니다. 그래도 자주는 못 할 노가다긴 하네요.
멋진 음식 잘보고갑니당
자랑이지만(?) 맛있습니다!
우와 ? ㄷ ㄷ ㄷ
다 전문점에서 팔 거 같은 퀄리티네요. 실례지만 혹시 오렌지 껍질은 어떻게 닦으시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베이킹소다나 주방세제를 이용하여 솔과 스펀지로 닦아 준 뒤, 헹굼을 잘 해주면 됩니다. 헹굼이 안 좋으면 세제가 남아버리니 오히려 더 나빠져서 주의하셔야 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음식 잘보고갑니당
감사합니다
궁금한데 오렌지 껍질을 먹어도 괜찮나요? 저렇게 조리를 통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가는 건가요?
네. 오렌지 레몬 라임 등의 껍질은 겉부분만 써서 먹기도 하고, 저렇게 안쪽 흰 부분까지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이 정과로 만드는 경우는 향이 굉장히 좋고, 설탕과 술 등에 졸인 거라 맛도 좋습니다.
저 디저트를 오랑제뜨라고 하는군요~ 저는 이름도 모르고 비슷한 이유로 오렌지가 많아서 만들어봤는데 정말 노가다였습니다ㅠ 양도 많은데 고생하셨네요 ㅎㅎ 그래도 맛있어서 용서가 되더라구요
와이프도 좋아해주고 저도 좋아하는 디저트다보니 용서가 되긴 했습니다. 그래도 자주는 못 할 노가다긴 하네요.
삭제된 댓글입니다.
커스터드
자랑이지만(?) 맛있습니다!
두꺼운 오렌지 껍질을 저런식으로 먹는게있는지 처음알았네요 ㄷㄷ.
완전 겉 껍질 부분만 갈아내서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건 씹어서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방법이지요.
우와 정성이 가득하네요.. 금손!!
금손은 아니지만 열심히 했습니다!
오렌지필 제가 좋아하는 재료중하나죠ㅜㅜ
저도 좋아하는 재료입니다. 시판품보다 역시 방금 만든게 향이 좋아요.
오렌지껍질도 저렇게 잘라서 먹네요??
꼭 오렌지껍질 뿐만 아니라 자몽 레몬 귤 등등도 가능합니다!
오렌지 마멀레이드도 그렇고, 오렌지 필을 이용한 음식들이 우리나라에 대중적으로 잘 안알려졌지만, 참 향긋하고 맛있는 재료라 생각합니다.
오렌지플라워워터도 좀 많이 유통 되었으면 좋겠어요
섹션 수고 하셨습니다 ㄷㄷㄷ 레스토랑 일할 때 섹션 뜨는게 너무 싫어서 저게 가장 눈에 들어오네요
박스로 레몬 섹션 뜨다보면 머리가 멍해지지요 ㅋㅋㅋ
삭제된 댓글입니다.
Crucible
맛있습니다!
정말 오렌지를 하나도 남김없이 순살시키는 방법을 잘 알고 계시네요,,, 대단하십니다 공정과 결과에 아주 정성이 많이 들어있어서 맛있게 보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