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자기 동네라고 여기는 곳이 집과 직장 주변이라더니만, 평생 롯데월드 놀러올 때나 오던 잠실을 여기저기 들쑤시게 되네요.
오늘의 목적지는 예전부터 한 번 가봐야지 마음먹고 있었던 포숑입니다.
얼핏 보면 왠 화장품 가게 느낌이라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실제로는 브런치 카페에 가깝습니다.
내부 풍경.
높은 층고, 좁은 통로와도 같은 카페 공간을 지나면 다이닝 공간이 나오는게 재밌습니다.
거울 여러장을 반사각이 다르게 붙여서 내부 풍경으로 모자이크화 한 것도 독특하네요.
포숑은 뭐다? 하면 바로 나오는 대답, 애플티.
원래 가향차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몇몇 브랜드의 시그니쳐 메뉴는 꽤 즐겨 찾습니다.
아무리 인공향이라도 수십년간 그거 하나만 붙들고 제품을 만들어내면 그것만으로도 고급스러워 질 수 있는걸까요.
시작은 프랭땅 비올렛. 이름이 익숙치 않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지금은 사과와 앤다이브 샐러드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프랭땅은 프랑스어로 '봄'을 의미하지요.
엔다이브와 사과는 그닥 봄이랑 친한 재료는 아니고, 그 진정한 실체는 소스에 있습니다.
프랭땅 소스는 봄에 수확하는 여러 허브들을 넣고 만드는 소스거든요.
렉스 스타우트라는 작가가 쓴 "요리사가 너무 많다"라는 추리소설에는 여러 요리사들을 불러놓고 재료가 하나씩 빠진 프랭땅 소스를 만들어서 자신이 맛 본 소스에서 빠진 허브가 무엇인지 알아맞추는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중간에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흐지부지되긴 하지만 나중에 범인을 잡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기도 하지요.
소스를 맛보고 무슨 재료가 빠졌는지 알아맞출 정도가 되려면 그 소스를 얼마나 많이 먹어봐야 할지 짐작도 되지 않네요.
바삭한 엔다이브와 사과채, 프랭땅 소스가 어울리며 산뜻하고도 진한 상반된 느낌을 잘 버무려줍니다.
그나저나 레몬버베나를 생으로 썰어서 올리는 건 처음 봤는데 의외로 잘 어울리는 것도 신기하네요.
연어 오픈 샌드위치 Sunny on the toasy.
비록 잉글리쉬 머핀이 아니라서 에그 아틀랜틱(베이컨 대신 연어를 사용한 에그 베네딕트)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수란과 홀랜다이즈 소스입니다.
에그 베네딕트 만드는 집은 많지만 이 정도 완성도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듯.
칼로 푹 찔렀을 때 용암처럼 흘러내리는 노른자가 홀랜다이즈 소스와 섞이면서 만들어내는 광경은 그야말로 푸드 ㅍㄹㄴ의 한 장면입니다.
다만 개인적인 취향이라면 홀랜다이즈에 레몬즙을 좀 더 넣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정도.
게다가 샐러드에는 아이스플랜트를 썼네요. 이슬방울 잔뜩 맺힌듯한 신기한 모양에 맛도 아삭거리면서 짭잘한게 취향 저격입니다.
디저트는 초콜렛 레이스 에끌레어.
초코 에끌레어를 둥글게 만 밀크 초콜릿 레이스로 한번 감싼 과자입니다.
카페에서 에클레어를 주문할때마다 '서양골동양과자점'에서 "제과점의 격을 결정하는 건 크로아상, 에끌레어, 애플파이다!"라고 열변을 토하던 것이 떠오릅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포숑 딱지가 꽤 고급스럽게 느껴졌으나... 포크로 한 번 찍어보니 초콜렛이 아니라 종이였다는 데서 대실망.
먹지 못하는 걸 접시 위에 올리지 말란 말이다!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도 에클레어 자체는 맛있었습니다. 홍차에 뜨거운 물 리필 요청해서 좀 오래 우려낸 뒤 에클레어 받아서 함께 먹으니 딱 좋네요.
초콜렛 레이스를 부수는 쾌감, 부드럽고 눅진한 필링, 제대로 만든 과자입니다.
전반적으로 꽤 만족도가 높은 가게였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음식들이 있는데, 여기는 제대로 맛을 냈다는 느낌.
음식 퀄리티만 본다면 거의 캐쥬얼의 탈을 쓴 파인다이닝이 아닐런지.
다만 장사가 너무나 잘되는지 예전에 있었던 35,000원짜리 오픈 샌드위치 세트가 사라졌습니다.
프랭땅 비올렛 샐러드와 오픈 샌드위치에 미엘 토스트에 차나 커피까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가성비 최강의 메뉴였는데 말이죠.
이거 노리고 방문한건데 "시즌 리뉴얼하면서 메뉴에서 빠졌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대실망.
에클레어를 추가로 먹긴 했지만 거의 2만원 더 적힌 계산서를 보니 괜히 억울한 심정입니다.
여자들 엄청 많던디 커플들이랑
포숑 가향차 유명하죠ㅎㅎㅎ 에클레어 맛있겠네요!
명동갈때마다 포숑가서 에클레어 먹던 기억이 나네요 ㅎ
포숑이 카페도 있었군요~ 그러고 보니 스타필드 같은 몰에서 본것 같기도 하고...
앗...아앗...에클레어 종이...
이렇게 또 하나 배워가네요.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