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생활 당시, 아마존에서 솜사탕 기계를 파는 걸 보고 낼름 사서 만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어릴적부터 솜사탕 만드는 기계는 그야말로 연금술 기계 못지 않게 신기했기 때문이지요.
조미료(설탕)을 넣어 과자(솜사탕)가 나오는 기계라니, 그야말로 어린이의 로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한 번 만들기까지가 귀찮고, 사방이 찐득찐득해지기 때문에 뒷정리는 더더욱 귀찮은지라 그렇게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 솜사탕이 필요할 때는 꽤나 유용하게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커다란 부피에 비해 가격은 그렇게 비싼 물건이 아니라서 귀국할때 눈물을 머금고 헐값에 팔아버렸지만요.
그런데 이번에 도서관에서 어린이날 이벤트로 뭘 할까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나서 찾아봤습니다.
다행히 똑같은 기계가 국내에 수입되고 있더군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회사 예산으로 할 수 있다는 건 덕업일치의 큰 장점입니다 ㅋㅋ
우선 기계에 전원을 넣고 몇 분 정도 가열을 해야 합니다.
기계를 끄고, 회전판이 멈추면 설탕을 넣고, 다시 기계를 돌리기 시작하면 또다시 설탕이 녹을 때까지 1~2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지요.
예전에 처음 솜사탕 기계를 사용할 때는 상업용 솜사탕 기계마냥 회전판 돌리면서 설탕을 부어넣었는데,
사방에 설탕이 튀어나가는 걸 경험한 후로는 얌전히 기계를 끄고 설탕을 보충합니다.
잠시 기다리다 보면 가장자리부터 설탕실이 붙기 시작합니다.
마치 거미줄 모으듯 젓가락을 휘휘 돌려가며 사방에 붙은 솜사탕을 끌어모읍니다.
요즘에 재미붙인 움짤 만들기.
한 손으로 동영상 찍느라 솜사탕은 찌그러지고 영상은 흔들리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래도 저퀄리티 영상 나름의 맛이 있네요 ㅎㅎ
어느 정도 가열되고 나면 설탕실이 가장자리부터 붙는 게 아니라 뜨거운 열을 타고 위쪽으로 날아오릅니다.
솜사탕 기계 위에서 젓가락을 돌리고 있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날아와 붙으며 덩치를 키웁니다.
다만 가정용 기계인지라 설탕실 나오는 속도나 밀도가 상업용 기계에는 못미칩니다.
젓가락 돌리는 것을 조금만 게을리 해도 삐뚤어지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가장자리에 들러붙기 시작하는 설탕 결정을 제거하지 않으면 이렇게 설탕실이 날아가지 못하고 벽에 들러붙게 됩니다.
젓가락이 아니라 기계에 끈덕지게 붙어있다가 회전판에 휘말려 들어가면 반쯤 녹은 설탕 실뭉치가 되는 참사가 벌어집니다.
귀찮아도 솜사탕 두세개 만들면 한 번씩은 설탕 결정을 떼어내야 합니다.
떼어낸 설탕 결정을 그대로 두면 기계 진동에 맞춰 탭댄스를 추기 때문에 시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으니 떼내면 바로바로 꺼내줍니다.
그런데 이게 또 바삭하면서도 태운 설탕 특유의 풍미가 살아있는게 꽤 맛있습니다.
완성된 솜사탕은 그대로 두면 공기 중의 습기 때문에 푹 꺼지며 녹아버립니다.
비닐봉지에 넣고 한 번 묶어두면 하루 정도는 버티더군요.
어떤 건 구름 모양, 어떤 건 도토리 모양, 어떤 건 모자 모양...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지만 또 이런 맛에 먹는 재미가 있지요.
가정용 기계라서 화력이 그닥 쎄지 않다보니 예열되는 걸 기다리고, 설탕 녹는 걸 기다리고, 중간중간 청소도 해주다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대략 3~4분에 한 개 정도 만들 수 있네요. 일하면서 중간중간 열심히 솜사탕을 만들어서 쌓아둡니다.
책 읽는 착한 어린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예정이거든요 ㅎㅎ
설탕 굽는 냄새가 가득한, 즐거운 어린이날입니다!
멋진 어른이 되었군요
멋진 어른이 되었군요
노스텔지어 브랜드… 베스트바이에서 샀었는데^^; 사탕넣고 해도 잘 만들어져서 이것저것 넣고 만들어 먹었었죠. 레몬드랍이 좋았었네요.
멋진 어른이군요.